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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의 물건들 - 옛 물건은 훗날 역사라 부르는 모든 사건의 '씨앗'이다 ㅣ 주용의 고궁 시리즈 1
주용 지음, 신정현 옮김 / 나무발전소 / 2022년 10월
평점 :
베이징 고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자금성의 물건을 18테마로 나누어 소개한다. 청동기부터 청나라에 이르는 소장품의 만분의 일도 되지 않는 물건을 선정하였으니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 상상이 된다. 저자는 예술학 박사로 베이징 고궁박물관 시청각연구소 소장이다. <주용의 고궁 시리즈> 12권을 냈는데 이 책이 그 첫 권이다.
책의 구성은 시대별 하나의 물건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중국의 왕조를 하,상(은),주(서주), 춘추, 전국, 진, 서한, 동한, 삼국, 서진, 동진/십육국, 남북조, 수, 당, 오대십국, 북송, 남송, 원명, 청으로 구분하고 각 시대의 물건과 그것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한다.
상에서 주나라까지는 신을 섬기는 청동기로 신과 관련된 솥과 술그릇 같은 유물을 소개한다. 이후 시대는 인간 중심의 시대로 변화하며 좀더 일상에 쓰이는 물품과 그림, 가구, 옷 등을 소개한다. 춘추시대는 '축의 시대'라 불리는 사상가들이 대거 등장하였고, 전국시대는 피비린내로 전쟁의 시대를 나타내는 전쟁 장면을 새긴 주전자가 있다. 진나라에 이르러 진시황이 자신의 무덤에 7천여개나 되는 병마용을 만들었지만 자신의 것은 만들지 않은 이유는 불로장생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니 지금은 어이없지만 당시는 얼마나 막대한 권력을 행사했을지 상상이 간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는 두려움이 많았던 사람이었고 그 두려움의 크기가 거대한 무덤의 사이즈와 같았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한나라는 중국의 원류라 할 수 있는데, 무제는 어리석게도 이소군을 믿고 신선과 불로장생을 찾도록 했다. 바다위 신선이 산다는 박산을 조각한 박산로(향로)는 이러한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향로는 청까지도 계속해서 만들어졌다. 삼국시대부터 수나라 까지의 '잃어버린 300년'은 분열과 피비린내나는 혼란의 시대다. 한족이 오랑캐와 섞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북방의 자유분방한 생명력이 남방의 섬세하고 화려한 정서와 섞였다. 북방 유목민족 여성의 사나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당의 무측천이다.
당송이후 입식생활을 하게 된 중국인들은 절을 하는 대신 허리를 굽혀 인사하였고, 바닥에 앉지 않고 침대나 의자에 앉았다. 명나라의 장미의자는 지금봐도 굉장히 섬세하고 귀족적인 느낌이다. 가느다란 선이 어떻게 앉는 사람의 체중을 견딜지 보기보다 견고한가보다. 만주족이 세운 청은 자신감이 결여되었다고 표현한다. 한족의 문화를 열심히 배우려하면서도 자신만의 문화를 주장하는데는 소심했다고 하는데 좀더 설명이 필요해보인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실재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과 박물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궁금해진다. 거대한 병기용부터 아주 작은 청동거울에 이르기까지 사이즈도 다르고, 만들어진 시대도 다르지만 역사의 부침속에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을 통해 어떤 느낌이 올지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