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화명승 - 이야기로 풀어낸 중국의 명소들
김명구 외 지음 / 소소의책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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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중국소설학회 21명이 중국 동북 끝인 하얼빈에서 서북의 둔황까지 각 지역을 맡아 소개하는 책이다.

각 지역에 얽힌 사연과 역사적 변화, 해당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과 영화, 시를 곁들여 설명하는데 중국, 일본,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명승의 사진 자료가 풍부해서 보는 즐거움이 크다.

이 곳이 중국인가 싶게 유럽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하얼빈과 칭다오의 팔대관은 전혀 예상밖이었다. 하얼빈의 중앙대가와 성소피아성당은 러시아의 분위기를 담고 있고, 칭다오의 팔대관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풍의 건물들이 해안을 따라 아름답게 펼쳐진다. 항저우 서호의 누각처럼 중국적인 건축물만 예상했다가 이국적인 풍경에 중국을 많이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든다.

가장 흥미로운 명승은 푸젠의 토루이다. 놀랍게도 현대의 아파트처럼 생긴 푸젠의 토루는 거대한 공동생활 공간이다. 원래는 방어를 위해 출구를 하나만 두고 가운데에 사당을 두고 둥그렇게 혹은 사각형으로 둘러싸도록 만들었다. 건물은 하나가 보통 4-5층이다. 내부에는 여러 가정이 나누어 사는데, 한 가정이 수직으로 1-5층까지를 쓴다는 것이 특이하다. 500-600명 정도가 함께 산다. 구성원은 북쪽에서 내려온 한족으로 '객가'로 불린다. 배타적인 성향 때문에 '동양의 유대인'이라 불린다. 토루 객가 출신으로 주희, 쑨원, 모택동, 등소평 등이 있다. 현대에 이를 모방한 건축물이 덴마크에 있다는데, 대학생 기숙사로 사용 중이다. 토루는 200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대만, 홍콩, 마카오를 중화명승에 포함시킨 것이 특이하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대만, 영국의 조차지였던 홍콩, 포르투갈의 조차지였던 마카오는 제국주의 국가들의 점령으로 중국 본토와는 사뭇 다른 정치색과 문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마카오는 1999년 반환되면서 친정부 성향을 보이고 있다지만, 대만과 홍콩은 중국에 속하기를 원하려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홍콩의 일국양제가 2046년에는 끝나고 완전히 중국으로 소속되는데 중국의 홍콩 장악은 이미 많이 진행되고 있다.

전문적이지만 무척 재미있는, 예상과는 달리 전혀 뻔하지 않은 중국의 명승지 소개책이다. 각 명승지를 10장 내외로 짧게 소개하고 있어 좀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뒷 편에 소개된 참고문헌을 이용하면 좋겠다. 중국을 좀더 잘 알게 되고 중국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도록 잘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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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chinko (Paperback) - The New York Times Bestseller,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원작/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작
이민진 / Head of Zeus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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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소설을 즐겨읽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재미 교포 이민진 작가의 재일교포에 대한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진 이 책은 꼭 원서로 읽고 싶었다. 원서읽기를 시작할 때 우리 교포들이 쓴 책을 읽으면 우리의 정서와 문화가 그대로 드러나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이 있었다. 재미있게 읽었던 Linda Sue Park의 <Mulbery Project>처럼 말이다.

두께의 압박에 여러 날 쪼개 읽으려한 계획이 무색하게도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은 BOOK 1(1910-1933), 2(1939-1962), 3(1962-1989)으로 500여 페이지다.

시대배경은 1910년 경술국치부터 1989년까지이다. 일제강점기 내내와 해방 이후 꽤 최근의 시대까지 이어진다. 이야기의 시점은 양진에서 선자로 아들 모자수에서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일생에 고정되어 있다. 4대에 걸친 이들의 삶은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로 시작하는 첫 문구처럼 험난함 속에서 그렇게 아이를 낳고 어렵게 키워가며 역사가 우릴 망쳐도 상관없다는 듯이 이어진다. 공간배경은 부산 영도에서 선자가 이삭과 결혼하며 오사카의 최하층민이 거주하는 조선인이 모여사는 동네로, 모자수의 생활배경인 요코하마와 솔로몬이 머물렀던 뉴욕과 도쿄, 다시 요코하마로 왔다갔다한다.

