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이야기 - 전근대부터 현대까지 빠짐없이 둘러보는
신종대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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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부터 현재까지의 일본문화를 고찰한 책이다.

일본의 전근대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전국을 통일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한 250여년간의 에도시대(1603-1867)를 말한다. 일본의 고대는 한반도에서 건너간 도래인들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고, 중세는 막부들의 싸움으로 혼란스러웠고, 에도시대에 이르러서야 쇄국정책으로 외부의 간섭을 크게 받지 않고 생산성을 높인 덕에 일본 고유의 전통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다.

문화의 가장 기초가 되는 의식주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기모노(着物)는 입는 것, 걸치는 것이라는 의미로 지금의 기모노 스타일은 에도중기에 나타났다. 기모노를 입을 때 왼쪽이 위로 가야한다. 죽은사람의 경우 오른쪽이 위로 가도록 입힌다. 기모노를 입을 일이 있다면 주의할 일이다. 세끼 식사의 정착과 전통요리도 에도시대에 생겨났다. 간장이나 된장이 사먹는 조미료로 자리잡아서 우리와 같이 어머니 장맛이라는 말이 없다는 점도 특이하다. 일본의 가옥에는 가구를 두지 않는 것이 특징이고, 다다미에는 최소의 면적이 닿도록 앉아야하기 때문에 무릎을 꿇어 앉는다. 온돌은 따뜻한 바닥에 넓게 펴서 앉는 것이 다르다는 관점이 신선하다.

일본의 그림하면, 조닌(도시 부유한 상인들)이 향유한 우키요에가 대표적이다. 육필로 그린 것도 있지만 판화로 대량생산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림의 내용이 미인도, 광대, 파도와 같은 일상의 것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바로 이해할 수있다. 모네, 고흐, 고갱같은 유럽 화가들이 우키요에의 매력에 빠져 자신들의 그림에도 끼워 그리기도 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량생산으로 찍어낸 우키요에가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이어져 일본이 만화강국이 되는데 기여하였다.

가부키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알게 되었다. 가부키는 "음악과 춤, 연기와 연출이 종합된 무대예술이다(259)." 처음에는 여성이 연기하였으나, 중국의 경극처럼 남자배우만 연기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또한 경극의 얼굴 화장색이 인물의 성격을 나타내듯 가부키도 그러하다니 공통점이 많다. 관객들이 일반 시민이어서 가부키의 내용도 다양해진다. 세태를 묘사한 세와모노, 역사적 사건을 각색한 지다이모노, 남녀간의 정사를 다룬 신주모노, 용맹스러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아라고토 등의 장르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작 에도시대에는 유곽과 더불어 방탕하다고 단속의 대상이었으나,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문화로 인식되어 현재에 이른다. 무엇보다 공연시간이 5시간이라중간에 도시락을 먹어가며 공연을 본다니 대단하다.

대학 교재같은 서술의 책이다. 건조한 문체이지만 이해하기 편하다. 단지 사진 자료가 좀더 풍부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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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그녀들 일본문학 컬렉션 2
히구치 이치요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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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발표된 일본 여성 작가들의 단편집이다. 메이지유신을 거치며 근대화가 진행되는 시기에 일본의 여성 작가들은 무엇을 주제로 소설을 썼을까?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부모님이 정해준 남자와 결혼한 여성이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와, 이와는 반대로 결혼을 했는데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설정은 우리의 소설에서도 익숙하게 등장한다. 전통적인 사고와 근대적 사고의 갈등을 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좀더 자주적인 여성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결혼이 다가 아니며 자신의 일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자의식이 강한 여성이다. 그러나 결국 그녀도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사랑의 이름으로 자기를 합리화하며 안주한다. 마무리가 아쉬운 것은 그 한계가 지금의 여성들이 느끼는 한계와 맞닿아 있어서지 않을까.

그래도 끝까지 자존감을 지킨 여자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하야시 후미코의 <철지난 국화>다. 젊었을 때 아주 예뻤던 게이샤가 아들뻘 되는 애인과 나이 들어 다시 만나며 대화하는 이야기다. 두 명의 심리묘사가 아주 섬세하고 시니컬하게 그려져있다. 옛 애인 다베가 찾아오기 전까지 긴은 자신이 나이들었음을 감추기 위해 열심히 단장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을 보기 보다 돈을 빌리려왔다는 사실을 눈치채고는 실망하며 절대 설득당하지 않는다. 둘은 겉으로는 추억을 그리워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살해욕구와 경멸로 치닫는다. 심리적으로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친다. 생각과 행동이 이렇게도 천연덕스럽게 다를 수 있을까? 뭐가 되었든 지지않는 여자가 매력적이다.

