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을 장식했던 4년간의 작업을 일컬어 "살아있는 지옥에 갇혀 지내는 고문"이었다고 표현했다(9)."
유럽 여행을 하다보면 반드시 만나게 되는 다양한 건물의 천장화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늘 궁금하다. 종교적인 배경지식이 없다면 거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과 상징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면 멀어서 자세히 보기도 어려운 천정화를 모아 책으로 냈다니 반갑다.
저자는 독립 큐레이터로 런던의 소더비 아트 인스티튜드에서 강의하고 있다. 미술사와 현대 미술에 관한 글을 썼다.
책은 종교, 문화, 권력, 정치의 4개 파트로 나누어 천장화를 설명한다. 천장화는 성당이나 모스크, 사찰과 같은 종교시설이나, 궁전이나 의회의사당과 같은 권력과 정치가 이루어지는 건물에서 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극장이나 박물관, 도서관, 지하철역과 같은 문화 생활공간에서도 볼 수 있다. 소개된 천장화는 대부분 유럽의 것이지만, 이란, 튀르키예, 러시아, 미국, 일본과 인도의 건물도 포함한다.
아직도 짓고 있는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천장화는 여느 성당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보통의 성당 천장화가 성경 이야기를 가져와 묘사하면서 천사와 성경 속 인물을 그리는 반면, 이 성당은 성모 마리아의 남편 요셉에게 헌정된 속죄의 성당을 짓는 프로젝트였다는데, 시각적으로도 뾰족한 첨탑이 천장을 향해 찌르듯 서있고 기하학적 문양이 천장을 장식하고 있다. 수학, 철학, 신학적 상징주의의 학문을 기반으로 하였다는데, 평가는 갈린다. 자연의 암석을 가져와 자연의 법칙을 구현했다고 감탄하는 반면, 조지 오웰은 끔찍하다고 했다.
이슬람교는 우상숭배를 피하기 위해 기하학적 무늬의 반복을 사용한다. 이슬람교의 모스크나 궁전을 보면, 천장은 물론 벽까지 기하학적 무늬가 가득 메워져 있다. 이맘 모스크의 천장화는 파란 바탕에 기하학적 무늬를 그리고 그 안에 노란 꽃과 초록 덩굴이 가득하다. 기하학적인 무늬 안에 쏟아질 듯 가득 그려져있는 덩굴과 꽃무늬는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다. 질서정연하고 무한히 팽창하는 무늬 속에서 신이 존재한다고 믿었을 것이라고 해석한다.
일본 도쿄 센소지의 천장에는 기독교의 천사와 같은 인물인 텐뇨가 그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불교화와는 다른 모습이다. 센소지의 본당 천장을 장식하는 아름다운 여인이 연꽃과 함께 온화한 모습으로 그려져있다. 힌두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육중한 여인의 몸에 온화한 표정과 붉은 입술이 인상적이다. 그 옆에 배치한 용은 일본 불교에서 깨달음을 상징하고, 물의 신이자 천황의 조상으로 여겨진다. 밝고 온화한 텐뇨의 그림과 어두운 배경에 역동적인 용이 언뜻 보아서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저자는 "20세기 거대한 세계화 흐름에 직면한 일본 전통예술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한다. 중국과 한국 사찰의 천장화를 더 연구하면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하다.
샤갈의 그림을 팔레 가르니에 천장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팔레 가르니에는 파리의 발레와 오페라를 공연하는 장소이다. 1962년 문화부 장관인 앙드레 말로가 샤갈을 추천하여 천장화를 바꾸도록 하였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꽃 모양으로, 5개의 꽃잎은 흰색, 노란색,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구분하였고, 각각 파리 오페라단의 공연에 등장하는 작곡가들에게 헌정되었다. 에펠탑과 개선문을 비롯한 프랑스를 상징하는 건물도 보인다. 저자의 설명이 없다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가장 역동적이고 압도적인 천장화는 이탈리아 만토바에 위치한 테 궁전의 '거인들의 방'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거인족인 기간테스가 신들의 고향인 올림포스 산을 지상으로 옮기고 신들을 정복하려하자 제우스가 이들을 죽이고 올림포스 산을 지켜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려오는 그림이 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데, 이를 소토-인-수 기법이라고 한다. 범상치 않은 뭉게구름 위에서 전쟁을 하는 거인들의 모습과 제우스의 벼락을 맞아 기둥과 아치가 무너지고 이를 바라보는 거인들의 놀란 표정이 천장에서 벽을 타고 아래로 쏟아져 내려와 압도적이다. 3D 영화를 보는 듯하다. 꼭 한번 직접 찾아가 보고 싶은 천장화이다.
가장 최근 만들어진 것은 2008년에 완성된 유엔 제네바 사무국 천장화다. 추상적이고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푸르스름한 색이 압도적으로 많은 바탕에 노랗고 붉은 종유석들이 거꾸로 메달려 봉우리와 산등성이를 이룬다. 이 작품은 지구를 의미하는데,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흙과 암석을 이용해 만든 페인트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세계가 조화로운 국제관계를 만들자는 의도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기금을 사용했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건물에 들어서서 천장을 올려다 보려면 고개도 아프고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 해상도 좋은 천장화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좋은 책이다. 길지 않은 저자의 설명을 읽으면, 처음 본 느낌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보게된다. 더 구체적이고 의미있게 다가온다. 펼치는 장마다 화려한 천장화가 '우와'하는 탄성과 함께 다음 장에는 어떤 그림이 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유럽여행을 가기 전에 한 번 꼭 읽고 가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