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나사의 회전 ㅣ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6
헨리 제임스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11월
평점 :
현대 심리소설의 선구자라 불리는 헨리 제임스의 작품이다. 나사를 회전시켜 깊이 박히면서 빼기 어려워진다. 소설에서는 무슨 의미일까?
주요 등장인물은 가정교사인 '나'와 돌보아야 할 아이들인 마일스와 플로라 남매, 그리고 집안의 모든 일을 책임지는 집사 그로스 부인이다. 마일스와 플로라 남매의 부모가 죽자 삼촌은 조카들을 시골에 보내 가정교사와 그로스 부인에게 일임하며 간섭하지 않기로 한다.
가정교사가 1인칭 화자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고, 다른 등장인물과의 대화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점점 화자의 이야기에 객관성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예를 들어, 8살, 10살의 아이들이 천사처럼 아름답고 천진하기만할까? 가정교사는 마일스가 퇴학당한 것이 사악하고 지저분한 학교라는 세계에 적응하기에는 너무 고결하고 아름다웠기 때문(51)이라고 묘사하는데 좀 비현실적이다. 학교에서 무엇인가 잘못했기 때문에 퇴학을 당한 것일텐데 사태를 파악해 바로 다른 학교에 보내야하는데, 곁에 끼고 있다. 마일스가 또래의 아이들이 있는 학교로 가서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고 말하자 상처를 입는데 이미 지독한 애착이 있는 듯하다. 또한 저택에 나타나는 유령들은 왜 가정교사의 눈에만 보이는가. 가정교사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증폭된다.
유령은 전에 아이들을 가르치던 가정교사 미스 제셀과 그녀와 사귀었던 신분이 낮은 퀸트라는 남자다. 화자인 가정교사는 비천한 신분인 퀸트와 마일스가 어울려 다니며 문제가 생겼다고 추측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비윤리적인 행동을 했는지도 확실치 않다. 또한 미스 제셀이 유령이 되어 플로라를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도 지나쳐보인다. 화자는 마치 전임의 가정교사와 경쟁하는 듯하다. 유령들이 아이들을 파멸시킬 수 있다고 부르짖는데 아이들에게는 가정교사가 더 두려운 존재로 비쳐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나사의 회전'이란 가정교사가 유령에 대한 집착이 심해질 수록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깊이 박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령들이 아이들을 해할까봐 유령으로부터 아이들을 과잉보호할수록 도리어 아이들은 교사를 두려워하고 결국은 비극에 도달하게 된다. 유령에 빠지면 돌아나오기 힘들고 파멸에 이른다는 의미인 것인가.
200여 쪽의 그리 길지 않은 소설인데 애매모호하고 확실한 게 없이 끝이나서 조금은 당황스럽다. 유령은 실재로 있었는지, 아니면 화자의 환상이었는지 궁금하다. 화자가 대화를 하는 유일한 어른인 그로스 부인은 왜 유령의 존재에 대한 화자의 태도에 애매하게 대처했는지도 의아하다. 마지막에 마일스에게 닥친 비극적인 상황도 너무 극적이다. 여러모로 의문투성이로 남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