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때리는 영어 표현
이길영 지음 / PUB.365(삼육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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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알아 듣기는 하는데 맞장구를 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너무나 쉬운 말인 듯한데, 들어도 추측을 할 수 없는 이디엄들이 있다. 이런 경우 영어가 어느 정도 되면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될 일이지만, 영어를 처음 배울 때는 상당히 당황하게 된다. 그러한 생활 속 영어를 소개해주는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책은 6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문화속에 빠진 영어, Part 2 격려 속에 담긴 영어, Part 3 대화가 촉진되는 영어, Part 4 감정이 스며있는 영어, Part 5 은유에 깃든 영어, Part 6 감칠맛 나는 영어다. 제목도 친근하다. 흥미로운 표현들을 몇 가지 추려보자.

'문화 속에 빠진 영어'에서는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소개한다. 'Tailgate at 12. Game at 2.' (2시 테일게이트 파티, 게임은 2시 시작) 에서 tailgate는 tailgat party를 의미하는데, 이는 운동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경기장 주차장에 미리 모여 차 뒷문을 열어 놓고 음악과 간단한 스낵과 음료와 햄버거나 핫도그 같은 간단한 바비큐를 구우며 하는 파티이다.

호주를 여행한다면, 카페에서 주문할 때 참고하면 좋을 내용도 있다. 보통, 아메리카노는 long black으로, 에스프레소는 short black 으로 주문해야한다. 또한 호주인들은 'G'day mate!'(Good day, guy; 안녕, 친구!)라고 인사하는데, 'G'day를 '게다이' 로 발음하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mate(친구)라고 부른다는데 낯설다.

'은유에 깃든 영어'에서는 원어민이 아니라면, 혹은 미국에서 생활하지 않았다면 잘 이해하지 못할, 문장 뜻 너머로의 의미를 갖고 있는 표현을 소개한다. 이를 테면, 'Can I steal the chair?'는 steal의 뜻 때문에 당황할 수 있는 표현이다. steal은 '훔치다'가 아닌 '살며시 움직이다'라는 뜻으로 '의자 가져가도 될까요?'라는 뜻이 된다. 'She stole out of the house at midnight.' (그녀는 자정에 조용히 집을 나갔다). 'I felt a warm deep pleasure steal over me.' (따스하고 깊은 즐거움이 내게 서서히 느껴진다)와 같이 사용할 수 있다.

'감칠맛 나는 영어'에서는 동일한 의미라도 상대를 배려해서 부드럽게 말하는 표현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XYZ'는 Examine your zipper.(남대문이 열렸어요)의 준말이다. 조금 직접적인 표현으로는 'Your fly is open.'(앞이 열렸어요)나, 'Please pull your zipper up.'(지퍼 올리세요), 'Your fly is undone.'(바지 앞이 마무리가 않됬네요), 혹은 'XYZ PDQ.'(Examinne your zipper pretty darn quick; 남대문이 열렸으니 속히 점검하세요). 얼마나 자주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알면 재미있는 표현이다.

저자가 카추사, 미국생활, 학회 참여로 방문한 영국, 호주와 같은 영미권 나라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풀어 쓴 책이다. 그때그때 생활 속에서 배운 영어표현들을 설명하기 때문에 에세이 읽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입가에 슬슬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성취감도 느낄 수 있겠다.

미국 문화가 궁금하다면, 혹은 현지에서 흔히 쓰이지만 우리는 잘 모르는 영어 표현들을 알고 싶다면, 즐겁게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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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꼴찌를 1% 명문대생으로 만든 기적의 독서법
니시오카 잇세이 지음, 이아랑 옮김 / 비씽크(BeThin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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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를 가겠다고 마음 먹은 무명 고등학교 꼴찌의 결심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삼수를 한 끝에 입학한 도쿄대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도쿄대의 학생들은 이미 이 독서법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정보를 흡수하는 수동적인 독서가 아니라, 읽으면서 저자와 토론하고, 읽고 나서 동료와 토론하는 '능동적인 독서'가 그 핵심이다. 책 소개부터 흥미진진한 이 책은 자칫 진부한 독서법을 '도쿄대'와 '전교 꼴찌'라는 극적인 단어를 배치시키고, 나아가 '기적'까지 사용할 정도로 자극적이다. 과연 그의 독서법을 우리도 따라해 볼 수 있을까?

