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세이(平成)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요시미 슌야 지음, 서의동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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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하나의 연호가 끝나고 새로운 연호가 시작되면 지난 연호에 있었던 일을 되돌아 보는 책들이 쏟아진다고 한다. 이 책 역시 지난 헤이세이 시대(1989-2019년)를 되돌아 보는데, 그 중점을 '실패'와 '쇼크'에 둔다. 잃어버린 30년이라 부르는 이 시기에 실패한 것을 경제, 정치, 사회, 문화 네 방면에서 조명한다. 분명 열심히 살았을 텐데 왜 실패했을까? 실패는 개인차원이 아닌 사회구조적인 필연성에서 일어났고, 이를 알아야 미래에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저자의 논리가 정연하다.

책은 4장으로 되어있다. 1장 몰락하는 기업국가-은행의 실패, 가전의 실패, 2장 포스트 전후정치의 환멸-개혁이라는 포퓰리즘, 3장 쇼크속에서 변모하는 일본-사회의 연속과 불연속, 4장 허구화하는 아이덴티티-아메리카닛폰의 행방이다.

헤이세이 시대 경제는 버블붕괴로 시작했고, 정치는 민주당의 개혁 실패로 다시 기득권 자민당으로 굳어졌고, 사회는 단카이 주니어 세대의 취직빙하기와 만나 초소자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문화는 종말컬처를 품고있다.

헤이세이 30년 단계적 쇼크과정:

1기(1989.1-1995.1) 1989년 정점을 찍은 버블경제의 붕괴

2기(1995.1-2001.9) 1995 한신,아와지대지진과 옴진리교사건

3기(2001.9-2011.3) 2001년 미국 동시다발테러와 이후 국제정세의 불안정화

4기(2011.3-2019.4)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경제적으로 헤이세이 시대 이전 1945년 이후의 쇼와시대는 성공의 역사로 평가된다. 1964년 도쿄올림픽과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의 성공으로 일본기업은 확장을 지속했다. 그러나, 1980년대 말 버블경제의 붕괴로 시작하는 헤이세이를 거치며 수축하고 위기가 심화되었다. 1989년말 주가는 급강하하며, 1997년 야마이치증권의 자진폐업을 시작으로 2000년경까지 많은 금융회사들 줄도산한다. 소니, 도시바, 후지쓰를 비롯한 일본전자산업은 70년대 -90년대 급상승해서 2000년 전후 정점을 찍고 급강하하여 2010년에는 10년 전 절반규모로 줄어들었다. 직접적으로 엔화강세와 경제거품붕괴 심각한 불황의 원인이지만 기업들이 미래를 진지하게 내다보지 못한 원인이다. 여유있을 때 산업체질 개선과 기술혁신 추진했더라면 다른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1988년 리쿠르트 사건(미공개주식을 대량 뇌물로 준 사건)을 계기로 정치개혁의식이 생겼났다. 1993년 호소카와 정권에 이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2001-2006)는 파벌 기반이 없었던 까닭에 강력한 총리권한을 행사하며 조각 인사를 결정하고, 포퓰리즘을 추구하였다. 그의 포퓰리즘을 아베정권도 이어받지만, 2009년 자민당이 완패하고 민주당이 압승한다. 3년 간의 민주당 정권운영은 실망스러워 다시 자민당으로 정권교체되어 2차 아베정권이 시작된다.

사회적으로 1995년 종말론을 가진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사건과 1988-1989년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1990년대말 -2000년대는 버블경제가 꺼지고 신자유주의의 대두로 단카이 주니어 세대와 그 5년 후배 세대가 취업경쟁에 밀리면서 인생불안정화와 장래 기대소득수준이 최하점에 달한 시기다. 이들의 결혼과 출산률이 저하됨에 따라 2005년 출생률은 1.26을 기록한다. 2000년대 초 프리터(파트타이머나 알바, 무직상태 청년),히키코모리 청년 등 수입이 불안정한 청년이 4백만명으로 추산되며,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치,경제의 실패에서 비롯한 사회의 실패라고 판단한다. 해결방안은 미국이나 유럽같이 이민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실상, 저출산문제는 한국이 더 심각하게 겪고 있는 문제다. 2019년 0.92명이고, 일본은 1.4명이다.

