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딥리뷰 - 모든 것은 AI로 연결된다
손재권 외 지음 / 쌤앤파커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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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는 세계 최대의 전자, 기술 전시회로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최한다. 원래 가전제품 전시회였으나 전기차와 자율주행과 같은 다양한 혁신기술을 가진 기업과 제품을 선보이는 장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7개의 분야인 모빌리티, AI, 웹 3.0&메타버스, 라이프 테크, 헬스 테크, 스페이스 테크, ESG와 지속가능성을 설명한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만에 대중에게 공개된 CES2023의 현장의 느낌을 전해주는데, 중국과 일본기업의 부진한 모습을 언급한다. 미중갈등으로 중국 기업들이 퇴조한 듯한 인상이고, 토요타도 전기차 트랜드 속에서 아직도 하이브리드를 주장하고 있어 뒤쳐진 상황이라고 전한다. 중국기업은 마치 5-6년 전의 한국기업을 보는 듯하다든가, 트랜드에 올라타지 못하는 토요타의 결정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도태된 노키아와 같다고 비교설명한다. 반면 소니는 혼다와 손잡고 전기차를 생산하고, 우주 촬영용 위성인 나노 위성 아디(EYE) 발사에 이르기까지 앞서고 있다. 토요타와 소니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우리나라는 나름 선전 중이다.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20개 기업 중에서 9개가 우리 기업으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냈다. 대기업보다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5개나 된다는 것도 의외다. 그러나 국가별 혁신챔피언 순위에는 들어가지 못했는데, 기술보다 보수적인 사회 문화 배경, 조세제도같은 규제항목때문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훌륭한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도 규제로 인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룰 수 없다면, 개선이 필요하다.

모빌리티 분야는 누구나 느끼듯 '100년만의 패러다임 변화'를 통과하고 있다. 전기차-자율주행-서비스는 CTA가 제시한 모빌리티의 3대주제인데, 자동차 회사뿐 아니라 차량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가진 빅테크3인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는 AI, 클라우드, 자율주행 기술에서 앞서고 있다. 2025-2027년에는 자율주행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며 도심 자율주행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AI에 관해 2022년 11월 30일 등장해 5일 만에 100만명의 사용자를 모았다는 Chat GPT가 단연 빅뉴스였다. 기계적인 대답이 아니라 사람처럼 질문의 뉘앙스와 맥락, 개념적인 문제까지 이해하고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CES에 전시되지 않아 유감이다. 로보틱스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은 아모레퍼시픽의 톤워크와 코스메칩은 개인 맞춤형 메이크업 스마트 제조 시스템 솔루션이다. 내 피부에 맞는 컬러를 찾아 파운데이션부터 메이크업 제품을 제조하여 최적의 맞춤 컬러를 제안해준다는데 흥미롭다.

이미 생활 속에 들어와있는 기술로는 혁신상을 받은 텐마인즈의 모션필로우가 흥미롭다. 코골이감소효과를 내는 베개인데, 검색해보니 969,000원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조금 비싸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유용하겠다. 또한, 커피를 좋아한다면, 로봇공학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TBDX의 커피캡슐머신 xBloom이 궁금하다. 전문적인 바리스타가 내린 맛을 낸다니 궁금하다.

우주로의 탐험에서 달 탐사를 하는 미국 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최종 목적은 2028년 달에 거주하는 것이다. 불과 5년내에 이룰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하다.

미래의 모습은 지금과 상당히 달라질 것 같다. 인간이 하던 일을 AI와 기계가 초연결되어서 알아서 움직여줄 것이다. AI가 추천하는 화장을 하고, 추천해주는 옷을 입고, 자율주행이 되는 차를 타면 운전할 필요도 없고, 질환이 있어도 굳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진단을 받을 수 있고, 우주를 관광하거나 한달살기도 가능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니 참으로 기대되면서도 우려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트랜드에 잘 올라타서 승승장구하기를 바라면서도 너무 빠른 변화에 개인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CES 전시회 제품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새롭고 신기한 제품들의 향연이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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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유산
스테파니 세네프 지음, 서효령 옮김, 최웅 감수 / 마리앤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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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포세이트는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어떻게 파괴하는가?

저자 스테파니 세네프는 MIT의 연구 과학자다. 10년간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둘러싼 약물, 식단, 독성화학물질에 관해 연구, 집필, 강의했다.

책은 11장으로 되어있다. 1-2장은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의 역사를, 3-6장은 인체에 미치는 영향(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어떻게 손상시키고, 단백질 합성과정에서 어떻게 아미노산과 글리신을 치환하는지, 인산과 황산의 역할을 어떻게 교란하는지), 7-10장은 이 물질이 특정질환(간, 불임, 신경, 자가면역 질환)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알려준다.