파친코를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 일본에서 차별받는 한국인이 할 수 있었던 사업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손정의의 아버지도 파친코 사업으로 돈을 벌어서 손정의가 유복하게 자라게하고 미국유학을 할 수 있었던 기반이었다. 고생을 엄청하는 선자의 세대는 삐딱한 아들 모자수가 파친코 사업을 하는 아저씨의 가게에서 일을 하며 자기 매장을 키워나간다. 이 소설은 왜 조선인들이 도박같이 불법적인 파친코 매장을 어떻게 시작하고 운영하게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 조선인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선도 느낄 수 있다. '파친코로 부자가 되었지만 야쿠자인 주제에 감히'라는 의식 말이다.

빠른 진행속도와 막장드라마 못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가 책을 읽는 속도를 늦추지 않게한다. 첫장부터 주인공인 듯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혼전임신을 하는 우리의 주인공 선자, 양아치같은 태도 속에 감추어둔 선자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한수, 한수와 선자의 자식인 노아가 일본인으로 살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엄마가 찾아온 후 저지르는 불효막심한 행위,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절망, 재혼은 하지 않았지만 부모끼리 서로 사랑하는 중인데 그 아들과 잠자리를 하는 고등학교 여자아이.. 조마조마하다.

연도와 장소가 바뀌면서 급물살을 탔다가 잠시 잠잠해지는 듯하다가 다시 소용돌이치는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운 책이다. 또한 시공간의 변화를 챕터 제목에 달아주어 무슨 이야기가 어디서 벌어지겠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어 소설인데도 실제인 것처럼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명확하다. 그래서 더욱 몰입하고 그 상황 속에 함께 있는 듯하다.

역사책으로 딱딱하게 일제강점기 이후 재일동포의 삶을 이해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를 소재로한 소설에 푹 빠져 읽고 나면 그 시대가 어떠한지 느낌으로 머리에 남게 된다.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초기 재일교포들의 생활과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낮았는지 그 속에서 부를 이루어 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악착같이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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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하는 철학 공부 EBS 30일 인문학 1
윤주연 지음 / EBS BOOKS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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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공부하면 늘 만나는 수많은 서양 철학자들 이름 앞에서 '누구였드라?'하고 고민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그나마 열심히 들여다본 덕에 누가 무엇을 주장했는지 알지만, 중세 이후 근현대로 넘어 오면 머릿 속에 너무 많은 서양철학자들이 서로 혼돈의 상태로 섞여 있다. <처음하는 철학공부>는 이런 나의 혼돈을 조금 잡아 주지 않을까해서 선택한 책이다.

책은 고대 이전부터 고대, 중세, 근대, 과도기, 현대로 구분하여 각 시대의 대표적 철학자들을 키워드로 설명한다.

서양 철학사를 기본으로 목차를 짰지만 '쉬어가기' 고대편에서 동양의 철학자에 대해서 소개한 것이 마음에 든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비슷한 시기에 공자와 맹자가 활동했는데, 플라톤과 공자가 이상적인 것에 대해 고민하였다면, 아리스토텔레스와 맹자는 좀더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한 점이 유사하다. 나아가 소피스트들의 등장과 제자백가의 활약이 뒤따랐다고 지적한 점도 흥미롭다.

"철학은 시대마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물어왔다."(198)

철학이라는 것이 인간에 대한 연구라는 것을 지속적으로 일깨워준다. 시대에 따라 혹은 사회적 배경에 따라 고대에는 실천 중심의 철학이, 중세에는 신(종교) 중심의 철학이, 근대에는 이성중심의 철학이, 현대에는 다름이 공존하는 철학이 큰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모두 인간에 대한 연구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 책은 시대 별로 많은 철학자를 소화하려고 시도하지 않아서 좋다. 시대 당 대여섯 명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각 철학자 소개의 도입 부분에서 저자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한다. 그 이야기는 철학자의 사상과 긴밀히 연결되어 결말까지 이르는데 이러한 설명방식은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자의 사상이 이해가능한 것으로 느껴진다. 이를테면, 영화<기생충>에서 마르크스의 자본주의 계급에 대해 설명한다든가, 저자의 반항적인 중2의 아이를 보면서 레비나스의 '타인은 절대 나와 동일한 관점을 가질 수 없는 존재다. 나의 의견에 타인의 동조를 바라는 것은 폭력이다(172)'는 말로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가 그러하다.

