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
박상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평점 :
관계는 저절로 맺어지고, 발전하는 것 아닌가?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제목이 궁금하다. 어떤 연습을 어떻게 하라는 것일까?
저자는 문화치유전문가다. 심리학 공부를 하고, 10년간 상처치유, 관계 회복, 소통, 공감을 주제로 강연을 해왔다. 관계 대화법을 배우고, 나를 지키고, 행복한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하면, 스스로 성장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독일과 영국에서는 어려서부터 관계맺기를 교육과정을 통해 배운다고 하는데, 안전한 관계를 위해 나를 소중히 여기고, 안전하지 않은 신체 접촉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하고, 필요하면 도움을 청하고,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운다(8)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교육 과정을 통해 어려서부터 당당하게 자신을 표현할 줄 알고, 타인을 존중하며, 건강한 관계를 연습하면 좋겠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자유로운 삶을 위한 인간관계 연습, 2장은 관계를 살리는 공감대화법, 3장은 단호하게 나를 지키는 마음연습이다.
관계에 연습이 필요하다. 왜일까? 상대의 말을 해석해서 듣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지옥이 되기 때문이다. 내가 상처받는 이유는 상대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 '해석'때문이다. 우리는 나를 알고자 할 때, 타인이 갖고 있는 나에 대한 지식을 사용한다. 타인의 판단을 통해 나를 판단한다. 세상에는 타인의 판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탓에 지옥에 있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에게 타인이 중요하고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남을 많이 의식하고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로서는 남이 보는 나에 대한 평판은 중요하다. 그러나 남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을 들으려면 나 자신에게는 아주 나쁜 사람이 되어야한다. 평판에 집착하면 내 개성과 매력은 성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사람에게 좋은 평판을 받으려 애쓰지 말고, 소외될까 불안해하지 말고, 지혜롭게 타인과 적당한 거리를 두면 오히려 더 잘 지낼 수 있다.
비행기에 타면 승무원들이 비상시 대처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가장 의외의 부분이 어린 아이와 동반했을 때, 어른이 먼저 산소호흡기를 착용한 후 어린 동반자의 산소호흡기를 끼우라는 설명이었다. 보통의 경우 엄마들은 아이 먼저 배려해주고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지 않나?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엄마가 안전해야 아이도 안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가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저자는 지속적으로 나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으로부터 나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에 대해 일러주면서 이렇게 하는 것이 절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먼저 나 자신이 건강한 관계를 위한 정신이 확보되지 않으면 휘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가스라이팅의 경우가 그렇다. 가스라이팅이란 상대가 상황을 조작해 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어 판단력을 잃게하는 정서적 학대, 심리지배, 조종, 노예화를 의미한다. 남성의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폭력에도 여성이 맞추어 사는 경우 이미 이 여성은 이성을 잃고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나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이러한 경우, 곁에서 그 관계를 청산해 주거나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관계에 있어서 대등하지 않다면, 건강한 관계가 아니다.
친구는 많을 수록 좋을까? 심리학자들은 마음을 터놓을 친구 다섯 명 정도,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열다섯 명 정도가 필요하다고 한다. 친구가 많아야 인간관계에서 성공한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상 속 터놓을 수 있고, 내게 힘이 되어 주고, 내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어 줄 수 있는 친구 소수와 나와 같은 취미를 공유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동반자들이면 족하다.
공감 대화법은 말할 때와 들을 때로 나누어 생각해보라고 조언한다. 말할 때는 "생각을 말하지 말고 소망을 말하세요." 이 하나만 명심하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 '너 그렇게 하지마'라고 말하기 보다 '나는 네가 이렇게 하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상대가 명령하기보다 부탁한다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반면에 들을 때는 상대의 '감정'과 '원하는 것'을 해석하며 듣는다. 이를테면 아픈 딸이 아침 일찍 출근 준비를 하고 나갈 때 엄마는 보약과 과일을 준비해 준다. 이때 엄마가 딸에게 "옷이 그게 뭐냐? 그렇게 얇게 입고 돌아다니니까 아프지"라고 말한다. 딸은 엄마가 나를 걱정하고 계시고, 따뜻하게 입고 나가길 원하신다는 것을 해석해서 들어야한다. 그래야, 엄마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자꾸 아파서 저도 속상해요. 근데 엄마가 야단치듯 말씀하시니 더 속상해요. 아픈 몸으로 출근할 때는 부드럽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나도 엄마한테 위로 받고 싶어요."라고.
무엇보다 나답게 사는 연습이 마음에 든다. "남에게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런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과 잘 지내면 된다. 나를 힘들게 하고 상처주는 사람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아니다(102)" 멋진 조언이다.
저자는 관계에 어려움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관계 연습을 시키는 일을 해와서인지 예로 드는 이야기들에 깊이 공감하고, 몰입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한다. 다양한 심리학적, 신경의학적 현상을 "이렇게 하세요!"라고 조언해 주는 책이어서 좋다.
내 주위 사람과 잘 지내고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점검해보면 좋을 듯하다. 그리고 나 때문에 불편한지 아니면, 타인 때문에 내가 불편한데 참고 있는지, 솔직히 물어보고 대답하면서 관계를 회복시킬 때 미리 읽으면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