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 - 명작 영화의 촬영지로 떠나는 세계여행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지음, 에이미 그라임스 그림, 최지원 옮김 / 올댓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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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이 되는 촬영지를 찾아 다니는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왜 그 곳에서 영화를 찍었는지도 궁금하고 그 배경이 영화에 어떻게 녹아 있는지도 궁금하다. 이 책은 아주 오래된 영화부터 요즘 것까지 25곳의 영화 배경지를 소개한다. 이미 본 영화는 그 배경지를 떠올려보기도 하고, 아직 보지 않은 영화는 미리 알아보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겠다.

저자 세라 백스터는 세계를 여행하며 글을 쓰는 영국인이다. 이 책은 Inspired Traveller's Guide의 시리즈 중 하나로, 영국, 스페인,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뿐 아니라, 인도와 중국, 일본,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와 미국을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의 여러 나라의 영화 배경지를 소개한다.

영화 자체가 그림처럼 아름다웠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배경지는 독일 동쪽 끝에 있는 괴를리츠에 위치한다. 폐업한 백화점 건물을 궁전처럼 꾸며 촬영했는데, 영화 개봉 후 백화점으로 재개장한다고 하니 흥미롭다. 이름만으로 유명하지만 아직 보지 못한 오래된 영화 <페르소나>의 배경은 스웨덴 고틀란드의 포뢰섬이다. 영화를 찍고 나서 감독인 베리만이 별장을 짓고 살 정도로 애착을 가진 장소이며, 이 곳 성당 묘지에 묻혔다. 기암괴석이 해변에 늘어서 있고 푸른 바다가 매혹적인 장소이다. 이제는 많이 변해버렸지만 <용쟁호투>의 배경은 홍콩이다. 한의 저택으로 나온 킹인레이 저택은 붉은 벽돌의 웅장한 중국식 건물인데,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다. 다음 홍콩에 가게 되면 한 번도 찾아가 보고 싶은 웅장한 건물이다. 저자는 서울의 간판이 신기한가보다. <기생충>의 배경인 서울을 소개하며 가장 먼저 보여주는 그림이 간판이 즐비한 골목이다. 흥미롭게도 감독은 자신의 사진을 액자에 담아 피자 집에 걸어두었다는데, 스카이 피자는 동작구에 있는 실존하는 가게이다. 영화의 상징인 계단은 자하문 터널 계단이다.

배경지와 영화의 장면을 같이 설명하는데 영화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은 샌프란시스코의 가파른 언덕과 골목을 배경으로 하는데, 스코티가 미행하는 매들린이 가는 곳곳이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확인하게 만든다. 오랜만에 <용쟁호투>에 나오는 브루스 리와 아름다운 킹인레이 저택의 모습도 영화 속에서 확인해본다.

쨍한 그림과 여행과 영화가 잘 어울리는 책이다. 영화를 보고, 영화의 배경지로 떠나는 것도 가슴설레이는 일인데 그 분위기를 선명한 채도의 그림으로 표현한다. 영화의 한 장면을 따왔을 수도 있었지만,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더 인상적이다. 생각보다 안 본 영화가 많아 찾아 볼 리스트를 적어보는 즐거움도 있다. 영화를 좋아하고 그 배경지가 궁금하다면 간단하게 소개된 이 책을 마음에 들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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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완성 JLPT 합격해VOCA N4·N5 - 단어 쪽지 시험 PDF + 원어민 MP3 15일 완성 JLPT 합격해VOCA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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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배울 때 단어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기본이다. 단어를 충분히 알지 못하면 문법을 마스터해도 제대로된 문장을 구사할 수 없다. 일본어를 시작하면 어떤 단어책을 선택해야할지 막막하다. 초급이라면 자주 사용하는 단어부터 익혀야하는데 일본어 능력시험(JLPT)의 N4와 N5의 단어를 익혀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상에서 빈번히 쓰이는 단어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시험을 준비하지 않더라도 어휘를 익히기에 적합하다.

이 책은 20일에 1000개의 단어를 외우는 것이 목표다. 하루 50개의 단어를 원어민의 소리를 따라 익혀 외운 후, '3분 퀴즈 챌린지' 3문제를 풀고, 홈페이지에서 쪽지 시험 pdf를 다운 받아 직접 발음과 뜻을 써보면 된다. 눈과 소리로 익힌 다음 직접 써보는 과정이라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겠다. 단어를 외우는 전략은 학습자마다 다르겠지만, 이렇게 책이 제시하는 방법으로 하는 것도 좋겠다.


