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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을 보면 미래 경제가 보인다
임성수.손원호 지음 / 시그마북스 / 2022년 9월
평점 :
낙타, 벤츠, 그리고 테슬라
중동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사막을 낙타로 이동하던 시대에서 원유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며 벤츠를 타고 다니는 현재에 탄소중립과 고갈될 원유를 대신할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준비하는 중동국가들의 모습이다.
"석유기반의 경제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중동의 많은 나라들은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고, 수십 년 전부터 대비하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아랍에미리트 정부로부터 애플 외의 다른 기업들은 누리지 못하는 특혜를 받고 차량판매를 시작한 걸로 알려져 있다."7
국가 경제에 원유의존도가 높은 중동국가들이 산업의 다각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역사적으로 1973-1979년 오일쇼크로 엄청난 오일머니를 벌어들인 중동산유국들이 1980년대 원유가격의 등락으로 재정적자를 맞았고, 2000년대 초반 유가가 다시오르면서 회복되었다가 미국의 셰일 오일로 국제유가가 폭락하며 다시 재정적자를 맞았다. 원유에 의존적인 중동의 국가들은 산업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었고, 미래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했다. 종교적으로 접근했던 중동국가들에 대한 사정을 경제적으로 파악하고 있어 흥미롭다.
7개의 중동국가를 소개한다. 사우디, UAE,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이란이다. 각 나라의 경제적 과거와 현재를 설명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특히 현재 한국의 투자기회가 무엇이고, 리스크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두 나라 관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대표적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의 처지가 극명하게 대조되고 있다. '사우디 비전 2030'을 내건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원유에만 의지하는 경제에서 벗어나 산업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 기술과 자본이 어느 정도 받쳐주는 '5개국 중점협력국가'에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인도와 적극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의 손정의와 손잡고 거대한 투자를 벌이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조선과 자동차와 같은 제조업, 스마트시티, 의료, 관광과 같이 우리가 잘하고 앞서있는 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 1970년대 사우디 건설현장에서 땀흘리며 일한 한국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다.
반면 이란은 사우디와 다르게 고전 중이다. 역사적으로 팔레비 왕조 때 친미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후 1979년 호메이니가 집권하며 반미로 돌아서고 미국의 경제제재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로인해 사우디에 비해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의 다각화가 진행되었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국제경쟁력을 잃고 있다. 미국 대신 중국과 손을 잡으며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지만, 중국의 해외개척 성향이 자국의 노동과 기술을 이용하므로, 이란의 국내산업에 도움은 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 테헤란로가 있을 만큼 친했던 이란은 이제 미국경제제재 하에 있기 때문에 마음껏 거래할 수 없는 국가이다. 경제제재 제외 부문인 의료 부문에서 활약 중이지만 더 많은 비제재부문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
처음 알게 된 사실이 많았다. 먼저, 사우디에 세금개념이 없었다. 모든 것을 국가에서 다 대주고 외국인 노동자를 대거 고용하고 있어 전 국민이 경제적으로 풍요 속에 세금이라는 의무도 없이 살아왔다니 놀랍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유가가 폭락하자 물건이나 서비스에 15%의 부가가치세를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랍에미레이트(UAE)가 7개의 토후국이 연합해 세운 나라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아부다비와 두바이를 주축으로 여타 중동국가보다 산업의 다각화를 꾀해왔고 비교적 원유의존도가 낮은 나라다. 카타르도 사우디 가문이 사우디아라비아를 통치하듯 카타르 지역을 통치하는 나라이고, 특이하게 이스라엘과 교류를 시작하며 주변국과 단교를 하였으나 천연가스개발에 독보적이다. 우리나라 조선3사와 LNG선 계약을 맺고 있기도 한 중요한 나라다. 바레인은 원유저장량이 적어 주변의 산유국보다 금융과 관광업 비중이 높고, 주변국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라 엄격한 사우디의 젊은이들이 관광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자원이 풍요로운 나라는 땅만 파먹어도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있지만, 경쟁이 없어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노동력을 외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고갈될 자원에 대한 대비와 더불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관계에 따라 비즈니스가 생성되기도 사라지기도 하지만, 적극 이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가 잘 하는 석유화학, 자동차산업, 금융, 정보통신, 의료, 게임, 관광, 물류산업에 중동국가들과의 협업 소식을 잘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