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이 책은 신경숙의 여덟 번째 장편소설이다. 신경숙의 작품은 처음이다. 그 유명한 <엄마를 부탁해>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읽는다.
글을 읽을 수록 저자의 '자전적 수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 상세한 인물과 주변 묘사가 자연스럽다.
아버지가 우셨다는 말에 나는 아버지가 계신 고향 J시에 간다. 엄마는 위암으로 서울에서 치료 중이다. 나는 딸 아이를 잃은 지 5년이 넘었는데도 일상이 힘들다. 과묵한 아버지 곁에 지내면서 아버지를 지켜보고, 집안에 있는 나무 궤짝에 든 편지와 아버지에 대한 가족들의 인터뷰를 통해 몰랐던 아버지에 대해 하나둘 알아간다. 대를 잇기위해 6.25 전쟁터에 나가지 않도록 아버지의 검지를 자른 어른들, 빨치산과 국군 사이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4.19혁명에서 실탄에 쓰러지는 사람들을 목격한 아버지는 밤마다 무언가에 쫓기듯 집안 여기저기 숨을 곳을 찾아 잠이 든다. 역사의 아픔이 개인의 머리에 그대로 각인되어 뇌가 늘 깨어 있는 것이다. 엄마 외에 다른 여성이 있었다. 젊은시절 아버지는 돈 벌러 간 서울에서 데모를 하던 대학생 순옥이를 구해주며 로맨스가 있었고, 잠시 그녀와 살림을 차렸다가 큰 오빠를 대동한 고모의 손에 이끌려 돌아온다. 아버지의 심정과 순옥이의 그 후의 삶은 끝까지 묘사가 없다.
아버지는 엄격하지만 의리가 있는 사람이다. 세째가 고등학교에 떨어지고 가출하자 찾아내 밥을 먹인 후 회초리를 들며 다시는 도망치지 말라고 이를 때는 엄하다. 그러나 느리고 모자란 웅이와 낙천이 아저씨를 일군으로 들인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에게 소 한 마리씩을 주고 혼자 설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자신 때문에 6.25때 다친 무릉이 형을 말없이 보살핀다.
여섯 명의 자식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적게하는 아버지의 말이 인상적이다. 늘 잘 해주고자 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고 여러 형제 중에서 쳐지는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또한 부모의 마음이다. 여섯 명의 아이들에게 연관된 추억의 물건을 남기는 장면이 뭉클하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목이 메이거나 격한 감정을 일으키거나 하지는 않는다. 담담하다. 아버지도 한 때 꿈많은 젊은이었고, 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였지만, 늦게 찾아온 사랑을 접어야만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우회하여 알게 된 주인공은 자신이 아버지에게 많이 무심했음에 마음 아파한다. 자신의 죽은 딸 아이에만 집중되어 있던 아픔이 아버지를 통해 치유되는 것이 아닌가한다.
이야기가 현재의 시점에서 과거를 찾아가는 스타일이라 이야기의 궁금증을 초반에 배치하고 이유는 나중에 알려준다. 궁금함을 안고 책을 읽다보면, 무심하게 어느 구절에서 힌트를 주거나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마지막장에 이르러서야 공개한다. 추리를 하며 읽어야하는 점에서는 책을 놓을 수 없지만 답답한 느낌이 든 것은 사실이다. 왜 아버지가 밤마다 숨어야한다고 피해다니시는지, 주인공 헌이는 딸을 어쩌다가 잃었는지, 무릉이 형과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궁금증을 가지고 끝까지 읽게하는 장치이지만 적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