문화에서는 종말컬처가 만연하였다. 1973년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 <일본침몰>이라는 두 베스트 셀러가 종말컬처의 원점이다. 1977년 우주전함 야마토를 비롯하여, 1980년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AKIRA는 헤이세이에 선행하는 시대가 낳은 종말 서사의 쌍벽이고, 신세기 에반게리온(95-98), 20세기 소년(99-2006), 신고질라(2016)에 이어지고, 종말서사를 넣은 공각기동대(1995), 너의 이름은(2016)으로 계속된다. 대중문화는 미국에 대한 희망을 표현한다. 60년대 가수는 미군기지 공연을 하던 사람들이고, 70년대는 일어로 록을 부르고, 80년대 엔카와 90년대는 아무로 나미에, 우타다 히카루와 같은 가수들의 활약과 영화는 스튜디오 지브리 감독의 작품과, 2000년대 인터넷과 연관지어 라이브행사, 코스프레가 유행한다. 2010년대는 악플사태, 가짜뉴스의 범람과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것만 접하게 된다.

실패로부터의 학습이어야한다. 사회구조를 질적으로 변화시켜야 일본이 지속가능하다. 포퓰리즘을 벗어난 정치, 세계의 트랜드를 따라 발맞춰 가는 경제, 극심한 인구축소와 초고령화를 해결할 복지대책이 필요한 사회, 종말론적인 문화보다 생산적인 문화를 만들어나가야할 것이다.

이 책은 7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의 일본사회를 다룬 저자의 전작 <포스트 전후사회>의 속편이다. 찾아 읽어야할 것 같다. 헤이세이 시대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두 비교적 세세하게 따져 물어 비판적으로 쓴 책이다. 일본 헤이세이 시대에 대해 전반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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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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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845년 여름부터 1847년 가을까지 자신의 고향인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월든호수에 오두막을 손수 짓고, 자급자족하며 지낸 생활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 산문문학의 명고전이다. 저자는 초월주의 철학자이자 자연과학자다. 물욕과 인습에 반하는 삶을 추구하고,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민불복종으로 이어진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책은 18장이다. 경제,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독서, 소리들, 고독, 방문객들, 콩밭, 마을 호숫가, 베이커 농장, 더 존귀한 법칙들, 동물이웃들, 난방, 과거의거주민들, 그리고 겨울의 방문객들, 겨울 동물들, 월든 호수의 겨울, 봄, 맺는말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생각을 물 흐르듯 써내려가는데, 시적이기도 하고,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법, 의학, 힌두교경전, 베다, 공자와 맹자 말씀, 성경구절, 시, 로마신화,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들을 가미한다. 박식한 것은 둘째치고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고전을 읽고 다 이해해서 상황에 맞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참 감탄스럽다. 동서양이 언어가 다르고 사상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현대인들은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필수품이 아닌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 더 화려한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런 물질을 구하기 위해 내게 주어진 시간을 노동으로 보낸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미니멀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소로의 자연주의적인 삶을 들여다보면서, 적게 소유하고 남은 시간은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로는 봄에 호숫가에 집을 짓기 시작한다. 도끼 한 자루로 나무를 베어 뼈대를 만들고, 그 위를 판자로 덮어 집을 완성한다. 주위에 곡식을 심어 스스로 먹을 것을 확보하고, 약간의 돈을 번다. 농사를 짓는데 동물을 이용하면 그들을 간수하기 위해 여물을 만들어야하는 수고를 해야하므로 차라리 하지 않기로 한다. 약간의 수입도 포함해서 2년간 그가 지출한 금액은 21불 정도다. 현재로 환산하면 얼마일지 모르지만, 당시 대학 기숙사 월세가 30불이었다니 대충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힌다.

