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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평점 :
여자의 몸 위로 종이학이 날아드는 듯한 커버가 인상적이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신견은 중학교 동창 사나에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벽에 걸려있던 전 애인이 입었다던 양복을 입고 출근한다. 그 옷을 알아보는 탐정이 다가와 사나에가 미궁에 빠져버린 '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같이 살던 동거남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히오키 사건'은 아름다운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의심하는 아버지, 15살의 오빠가 살해당한 사건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칼에 찔려 죽었는데, 어머니의 나체 위에는 종이학이 수북하다. 오빠는 두둘겨 맞은 후 독극물로 사망하였고, 막내 사나에는 수면제가 든 주스를 마시고 잠든 상태에서 깨어나 현장을 목격했다고 진술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 트라우마를 잊지 못하고 괴롭게 살고 있는 사나에는 신견에게 자기를 목졸라 죽여달라고 사정한다.
이상한 가족이다. 의처증이 있는 아버지는 집안 곳곳에 방범 카메라를 설치하여 엄마를 감시하고, 오빠는 성적 호기심을 여동생을 향해 채우려하고, 여동생은 밖에서 열리지 않는 벽장에서 잠을 잔다. 정상적인 가족은 아니다. 힘들고 지칠 때 들어와 쉴 수 있는 공간이라기 보다 엄마는 아버지를 피하고 여동생은 오빠를 피해 살아가고 있는 가족이다. 이렇게 이상해져가는 집안 분위기 속에서 사나에는 이웃집에 든 도둑이 자신의 집에도 들도록 문을 열어놓고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데.. 22년이 지나 사나에가 하는 고백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 것일까? 의심스럽다.
흥미진진하다. 불편한 가운데 누가, 왜 죽였을까를 생각하며 읽다가 사나에의 고백에 이르면 뭔가 고백 뒤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야기는 끝났지만 그 서늘함이 계속되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