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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손문숙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0년 9월
평점 :
개인적으로 하는 독서도 좋아하지만, 여러 사람이 만나서 토론하는 독서 모임도 좋다. 나는 한 달에 두 번 도서관에서 하는 독서회에 참석 중인데, 우리 독서회의 리더는 책을 읽다가 인상적인 구절을 하나씩 준비해 오라고 주문한다. 각자 읽고 화상으로 모이면 같은 책을 읽고도 다양한 부분에서 인상적인 구절을 발췌해 오는 것이 신기하다. 늘 주제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인 느낌과 경험에 맞닿은 구절을 찾아 오기 때문이다. 다른 독서 모임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까 궁금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인천 교육행정 공무원으로, 독서 학습 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독서토론을 공부한 후에 직장에서 동료 4명과 4년째 독서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동료와 토론한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다고 하는데, 이 책은 그 글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한다. 제목으로 유추했을 때, 4명의 모임 참가자가 서로 주고 받은 이야기를 생생히 적은 것이리라 생각했는데, 한 사람이 토론한 내용을 에세이 식으로 정리한 글이다.
책은 4장으로 되어있다. 인간, 죽음, 여성, 사회를 주제로 다룬 책들을 읽고 토론한 내용을 읽기 쉽게 썼다. 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들은 <데미안>, <달과 6펜스>, <페스트>와 같은 고전부터,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한강의 <소년이 온다>처럼 근래에 인기있는 작가들의 책들과,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처럼 여성들이 읽고 풀어낼 이야기가 많은 책까지 시대구분 없이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책을 대하는 느낌은 다른 듯하다. <페스트>와 같은 책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전염병에 대처하는 인물들의 태도에 집중해서 읽었었는데, 저자는 현재의 코로나19와 연결지어 풀어 나가고 있어서 시의적절하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를 오래 전에 읽었는데, 최근에 읽은 <사이코패스 뇌과학자>를 통해 그 가해자 아이의 뇌에 유전자적으로 어쩔 수 없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저자는 아들을 가해자로 만든 학교생활을 주목한다. 보는 각도가 달라서 흥미롭다. 아직 읽지 않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꼭 읽고 싶다. 자기만의 공간과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최소한의 요소와 같다. 여자, 남자와 상관없이.
이 책은 원전의 인용구를 많이 가져와서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책의 분위기를 살필 수 있게해주고, 이미 읽은 사람에게는 이런 구절도 있었구나하고 기억하게 해준다. 또한 간단한 줄거리 소개와 하나의 주제로 책을 이해하고 있어서 나의 생각이나 관점과 다른 차이를 느끼며 읽을 수 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어떤지 둘러 보기에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