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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내일 - 기후변화의 흔적을 따라간 한 가족의 이야기
야나 슈타인게써.옌스 슈타인게써 지음, 김희상 옮김 / 리리 / 2020년 6월
평점 :
'기후 변화의 흔적을 따라간 한 독일 가족의 이야기'라는 부제와 책 표지에 보이는 푸른 빛의 빙하와 뻥 뚤린 구멍 아래로 보이는 검은 색 바다가 웅장하지만 두렵다. 녹아서 조각으로 흘러가는 작은 빙하 조각도 금방 녹아 버릴 듯해 보인다. 북극해의 녹은 빙하가 만들어낸 환상적인 이 모습은 여행객에게는 아름답지만, 지구 아래편 남태평양 작은 섬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물에 잠겨 갈 곳을 잃게 한다.
결혼한지 13년 된 독일인 부부는 기후변화의 모습을 4명의 자녀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막내는 아직 2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애인데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지구가 기후변화로 어떻게 달라지고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힌다. 단순히 TV 다큐멘터리나 유튜브를 통해 설명할 수도 있는 문제를 직접 다니면서 보여주는 이유는 무얼까? 아마도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함으로서 아이들에게 잊지못할 경험의 기억을 갖게 하려는 생각일 듯하다.
책은 방문한 곳을 따라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라플란드, 남아공화국, 호주, 모로코, 알프스, 오덴발트다. 유럽, 아프리카와 호주, 3개의 대륙을 다닌다. 작가인 아내 야나가 글을 쓰고, 사진작가인 남편 옌스가 사진을 찍었다. 엄청난 양의 사진이 매 페이지마다 아름답게 펼쳐진다. 건물이나 인공적인 모습은 그리 많지 않고, 사람과 자연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각 장 말미에는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학자나 운동가들의 칼럼은 이 가족의 여행 목적을 되새기게 해주고, 좀 더 전문적인 이론을 제공한다.
가족이 방문한 곳들은 아름답지만 안타까움이 공존하는 세계다. <육식의 종말>에서 읽은 대로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과 호주는 소 목초지로 사막화가 상당히 진행된 지역이고, 북극해에 가까운 동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라플란드는 빙하가 녹아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동토인 동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의 라플란드는 빙하가 녹아 사냥을 하거나 순록을 키우기 어려운 처지에 놓였지만, 더 심각한 것은 영구동토의 해빙으로 탄소와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가 공기로 배출되어 지구 온난화를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 속에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모로코, 호주는 사막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씨앗이 싹 틔우기 전에 말라죽고, 싹을 틔웠다해도 홍수로 쓸려가서 더 이상 식물이 자랄 수 없는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 있어서 이러한 이상기후로 인한 괴로움보다 더욱 그들을 괴롭히는 것은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차별대우와 심한 빈부격차로 약자들의 생활이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척박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로코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스페인 국경 울타리에는 여러 곳에서 모인 아프리카 난민들이 숲 속에서 국경을 넘을 기회만 기다린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그들이 살아갈 세계의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고생을 사서하는 부모의 마음이 대단하다. 아닌게 아니라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갈 때는 '왜?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할 정도로 고생이 심하다. 발에 상처가 나서 신발을 신지 못해 맨발로 가고, 무거운 트레일러가 험한 길에서 도움이 되기보다 오히려 버리고 가고 싶은 애물단지가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맑은 아이들은 부모들의 고군분투와는 달리 너무 잘 따라간다. 중도포기는 없다. '그게 될까?'보다 '어떻게 하면 될까?'로 생각이 바뀐 부부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후변화를 가장 몸으로 겪고 있는 해당 지역 사람들과 농부 대부분은 그저 날씨가 예전같지 않게 변덕스럽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상기후로 살기 힘들어지자 그 지역을 개발하려고 하는 지하자원개발자나 관광개발자와 자연보호 운동가들 사이에서 현지인들의 갈등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은 인류 공동이 결정해야하는 시기다.
아름다운 지구가 현재보다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