철학을 처음 배우고자하는 사람이나 흩어진 철학사상의 흐름을 파악하고자 하는 사람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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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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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를 보면 일장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원이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친일파 이름이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들어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기획하고 박시백이 글과 그림으로 친일파 150명의 친일 동기와 행적, 말년을 밝힌다. 이 책은 강화도 조약부터 해방직후까지의 일제강점기를 다룬 <35년>에서 친일파 인물들만 따로 모아 만든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분개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분개에 동조하는 듯이 보이는 이 기묘한 장면을 보다 보면 다시금 친일 청산 문제로 눈길이 간다." (작가의 말)

해방 후 친일파가 청산되기는 커녕 사회 각 분야에서 주류로 활동하고, 그 후손들은 선조가 그랬듯 식민주의 사고방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노동자의 권익을 함께 외칠 수는 없는 것일까? 왜 일본의 비위를 맞춰야하는가? 친일이 청산되어야하는 이유다.

강화도 조약이 체결되기 전부터 친일의 조짐은 시작되었다. 조선의 벼슬을 하며 갑신정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일본의 도움을 얻고자 친일하였다. 일제강점기에 많은 이들이 친일하였는데,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에서 나오며 전향한 사람, 일본에 유학하며 돌아와 친일한 사람, 연이은 전승으로 일본의 힘이 강력하다고 판단하여 전향한 사람, 경찰이나 관리와 같은 집단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친일하였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 활약하며 일본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 독립군을 잡아 고문하고 죽여 승진을 하고, 창씨개명에 앞장서서 강연을 하고 연설을 하고, 교회를 팔아 비행기 3대를 살 자금을 모아 주고, 남학생들을 독려하여 일본군에 참전시키고, 여학생들을 여자근로정신대로 차출해 일본 군수공장에 보내기도 하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가장 우스꽝스러운 것은 일제가 친일파에게 부여한 귀족칭호이다.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과 같은 프랑스 귀족 호칭을 부여하고, 부부동반 관광도 시켜주며 권력을 부여하는 듯 하였으나, 실상 이들은 참정권도 부여받지 못한 허수아비들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친일파는 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국적과 같은 이름으로 기억하지만, 그 외에도 거의 모든 사회분야의 지도자들이 친일하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고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립대학 초대 총장들이 친일하였고, 재계, 언론계, 문인들, 예능계와 종교계 등 사회전반에서 친일 세력이 주도하였다. 들어보지 못한 이름들도 숱하게 나오는데 그들의 자기최면은 해방이후에도 풀리지 않아 반성하는 자세가 없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군과 정치 분야에서 면면히 대를 이어 부와 지위를 누리고 있다. 반민특위의 실패가 가장 안타까운 일이고, 이승만 정권의 친일세력 등용 역시 지금까지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하는 이유다.

묵직한 주제이다. 학교 교육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가르쳐야할 부분이다. 또한 친일로 부를 축적한 자들의 재산을 면밀히 조사해서 독립 유공자들의 후손에게 분배해야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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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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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학교 교장을 외국인에서 조선인으로 바꾸는 게 우리의 뜻이지. 물론 말 잘 듣는 조선인으로." 1939년 총독부는 김활란을 아펜젤러에 이어 이화여전, 이화보육학교 교장에 앉혔다."(236)


고대, 연대, 이대, 숙대, 서울여대, 덕대, 상명여자사범대 등 사립 대학교 초대 총장들이 모두 친일 이력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들은 학생들을 향해 징병제를 찬양하고, 추계학원 이사장 황신덕은 학생들을 여자근로정신대로 차출해 일본 군수공장에 보내기도 하였다. 씻을 수 없는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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