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chinko (Paperback) - The New York Times Bestseller,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원작/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작
이민진 / Head of Zeus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역사소설을 즐겨읽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재미 교포 이민진 작가의 재일교포에 대한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진 이 책은 꼭 원서로 읽고 싶었다. 원서읽기를 시작할 때 우리 교포들이 쓴 책을 읽으면 우리의 정서와 문화가 그대로 드러나 이해하기 쉽다는 생각이 있었다. 재미있게 읽었던 Linda Sue Park의 <Mulbery Project>처럼 말이다.

두께의 압박에 여러 날 쪼개 읽으려한 계획이 무색하게도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은 BOOK 1(1910-1933), 2(1939-1962), 3(1962-1989)으로 500여 페이지다.

시대배경은 1910년 경술국치부터 1989년까지이다. 일제강점기 내내와 해방 이후 꽤 최근의 시대까지 이어진다. 이야기의 시점은 양진에서 선자로 아들 모자수에서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일생에 고정되어 있다. 4대에 걸친 이들의 삶은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로 시작하는 첫 문구처럼 험난함 속에서 그렇게 아이를 낳고 어렵게 키워가며 역사가 우릴 망쳐도 상관없다는 듯이 이어진다. 공간배경은 부산 영도에서 선자가 이삭과 결혼하며 오사카의 최하층민이 거주하는 조선인이 모여사는 동네로, 모자수의 생활배경인 요코하마와 솔로몬이 머물렀던 뉴욕과 도쿄, 다시 요코하마로 왔다갔다한다.

파친코를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 일본에서 차별받는 한국인이 할 수 있었던 사업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손정의의 아버지도 파친코 사업으로 돈을 벌어서 손정의가 유복하게 자라게하고 미국유학을 할 수 있었던 기반이었다. 고생을 엄청하는 선자의 세대는 삐딱한 아들 모자수가 파친코 사업을 하는 아저씨의 가게에서 일을 하며 자기 매장을 키워나간다. 이 소설은 왜 조선인들이 도박같이 불법적인 파친코 매장을 어떻게 시작하고 운영하게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런 조선인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선도 느낄 수 있다. '파친코로 부자가 되었지만 야쿠자인 주제에 감히'라는 의식 말이다.

빠른 진행속도와 막장드라마 못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가 책을 읽는 속도를 늦추지 않게한다. 첫장부터 주인공인 듯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혼전임신을 하는 우리의 주인공 선자, 양아치같은 태도 속에 감추어둔 선자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한수, 한수와 선자의 자식인 노아가 일본인으로 살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엄마가 찾아온 후 저지르는 불효막심한 행위,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남편을 바라보는 아내의 절망, 재혼은 하지 않았지만 부모끼리 서로 사랑하는 중인데 그 아들과 잠자리를 하는 고등학교 여자아이.. 조마조마하다.

연도와 장소가 바뀌면서 급물살을 탔다가 잠시 잠잠해지는 듯하다가 다시 소용돌이치는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운 책이다. 또한 시공간의 변화를 챕터 제목에 달아주어 무슨 이야기가 어디서 벌어지겠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어 소설인데도 실제인 것처럼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명확하다. 그래서 더욱 몰입하고 그 상황 속에 함께 있는 듯하다.

역사책으로 딱딱하게 일제강점기 이후 재일동포의 삶을 이해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를 소재로한 소설에 푹 빠져 읽고 나면 그 시대가 어떠한지 느낌으로 머리에 남게 된다.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초기 재일교포들의 생활과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낮았는지 그 속에서 부를 이루어 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악착같이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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