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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니멀 유목민입니다 - 여행 가방 하나에 담은 미니멀 라이프
박건우 지음 / 길벗 / 2022년 10월
평점 :
절판
"21세기의 의식주는 풍족을 넘어 과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이거다 싶었다! 드디어 헝클어진 퍼즐이 맞춰진 기분이었다. 나는 '무소유'를 지향한게 아니었다. 나는 필요 최소주의인 '미니멀리즘'을 지향한 것이었다(26)."
책조차 미니멀하게 손바닥만하다. 저자는 최소한의 짐을 지고 떠도는 유목민이다. 배낭 하나면 족하다.
책은 3장으로 나누어 왜 미니멀 유목민으로 살게 되었는지, 어떻게 물건을 버리는지, 미니멀리스트가 된 후 변화된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미 유튜브를 통해 알고 있던 저자의 책을 읽게되니 조금 독특한 경험이다. 마치 아는 사람의 책을 읽는 느낌이다. 관광가이드와 여행인솔자로 반 년간 일한 돈으로 겨울에는 따뜻한 곳에서 보내는 생활방식이 참으로 독특하다. 서울에 거주지가 있었으나 그마저 처분하고 일본인 아내와 여행을 다니며 산다. 동영상을 보면서 가끔 나이들어서 곤란해지면 어쩌지?란 생각이 들 즈음, 나이들었어도 미니멀하게 사는 사람의 집에 가서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다면 미래에 대한 걱정또한 쓸모없는 과잉이겠다. 필요한 것만 챙기고 살면 내게 집중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이 일리있다.
저자는 미니멀리스트가 된 후 보다 본질적인 것에 무게를 두는 것 같다. 자유를 얻었고 자존감이 높아졌다고 고백한다. 속세와 초월한 듯한 인상이다. 일례로, 여행사에서 모든 출장이 취소당했을 때 그 배경에 어떠한 흑막이 있었는지 파악했지만 굳이 맞서 싸워서 분을 풀기보다 마침 자신이 하고 싶어했던 대만 어학연수를 떠난다. 수입이 없어져 곤란했을텐데 이미 벌어진 일에 집착하지 않고, 바뀌지 않는다면 굳이 바로잡으려 노력하지 않고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보통사람은 아닌 것같다. 지나친 욕심 앞에 내가 하고싶은 것을 포기하기보다 내가 내 생활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더 값져보인다.
물건을 버리는 것에 대해서도 철학이 엿보인다. 의류를 정리해서 중고 사이트에 낮은 금액으로 올린다. 헌옷수거함에 넣으면 개발도상국에 수출되어 판매되어 현지 산업을 교란시킬 수 있고, 그 나라에 쓰레기 더미화를 시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우리나라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을 명심한다.
야무진 말솜씨처럼 글솜씨도 깔끔하다. 군더더기 없는 삶처럼 필요한 말만 쓰고 있다. 물론 중간중간 재치있는 말에 미소도 떠오른다. 살아가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나를 위해 또 내 후손을 위해 엄청나게 낭비하는 습관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사기 위해 일할 때는 삶이 휑했다. 살기위해 일하자 삶이 환해졌다(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