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평점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추천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다가 잠시 쉬는 마음으로 집어든 것이 이 책이다. 어찌된 일인지 이 책은 <자유론>의 해설서같다. 밀이 말하는 자유는 자기 식대로 사는 것이다. 누가 시키는 대로, 혹은 무엇인가에 얽매어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진두지휘할 수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다. 유시민은 이 책에서 줄곧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화두처럼 질문을 던진다. 유시민은 나답게 살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일을 하며 살겠다고 답한다. 오래 전부터 정치는 하지 않겠다고 공공연하게 이야기한 대로 정치는 자기와 맞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글쓰는 일이 마음 설레고 하고 싶은 일이란다. 그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리는데 도움을 준 것이 <자유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아가 과연 나는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우며 가슴 설레일까를 고민해본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음은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는 것이라는 말이 와 닿는다. 의술의 발달로 연명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철학적 사고를 하는 나는 죽었는데 생물학적 나는 살아있을 때 의료기술의 도움으로 몇 년이고 연장해서 산다. 과연 의미가 있을까? 스티븐 호킹박사와 라몬 삼페드로의 결정을 비교한다. 호킹 박사는 루게릭병으로 사지가 마비되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우주에 대한 호기심으로 50세까지 살았다. 반면 라몬 삼페드로는 사고로 사지가 마비되자 자신의 존엄을 위해 안락사를 요구한다. 두 경우 모두 개인의 결정이다. 자살이나 안락사는 종교지도자, 의사, 지식인에 의해 옳지 않은 것으로 반박되지만, 인간은 신의 뜻을 구현하는 도구도 아니고, 도덕과 법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도 안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결정을 존중해줘야한다. 안락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하고 있었지만, 자살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못하고 비난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럴 필요가 없음을 이해한다.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은 비난받기 보다 존중되어야 한다. 조목조목 논리적이다.
이렇게 심각한 이야기도 있지만, 저자 개인의 이야기도 많이 등장한다.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을 학생운동 시절 잡혀서 고문을 당하며 맞지 않기 위해 엄청 써내려간 글을 읽고 고문관이 칭찬한다. 그 때 자신이 글쓰기 재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는 것이 흥미롭다. 그 후 그 유명한 항소이유서를 쓰고, 온갖 성명서도 쓰다가 자신이 글쓰기를 즐긴다는 것을 각성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명감으로 보낸 젊은 시절이지만 광주에서 죽어간 이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비출 때에는 짠하다.
다양한 철학자, 소설가, 정치가,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박식하고 잘 정리된 문체로 이해가 쉽다. 가족이야기, 유학 이야기, 취미이야기, 노화이야기를 들으면 또 평범한 사람의 이야기처럼 가까워진 느낌이다. 노년의 롤모델로 리영희와 버나드 쇼를 꼽는다. <전환시대의 논리><우상과 이성><대화>와 같은 저서를 남긴 언론인 리영희는 자기 주장을 하기 보다 남의 말에 경청했다. 버나드 쇼는 글쓰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88세에 <쇼에게 세상을 묻다>를 썼다. 그 들의 책을 찾아 읽어봐야겠다.
이 책을 통해 사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저자가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답을 찾아 나가듯 독자도 내 답을 찾아나가는 시간이다. 한국 현대사의 파란만장했던 한 부분 속에서 외면하지 않고 동참했던 개인의 고뇌와 갈등을 이해할 수 있다. 젊어서 진보였다가 보수로 바뀌는 사람이 많지만 계속 진보이고 싶다는 저자의 고백이 멋지다. 여러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자기와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세상에 대해, 타인에 대해,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내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그러면 좌절감, 패배의식, 상실감, 절망감 등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