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가 남다른 과학고전
조숙경 지음 / 타임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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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고전책을 소개하는 책은 몇 권 알고 있지만, 과학고전을 소개하는 책은 처음이다. 저자는 12권의 과학고전을 소개한다. 저자가 고등학교 시절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해준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부터 현재 한국에너지공대(KENTECH)로 이어지는 인생 과정에서 만난 과학고전을 자전적 에세이와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과학사철학을 전공하였다. 영국에서 과학사철학을 공부하며 일반과학사, 생물학사, 의학사, 확률철학 등을 공부하였는데 공부량이 엄청났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돌아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과학문화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활동하다 현재 교수로 일하고 있다.

가장 궁금했고 관심이 간 책은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 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1985)다.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만의 이야기를 파인만의 드럼 친구인 랠프 레이턴이 쓴 책이다. 파인만의 성과뿐 아니라 인간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책이라 의외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같다.

토머스 쿤은 '패러다임(한 시대가 공유하는 과학적 사고와 이론, 법칙)'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과학사학자이다. 그는 <과학혁명의 구조>(1962)에서 과학의 발전은 기존 패러다임과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불연속적이고 혁명적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과학이 점진적이고 누적되는 것이라는 설을 반박한 것이다. 기존 과학자들의 저항이 거셌으나 현재 여러 분야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다. 저자는 경계인이었던 자신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서 살 수 있게한 원동력을 쿤에게서 받았다고 고백한다.

20세기 양자물리학의 대가인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가 안타깝다. 하이젠베르크에게 스승인 닐스 보어는 양자물리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존경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하이젠베르크가 독일이 우라늄 연구를 계속해야할지 자문을 구하러 가자 유대인이었던 보어는 독일이 또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 인연을 끊어버린다. 그후 보어는 맨하탄프로젝트에 참여한다. 하이젠베르크는 <부분과 전체>에서 과학의 발견이 대참사로 이어질 때 누가 책임을 지는가?에 대한 문제를 고민한다. 과학자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지만 최소한 오류를 피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한다.

레이철 카슨의 1962년작 <침묵의 봄>은 DDT살충제로 새가 사라졌다는 조류학자 올가 허킨스의 편지를 계기로 쓴 책으로, 카슨의 인생을 바꾸었다. 침묵하지 않는 과학자의 역할을 자처했다. <뉴요커>에 자신이 조사한 바를 함께 실어서 이해관계업자의 공격을 받았으나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앨 고어가 존경하는 인물이고, 카슨으로 인해 지구의 날(4월22일)이 제정되었다. 소설처럼 부드럽게 읽힌다는 이 책이 궁금하다.

실험실에만 머무는 과학이 아니라 인문학자도 이해할 수 있는 과학의 대중화에 애쓴 저자의 이력과 더불어 과학철학사 전공으로서 소개하는 과학고전이 어떤 것인지 간단히 알아볼 수 있는 책이다. 12권의 원서 사진과 함께 책에 대한 요약이 있어서 과연 읽을만한 내용인지 먼저 검토해 볼 수 있어서 좋다.

과학 고전을 읽고 싶은데 어떤 분야의 무엇부터 읽어야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면서 관심분야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엄두도 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과학고전이 생각보다 쉽게 다가올 수도 있고 재미있을 수도 있겠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소개한 <2500년 과학사를 움직인 인물들>(1989)에서는 과학자 17명을 영웅화하지 않고 소개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과학사를 정리하기에 좋은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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