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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 경제학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ㅣ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
박정호 지음 / 더퀘스트 / 2020년 2월
평점 :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사회학자들은 사회학적 관점에서 역사학자들은 역사적 관점에서 세상을 읽는다. 이 책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정치,경제, 사회, 문화를 이해하는 책이다.
책의 구성은 5장으로 나누어져있다. 돈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시작으로, 역사, 예술, 사람들의 행동, 사회변화를 경제적 관점에서 풀어준다. 특히, 예술이 경제와 연관짓게 되면, 자칫 속물적일 수 있지만, 이 책의 설명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를테면, 공연예술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주거나, 기업의 기부를 통해 다양한 공연 예술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경제적 도움 없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이 책의 강점은 경제에 관한 용어가 많이 등장하지만, 쉽게 설명해서 쉽게 이해가 되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다양한 경제 용어를 사용하여 우리나라의 고추에 관한 '수요의 변화'를 설명한다. 즉, 16세기에 수입된 고추가 18세기에 이르러서야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는 세 가지다. 조선후기에 급격한 인구증가와 더불어 이앙법으로 쌀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보완재'인 반찬에 사용되는 고추의 사용이 증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이 비싸 일반인들이 사용하기에 어려운 소금의 '대체제'로 고추를 사용하게됨에 따라 우리나라 음식에 고추를 적극 사용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경제용어로 풀어주니 경제학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닌 듯하다.
또한, 역사적으로 볼 때 로마에서 유래된 것이 많다는 것도 흥미롭다. 와인의 전파가 로마에서 시작되었고, 시칠리아가 로마의 조세피난처로 사용되었고, 오늘날의 금융용어가 14세기 이태리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이태리어가 많다. 예로, 현금(cash: cassa), 채무자(debtor: debitore), 채권자(creditor: creditore)가 다 이태리 어원이다. 사유재산제와 주식회사 제도가 이미 로마에서 시작되었다가 중세 암흑기에 시들해졌다가 근대에 이르러 다시 시장경제가 활성화 된 것이니, 근대에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고대 로마로 돌아갔다고 할 만하다.
굉장히 방대한 지식을 쏟아내는 책이다. 아쉬운 점은 참고문헌 리스트가 없다. 저자가 언급한 사실을 어느 책에서 참고했는지를 밝혀주면, 독자로서는 확장 독서를 할 수 있고, 나아가 저자의 설명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에 신뢰가 가게 되는데 없어서 이래저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