이 책에 소개된 100년 전 일본 여성작가들의 이야기는 전통적인 여성상에 머무르지 않으려고 부단히 저항하고 거부하는 여주인공을 내세우지만 결국 현실에서는 그리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 이후로도 기술과 문명은 빠르게 바뀌지만 여성에 대한 생각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듯 하다.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여전히 발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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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듣는 중국경제
오지혜 지음 / 신아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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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고려대학교 세계지역연구소 연구교수다. 대학원에서 중국에 대해 강의 중이다. 이 책은 등소평 개혁개방 이후 현재까지 중국 경제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7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간단히 중국에 관한 개괄적인 설명부터, 1979년 덩샤오핑이 실시한 개혁개방정책, 금융개혁, 도시화, 분권화, 에너지와 환경, 중국기업에 대해 설명한다.

"56개 민족과 33개 성.시.자치구로 구성된 중국은 한 개의 성에 사는 평균 인구가 한국 전체 인구와 거의 비슷하다. 중국의 중앙정부는 33개의 한국을 관리하고 통제해야한다는 의미다."

(20)

중국에 대한 개괄설명에서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문구다. 중국이 과연 잘 작동할 것인가에 의문을 가지며 책을 읽게 된다.

마오쩌둥 시대에 멈춰있던 아니 퇴보하던 중국경제가 1979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정책으로 활발한 움직임이 시작된다. 마오 시대에는 인간의 본성에 어긋나는 공동생산, 공동분배에 어느 누구도 열심히 일하려 하지 않았고, 급기야 대기근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2차대전 전사한 군인만큼 되는 비극적인 상태로 이어졌다. 이러한 중국을 건져낸 것이 덩샤오핑이다. 마오와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다.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국외의 발달된 기술을 받아들여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출로 자산을 축적하고, 규모가 커진 내수시장을 통해 세계 500대 기업에 미국보다 많은 124개 기업을 올리고, 2012년 중국은 세계 경제2위국에 오른다. 약 40여년 간의 발전이 눈부시다.

이러한 발전의 기저에는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 지방정부에게 독립적인 영향력을 주되 인사권과 세제 시스템은 중앙정부가 통제한다. 지방정부의 인사 평가 잣대는 경제개발이므로 각 지방정부가 다양한 방법으로 경제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는 와중에 부정부패가 개입이 되면 중앙정부의 과감한 조치가 내려진다. 또한 시민단체나 종교 집단을 허용하더라도 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중앙정부가 바로 견제한다. 나아가 외국인투자를 허용하지만 경영활동에 영향을 줄 만큼의 주식은 허용하지 않는다. 마치 부모가 마련한 울타리 내에서만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게 만든 것 같은 모습이다.

급속한 발달에도 부작용이 있다. 도농간의 격차가 심하다. 홍콩과 가까운 해안가를 중심으로 경제개혁개방을 실시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도시와 내륙의 빈부차가 극심하다. 또한 도시로 몰려드는 것을 막기위해 농촌에서 상경한 처녀 총각이 도시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아도 아이는 초등학교만 도시에서 다니고 중학교 이상은 다시 시골로 돌아가 조부모 손에 키워져야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우리의 MZ세대인 '빠링허루, 지우링허우 세대(80-90년대생)'는 교육열, 구직난, 치솟는 집값으로 결혼은 물론 출산도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극복할지 궁금해진다. 산업에만 치중된 인프라는 병원, 교육, 하수처리 등과 같은 생활 인프라에도 확장되어야할 것이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석탄을 주원료로 하는 발전소는 원자력과 대체에너지로 바꾼다하지만 10여년이 소요되고 그 사이에 어떠한 대책을 내놓을 지 궁금하다.

중국 현대 경제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그러나 서문에서부터 글을 마칠 때가지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오탈자는 글의 전문성에 의심을 갖게한다.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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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이 필요 없는 영어 글쓰기 - 미국 최대 출판사 랜덤하우스 교열국장의
벤자민 드레이어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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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할까? 교정이 필요없는 영어 글쓰기가? 제목이 매우 도발적이다. 글을 쓸 때는 수도 없이 고치고 고쳐서 독자가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게 쓰라고 배웠는데 말이다. 교정을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한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일 것 같아 선택했다.

저자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작품을 교정하는 사람이다. 미국 랜덤하우스 출판사 부사장이자 편집관리국장과 교열국장을 겸하고 있다.

