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여 읽는다는 것 - 각자의 시선으로 같은 책을 읽습니다
안수현 외 지음 / SISO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혼자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같이 읽는 것은 어떨까? 같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보는 것이 궁금하다. 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도 같은데 독서모임은 어떻게 진행되고, 무슨 이야기들이 오가는가?

'나를 깨우는 독서모임' 멤버들은 살아온 배경도 서로 다르고, 독서모임을 하기 전에는 서로 알지도 못했던 사이다. 한 달에 한 번, 네 명의 여자들이 함께 모여 읽은 책에 대해 생각을 나누며 책의 내용과 나를 연결지어 생각한다. 놀랍게도 점차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삶에 대한 태도가 변화한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모임의 리더는 성당에서 성경공부를 하며 깨달은 바가 있어 한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나를 깨우는 독서모임'이라는 모임을 만든다. 좀더 책임감있는 리더로 말이다. 15권의 책을 선정하고, 발제를 하고, 모임을 이끌어간다. 그녀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고정관념을 깨도록 돕고, 다시 깨진 균형을 잡아주며, 잘 들어주고, 세상을 즐기게 도와주며, 독서모임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확실한 리더의식을 가지고 이끌어서인지 멤버들의 케미가 좋아보인다.

회원들은 아주 섬세하고 예민한 새댁과, 견고한 자기를 깨고 싶은 직장맘과, 번아웃 일보 직전에 조금 늦게 합류한 직장맘, 이렇게 3명이다. 이들은 모두 엄마나 아내로서 열심히 살고 있지만, 나자신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다. 자기를 찾고 싶고, 행복해지고 싶고, 상처를 치유받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책을 읽으며 진짜 나를 깨움으로써 자기를 찾고, 행복해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의 변화된 삶은 감사하고, 명상하고, 생각하며 책을 읽고, 함께 모여 이야기할 시간을 고대하는 것이다.

갓난 아이를 키우면서 나의 모든 것이 아이에게 집중되고, 육아를 도와주지 않는 남편이 원망스럽기도한 새댁의 이야기는 자신을 둘러싼 가족의 아픔에 대해 이야기하므로 고해성사와 같아서 좀 먹먹하다. 그러나 그 어떤 상담치료보다 책과 모임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자, 자신의 아픔과 부모님의 문제, 현재 남편의 문제까지도 포용하는 변화를 경험한다. 가장 절실하고 가장 극적으로 상처를 치유한 멤버다.

두 직장맘 중 21년째 교사인 멤버는 이 모임을 통해 '삶이 주는 신호를 잘 캐치'하는 것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학교를 옮기고 싶은 시기에 A라는 학교에 대한 신호가 여러번 주어지는데, 이를 잘 파악해서 결국 그 학교가 자신이 진짜 원하는 학교임을 옮기고 나서 알게 된다. 신기한 일이다. 다른 직장맘인 14년차 직장맘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독서습관을 갖게 된다. 생각하며 책을 읽는 것이다. 리더가 주는 질문지에 늘 공통적인 질문이 '가장 와닿는 문장이 무엇인지?'인데, 자신의 삶과 맞닿아있는 문장을 고르고 생각을 하며 읽게된다.

흥미롭게도 앞에서 한 멤버가 언급한 내용이 뒤에 있는 다른 사람의 글에서 이어진다. 내용이 이어지는 옴니버스 영화와 같다. 이를 테면, 글쓰기 시간에 기분 상한 말을 듣고 안 나올줄 알았던 멤버가 쿨하게 인정하며 나왔는데, 뒤에 서술한 멤버는 정말 펑펑 울었지만 극복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라든가, 독서모임 리더가 티벳사자의 서와 코스모스를 독서모임 외에도 같이 읽을 멤버가 생겨 좋다는 이야기에 누굴까 궁금했는데 뒤에서 밝혀준다든지 말이다.

부록에 15권의 독서모임 선정도서 리스트와 질문지를 실었다. 도서는 '그리고 모든 것이 변했다', '호오포노포노의 비밀', '2억 빚을 진 내게 우주님이 가르쳐준 운이 풀리는 말버릇', '상처받지 않는 영혼', '될 일은 된다', '연금술사', '데미안', '굿 라이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디 아워스', '탁월한 사유의 시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랩걸'과 '방구석 미술관'이다.

멤버 각자 개성이 강하고 처한 상황이 다르고 좋아하는 책의 장르도 다르지만, 리더가 어떻게 이끌어 나가는지에 따라 독서모임이 기다려지고 각자 자신이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이 모임이 부럽다. 책은 그저 수단일 뿐 자아를 찾아가는 4명의 멤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더이상 삶에서 허무감이나 무력감을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의 말에 화가 나도 흘려보낼 수 있어진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좋은지, 타인을 위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모든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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