특이한 점은 일어-한국어와 한국어-일어로 나누어서, 일본어를 보고 한국어로 바로 나올 수 있게할 뿐 아니라 그 반대로도 자유자재로 말할 수 있게 구성했다. 보통 일어를 한국어로 말하기는 쉽지만, 한국어를 일어로 바꾸는 것은 쉽게 나오지 않는데 좋은 구성이다.

아쉬운 점은 정말 단어만 있다. 단어와 발음, 의미만 제시하고, 예문이나 동의어, 반의어를 함께 제시하고 있지 않다. 보통 문장 내에서 단어를 익히면 문장의 구조도 익히면서 단어를 오래 기억할 수 있고, 특히 일어는 하나의 한자가 여러 발음으로 소리나므로 문장에서 익히는 것이 필요한데, 예문이 없다. 또한 익히다보면 함께 알고 싶은 단어들이 궁금해지는데 찾아봐야한다는 점도 아쉽다. 손바닥만한 작은 크기의 책이라 간단한 구성으로만 만든 책이라, 단어만 익히고자 하는 학습자에게 적합한 교재이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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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요리가 집밥으로 빛나는 순간
윤지영 지음 / 길벗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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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늘 밥을 고집하다가 이제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범위를 넓히게 되자 점점 다양한 국적의 요리가 하고 싶어진다. 예전과 달리 다양한 국가의 소스나 식재료를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재료가 없어 하지 못할 요리는 거의 없다. 거의 한 접시만 준비하면 되는 일품요리도 좋고, 여행하며 만나 여러 나라의 음식을 직접 해서 먹어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그 레시피를 담은 책이다.

책은 7개의 파트로 나누어, 이탈리아, 프랑스, 유럽, 일본, 중국, 태국, 동남아 요리를 선보인다. 사진만 봐도 알록달록하게 다채로운 요리를 어떻게 그렇게 빨리 만들어낼 수 있을지 급한 마음에 레시피에 먼저 눈이 간다. 70가지의 요리를 대부분 30분 내로 만들어 내는 조리법이 아주 실용적이다.

저자는 아나운서로 어려서부터 요리에 흥미가 있었고, 미국교포와 결혼하고 홍콩유학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만들어봤다. 현재 쿠킹 클래스를 하면서 간단하지만 화려하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소개한다.

여러 요리 중에서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만들고 싶은 요리인 마라상궈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라상궈는 마라소스에 여러 재료를 볶아낸 중국요리다. 새우와 오징어 같은 해산물이 주요 재료로 버섯을 포함한 다양한 야채를 넣고, 죽순까지 넣어 볶으면 된다. 주재료를 닭으로 바꾸어 만들어도 맛있을 것 같다. 마라소스(볶음용)만 있으면 나머지 소스는 다 집에 있는 것이어서 바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 굴소스와 마라소스의 비율로 매운 맛을잡아주면 입맛에 맞출 수 있겠다.

이상하게 좋아하고, 만들어 보고 싶은 요리에는 중국요리가 많다. 몽골리안 비프는 미국식 중국음식점에서 먹어보고 홀딱 반해서 집에서 만들어보았던 요리인데, 마침 레시피가 있다. 녹말 입힌 소고기에 굴소스와 올리고당으로 소스를 만들어 볶으면 되는 단짠요리다. 소고기 등심이나 안심과 브로콜리, 양파가 주재료라 구하기도 쉽고 만들기도 간단한데 맛은 보장이다.

인도네시아에서 1년반을 살았을 때 너무 맛있게 먹어 다시 가고 싶게 만드는 음식이 투미스 캉쿵(공심채 볶음)이다. 메인 요리인 고기나 생선류를 시키고 우리의 김치처럼 야채메뉴인 캉쿵을 시켰는데, 그 맛이 중독적이다. 공심채만 구할 수 있다면 새우를 넣고, 피시소스와 굴소스와 마늘만으로 맛을 낸 캉쿵을 집에서도 먹을 수 있다. 검색해보니 공심채를 구할 수 있으니 재료 공급에도 문제가 없다. 정말 세계 각국의 재료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느낌이다.