책은 간단하게 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머리가 좋아지는 도쿄대 독서법 5단계'와 2장 '도쿄대생은 이런 책을 고른다'다. 공부머리가 좋아지려면 다섯 가지 능력(독해력, 논리적 사고력, 요약력, 객관적 사고력, 응용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 다섯 가지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기적의 독서법 5단계를 연결하였고, 좋은 책 고르는 법을 조언해준다. 먼저 기적의 독서법 5단계를 살펴보자.

1단계 '가설 세우기' - 독해력 향상

책 표지 읽기와 가설 세우기다. 책 표지 읽기는 미시적 정보를 모으는 단계로 이 책이 어떤 책이라는 힌트를 모은다.가설 세우기는 전체적 흐름을 알기 위한 거시적 관점이다. 이 책을 왜 샀는지, 왜 읽는지에 대한 목표를 세우고, 차례를 보면서 어떤 경로로 내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지 적어본다. 현재 나의 위치가 이러한 류의 책을 처음 읽는지, 전문가인지를 결정한다.

2단계 '취재하며 읽기' -논리력 향상

'질문'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독해력이, '의문'을 생각하면서 읽으면 사고력이 높아진다. 질문에 대한 답은 책 안에서 구할 수 있으나, 의문은 기자의 자세로 추궁하면서, '정말 그럴까?' 의심한 것을 책 안에서 찾을 수 없으면 노트에 적어 조사한다.

3단계 '정리하며 읽기' -요약력 향상

저자가 전하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는가?를 한 마디로 나타내보자. 정말 이해했다면, 다른 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한다. 짧은 말로 나타낼 수 없다면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주로 글의 처음과 끝에 중요한 말이 있고 그 중간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와 설명을 넣는다.

4단계 '검증하며 읽기' -객관적 사고력 향상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으면 효과가 몇 배로 오르고, 의견이 치우치지 않는다. 검증하며 읽으면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데, '정말그럴까?' '다른 사람의 의견은 어떨까?'를 염두에 두고 '평행읽기'와 '교차읽기'를 한다. '평행읽기'는 관련있는 책 두권을 골라 같은 분량으로 읽어 나가며 차이점과 공통점을 정리해보는 것이고, '교차읽기'는 사람들의 의견이 어디서 갈라지는지, 왜 갈라지는지를 찾아 객관적으로 사고해본다.

5단계 '토론하며 읽기' -응용력 향상

읽고 대화하면 그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기억한다. 읽은 후 내 감상을 내 말로 이야기하면 내것이 된다. 이 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세운 내 가설이 맞았는지, 목표가 달성되었는지 확인한다. 목표가 달성되었다면, 더 배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달성되지 않았다면 다음에 어떤 책을 읽어야 달성될 지 생각한다.

저자가 추천한 책 고르는 법 중 가장 흥미로운 방법은 '올 해 나만의 주제를 정하고 집중적을 읽는 것'이다. 한 주제당 책 열 권 정도 읽으면 그 분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하니, 한 번 시도해 보고 싶다.

수험생뿐아니라 대학에 입학한 이후 리포트를 쓰거나, 논문을 쓸 때, 이 기적의 독서법을 단계별로 염두에 두고 실천해 보면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므로 최소 한 명은 검증된 것이므로 신뢰가 간다. 늘 그렇듯 이론보다 실천하는 것이 관건이다. 좀더 능동적이고 비판적으로 독서하기 위해 옆에 단계를 적어두고 독서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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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금융, 트랜스포메이션(DX) 프런티어 KBI 디지털금융시리즈
김수진 지음 / 한국금융연수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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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금융, 항공주를 매도했다는 뉴스를 들으며 더이상 금융주가 매력이 없어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미국 시총 1위에서 5위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을 가진 기술주가 차지하는 것을 보면 산업구조의 변화도 느껴진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선전이 돋보이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힘을 가진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소비자로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좀더 간편하고, 편리한데, 수수료까지 무료인 이 플랫폼의 결제 및 송금 시스템을 이용하다보면, 대출, 보험과 같은 금융상품도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은 한국금융연수원에서 발행한 금융기관 사람들을 위한 교육자료 같아 보인다. 제목부터 현재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하는 최전선이 되자'고 외치는 듯한 의미부터 비장하다.

