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화의 비밀 - 건축과 예술의 만남, 그 안에 숨겨진 세계의 걸작들
캐서린 매코맥 지음, 김하니 옮김 / 아르카디아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을 장식했던 4년간의 작업을 일컬어 "살아있는 지옥에 갇혀 지내는 고문"이었다고 표현했다(9)."

유럽 여행을 하다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다양한 건물의 천장화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늘 궁금하다. 종교적인 배경지식이 없다면 거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과 상징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멀어서 자세히 보기도 어려운 천정화를 모아 책으로 냈다니 반갑다.

저자는 독립 큐레이터로 런던의 소더비 아트 인스티튜드에서 강의하고 있다. 미술사와 현대 미술에 관한 글을 썼다.

책은 종교, 문화, 권력, 정치의 4개 파트로 나누어 천장화를 설명한다. 천장화는 성당이나 모스크, 사찰과 같은 종교시설이나, 궁전이나 의회의사당과 같은 권력과 정치가 이루어지는 건물에서 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극장이나 박물관, 도서관, 지하철역과 같은 문화 생활공간에서도 볼 수 있다. 소개된 천장화는 대부분 유럽의 것이지만, 이란, 튀르키예, 러시아, 미국, 일본과 인도의 건물도 포함한다.

아직도 짓고 있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천장화는 여느 성당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보통의 성당 천장화가 성경 이야기를 가져와 묘사하면서 천사와 성경 속 인물을 그리는 반면, 이 성당은 성모 마리아의 남편 요셉에게 헌정된 속죄의 성당을 짓는 프로젝트였다는데, 시각적으로도 뾰족한 첨탑이 천장을 향해 찌르듯 서있고 기하학적 문양이 천장을 장식하고 있다. 수학, 철학, 신학적 상징주의의 학문을 기반으로 하였다는데, 평가는 갈린다. 자연의 암석을 가져와 자연의 법칙을 구현했다고 감탄하는 반면, 조지 오웰은 끔찍하다고 했다.

이슬람교는 우상숭배를 피하기 위해 기하학적 무늬의 반복을 사용한다. 이슬람교의 모스크나 궁전을 보면, 천장은 물론 벽까지 기하학적 무늬가 가득 메워져 있다. 이맘 모스크의 천장화는 파란 바탕에 기하학적 무늬를 그리고 그 안에 노란 꽃과 초록 덩굴이 가득하다. 기하학적인 무늬 안에 쏟아질 듯 가득 그려져있는 덩굴과 꽃무늬는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다. 질서정연하고 무한히 팽창하는 무늬 속에서 신이 존재한다고 믿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일본 도쿄 센소지의 천장에는 기독교의 천사와 같은 인물인 텐뇨가 그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불교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센소지의 본당 천장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연꽃과 함께 온화한 모습으로 그려져있다. 힌두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육중한 여인의 몸에 온화한 표정과 붉은 입술이 인상적이다. 그 옆에 배치한 용은 일본 불교에서 깨달음을 상징하고, 물의 신이자 천황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밝고 온화한 텐뇨의 그림과 어두운 배경에 역동적인 용이 언뜻 보아서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20세기 거대한 세계화 흐름에 직면한 일본 전통예술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한다. 중국과 한국 사찰의 천장화를 더 연구하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샤갈의 그림을 팔레 가르니에 천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팔레 가르니에는 파리의 발레와 오페라를 공연하는 장소이다. 1962년 문화부 장관인 앙드레 말로가 샤갈을 추천하여 천장화를 바꾸도록 하였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꽃 모양으로, 5개의 꽃잎은 흰색, 노란색,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구분하였고, 각각 파리 오페라단의 공연에 등장하는 작곡가들에게 헌정되었다. 에펠탑과 개선문을 비롯한 프랑스를 상징하는 건물도 보인다. 저자의 설명이 없다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역동적이고 압도적인 천장화는 이탈리아 만토바에 위치한 테 궁전의 '거인들의 방'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족인 기간테스가 신들의 고향인 올림포스 산을 지상으로 옮기고 신들을 정복하려하자 제우스가 이들을 죽이고 올림포스 산을 지켜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려오는 그림이 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이를 소토-인-수 기법이라고 한다. 범상치 않은 뭉게구름 위에서 전쟁을 하는 거인들의 모습과 제우스의 벼락을 맞아 기둥과 아치가 무너지고 이를 바라보는 거인들의 놀란 표정이 천장에서 벽을 타고 아래로 쏟아져 내려와 압도적이다. 3D 영화를 보는 듯하다. 꼭 한번 직접 찾아가 보고 싶은 천장화이다.