그 곳 생활은 심플하다. 오전이면 밭일을 하거나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호수에서 미역을 감기도 한다. 근처 마을에 가서 구경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마을에 갔다가 주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아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다음 날 풀려났다는 이야기를 아무 감정없이 이야기하는데 무정부주의자인가 싶다.

겨울을 나기 위해 여름부터 지은 벽난로에 굴뚝을 세우고 벽에 회반죽을 바르며, 재료에 대한 관찰을 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벽돌이 얼마나 습기를 금방 빨아들이는지 회반죽이 금방 마른다며 감탄을 한다. 겨울이 되어 호수의 얼음을 세세히 구경하고, 땔감을 주우러 다니면서 나무를 관찰하며 그렇게 무사히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다.

여유롭고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담은 본문과는 다르게 맺음말은 차가운 조언과 같다. 소로는 세상 사람들이 외부적인 것에 현혹되어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우리는 왜 성공을 위해 그토록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죽어라 애쓰고 있는가? 만약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분명히 다른 북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북소리가 어떤 박자로 울리든,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개의치 말고 내 귀에 울리는 북소리에 맞추어 보조를 맞추도록 하라(448)."

무소유의 법정스님이 이 책을 애독한 이유를 알겠다. 호숫가에 원룸에 해당하는 작은 집을 짓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끼며, 찾아오는 다람쥐를 반가워하고, 지하에 보관하는 감자를 노리고 오는 두더쥐도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해 못 본척 한다. 인간이 살면서 필요한 정말 최소한의 것을 소유하고도 즐겁게 살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준다. 문득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다.

무엇이든 빨리 돌아가는 요즘 세상에서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급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소유하기 위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휴가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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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읽는다는 것 - 각자의 시선으로 같은 책을 읽습니다
안수현 외 지음 / SISO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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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혼자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같이 읽는 것은 어떨까?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보는 것이 궁금하다. 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도 같은데 독서모임은 어떻게 진행되고, 무슨 이야기들이 오가는가?

'나를 깨우는 독서모임' 멤버들은 살아온 배경도 서로 다르고, 독서모임을 하기 전에는 서로 알지도 못했던 사이다. 한 달에 한 번, 네 명의 여자들이 함께 모여 읽은 책에 대해 생각을 나누며 책의 내용과 나를 연결지어 생각한다. 놀랍게도 점차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삶에 대한 태도가 변화한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모임의 리더는 성당에서 성경공부를 하며 깨달은 바가 있어 한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나를 깨우는 독서모임'이라는 모임을 만든다. 좀더 책임감있는 리더로 말이다. 15권의 책을 선정하고, 발제를 하고, 모임을 이끌어간다.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고정관념을 깨도록 돕고, 다시 깨진 균형을 잡아주며, 잘 들어주고, 세상을 즐기게 도와주며, 독서모임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확실한 리더의식을 가지고 이끌어서인지 멤버들의 케미가 좋아보인다.

회원들은 아주 섬세하고 예민한 새댁과, 견고한 자기를 깨고 싶은 직장맘과, 번아웃 일보 직전에 조금 늦게 합류한 직장맘, 이렇게 3명이다. 이들은 모두 엄마나 아내로서 열심히 살고 있지만, 나자신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다. 자기를 찾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고, 상처를 치유받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으며 진짜 나를 깨움으로써 자기를 찾고, 행복해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의 변화된 삶은 감사하고, 명상하고, 생각하며 책을 읽고, 함께 모여 이야기할 시간을 고대하는 것이다.

갓난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모든 것이 아이에게 집중되고, 육아를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럽기도한 새댁의 이야기는 자신을 둘러싼 가족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므로 고해성사와 같아서 좀 먹먹하다. 그러나 그 어떤 상담치료보다 책과 모임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자, 자신의 아픔과 부모님의 문제, 현재 남편의 문제까지도 포용하는 변화를 경험한다. 가장 절실하고 가장 극적으로 상처를 치유한 멤버다.

