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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살아있다 - 어머니가 남긴 상처의 흔적을 찾아서
이병욱 지음 / 학지사 / 2018년 1월
평점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세계의 유명인들을 정신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유명인들의 어린시절 어머니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왜 일생을 그렇게 살게 되었는지, 큰 업적은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소개하고 있는 유명인의 수가 100명을 넘는다. 언제 이 많은 사람들에 대해 연구를 했는지 대단하다.
이 책에 소개되는 모든 사람들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일찍 여의거나, 어머니가 다른 형제를 편애하거나, 폭력을 가하거나, 무관심하거나, 정신적으로 병을 앓고 있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어머니로 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정신적 상처를 받은 상태로 성장하면, 분리불안이나 의존성 우울증, 정체성 혼란이나 대인공포증과 같은 정신병을 앓게 되는데 여기 소개된 위인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창작에 몰두하고 훌륭한 업적을 남긴다.
9장으로 나누어서 여러 위인들을 구분하는데, 애정에 굶주린 사람들, 독신을 고수하는 사람들, 구도의 길을 가는 사람들, 정의 사회를 구현하려는 사람들, 미지세계를 탐구하는 사람들,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사람들, 동성애자, 복수한 사람들, 대중적 인기를 얻은 사람들로 나누고 있다. 음악가, 화가, 문학가, 카사노바, 철학가, 과학자까지 다양한 위인들의 어린시절 어머니와의 관계와 성장과정 및 개인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사람에 대한 분석이 2~3장의 분량으로 짧게 소개되기 때문에 지루할 새가 없다.
인물 몇을 소개하자면,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그 자리에 베아트리체를 두고, 평생 그녀만 바라보는 단테, 애정표현에 인색한 엄격한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고흐는 의지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퇴행심리로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했다. 독신을 고수한 사람들은 미켈란젤로와 엘리자베스 1세, 뉴턴, 칸트, 뭉크 등이 있는데 80세 이상 장수한 것도 특이하다. 석가모니와 원효대사, 스피노자와 톨스토이, 교황바오로2세 등과 같은 위인들도 상처 극복을 위해 구도에 전념한 사람들이다. 세 명의 브론테 자매들(샬럿, 에밀리, 앤)도 일찍 엄마를 여의고 엄격한 이모 아래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컸는데 모정에 대한 그리움과 우울한 마음을 <제인에어>,<폭풍의 언덕>, <아그네스 그레이>와 같은 명작으로 표현했다. 버지니아 울프의 불우한 어린시절도 성인이 되어 남성혐오감과 조울증으로 자살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쳤다. 사생아로 엄마에게 버려져서 고아원에서 자란 샤넬은 출세하기 위해 나치 동조자로 활동했다가 말년에 냉대와 무관심으로 자신의 나라에서 배척당해 스위스에 매장되었다.
어머니는 죽지만 아이의 일생에 녹아 평생 살아있다는 것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인 듯하다. 유아시절 아이의 바람막이가 되어 주어야할 어머니가 사라지거나 아이에게 정신적 상처를 준다면 아이에게는 너무 잔인한 일생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새삼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함을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