책은 3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1 새로운 가치 창조와 비즈니스의 미래는 1장. 디지털로 향하는 세계금융기관, 2장. 디지털화가 초래하는 금융서비스의 미래, 3장. 디지털뱅킹의 기회와 위협. 파트2 차세대 금융 비즈니스 모델의 개화는 1장. 디지털 혁신이 금융의 비즈니스 모델에 초래하는 변화와 의의, 2장. 플랫폼화하는 금융의 비즈니스 모델, 파트3 DX로 변모하는 뱅크 4.0 시대의 금융서비스는 1장. Banking as a life style, 2장. 2025년 차세대 금융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다.

골드만 삭스가 자신의 회사를 technonolgy company라 재정의한 것은 디지털 금융 기술이 금융기관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금융기관끼리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챌린저뱅크나 네오뱅크와 같은 '디지털뱅크', 심지어 고젝, 그랩과 같은 '차량호출 플랫폼'과 경쟁해야하는 시대다. 이를테면, 기존 은행이 급여통장이나 공과금 자동이체 통장에 집착하는 동안, 영국의 챌린저뱅크인 몬조(Monzo)는 지하철 요금이나 스타벅스, 식당결제와 같은 라이프 스타일 밀착 핀테크 서비스도 제공한다.

은행의 역사를 정리한 부분이 흥미롭다. 뱅크1.0은 은행 탄생부터 1970년대까지의 수백년간의 전통뱅킹시대다. 뱅크 2.0은 1980년대 ATM보급과 셀프뱅킹과 1990년 인터넷 뱅킹확대의 시대고, 뱅크 3.0은 2007년 이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손바닥 은행의 시대다. 뱅크 4.0은 2017년 이래 생활 속 침투, 온오프라인, 모바일 연계를 통해 옴니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인공지능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를 제공하는 시대다. 뱅크4.0은 전혀 다른 세계다. 이미 유럽, 미국, 싱가포르 금융기관은 이러한 모습을 갖춰 가고 있다.

'은행은 빠르게 발전하는 핀테크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장과 관련성이 멀어질 수 있다" -안토니 젠킨스, 전 바클리 CEO

디지털뱅크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등에 업고 전통은행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긍정적인 반면 Z세대는 현실적이다. 밀레니얼은 자산분석을 앱에 의존,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상품선호, 로빈후드 가입 80%, 자금관리앱, 편리하고 편익성이 높고 스타일리시한 금융서비스를 원한다. 반면, Z세대는 수수료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는 성향, 저축중시, 안정성과 실용성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이 두 세대의 공통점은 대면 상담을 선호한다는 점인데, 미국의 캐피털원처럼 은행을 카페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이 두세대를 타겟으로 성공한 사례는 소파이(학자금 대출의 혁신), 로빈후드 (약자를 위한 부의 재분배 사업), 머니라이온(개인 대출)이다.

전통은행과 다르게 디지털 금융의 문제점은 개인정보 보호에 약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누출로 물의를 일으킨 후 각국은 자국의 개인정보 국외이전에 대한 강력한 조처를 취했는데, 우리나라는 개정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중 개인정보의 국외이전에 대한 조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신용정보법의 한계는 세계 다른 나라들처럼 비금융정보를 활용하여 신용평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금융으로 가는 걸림돌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중 하나는 전통은행은 여신심사를 통해 신용을 평가하는데, 핀테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담당한다. 알고리즘 구성과 사용데이터가 같다면 한 곳에서 대출심사에서 떨어진 사람은 다른 곳에서도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 두려운 일이다.

디지털 금융은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통화)까지 발행하고자 한다. 페이스 북이 리브라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기축통화인 달러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런민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으로 패권전쟁이 시작된 듯하다. 우리나라도 부정적이었다가, 2021년에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 테스트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각국이 CBDC를 연결하면, 환율변동 리스크 줄이고, 비싼 환헤지를 하거나 달러화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양한 국가의 디지털 뱅킹 시스템의 현재와 미래를 잘 알 수 있는 책이다. 현재의 금융권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에 관한 고민을 읽을 수있어서 유익하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기술개혁보다 더 어려운 조직과 문화의 전환이 성공하는 개혁이기를 기대한다. 금융권 관련 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기는 처음인 듯하다. 은행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이 책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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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 인간의 일 -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 개정증보판
구본권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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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온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는 로봇의 시대가 과연 반갑기만한지 의문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이미 자동화가 많이 진행 되어있고, 청소 로봇부터 애완 로봇에 이르기까지 우리들 일상 생활에도 로봇의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로봇, 환영해야할 지 경계해야할 지,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어떻게 유지되어야할 지 이 책을 통해 알아보자.