'이게 맛있을까?'싶은 '고등어 케밥'은 터키의 오픈 샌드위치다. 고등어를 구워 샌드위치 위에 올려 놓고 먹는다는데,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흰살생선도 아니고 비릿함을 어떻게 잡을지. 가시발린 고등어와 바게트만 있으면 집에 있는 샌드위치 재료로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비릿함을 잡아줄 소스는 의외로 마요네즈가 아닌 그릭요거트 베이스라 더욱 마음에 든다. 고등어만 노릇하게 잘 구우면 그리 비릴 것 같지 않다. 생선을 좋아하는 가족에게 특미가 되겠다.

책의 구성이 꽤 간단하다. 완성된 요리사진과 간단한 사연을 보기 좋게 배치했고, 다음 장을 넘기면, 좌측에 요리과정 사진과 우측에 레시피를 소개한다. 설명도 쉽고, 사진도 지나치지 않고 적당하고, 글자 크기도 적당해서 요리하면서 펼쳐 두고 보기에 가독성이 좋아 마음에 든다.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이라면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고, 주재료를 과감하게 바꾸어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어 시도해보기도 좋겠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면 강추하는 요리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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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근교를 산책합니다 - 일상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작은 여행, 특별한 발견
이예은 지음 / 세나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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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을 마음의 스트레칭이라고 부릅니다. ...평소 생활 반경에서 벗어나 낯선 풍경과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4)."

도쿄도 서울처럼 빌딩숲의 번잡한 도심을 벗어나면 벌판과 드물게 있는 마을 풍경이 펼쳐진다.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 잠시 도시에서 벗어나 산책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섬나라답게 바다가 펼쳐지기도 하는 것 역시 여행의 즐거움이겠다.

일본에 산 지 8년 정도된 저자는 '도쿄에 사는 사람들은 주말에 어디에 갈까?'라는 질문에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힌다. 도쿄에서 대중교통을 타고 산책하며 둘러볼 수 있는 곳 스무 군데를 소개한다. 책은 세 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는데, 일본 음식, 미디어 콘텐츠의 배경장소,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장소다. 도쿄에서의 목적지까지 가는 교통편과 목적지를 둘러보는데 얼마정도 걸리는지, 어디를 둘러보면 좋을지 간단한 팁을 줘서 꽤 실용적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가볼만한 곳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여행 에세이지만 여행 가이드로 사용해도 좋을 정도다.

일본과 우리는 같은 듯 참 많이 다르다. 비빔밥과 돈부리처럼 말이다. 저자의 말대로 모든 게 섞여야 맛있는 비빔밥과 각각의 맛을 유지해야하는 돈부리는 두 나라 국민성을 아주 잘 나타내준다. 서로 챙겨주고 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한국 문화와 지극히 개인적인 일본 문화의 차이. 어느 것이 좋다는 생각보다 가끔 한국적인 것이 그립기도 하고, 일본의 개인적인 성향이 편하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아무래도 일본 미디어 콘텐츠의 배경지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소설 <설국>의 배경을 다녀온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배경 마을인 가가가와현 가마쿠라는 삼면이 산이고 한 면이 바다로 트여있다. 등산도 하고 바다도 볼 수 있는 이 곳을 언젠가 한 번 다녀오고 싶다. <이웃집 토토로>의 배경인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는 마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신혼 때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숲을 걷고 싶어진다. 인위적인 광고판이 없이 그대로 펼쳐진 숲의 울창함이 사진 밖으로도 전해진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로 시작하는 소설 <설국>의 첫 문장처럼 기차를 타고 긴 터널을 통과하자 봄의 도쿄에서와는 다른 겨울 눈의 나라가 펼쳐진다. 어떤 느낌일까?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겠다. 묘사만으로 궁금해지는 도쿄 북쪽의 니가타현 유자와도 방문해보고 싶다.

음식이라면 일본갈 때마다 먹는 스시, 장어덮밥, 우동과 같은 메뉴 말고 소박한 맛이 일품이라는 가나가와현 에노시마의 시라스 덮밥(시라스동)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의 아주 잔멸치같이 생긴 시라스를 살짝 데치기만한 '가마아게시라스'와 날 것 그대로를 먹는 '나마시라스'를 흰 쌀밥에 가득 올린 시라스동의 맛이 어떨지 궁금하다. 회를 썩 좋아하지않기 때문에 나마시라스보다 가마아게시라스를 시도해보고 싶다.

