근대 사물 탐구 사전 - 우리와 함께 했던 그때 그 물건
정명섭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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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는 개항 이후 외국문물이 들어오는 구한말과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쳐 산업화로 고속성장을 이루는 최근 100여 년간을 의미한다. 이 시대에 들어왔으나 지금은 사라진 8개의 사물(전차, 무성영화, 성냥, 재봉틀, 인력거, 풍로, 축음기, 고무신)을 소개한다.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전차'는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볼 수 있다. 미국인에 의해 놓여진 노면전차는 일본회사로 넘어가며 운영비를 아끼려고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사고와 불만이 넘쳐서 부영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니 당시 사람들의 불편이 상상이 간다. '인력거'는 일본에서 발명한 것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최하층민의 수입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사람이 끄는 것을 탈 수 있느냐며 비인도적이라고 타지 않았던 기생들의 마음에 공감한다. '무성영화'는 활동사진에서 넘어왔는데 소리가 없는 까닭에 화면을 설명하는 변사의 전성시대를 열었다가, 유성영화가 나오면서 함께 사라졌다.

주부들의 수고를 덜어준 것은 석유풍로와 재봉틀이다. 고려시대 이전부터 사용해오던 풍로가 조선시대 온돌이 확산되며 난방과 취사를 한 번에 한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주부들은 부엌을 떠날 수 없었다. 일어로 곤로라 불린 석유풍로는 간단히 불을 붙일 수 있고, 이동이 쉬워 꽤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또한 재봉틀은 촘촘히 박음질을 할 수 있어서 더 이상 주부들이 한복을 일일이 해체했다 다시 꿰매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이러한 신문물들은 우리 나라에 공장을 짓고 생산하기도 하였는데 일제강점기의 노동자들의 파업은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서 일했는지 알려준다. 장시간 일하는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서 일본인 사업주에게 착취당한 성냥공장과 고무신 공장의 여성들은 파업을 감행하였고, 재봉공장 여성 공원들의 빠져 나올수없는 개미지옥이 전태일 열사에까지 이어졌다. 최하층민에 속하는 인력거꾼의 동맹파업은 자동차가 들어오며 힘을 잃게 된다. 식민지의 열악한 환경에서 목소리를 내긴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성공을 한 것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관련 사물의 사진은 물론 소설과 신문기사 나타난 이야기를 통해 당시를 상상해볼 수 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이 인력거꾼이었고, 병든 아내를 제대로 먹이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삶을 보여준다. 심훈의 <상록수>에서는 커피를 끓이거나 찌개를 데우는 용도로 석유풍로가 등장한다. 신문기사는 더욱 리얼한데, 풍로 때문에 대구에서 기관사의 아내가 밥을 하기 위해 풍로에 석유를 붓다가 석유통으로 불이 붙으며 폭발해 온몸에 화상을 입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고 상세히 보도한다. 당시 신문을 참고한 것인지 구체적인 장소와 날짜, 신분까지 밝히고 있어 실감난다.

근대에는 혁신적인 사물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져 볼 수 없다. 전차를 비롯해 책에 나오는 실물이 궁금하다면 서울 역사박물관과 국립서울과학관 등에 전시되어 있다니 한 번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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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 고도성장의 기적 이후, 무엇이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가 서가명강 시리즈 26
박상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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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 경제가 무엇이 문제이기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하는가? 이 책이 궁금하다.

1960년대 이후 우리는 정부주도-재벌중심의 수출주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금융과 부품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해외에서 차관을 빌려와 기업들에게 나눠주고, 그 돈으로 부품과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고 받은 달러로 차관을 갚았다. 1970년대 이후 중화학공업 육성정책 하에 대기업의 수직계열화가 나타나고 재벌이 형성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중국특수(준간재와 최종재 수출)와 ICT산업 특수로 고도성장을 이어나갔지만, 고부가가치 중간재와 특수재 산업으로 진화하지 못했다. 2011년 이후 정부주도-재벌 중심의 경제성장의 문제점이 드러나며 무역특화지수 감소하고, 주력산업이 하락세를 보였다. 코로나 이후 미래는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을 목표로하는 기업환경의 변화와 플랫폼 노동자 문제가 대두하며 더이상 정부주도-재벌중심의 경제구조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없게 되었다.