가장 최근 만들어진 것은 2008년에 완성된 유엔 제네바 사무국 천장화다. 추상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푸르스름한 색이 압도적으로 많은 바탕에 노랗고 붉은 종유석들이 거꾸로 메달려 봉우리와 산등성이를 이룬다. 이 작품은 지구를 의미하는데,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흙과 암석을 이용해 만든 페인트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세계가 조화로운 국제관계를 만들자는 의도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기금을 사용했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건물에 들어서서 천장을 올려다 보려면 고개도 아프고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해상도 좋은 천장화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좋은 책이다. 길지 않은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 처음 본 느낌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보게된다. 더 구체적이고 의미있게 다가온다. 펼치는 장마다 화려한 천장화가 '우와'하는 탄성과 함께 다음 장에는 어떤 그림이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유럽여행을 가기 전에 한 번 꼭 읽고 가면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순례길 여행
이준휘 지음 / 덕주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순례의 사전적 의미는 예를 갖춰 의미 있는 곳을 돌아보는 행위를 총칭한다. (중략) 이 말에는 물이 흘러가듯 천천히 주의를 둘러본다는 순행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순례라 하면 종교 성지를 돌아보는 성지순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겠지만 우리가 부여하는 의미에 따라 성지는 종교라는 틀을 벗어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4)."

책은 4부로 되어있다. 녹색 순례길, 마을 순례길, 역사 탐방 순례길, 종교 성지 순례길이다. 자연과 사람과 역사와 종교의 주제를 가지고 50개의 순례길을 소개한다.

자연 순례길에서 인상적인 곳은 주상절리와 람사르 습지이다. 겨울 한철에만 공개되는 한탄강 물윗길의 주상절리는 사진만으로도 이미 장엄하다. 화산이 남기고 간 돌기둥 모양의 석주가 다발을 이루는 장관은 제주도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한탄강을 따라 현무암 절벽, 주상절리, 폭포가 형성되어 장관을 이루는 것은 의외의 장소에서 예상하지 못한 풍경을 대하는 듯하다. 임꺽정이 숨어들었다는 고석정부터는 현무암에서 화강암 계곡으로 전환해서 또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내륙습지인 우포늪은 주변 5개의 습지가 모여 이루어진 것이다. 호수를 따라 한바퀴 돌아보는 트레일(8.4km)에서 텃새, 철새, 갈대와 억새, 사초와 같은 생물들을 볼 수 있다. 우포늪에서만 볼 수 있다는 세계적인 희귀조 따오기 역시 볼 수 있다니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부산의 영도 절영해안산책로는 피난민이 만들어낸 마을로 인상적이다. 일제시대 조선중공업회사가 생기자 전국의 노동자가 이 섬에 모여 살았고, 6.25전쟁에는 피난민이, 제주 4.3사건에는 제주도 사람들이 들어와서 지금도 해녀촌이 있다. 현재는 관광객으로 상업시설만 있고, 이 마을에 사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은 좀 쓸쓸하다. 마을을 내려와 바다를 보며 걷다가 해녀촌에서 석양을 보면 좋을 코스이다.

도전적인 코스인 봉정암 순례길은 고행의 길이다. 하루 42,997보로 책에 수록된 코스 중 가장 많이 걸어야하는 이 길은 10시간이 넘게 걸린다. 그 중 2시간은 최고 난이도 코스이다. 내설악 백담사에서 해발 1,242m에 있는 봉정암까지는 한국 불교의 대표적 순례길 중 하나인데, 봉정암에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사리탑이 있기 때문이다. 봉정암 순례길은 두 개의 코스가 있는데, 비교적 쉬운 수렴동계곡코스와 아주 험한 오세암 코스이다. 오세암에는 매월당 김시습과 만해 한용운의 자취가 남아있다. 저자는 수렴동계곡 코스로 가서 오세암 코스로 내려왔는데, 체력에 따라 1박2일 혹은 수렴동계곡 코스 왕복을 권한다.