두 직장맘 중 21년째 교사인 멤버는 이 모임을 통해 '삶이 주는 신호를 잘 캐치'하는 것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학교를 옮기고 싶은 시기에 A라는 학교에 대한 신호가 여러번 주어지는데, 이를 잘 파악해서 결국 그 학교가 자신이 진짜 원하는 학교임을 옮기고 나서 알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다른 직장맘인 14년차 직장맘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서습관을 갖게 된다. 생각하며 책을 읽는 것이다. 리더가 주는 질문지에 늘 공통적인 질문이 '가장 와닿는 문장이 무엇인지?'인데, 자신의 삶과 맞닿아있는 문장을 고르고 생각을 하며 읽게된다.

흥미롭게도 앞에서 한 멤버가 언급한 내용이 뒤에 있는 다른 사람의 글에서 이어진다. 내용이 이어지는 옴니버스 영화와 같다. 이를 테면, 글쓰기 시간에 기분 상한 말을 듣고 안 나올줄 알았던 멤버가 쿨하게 인정하며 나왔는데, 뒤에 서술한 멤버는 정말 펑펑 울었지만 극복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라든가, 독서모임 리더가 티벳사자의 서와 코스모스를 독서모임 외에도 같이 읽을 멤버가 생겨 좋다는 이야기에 누굴까 궁금했는데 뒤에서 밝혀준다든지 말이다.

부록에 15권의 독서모임 선정도서 리스트와 질문지를 실었다. 도서는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호오포노포노의 비밀',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상처받지 않는 영혼', '될 일은 된다', '연금술사', '데미안', '굿 라이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디 아워스', '탁월한 사유의 시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랩걸'과 '방구석 미술관'이다.

멤버 각자 개성이 강하고 처한 상황이 다르고 좋아하는 책의 장르도 다르지만, 리더가 어떻게 이끌어 나가는지에 따라 독서모임이 기다려지고 각자 자신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이 모임이 부럽다. 책은 그저 수단일 뿐 자아를 찾아가는 4명의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더이상 삶에서 허무감이나 무력감을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에 화가 나도 흘려보낼 수 있어진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좋은지, 타인을 위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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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버드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나이키에서 배웠다
신인철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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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지식이 아닌 비즈니스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런 안목은 학교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도 배울 수 있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의 경영 전략 사례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하버드에 유학하려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국내에서 '나이키'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공부한다는 저자. 나이키에서 뭘 배울 수 있을까?

책은 20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다. 나이키를 택한 이유, 나이키 히스토리, 현장 중시 제품전략, 협업 전략, 고객활용 마케팅 전략, 고객 동기화 전략, 고객 활용 전략, 브랜드 전략, 광고모델 전략, 조직관리, 스토리텔링 마케팅, 가치창출경영, 변화경영, 잠재고객확보전략, 공간을 활용한 경영전략, 디지털 활용전략, 미래준비전략, 지속가능 경영전략을 강의한다. 그리고 맨 뒤에 각 강의에 참고한 문헌 리스트를 실었다.

나이키는 필 나이트와 빌 보워만이 만든 회사다. 1964년 블루리본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창업해서 일본의 운동화 오니츠카타이거 판권을 취득하여 미국에서 판매하다가, 1971년 '나이키'라는 독립 브랜드로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제프 존슨이 회사명을 '나이키(승리를 관장하는 여신; 니케의 영어 발음)'라 제안했고, 미술대학원생이었던 캐롤린 데이비슨에게 35불을 주고 로고 '스우시'가 정해졌다. 창립자인 필 나이트가 육상선수 출신이었기 때문에 신발의 불편함을 잘 알고 있어서 이를 개선하기위한 노력을 통해 사업이 번성하였다. 경쟁사 독일의 아디다스, 영국 리복들과 더불어 올림픽을 마케팅 삼아 브랜드 가치를 쌓아가기 시작한다.