경제발전단계에 따라 성장전략이 바뀌어야한다. 우리나라도 모방형성장전략에서 혁신형 성장전략으로 그 전략을 바꿔야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수있다. 미국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였던 것은 혁신 기업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는 IT와 바이오 산업을 중심으로 혁신경제체제로의 전환이 시작되던 때에 창조적 파괴를 지향하며 대전환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반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서유럽의 성장률 지체는 우리와 같이 국가대표격인 대기업을 키우는 전략에서 빠르게 전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탈수직계열화가 이루어져야한다. 국내 대기업에만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로 변화시켜야한다. 그래야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강한 중소기업이 수익을 내고, 직원의 임금도 올리고, 모두 대기업에만 취업하려는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문제는 재벌이 이미 정치권력화 되어 사회 전반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해체가 쉽지 않아보인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의 재벌개혁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스라엘은 재벌총수나 고위임원들이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소수주주 동의제를 시행하고 있다. 소수주주뿐아니라 국민연금과 같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제조업의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구조를 바꾸어야한다.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옮겨지고 있는 '아시아 금융허브'를 서울에 두는 것에 대한 제안이 신선하다. K-문화 확대로 우리나라가 외국인들의 호감을 사고 있어 서울 유치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니 긍정적이다. 금융허브가 되면 법률, 회계, 컨설팅과 음식, 숙박과 같은 관련 서비스산업의 발전도 기대할 수 있으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 좀더 쉽게 진행될 것 같다.

더이상 국제 경쟁력이 있는 재벌에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니라, 강한 중소기업이 대거 등장해서 혁신적인 기술로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의 전환 역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으니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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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어드 - 인류의 역사와 뇌 구조까지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
조지프 헨릭 지음, 유강은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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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하버드대 인간진화 생물학과 교수다. 인류학과, 심리학과, 경제학과 교수를 맡으며 이 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밝힌다. 과거 변두리의 낙후된 서유럽 국가가 어떻게 현대 서구문명을 주도하며 세계화를 일으키게 되었는지를 심리적, 문화적, 생물학적, 경제학적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10년간의 연구결과를 아우르고 있어 매우 방대하다. 본문이 600페이지에 주석과 참고문헌리스트가 150페이지가 넘어간다. 다양한 실험을 상세히 설명하는데, 실험을 하게된 이유, 구체적인 연구 과정, 데이터와 이에 대한 해석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보통 서둘러 결론만을 말하는 다른 책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책은 크게는 4개의 파트, 작게는 14개의 챕터로 되어있다. 1부 인간의 심리와 사회의 진화론, 2부 WEIRD,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집단의 탄생, 3부 WEIRD, 새로운 심리와 제도를 형성하다, 4부 WEIRD, 근대세계의 문을 열다.

위어드(WEIRD)는 Western educated Industrialized Rich Democraic의 준말로, 서구의 교육수준이 높은 산업화된 부유한 민주적인 사람들을 의미한다. 인류의 역사와 뇌구조를 바꿔놓은 문화적 진화의 힘을 이 5가지 키워드로 축약하였다. 고대 4대 인류문명의 발상지의 국가들이 맥을 못추리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네덜란드와 미국과 같은 영국계의 위어드들이 어떻게 1200년 이후 급발전하게 되었는지 분석한다.

인류는 친족기반의 수렵채집 사회에서 씨족 중심의 종교를 믿는 농경사회로 나아가고 다시 엘리트계층이 부를 차지하는 전근대국가인 왕국을 지나 법률을 기반으로하는 근대국가로 발전해왔다. 근대는 계몽주의와 산업혁명을 이룬 중간계급에 의해 발전하는데 그 중심에 위어드가 있다. 위어드는 중세 카톨릭교에 반대한 루터의 종교개혁과 긴밀한 관계가있는데 'ONLY 성경'을 강조하는 개신교는 개개인이 성경을 읽고 이해해야한다. 이에따라 개인의 문해율이 높아지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인력들이 대거 완성되며, 후에 산업혁명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급속한 경제 성장과 2차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된다. 여러 비위어드 국가들은 이 위어드의 제도와 사상을 받아 들이며 자체 제도의 붕괴와 혼란을 겪는다.