책의 구성이 가보고 싶도록 만든다. 먼저 해상도 좋은 사진들이 4계절의 장관을 보여준다. 주로 푸릇한 여름 사진이 많지만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 풍경도 감탄스럽다. 무엇보다 각 순례길의 첫 페이지에 소요시간과 몇 보를 걸으며, 고강도 운동이 포함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서 각 순례길의 수준을 짐작하게 한다. 뒷 부분에는 서울에서 가는 법과 갈만한 식당 안내는 물론, 출발에서 도착까지의 경로 지도까지 모두 유익하다. 특히 '탐방가이드'에서 해설사나 투어버스와 같은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는데, 그 지역을 좀더 깊이있게 이해하기 위해 꼭 참고할 부분이다. 추가적인 자료를 검색하지 않아도 될 만큼 완벽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정성스럽게 잘 만든 책이다. 국내 걷기 여행에 필요한 정보를 보기 쉽고 알기 쉽게 제공한다. 내일 당장 떠날 수 있도록 코스 설명과 주의사항, 참고사항을 알려주고 있어서 이 책 한 권이면 바로 출발할 수 있다. 자연과 역사, 종교에 관한 서사가 있는 길을 걸으며 생각하는 여행을 계획한다면 꼭 참고할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범죄심리학 그림으로 읽는 잠 못들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
오치 케이타 지음, 이영란 옮김 / 성안당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뉴스에 나오는 잔혹한 범죄자들이 카메라 앞에서 의외로 덤덤한 표정을 지으면 더욱 두렵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인데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까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의 심리를 연구한 책이다.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 범죄 심리학의 기초, 2장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심리, 3장 성범죄 심리, 4장 DV(가정폭력), 학대의 심리, 5장 다양한 범죄 심리이다. 총 56개의 질문과 답으로 되어있는데, 왼편은 글씨이고 오른 편은 그림이다. 분량이 127쪽밖에 안되는 얇은 책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범죄심리학은 범죄자의 행동이나 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좀더 깊이 들여다 보면, 왜 범죄자가 되는지 연구하는 '범죄원인론', 심리학을 응용해 범인을 체포하는 '수사심리학', 재판에서 응용하는 '재판심리학', 범죄자의 갱생을 연구하는 '교정심리학', 효과적인 범죄예방대책을 세우는 '범죄예방심리학'과 같이 분야가 다양하다. 범죄의 원인을 파악- 수사-재판-갱생-예방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이 책에서 다룬다.

범죄와 관련이 큰 것은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다. 이 호르몬은 공격성과 관련이 있는데, 여성과 남성 공히 농도가 높을수록 폭력적이다. 그러나 이 호르몬이 소방관의 용감함과도 관련있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면 농도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범죄의 원인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다. 다양한 요인이 합쳐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살인의 3대 동기를 금전, 연애, 원한으로 본다. 드라마나 추리소설의 형사들이 범인의 주위 인물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이 세가지 질문인 이유이다. 일본의 경우 가족에 의한 살인이 가장 많다고 하는데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설명은 없어 아쉽다.

의외의 사실도 많이 알게된다. 보통 목격자의 증언을 듣고 범인의 얼굴을 그리는 것이 몽타주로 완성하는 것보다 정확하다. 몽타주는 다양한 인물의 얼굴 부위를 조합하여 범인의 얼굴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여러 얼굴을 보게 되므로 본래 얼굴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릴 때 학대받은 아이가 커서 아이를 학대하는 '학대의 연쇄'는 사실이 아니다. 학대가 일어나더라도 그 원인은 과거의 학습에서라기 보다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크다. 그리고, 도둑은 부자집보다 쉽게 잡히지 않을 집을 고른다. 주민끼리 서로 잘 알고 이웃과 사이가 좋은 지역은 범행을 저지르기 쉽지 않은 장소이다. 외부 창문에 철창이나 보조 자물쇠를 다는 것이 빈집털이 대책에 효과적이다.

범죄심리학을 깊이 있게 읽기에는 아쉬운 책이다. 질문에 대한 간결한 답과 그림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볍게 읽기에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 심리에 대해 일반인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나 새롭게 알게되는 사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패니시 러브 디셉션
엘레나 아르마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도발적인 빨간색 하이힐과 원피스의 여인과 검은색으로 차려입은 남자가 춤을 추고 있는 책 커버는 도발적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로맨스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열광한 소설일지 벌써 궁금하다.