책은 통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파트 1에서는 문법을, 파트 2에서는 어휘를 설명한다. 문법 파트는 주어와 동사의 수일치와 같은 그야말로 토익 파트 5에 나올만한 영작문 문법은 물론 문장부호 제대로 쓰는 법들에 대해 설명한다. 어휘 파트는 cappuccino처럼 p와 c가 연달아 두 번 있다든가 espresso에는 x가 없다는 스펠링 체크부터 everyday(형용사)와 every day(부사)의 잘못된 혼용, 우리의 '역전앞'처럼 fall down대신 fall만 써야하는지 등에 대해 설명한다. 문법 부분이 치밀하고 약간은 머리 아픈 이야기라면, 어휘부분은 가볍게 확인하며 읽을 수 있다.

교정을 하는 것이 단순 문법체크가 아니라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거의 모든 것을 바로 잡는 것이라 사실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교열자가 하는 일은 저자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자신이 저자였다면 문장을 어떻게 다듬고 바꾸고 썼을지를 짐작하면서 그 망할 문장을 657번째 읽으면서 다듬고 바꾸고 쓰는 일이라고(13)" 하소연한다. 글을 쓰기 보다 교열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될 것이다. 맞는지 검색하고 확인하고 저자를 설득시키고, 만약 설득이 안되면 감정적인 싸움으로도 나아갈 수 있겠다.

틀린 것을 찾는 것은 흥미로운 게임과도 같다. 아래 그림을 보고 틀린 점을 찾아보자.



위의 그림은 달에 있는 명판이다. 기원전과 기원후의 표기가 힌트다. 기원전은 53 B.C. 처럼 연도가 먼저 오고, 기원후는 A.D. 1654처럼 연도가 뒤에 온다. 위의 명판은 A.D. JULY 1969로 고쳐야 맞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유머와 쾌활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얼핏 교열자는 묵묵히 고개도 들지 않고 책만 뚫어지게 쳐다보며 일하는 고리타분한 사람일 것이지만, 저자는 빌 브라이슨 못지 않게 투덜대기도 하고, 신랄하게 비꼬았다가 유머러스하게 이야기한다. 딱딱한 문법이야기를 하면서 웃길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350여쪽에 담겨 있는 모든 교열과 관련된 영어 글쓰기 요령을 다 익히면, 정말 교정이 필요없는 글쓰기가 가능할까? 아이러니하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간의 일에는 늘 실수가 있으니까. 그러나 알고 되도록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가능하겠다. 헷갈릴 때는 옆에 이 책을 두고 찾아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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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만나는 일본 문화 이야기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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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에 관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책은 세나북스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가 일본문화에 관해 자신이 살거나 여행하면서 경험한 것들과 책과 미디어를 통해 알게된 일본 문화에 대해 담담하게 써내려간 수필집이다.

목차에는 낯선 일본어도 있고 알만한 주제도 있다. 데파치카(백화점 지하매장)와 도시락, 다도, 시니세(노포)와 모노즈쿠리 그리고 장인정신, 다카다노바바를 즐기는 법, 일본 알바와 시급, 일드 고스트라이터, 오마야게, 도쿄서점, 료칸, 일본에서의 절약생활, 김영하의 여행자 도쿄, 미야자키의 친절한 택시기사님, 일본 아르바이트 그리고 추억, 신일본 견문록이 저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일본 문화 키워드다.

책을 읽다보면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기는데, 리가 로얄호텔 로비와 연결된 '오쿠마 정원'이다. 와세다 대학 학생들을 위한 곳이지만 일반인도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놓치지 말아야할 것은 정원에 있는 특이하게 낡은 집이다. 보기와는 다르게 국빈이 올 때 오래된 다다미방에서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니 그 안도 둘러보고 싶어진다.

인용한 책이 많은데 메모해두었다가 읽으면 좋겠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 4권은 기본이고, 심훈 교수의 <일본을 보면 한국이 보인다>와 가시와이 히사시의 <내가 찾은 료칸>을 독서 리스트에 넣어 본다. 특히 각 지역의 개성있는 료칸을 소개하는 <내가 찾은 료칸>에서 가보고 싶은 료칸을 선택하고 싶다. 저자처럼 료칸의 카이세키(요리), 온천, 푹신한 요를 이미 경험해보았기에 료칸이 얼마나 좋은지 이해한다. 앞으로의 여행 중 하루 정도는 좋은 료칸에서 일본을 느끼고 싶다.

160여쪽의 얇은 책이다. 일본의 좋은 점, 반했던 점을 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아쉽고, 부족한 점은 찾기 힘들다. 또한 개인의 경험 위주이기 때문에 일본 전체의 문화를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사진이 흑백이어서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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