책을 관통하는 것은 교회가 위어드에게 미친 심리적 문화적 변화이다. 유럽국가들이 부상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적인 원인이 교회다. 교회는 전통사회의 특징인 친족기반제도를 해체하는데, 농업을 중심으로 끈끈하게 관계를 맺고 있던 조직이 느슨해지며 개인주의적으로 바뀐다. 도시로 모인 핵가족 중심의 개인들은 새로운 사회 속에서 비개인적 신뢰증대, 순응저하, 문해력 확대, 독립성 증대와 같은 심리적 변화를 겪는다. 또한 기독교의 근친간의 결혼을 금지하고, 일부일처제와 같은 제도를 바탕으로 핵가족화하는 등의 문화적 변화를 겪으며 혁신과 과학의 발달을 가속시키며 급부상한다.

저자는 위어드가 이상한 집단이라고 말하면서도 유전적으로, 문화적으로 진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유럽의 모습이 인류가 지향해야할 목표지점인지는 의아하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것은 인정하지만 각 민족과 국가의 특성을 무너뜨리며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좋은 것을 모방하고 받아들인다며 중국의 경우 아주 오랫동안 전통사회를 유지하다가, 1950년 공산당 정부가 중세교회의 결혼가족강령에 맞먹는 일부다처, 중매결혼, 축첩, 약혼, 수혼, 혼인지참금 등을 폐지하며 변화했다고 한다. 교회가 중세유럽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달성한 과정을 7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수행했다고 언급한다. 비위어드인 중국이 제도적으로 위어드화한 것이 진화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오래된 미래>를 읽으며 반드시 산업화하고 개발해야만 인간이 행복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통사회가 짧은 시간 내에 산업화하며 겪는 구성원간의 갈등과 자연훼손과 획일화하는 과정은 저자도 안타까워한 점이다.

위어드의 특징은 개인주의이고, 독립적이며, 분석적이며, 비위어드의 특징은 이와 반대로 관계와 역할을 중시한다. 책을 읽으며 문화적으로 위어드가 비위어드보다 진화한 것이라고 하는데, 문화의 다양성이 배제되고 있다. 미국 중심적인 연구자료와 인맥이 좀 아쉽다. 다양한 종족이나 문화를 가진 연구원이나 자료를 참고했다면 어땠을까한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감사의 말'을 읽으며 저자가 얼마나 다양한 학자들과 대화와 이메일을 통해 지적대화를 나누며 서로 자극을 주고 영감을 받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참 부럽다. 지적 대화를 위한 모임에서 나눈 것을 바탕으로 서로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연구를 보태 논문과 책을 내고, 또 그 결과물을 참고해서 이 책에 녹여냈다.

쪼개 읽으며 이해하려고 애쓴 책이다. 서구 유럽이 급부상하게 된 원인이 궁금하다면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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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바로 쓰는 시원스쿨 여행 일본어 (스프링) - 워터프루프, 플라스틱북, 해설강의, MP3 제공
오오츠루 아야카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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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으로 된 독특한 책이다. 여행 다니면서 나달나달해질까봐 종이대신 만든 것인가보다. 크기도 손바닥만하고 56쪽의 얇은 편이라 소지하기도 쉬워보인다.

인덱스에 상황별 표시가 있어 해당 상황을 바로 찾을 수 있어 편리해보인다. 기본표현을 비롯해 8개의 상황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기내와 공항, 교통수단, 숙소, 음식점, 쇼핑, 관광, 온천, 응급상황으로 나누어져있다. 상황별 필수 단어와 자주 사용할 패턴을 3개씩 소개하고, 상대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귀'표시를 해서 따로 적어 두었다.