뉴욕에서 일하는 리나는 고향 스페인에서 하는 언니의 결혼식에 함께 갈 남자친구가 필요하다. 전남친이자 첫사랑인 다니엘이 신랑의 형으로 들러리를 서는데, 상처입은 리나에 반해 그는 이미 약혼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잘 사는 듯하다. 그러한 그 앞에 애인도 없이 나타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당장 애인을 구해야하는데, 평소 앙숙처럼 지내는 에런이 그 역할을 해주겠다고 자처하며 나선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줄곧 리나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에런이 리나에게 마음이 있다는 증거는 초반부터 여러 번 등장하는데, 리나는 눈치채지 못한다. 리나가 가는 곳에 에런이 불쑥 나타나고, 리나가 서류를 볼 때는 형광펜으로 표시하며 읽는다며 이메일을 굳이 프린트 해서 가져다주기도 한다. 리나가 정말 무딘 사람이거나, 에런을 정말 싫어해서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에런의 매력이 넘쳐 난다. 스페인 가족들의 시끌벅적하고 지나친 관심에도 점잖게 잘 맞추는 태도가 신사답다. 리나의 첫사랑 다니엘에 대한 리나의 상처를 이해하고 분해하는 모습도 따뜻하다. 표현하지 않지만 뒤에서 리나를 엄청 챙기고 눈을 떼지 않는 진지한 남자이다. 슈퍼맨과 같이 키가 크고 검은 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외모도 한 몫한다.

사랑의 세포를 깨우는 로맨스 소설이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남자, 완벽한 외모를 가진 남자가 회사에서는 로봇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냉혈인간처럼 차갑지만, 마음을 열면 그 자상함과 따뜻한 매력에 빠지게 된다. 이미 시작된 에런의 사랑을 리나가 깨달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서로에게 빛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렇게 스페인 사랑 사기극은 진심을 마주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데미안 프로젝트 - 눈부신 ‘나’를 발견하는 특별한 순간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저자는 <데미안>(1919년)에 관한 강의를 해왔고, 더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평생 데미안을 사랑한 저자의 작품 분석은 물론 현실과 이어지는 연결이 매력적인 책이다.

"당신도 언젠가는 '상처입은 치유자'가 되어 누군가의 고통받는 영혼을 구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10)."

데미안은 어떤 존재일까? 누군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손 내밀어 주는 구원자이기도 하면서, 깊은 내면의 자기를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안내자이기도 하고, 마지막에 도달하는 내면 깊은 곳의 자기이기도 하다. 칼 융은 인간이 사회화된 에고의 가면을 벗고, 깊이 들여다보면 보이는 내면의 셀프를 찾는 과정으로 표현하고 이를 개성화라한다. 사회화된 에고에서 무의식의 셀프에 도달하는 것이다. 남과 같아지려 하지말고 자기다움을 추구해야한다. 상처받은 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는데, 보통의 사람들은 에고의 껍질을 깨지 못하고 자신의 상처에 갇혀버린다. 셀프에 도달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셀프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자가 될 수 있다.

싱클레어가 에고에서 셀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안내자가 되어주는 사람은 여럿이다. 먼저 크로머의 협박에서 구해준 데미안, 술을 마시고 방황하는 싱클레어를 정상으로 돌아오게 한 베아트리체, 아프락사스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통해 싱클레어가 자신의 알을 깨도록 도움을 준 피스토리우스,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여인인 에바 부인이다. 안내자의 도움으로 내면의 자기에 가까이 간 싱클레어는 동급생 크나우어의 자살을 막아주며 그를 구원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카인과 아벨에 관한 해석이다. 일반적으로 동생을 죽인 카인은 악이며 아벨은 선이다. 그러나 데미안은 카인이 뛰어난 존재이고 사람들이 이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카인은 사악하고 아벨은 선량하다'고 꾸며댔다고 설명한다. 아벨은 사회화가 된 인물이고, 카인은 개성화의 인물이다. 아벨은 어른들이 시키는대로 하는 인물이고 카인은 이를 부정하는 인물이다. 선과 악을 합일시킨 전체성의 신인 아프락사스란 고정관념과 틀을 깨는 과정이고 성경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징으로 이해한다.

주위에 데미안과 같이 나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거나 안내해 줄 사람이 없다면, 책을 찾으라는 조언이 인상적이다. 또한 내가 데미안이 되려고 노력하면서도 크로머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하고, 남에게 두려움을 주면 안된다고 당부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심리학과 성경을 기본으로 분석하면서 저자의 이야기를 쓰고, 독자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당신에게 데미안은 누구인가? 당신은 누구에게 데미안이 되어주었는가? 자기를 찾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돌보고 치유된다. 다시 <데미안>으로 돌아가 볼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