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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평점 :

책표지를 보면 일장기를 상징하는 빨간색 원이 눈에 들어온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친일파 이름이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들어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기획하고 박시백이 글과 그림으로 친일파 150명의 친일 동기와 행적, 말년을 밝힌다. 이 책은 강화도 조약부터 해방직후까지의 일제강점기를 다룬 <35년>에서 친일파 인물들만 따로 모아 만든 것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분개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분개에 동조하는 듯이 보이는 이 기묘한 장면을 보다 보면 다시금 친일 청산 문제로 눈길이 간다." (작가의 말)
해방 후 친일파가 청산되기는 커녕 사회 각 분야에서 주류로 활동하고, 그 후손들은 선조가 그랬듯 식민주의 사고방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노동자의 권익을 함께 외칠 수는 없는 것일까? 왜 일본의 비위를 맞춰야하는가? 친일이 청산되어야하는 이유다.
강화도 조약이 체결되기 전부터 친일의 조짐은 시작되었다. 조선의 벼슬을 하며 갑신정변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일본의 도움을 얻고자 친일하였다. 일제강점기에 많은 이들이 친일하였는데,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에서 나오며 전향한 사람, 일본에 유학하며 돌아와 친일한 사람, 연이은 전승으로 일본의 힘이 강력하다고 판단하여 전향한 사람, 경찰이나 관리와 같은 집단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친일하였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 활약하며 일본의 하수인 노릇을 했다. 독립군을 잡아 고문하고 죽여 승진을 하고, 창씨개명에 앞장서서 강연을 하고 연설을 하고, 교회를 팔아 비행기 3대를 살 자금을 모아 주고, 남학생들을 독려하여 일본군에 참전시키고, 여학생들을 여자근로정신대로 차출해 일본 군수공장에 보내기도 하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가장 우스꽝스러운 것은 일제가 친일파에게 부여한 귀족칭호이다.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과 같은 프랑스 귀족 호칭을 부여하고, 부부동반 관광도 시켜주며 권력을 부여하는 듯 하였으나, 실상 이들은 참정권도 부여받지 못한 허수아비들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친일파는 을사오적, 정미칠적, 경술국적과 같은 이름으로 기억하지만, 그 외에도 거의 모든 사회분야의 지도자들이 친일하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연고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립대학 초대 총장들이 친일하였고, 재계, 언론계, 문인들, 예능계와 종교계 등 사회전반에서 친일 세력이 주도하였다. 들어보지 못한 이름들도 숱하게 나오는데 그들의 자기최면은 해방이후에도 풀리지 않아 반성하는 자세가 없다. 나아가 지속적으로 군과 정치 분야에서 면면히 대를 이어 부와 지위를 누리고 있다. 반민특위의 실패가 가장 안타까운 일이고, 이승만 정권의 친일세력 등용 역시 지금까지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하는 이유다.
묵직한 주제이다. 학교 교육에서 좀더 구체적으로 가르쳐야할 부분이다. 또한 친일로 부를 축적한 자들의 재산을 면밀히 조사해서 독립 유공자들의 후손에게 분배해야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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