나이키 하면, 슬램덩크의 주인공 마이클 조던을 떠올릴 텐데, 풋내기 조던에게 나이키 광고모델 제의후 1985년 에어조던1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에어조던시리즈는 28까지 계속 출시되고 있다. 당시 아디다스를 신던 조던에게 경기에 적합한 농구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이키와 이에 적극 응한 조던과의 성공적인 협업이 명품을 만들었다. 현재 나이키 한정판 제품은 세계의 셀럽들도 소장하고자 하며,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에어조던시리즈를 사진으로라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쉽다.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보는 수 밖에 없다.

또한, 나이키의 'Just do it' 슬로건은 '시작합시다' '해버려', '꾸물대지 말고 해', '자 일단한번 시작해봐'의 뜻이다. 그 모티브는 연쇄 살인범 길모어가 1977년 처형장에 들어가며 집행관에게 마지막으로 한 "Let's do it."이라고 한 말에서 가져왔다. 당시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었지만 '고객이 도전에 망설일 때 그냥 해보세요'라고 조언하는 말의 의미로 수십 년을 지켜오고 있다.

나이키의 광고모델 전략은 독특하다. 선수 한 명과 평생 계약을 한다. 농구의 프리폰테인, 마이클 조던(80중반-90후반), 르브론 제임스, 축구의 호날두와 박지성, 골프의 타이거 우즈가 대표적이다. 스포츠 선수이자 모델로서 그들에게 부를 안겨 주며, 해당 스포츠에 기술적, 광고적 혁신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기술적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골프공과 드라이버를 개발하고, 타이거 우즈가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기다려주는 기업이다.

나이키는 스포츠 고객을 남성에만 포커스를 두지 않고, 여성, 어린이, 제3세계 사람들에게 까지 확대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여성들이 스포츠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장인을 러닝머신 위로 불러내고, 중고생들에게 농구를 즐기도록 유혹하며,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스포츠가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는 가치를 창출한다.

각 장은 나이키의 마케팅 전략만을 설명하지 않는다. 같은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나 반대의 사례로 실패한 사례를 먼저 몇 개씩 소개해 주고, 나이키는 과연 어떻게 전략을 펼쳐나갔을지 궁금하게 만들어 준다. 이를 테면, 아베크롬비앤피치의 최고경영자는 "젊고 매력적인 백인들을 위한 옷이니 못생긴 사람은 안 입었으면 좋겠다"는 인종, 연령, 외모 차별 발언으로 성장세가 정체되었다가 그의 퇴임후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그러나 나이키는 2016년 리우 올림픽 광고에 "unlimited(한계는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37세의 남성 트랜스젠더 3종 철인경기 선수를 내세워 모든 사람을 끌어 안을 수 있는 멋진 광고를 냈다. 약자이지만 그것을 극복한 선수가 시사하는 바는 감동과 더불어 누구나 나이키를 신고 싶어하게 하는 것이다.

책 전체에 흐르는 여유와 유머가 마음에 드는 책이다. 기업의 다양한 성공과 실패 사례를 적재적소에 소개하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이해도도 높아진다. 나이키와 관련해서 워낙 유명해서 아는 이야기도 많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다. 이를테면 1996년 <라이프>지에 나이키의 아동 노동착취에 관한 사진으로 떠들썩해지자 이를 바로 시정하고, 그 후 협력업체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노동인권, 안전보건, 환경보호 및 보전 여부를 평가해 낮은 등급을 받은 기업과는 거래가 중단된다. 우리나라 D모 인터내셔널이 우주베키스탄에서 아동노동착취 혐의에 휘말렸고 이에 따라 거래가 중단되었다. 그 베이스인 부산공장이 문을 닫으며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나이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이키 비즈니스 전략을 분석한 책이다. 다양한 기업의 케이스 스터디도 만날 수 있으므로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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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옛길 사용설명서 - 서울 옛길, 600년 문화도시를 만나다
한국청소년역사문화홍보단 지음 / 창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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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9년 서울자유시민대학의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조선시대 한양의 옛 길을 찾아 그 역사, 문화, 정보를 한데 모은 문화답사 안내서다. 참석자들은 문화유산 해설사, 문화관광 해설사, 역사문화체험지도사, 역사문화 전문해설사, 한국사지도강사, 박물관 전문해설사 등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따라 600년 문화도시 서울 한양의 옛길 12경을 찾아 가보자.