일본어를 문법적으로 접근하면 초중급이될 만한 문법도 이 책에서는 패턴으로 쉽게 접근하고 있다. 심지어 발음도 한글로 표시하고 있어서 히라가나를 읽지 못해도 한글발음만으로도 현지에서 질문을 할 수 있겠다. 이를테면 무언가를 잃어버렸거나, 아픈 상황과 같은 응급상황에서 쓸 수 있는 표현을 보고 읽어도 되고 정 급하면 상대에게 해당 페이지를 보여줘도 될 것 같다. 실재로 일본에서 첫날부터 감기몸살로 아팠는데 약사가 영어가 되지 않아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 이 책이라면 증상에 필요한 약을 구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일어를 모르더라도 여행갈 때 이 책으로 조금 연습해간다면 손짓 발짓 보다 효율적인 여행이 되지 않을까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MP3를 다운받을 필요없이 QR코드를 찍고 바로 원어민 소리에 따라 읽는 연습을 하면 된다. 최소한의 표현만 있기 때문에 부담없이 시도해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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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니멀 유목민입니다 - 여행 가방 하나에 담은 미니멀 라이프
박건우 지음 / 길벗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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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의식주는 풍족을 넘어 과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이거다 싶었다! 드디어 헝클어진 퍼즐이 맞춰진 기분이었다. 나는 '무소유'를 지향한게 아니었다. 나는 필요 최소주의인 '미니멀리즘'을 지향한 것이었다(26)."

책조차 미니멀하게 손바닥만하다. 저자는 최소한의 짐을 지고 떠도는 유목민이다. 배낭 하나면 족하다.

책은 3장으로 나누어 왜 미니멀 유목민으로 살게 되었는지, 어떻게 물건을 버리는지, 미니멀리스트가 된 후 변화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미 유튜브를 통해 알고 있던 저자의 책을 읽게되니 조금 독특한 경험이다. 마치 아는 사람의 책을 읽는 느낌이다. 관광가이드와 여행인솔자로 반 년간 일한 돈으로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 보내는 생활방식이 참으로 독특하다. 서울에 거주지가 있었으나 그마저 처분하고 일본인 아내와 여행을 다니며 산다. 동영상을 보면서 가끔 나이들어서 곤란해지면 어쩌지?란 생각이 들 즈음, 나이들었어도 미니멀하게 사는 사람의 집에 가서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다면 미래에 대한 걱정또한 쓸모없는 과잉이겠다. 필요한 것만 챙기고 살면 내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일리있다.

저자는 미니멀리스트가 된 후 보다 본질적인 것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자유를 얻었고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고백한다. 속세와 초월한 듯한 인상이다. 일례로, 여행사에서 모든 출장이 취소당했을 때 그 배경에 어떠한 흑막이 있었는지 파악했지만 굳이 맞서 싸워서 분을 풀기보다 마침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대만 어학연수를 떠난다. 수입이 없어져 곤란했을텐데 이미 벌어진 일에 집착하지 않고, 바뀌지 않는다면 굳이 바로잡으려 노력하지 않고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보통사람은 아닌 것같다. 지나친 욕심 앞에 내가 하고싶은 것을 포기하기보다 내가 내 생활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더 값져보인다.

물건을 버리는 것에 대해서도 철학이 엿보인다. 의류를 정리해서 중고 사이트에 낮은 금액으로 올린다. 헌옷수거함에 넣으면 개발도상국에 수출되어 판매되어 현지 산업을 교란시킬 수 있고, 그 나라에 쓰레기 더미화를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우리나라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을 명심한다.

야무진 말솜씨처럼 글솜씨도 깔끔하다. 군더더기 없는 삶처럼 필요한 말만 쓰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재치있는 말에 미소도 떠오른다.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나를 위해 또 내 후손을 위해 엄청나게 낭비하는 습관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사기 위해 일할 때는 삶이 휑했다. 살기위해 일하자 삶이 환해졌다(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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