책은 12장으로 나뉘어진다. 1장 알고리즘 윤리학(무인자동차), 2장 언어의 문화사(자동번역), 3장 지식의 사회학(지식의 공유), 4장 일자리의 경제학(나의 일자리는?), 5장 인공지능 예술, 6장 여가의 인문학, 7장 관계의 심리학(로봇과의 연애), 8장 인공지능 과학(로봇의 위협), 9장 호기심의 인류학(생각하는 기계), 10장 인공지능 판사, 11장 망각의 철학(우리가 기억해야할 것), 12장 디지털 문법(코딩)이다.

도구를 발명하여 사용한 인간(호모 파베르)은 갈수록 똑똑하고 편리한 도구를 만들어낸다. 자율주행차, 기계 번역기, 온라인 지식 공유,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대신할 로봇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고 그들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이 벌써 일어나고 있다. 따라서 대량의 실직으로 인한 사람들에게 기본 급여를 제공한다 하여도, 노동없이 얻는 수입을 통해 인간이 만족할 지는 의문이다.

또한, 만들어는 놨으나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기계가 책임질 수는 없는 일이므로,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법적 합의도 이루어져야한다. 이를 테면, 자율주행차의 사고 발생 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운전자, 차량 제조사, 부품공급업체,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업체, 지도 서비스업체, 통신 서비스업체 등 다양한 관계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봇과의 연애가 가능할까?는 흥미로운 질문이다. 영화<그녀>는 남자 주인공 시어도어가 개인비서 기능을 하는 컴퓨터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시어도어는 사만다와 감정적 소통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만다는 아무 감정적 변화도 생길수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있다. 그래서 그녀가 641명의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어도어는 충격을 받는다. 시어도어는 인간 여자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입었기에, 자기를 잘 이해해주고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편했을 것이다. 이러한 사랑은 지속가능한 것일까?

또한, 인간의 외로움을 위로해줄 로봇들이 생각보다 많이 출시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 2015년 일본에서 시판된 '페퍼'는 세계 최초의 '감정인식' 휴머노이드 로봇이고, 치매나 자폐증 환자 치료에 활용되는 반려로봇 '파로'도 있다. 미군 병사들은 자신들 대신 어려운 일을 해주는 군사용 로봇 '팩봇'에게 각별한 애착을 느낀다고 한다. 무엇보다 1999년 소니에서 발매된 '아이보'는 2014년 부품단종으로 사후서비스를 종결한다고 하자 아이보 주인들은 절에서 천도재까지 지내고 장기 기증 형태로 유지하였다고 하니 대단하다. 점차 상처주고 받는 인간끼리의 관계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나아가 위로해주는 로봇과의 관계가 더 발달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미래의 일자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로봇은 단순 노동업무만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직까지도 대체가능하다. 현재, 법무보조 서비스 로스는 초당 10억장의 판례 검토한다. 부동산권리분석 인공지능 프로그램 '로빈', 범죄수사에 사용하고 있는 '레이븐'은 모두 방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뛰어난 분석력과 미래예측 능력만 아니라 인간의 오류와 한계를 보완해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사람의 주관적 요소가 다분히 들어가게 되므로, 차별과 편견이 알고리즘에 스며 들 수 있음을 주의해야한다. 또한, 컴퓨터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은 주어진 데이터의 한계 극복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갖고 있으므로, 보조적인 요소로만 이용하고 판단은 인간이 해야하는 것이 옳다.

인류 문명은 세 차례의 커다란 지식구조변화를 겪었다. '문자의 발명'은 구전 대신 기록을 통해 지식을 전달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인쇄술의 발명'은 지식을 널리 유통, 전승하게 해주었고,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는 기억을 외장 두뇌에 의존하고 검색을 통해 정보를 인출하는 행위가 기억을 대신하고 있다(351-352). 이제 세 번째 지식구조변화의 시대 안에 살고 있는 현 인류는 좌뇌, 우뇌에 기억을 하지 않고 바깥에 있는 외뇌에 기억을 저장하려한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와 판단은 내재된 기억을 통해서 가능하므로, 인간 고유 능력인 창의적이고, 성찰적이며, 공감하는 사고 능력은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외부에 함부로 맡겨서는 안된다.

