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옛길 사용설명서 - 서울 옛길, 600년 문화도시를 만나다
한국청소년역사문화홍보단 지음 / 창해 / 2020년 7월
평점 :
이 책은 2019년 서울자유시민대학의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조선시대 한양의 옛 길을 찾아 그 역사, 문화, 정보를 한데 모은 문화답사 안내서다. 참석자들은 문화유산 해설사, 문화관광 해설사, 역사문화체험지도사, 역사문화 전문해설사, 한국사지도강사, 박물관 전문해설사 등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따라 600년 문화도시 서울 한양의 옛길 12경을 찾아 가보자.
책은 14장으로 나눠져있다. 한양도성과 내사산을 설명하고, 내사산에서 흘러나온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살게 된 10개의 길인 옥류동천길, 삼청동천길, 안국동천길, 재생동천길, 북영천길, 흥덕동천길, 정릉동천길, 남산동천길, 필동천길, 묵사동천길을 소개하고, 동서로 이루어진 진고개길, 구리개길을 소개한다. 고서에 실린 지도와 각 팀이 직접 손으로 그린 답사 지도를 각 장 앞에 배치하여 이동코스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했다.
한양은 내사산과 외사산으로 둘러싸여있는 분지 지형이다. 한양도성은 내사산의 능선을 이어 도성을 쌓고 수도방어와 경계로 삼았다. 내사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몰려 살았고, 그 시대의 흔적을 따라 답사가 진행된다.
10개의 물길은 인왕산(서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옥류동천길과, 북악산(백악산; 북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삼천동천길, 안국동천길, 제생동천길, 북영천길과, 낙산(동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흥덕동천길과, 정릉동을 흐르는 정릉동천길(정동), 그리고, 남산(남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남산동천길, 필동천길, 묵사동천길이 있다. 한양을 동서로 가로 지르는 두 길은 진고개길과 구리개길이다.
너무나 많이 가서 머릿 속으로 그 길을 그릴 수 있는 '흥덕동천길'을 살펴보자. 대학로를 흘렀던 흥덕동천은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흥덕사에서 유래한다. 흥덕동은 현재 혜화동과 명륜동이다. 흥덕동천은 서울과학고 부근에서 시작하여 대학로와 동대문을 지나 청계천으로 흐른다. 15개의 다리가 있었다고 하는데 1977년 이후 모두 복개되었고, 2009년 대학로위에 인공수로를 내었지만 옛 물길과는 다르다. 성균관대에서 시작해보자. 명륜당 앞에는 2019년 현재 오백살이 된 은행나무가 아직도 살아있다. 은행나무는 유학의 상징으로 서원과 향교에도 있다. 성균관대 정문 왼쪽에 영조 때 세운 탕평비가 있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혜화동로터리를 향하다보면 동양서림(1953)이 건재하고, 혜화초등학교가 나온다. 이 학교는 성균관서 일하는 노비인 '반인'들이 갑오개혁 이후 자식들의 신분상승을 위해 세운 학교다. 학림다방은 1956년 문을 열었는데, 서울대 문리대 축제명에서 따왔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안에 의외로 역사적인 건물이 많다. 대한의원 건물은 1907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다. 병원안에 사도세자의 사당이 있던 경모궁 터가 있다는 건 몰랐다. 길을 건너 공업전습소 본관은 전혀 기억에 없는데, 방통대 안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 돌아온 인평대군이 살았던 석양루 표식도 낯설다. 흥인지문과 동대문시장과 청계천이야 워낙유명하다. 그런데 청계천 6가에 있던 오간수문은 임꺽정이 전옥서를 부수고 도망갈 때 달아났던 다리라니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꼼꼼하고 세세하게 지도를 따라 서술을 해두어서 이 책 하나면 서울 옛길 12경은 완벽하게 마스터할 것 같다.
참석자들이 둘씩 짝지어 답사를 완성했는데, 각 팀별로 지도를 그리는 법도 독특하고, 사진의 배치도 다르고, 문체도 달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모습과 과거의 이야기를 엮어 이야기해 주고, 꼼꼼하게 살펴서 설명하고 있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둘러 볼 수 있겠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며 여기저기 다녀본 곳들이 물줄기를 따라 각각 연결된다. 가본 곳도 많고, 가봤는데 무심코 지나친 곳도 있고, 아주 잘 아는 곳도 있고,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지조차 전혀 모르는 곳도 있다. 서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 하나로 아름다운 서울의 옛길을 찾아 걸어볼 수 있겠다. 아이가 있다면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걸으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