소개한 곳들이 대단한 관광지가 아니어서 좋다. 놀이동산이 있고 체험관이 있는 그런 인위적이고 상업적이어서 외국 관광객들이 단체로 찾아갈 곳이라기보다, 한적하지만 일본 문화를 조용히 즐기다 오기에 좋은 곳들이다. 관광객이면서 관광객보다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배경을 알고 있으면 더욱 의미있는 곳, 짧은 시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 매력적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 보다 그 곳의 특징을 살펴보고 자연 속에서 거닐다 오는 여행. 생각만해도 행복하다.

해상도 좋은 사진과 설명이 치밀한 책은 아니다. 뭔가 빛바랜 듯한 풍경 사진과 음식사진이 처음에는 좀 촌스러운 듯하다가 자꾸 보니 일본스럽다. 아쉽게도 지도가 없어 저자가 다녀온 곳이 도쿄 근처 어느인지 알 수가 없어 인터넷에서 지도를 찾아 9개 현이 어딘지 확인하며 읽었다. 지도 하나 있었다면 좋았겠다.

읽으면서 이것저것 궁금하게 만들고, 한번 가보고 싶게 하고, 먹어보고 싶게하고, 저자의 외로움도 조금 느끼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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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가 남다른 과학고전
조숙경 지음 / 타임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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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고전책을 소개하는 책은 몇 권 알고 있지만, 과학고전을 소개하는 책은 처음이다. 저자는 12권의 과학고전을 소개한다. 저자가 고등학교 시절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해준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부터 현재 한국에너지공대(KENTECH)로 이어지는 인생 과정에서 만난 과학고전을 자전적 에세이와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과학사철학을 전공하였다. 영국에서 과학사철학을 공부하며 일반과학사, 생물학사, 의학사, 확률철학 등을 공부하였는데 공부량이 엄청났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돌아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과학문화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활동하다 현재 교수로 일하고 있다.

가장 궁금했고 관심이 간 책은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1985)다.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의 이야기를 파인만의 드럼 친구인 랠프 레이턴이 쓴 책이다. 파인만의 성과뿐 아니라 인간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책이라 의외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같다.

토머스 쿤은 '패러다임(한 시대가 공유하는 과학적 사고와 이론, 법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과학사학자이다. 그는 <과학혁명의 구조>(1962)에서 과학의 발전은 기존 패러다임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불연속적이고 혁명적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과학이 점진적이고 누적되는 것이라는 설을 반박한 것이다. 기존 과학자들의 저항이 거셌으나 현재 여러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저자는 경계인이었던 자신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서 살 수 있게한 원동력을 쿤에게서 받았다고 고백한다.

20세기 양자물리학의 대가인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가 안타깝다. 하이젠베르크에게 스승인 닐스 보어는 양자물리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가 독일이 우라늄 연구를 계속해야할지 자문을 구하러 가자 유대인이었던 보어는 독일이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 인연을 끊어버린다. 그후 보어는 맨하탄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하이젠베르크는 <부분과 전체>에서 과학의 발견이 대참사로 이어질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한다. 과학자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오류를 피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레이철 카슨의 1962년작 <침묵의 봄>은 DDT살충제로 새가 사라졌다는 조류학자 올가 허킨스의 편지를 계기로 쓴 책으로, 카슨의 인생을 바꾸었다. 침묵하지 않는 과학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뉴요커>에 자신이 조사한 바를 함께 실어서 이해관계업자의 공격을 받았으나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앨 고어가 존경하는 인물이고, 카슨으로 인해 지구의 날(4월22일)이 제정되었다. 소설처럼 부드럽게 읽힌다는 이 책이 궁금하다.

실험실에만 머무는 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자도 이해할 수 있는 과학의 대중화에 애쓴 저자의 이력과 더불어 과학철학사 전공으로서 소개하는 과학고전이 어떤 것인지 간단히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12권의 원서 사진과 함께 책에 대한 요약이 있어서 과연 읽을만한 내용인지 먼저 검토해 볼 수 있어서 좋다.

과학 고전을 읽고 싶은데 어떤 분야의 무엇부터 읽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면서 관심분야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엄두도 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과학고전이 생각보다 쉽게 다가올 수도 있고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소개한 <2500년 과학사를 움직인 인물들>(1989)에서는 과학자 17명을 영웅화하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과학사를 정리하기에 좋은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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