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정윤희 옮김 / 다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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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845년 여름부터 1847년 가을까지 자신의 고향인 매사추세츠 주 콩코드의 월든호수에 오두막을 손수 짓고, 자급자족하며 지낸 생활을 정리한 것이다. 미국 산문문학의 명고전이다. 저자는 초월주의 철학자이자 자연과학자다. 물욕과 인습에 반하는 삶을 추구하고, 사회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시민불복종으로 이어진 마하트마 간디와 마틴 루터 킹 목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책은 18장이다. 경제,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독서, 소리들, 고독, 방문객들, 콩밭, 마을 호숫가, 베이커 농장, 더 존귀한 법칙들, 동물이웃들, 난방, 과거의거주민들, 그리고 겨울의 방문객들, 겨울 동물들, 월든 호수의 겨울, 봄, 맺는말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생각을 물 흐르듯 써내려가는데, 시적이기도 하고,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법, 의학, 힌두교경전, 베다, 공자와 맹자 말씀, 성경구절, 시, 로마신화,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들을 가미한다. 박식한 것은 둘째치고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고전을 읽고 다 이해해서 상황에 맞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 참 감탄스럽다. 동서양이 언어가 다르고 사상이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인간은 근본적으로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현대인들은 생활하는 데 꼭 필요한 필수품이 아닌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 더 화려한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그런 물질을 구하기 위해 내게 주어진 시간을 노동으로 보낸다.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미니멀리즘을 떠올리게 하는 소로의 자연주의적인 삶을 들여다보면서, 적게 소유하고 남은 시간은 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로는 봄에 호숫가에 집을 짓기 시작한다. 도끼 한 자루로 나무를 베어 뼈대를 만들고, 그 위를 판자로 덮어 집을 완성한다. 주위에 곡식을 심어 스스로 먹을 것을 확보하고, 약간의 돈을 번다. 농사를 짓는데 동물을 이용하면 그들을 간수하기 위해 여물을 만들어야하는 수고를 해야하므로 차라리 하지 않기로 한다. 약간의 수입도 포함해서 2년간 그가 지출한 금액은 21불 정도다. 현재로 환산하면 얼마일지 모르지만, 당시 대학 기숙사 월세가 30불이었다니 대충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힌다.

그 곳 생활은 심플하다. 오전이면 밭일을 하거나 독서와 글쓰기를 하고, 호수에서 미역을 감기도 한다. 근처 마을에 가서 구경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마을에 갔다가 주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아 감옥에 수감되었다가 다음 날 풀려났다는 이야기를 아무 감정없이 이야기하는데 무정부주의자인가 싶다.

겨울을 나기 위해 여름부터 지은 벽난로에 굴뚝을 세우고 벽에 회반죽을 바르며, 재료에 대한 관찰을 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벽돌이 얼마나 습기를 금방 빨아들이는지 회반죽이 금방 마른다며 감탄을 한다. 겨울이 되어 호수의 얼음을 세세히 구경하고, 땔감을 주우러 다니면서 나무를 관찰하며 그렇게 무사히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는다.

여유롭고 유유자적하는 생활을 담은 본문과는 다르게 맺음말은 차가운 조언과 같다. 소로는 세상 사람들이 외부적인 것에 현혹되어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한다.

"우리는 왜 성공을 위해 그토록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죽어라 애쓰고 있는가? 만약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분명히 다른 북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북소리가 어떤 박자로 울리든, 얼마나 먼 곳에서 들리든, 개의치 말고 내 귀에 울리는 북소리에 맞추어 보조를 맞추도록 하라(448)."

무소유의 법정스님이 이 책을 애독한 이유를 알겠다. 호숫가에 원룸에 해당하는 작은 집을 짓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느끼며, 찾아오는 다람쥐를 반가워하고, 지하에 보관하는 감자를 노리고 오는 두더쥐도 함께 겨울을 나기 위해 못 본척 한다. 인간이 살면서 필요한 정말 최소한의 것을 소유하고도 즐겁게 살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준다. 문득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다.

무엇이든 빨리 돌아가는 요즘 세상에서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급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무엇을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 소유하기 위해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휴가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면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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