책은 14장으로 나눠져있다. 한양도성과 내사산을 설명하고, 내사산에서 흘러나온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살게 된 10개의 길인 옥류동천길, 삼청동천길, 안국동천길, 재생동천길, 북영천길, 흥덕동천길, 정릉동천길, 남산동천길, 필동천길, 묵사동천길을 소개하고, 동서로 이루어진 진고개길, 구리개길을 소개한다. 고서에 실린 지도와 각 팀이 직접 손으로 그린 답사 지도를 각 장 앞에 배치하여 이동코스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했다.

한양은 내사산과 외사산으로 둘러싸여있는 분지 지형이다. 한양도성은 내사산의 능선을 이어 도성을 쌓고 수도방어와 경계로 삼았다. 내사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몰려 살았고, 그 시대의 흔적을 따라 답사가 진행된다.

10개의 물길은 인왕산(서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옥류동천길과, 북악산(백악산; 북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삼천동천길, 안국동천길, 제생동천길, 북영천길과, 낙산(동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흥덕동천길과, 정릉동을 흐르는 정릉동천길(정동), 그리고, 남산(남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남산동천길, 필동천길, 묵사동천길이 있다. 한양을 동서로 가로 지르는 두 길은 진고개길과 구리개길이다.

너무나 많이 가서 머릿 속으로 그 길을 그릴 수 있는 '흥덕동천길'을 살펴보자. 대학로를 흘렀던 흥덕동천은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흥덕사에서 유래한다. 흥덕동은 현재 혜화동과 명륜동이다. 흥덕동천은 서울과학고 부근에서 시작하여 대학로와 동대문을 지나 청계천으로 흐른다. 15개의 다리가 있었다고 하는데 1977년 이후 모두 복개되었고, 2009년 대학로위에 인공수로를 내었지만 옛 물길과는 다르다. 성균관대에서 시작해보자. 명륜당 앞에는 2019년 현재 오백살이 된 은행나무가 아직도 살아있다. 은행나무는 유학의 상징으로 서원과 향교에도 있다. 성균관대 정문 왼쪽에 영조 때 세운 탕평비가 있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혜화동로터리를 향하다보면 동양서림(1953)이 건재하고, 혜화초등학교가 나온다. 이 학교는 성균관서 일하는 노비인 '반인'들이 갑오개혁 이후 자식들의 신분상승을 위해 세운 학교다. 학림다방은 1956년 문을 열었는데, 서울대 문리대 축제명에서 따왔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안에 의외로 역사적인 건물이 많다. 대한의원 건물은 1907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다. 병원안에 사도세자의 사당이 있던 경모궁 터가 있다는 건 몰랐다. 길을 건너 공업전습소 본관은 전혀 기억에 없는데, 방통대 안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 돌아온 인평대군이 살았던 석양루 표식도 낯설다. 흥인지문과 동대문시장과 청계천이야 워낙유명하다. 그런데 청계천 6가에 있던 오간수문은 임꺽정이 전옥서를 부수고 도망갈 때 달아났던 다리라니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꼼꼼하고 세세하게 지도를 따라 서술을 해두어서 이 책 하나면 서울 옛길 12경은 완벽하게 마스터할 것 같다.

참석자들이 둘씩 짝지어 답사를 완성했는데, 각 팀별로 지도를 그리는 법도 독특하고, 사진의 배치도 다르고, 문체도 달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모습과 과거의 이야기를 엮어 이야기해 주고, 꼼꼼하게 살펴서 설명하고 있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둘러 볼 수 있겠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며 여기저기 다녀본 곳들이 물줄기를 따라 각각 연결된다. 가본 곳도 많고, 가봤는데 무심코 지나친 곳도 있고, 아주 잘 아는 곳도 있고,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지조차 전혀 모르는 곳도 있다. 서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 하나로 아름다운 서울의 옛길을 찾아 걸어볼 수 있겠다. 아이가 있다면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걸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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