인공지능, 로봇, 자동화와 인간의 관계에 관한 엄청난 정보를 잘 정리해 두었다. 언급하는 내용에 대한 자료와 숫자의 소스를 제시하고 있어서 신뢰가는 책이다. 로봇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지식을 원한다면, 이 책 한 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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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내일 - 기후변화의 흔적을 따라간 한 가족의 이야기
야나 슈타인게써.옌스 슈타인게써 지음, 김희상 옮김 / 리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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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의 흔적을 따라간 한 독일 가족의 이야기'라는 부제와 책 표지에 보이는 푸른 빛의 빙하와 뻥 뚤린 구멍 아래로 보이는 검은 색 바다가 웅장하지만 두렵다. 녹아서 조각으로 흘러가는 작은 빙하 조각도 금방 녹아 버릴 듯해 보인다. 북극해의 녹은 빙하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이 모습은 여행객에게는 아름답지만, 지구 아래편 남태평양 작은 섬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물에 잠겨 갈 곳을 잃게 한다.

결혼한지 13년 된 독일인 부부는 기후변화의 모습을 4명의 자녀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막내는 아직 2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애인데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지구가 기후변화로 어떻게 달라지고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다. 단순히 TV 다큐멘터리나 유튜브를 통해 설명할 수도 있는 문제를 직접 다니면서 보여주는 이유는 무얼까? 아마도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함으로서 아이들에게 잊지못할 경험의 기억을 갖게 하려는 생각일 듯하다.

책은 방문한 곳을 따라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라플란드, 남아공화국, 호주, 모로코, 알프스, 오덴발트다. 유럽, 아프리카와 호주, 3개의 대륙을 다닌다. 작가인 아내 야나가 글을 쓰고, 사진작가인 남편 옌스가 사진을 찍었다. 엄청난 양의 사진이 매 페이지마다 아름답게 펼쳐진다. 건물이나 인공적인 모습은 그리 많지 않고, 사람과 자연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각 장 말미에는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학자나 운동가들의 칼럼은 이 가족의 여행 목적을 되새기게 해주고, 좀 더 전문적인 이론을 제공한다.

가족이 방문한 곳들은 아름답지만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세계다. <육식의 종말>에서 읽은 대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과 호주는 소 목초지로 사막화가 상당히 진행된 지역이고, 북극해에 가까운 동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라플란드는 빙하가 녹아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동토인 동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의 라플란드는 빙하가 녹아 사냥을 하거나 순록을 키우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지만, 더 심각한 것은 영구동토의 해빙으로 탄소와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가 공기로 배출되어 지구 온난화를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 속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로코, 호주는 사막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씨앗이 싹 틔우기 전에 말라죽고, 싹을 틔웠다해도 홍수로 쓸려가서 더 이상 식물이 자랄 수 없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있어서 이러한 이상기후로 인한 괴로움보다 더욱 그들을 괴롭히는 것은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차별대우와 심한 빈부격차로 약자들의 생활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척박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로코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스페인 국경 울타리에는 여러 곳에서 모인 아프리카 난민들이 숲 속에서 국경을 넘을 기회만 기다린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그들이 살아갈 세계의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고생을 사서하는 부모의 마음이 대단하다. 아닌게 아니라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갈 때는 '왜?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할 정도로 고생이 심하다. 발에 상처가 나서 신발을 신지 못해 맨발로 가고, 무거운 트레일러가 험한 길에서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버리고 가고 싶은 애물단지가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맑은 아이들은 부모들의 고군분투와는 달리 너무 잘 따라간다. 중도포기는 없다. '그게 될까?'보다 '어떻게 하면 될까?'로 생각이 바뀐 부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후변화를 가장 몸으로 겪고 있는 해당 지역 사람들과 농부 대부분은 그저 날씨가 예전같지 않게 변덕스럽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상기후로 살기 힘들어지자 그 지역을 개발하려고 하는 지하자원개발자나 관광개발자와 자연보호 운동가들 사이에서 현지인들의 갈등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은 인류 공동이 결정해야하는 시기다.

아름다운 지구가 현재보다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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