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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은 블루다 - 느릿느릿, 걸음마다 블루가 일렁일렁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2년 6월
평점 :
포르투갈은 스페인 왼쪽에 길게 있는 나라다. 과거 대항해 시대에 세계 여러 곳에 식민지를 두고 잘 나갔지만 현재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 딱 한번 출장으로 다녀온 포르투갈은 맛있는 와인과 함께 곁들여 먹었던 간단한 에피타이저가 인상적인 나라다.
포르투갈이 블루라는 것을 책 전체가 표현하고있다. 표지부터 후루룩 책장을 넘겨보면 푸르다. 아줄레주(장식 타일)가 건축물 외벽이며 내부에서 푸름을 발산하고, 카톨릭 조각과 회화에서도 파란색이 넘쳐난다. '파두'는 포르투갈 대표 노래인데 역시 블루스의 우울함을 표현한다. 이 노래는 바다로 떠나간 남편이나 애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우다지'라는 정서를 담고 있는데, 우리의 한과 같다고 한다. 또한 역사적으로 포르투갈 사람들의 우울한 삶을 자초한 살라자르 독재의 시기(1932-1968)도 블루하다. 첫장부터 블루에 빠져 들듯 읽게 되는 여행기다.
책은 11장으로 되어있다. 포르투, 코르테가사와 발레가, 아베이루/일랴부/코스타 노바, 혁명의 파두, 오비두스, 신트라와 호카곶, 세투발, 에보라, 베자, 알가르브(무어인), 리스본을 소개한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가며 하나씩 소개하는데 포르투갈 전도가 없는 것이 아쉽다.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는데, 포투 와인이 다른 와인과 다른 점이 브랜디를 섞은 '주정강화와인'이라는 점이다. 내가 경험했던 식전 와인이 아이스 와인 못지 않게 달착지근하고 끈적임이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겠다. 성당이 화려한 것은 빈 공간을 두려워하는 마음에 빈틈없이 꽉차게 그림을 그리고 문양을 채워넣기 때문이라는 것도 새롭다. 무엇보다 그릇을 좋아한다면 하나쯤은 갖고 싶은 푸른 색의 '비스타 알레그레'의 자기 세트가 탐날 정도로 아름답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자유여행을 하면 꼭 가보는 곳이 현지의 대학인데, 그런 의미에서 코임브라가 매력적이다. 코임브라 대학은 구석구석 아줄레주로 아름다울 뿐아니라, 금빛 찬란한 주아니나 도서관은 궁을 방불케한다. 특이하게도 고서가 많은 이 도서관에서는 박쥐를 그냥 둔다는데, 박쥐가 책벌레를 잡아 먹기 때문이다. 약품은 훼손 가능성이 있어서 대신 박쥐와 공존한다니 특이하다. 움베르토 에코가 이 곳을 다녀간 후 자기 서재에 박쥐를 키우려고 고민했다니 에코답다.
아줄레주가 포르투갈의 것인 줄 알았는데 원래 스페인에서 왔다고 한다. 신트라 왕궁의 일부 방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16세기 타일로 만들어 진 것이라는데 이 타일을 스페인 세비야에서 수입했다. 마누엘 1세가 스페인 알함브라 왕궁의 화려함에 반해 스페인 아줄레주로 장식을 흉내낸 것이란다. 신트라 왕궁에는 레콩키스타(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려는 노력)를 해온 포르투갈 입장과 다르게 이슬람 양식이 발견되는데, 방 중앙에 샘을 둔다든지, 무데하르 양식으로 꾸며진 카톨릭 예배실이 그렇다. 17-18세기에 포르투갈 자체제작 타일을 사용하면서, 다른 방들은 파란색의 포르투갈식 아줄레주를 그대로 보여준다. 오랜 세월 역사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이 궁이 가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리스본은 포르투갈의 수도이자 대항해시대(15~16세기)의 중심도시로 세계 최고의 부자도시였다. 동양의 향신료, 자기, 비단, 아라비아의 말, 페르시아의 양탄자를 들여와 유럽에 파는 곳이었다. 그러나 이 무역이 국왕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이고, 개인무역을 금했기에 시들어져가고 17세기는 그 파워가 네덜란드에게 넘어간다. 리스본에 관한 설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알파마'의 파두 이야기다. 파두의 고향 알파마는 가난한 어촌인데, 선원인 남편을 이별해야하는 아픔이 있고, 알파마에 모여든 흑인 노예의 후손과 브라질 원주민들, 아랍인의 감성이 더해진 노래이다. 파두는 빠른 춤곡에 단조를 주음으로 느린 박자로 노래하는 애절한 가요라는데,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검은 옷을 입고 부르는 파두 가수의 표정을 통해 깊은 슬픔이 전해진다.
시원시원하게 구성한 사진이 책을 아름답게 만든다. 해상도 좋은 사진과 해박한 설명을 따라 읽으면 포르투갈을 사랑하게 된다. 내용만큼 편집과 구성도 멋진 책이다.
일년 365일 중 320일이 화창한 날씨인데다 물가가 동남아시아보다 싸다고 하는 포르투갈에서 한달 살기를 하려면 곁에 두고 자주 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