글리포세이트는 몬산토의 라운드업(제초제)의 유효성분이다. 1968년 몬산토는 농업용 제초제로 특허를 내고, 2000년대 초 경구용 항생제로 특허를 냈다. 이 화학물질은 인간의 건강에 무서운 영향을 미친다. 1970년대 농업에서 독점권을 갖고 있던 몬산토는 라운드업을 판매하며 독성이 낮고 토양에서 덜 지속되며 사람,동물, 환경에 안전한 제초제라고 광고하였으나 사실과 다르다. 몬산토는 라운드업에 내성이 있는 작물인 유전자 변형작물(GMO)을 만들어 내 그 외의 잡초를 모두 죽인다. 그러나 살아남는 슈퍼잡초들이 생겨나고 이를 죽이기 위해 더 많은 제초제를 뿌리면서 사용량이 급속히 증가했다. 1993년부터 인간의 소변에도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나타나고 있다.

글리포세이트는 땅, 물, 공기에 퍼져 나가고 축적되어서 식물, 미생물, 물고기는 물론 이를 섭취하는 인간의 몸에서 여러가지 질병을 일으킨다. 뇌에 작용하여 자폐아가 증가하고, 장내 미생물을 죽이는 항생제와 같은 역할을 하여 크론병과 같은 질병을 일으키고, 우리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리고, 불임의 원인이 된다.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글리포세이트와 관련된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의 농약자살 데이터가 언급되는 것을 보면, 이 제초제는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중국, 대만, 사탕수수 농장이 있는 스리랑카, 이집트 등 세계여러나라는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지역인데 글리포세이트가 노출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하는 예가 흥미롭다. 북유럽의 카렐리아라는 지역은 러시아와 핀란드가 공유하는 곳인데, 핀란드 쪽이 러시아 쪽보다 알레르기, 당뇨병 및 기타 자가면역질환 발생률이 5-6배 높다. 이유는 선진국인 핀란드가 지나치게 깨끗한 위생관념으로 자가면역질환발생률이 높은 것일 수도 있지만, 핀란드 어린아이가 러시아 아이들보다 글리포세이트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푸틴은 유전자변형작물재배와 수입을 금지하였다.

제초제를 사용해서 이득을 얻는 사람들은 몬산토와 같은 기업이며, 이로 인해 발생한 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과 치료를 담당하는 것이 제약회사와 의료계이다. 무분별한 제초제 사용이 결국 인간에게 악영향을 끼치며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시급하다. 아이들에게 위험한 유산을 남길 수 없다. 오염된 생태계와 우리의 몸을 원래로 돌리려면 글리포세이트 사용을 중지하여야한다.

개개인이 글리포세이트로부터 자신을 지기키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유기농 작물을 먹는 것 만으로 몸을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황을 보충하기 위해 양파, 마늘, 양배추, 브로콜리 같은 십자화과 채소를 먹는다. 장을 위해 프리바이오틱스를 발효하기 위해 바나나, 마늘, 양파를 섭취한다. 김치, 사우어크라우트, 요거트, 콤부차처럼 생균제도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킨다. 감염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폴리페놀 화합물이 들어있는 녹차의 퀘르세틴, 강황도 좋다. 과카몰리는 자주 만들어 먹으면 좋은데, 토마토와 라임즙에 비타민C가, 마늘과 양파에 황이, 아보카도에 뇌에 좋은 건강한 불포화 지방이 있기 때문이다.

글리포세이트는 농작물을 영양적으로 결핍되게 하므로 미네랄을 섭취하기 위해 지중해 소금이나 히말라야소금으로 바꾼다. 유전자변형 재료를 사용하는 가짜버거보다 목초먹으며 자란 소고기를 먹도록 한다. 비타민 D는 태양으로 부터 직접 얻는데 자외선차단제와 선글라스 없이 매일 30분만이라도 햇빛을 직접 쬐는 것이 좋다. 자외선차단제 사용의 증가에 비례해 피부암발병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피부암으로 보호하기 위해 바른 차단제의 산화아연이 독성화학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45년간 팔리며 독성이 없다고 광고한 제초제가 생태계와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글리포세이트 사용금지를 위한 각성이 필요하고 양심적인 과학자의 주장을 지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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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의 마흔 수업 - 이미 늦었다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김미경 지음 / 어웨이크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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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흔의 당신이 스스로를 뜨겁게 사랑하기를,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당신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기를 바란다."295

마흔을 훌쩍 넘긴 김미경이 자신의 40대를 돌아보며 지금의 40대를 응원하는 책이다. 수필이라 읽기도 편하지만 자신의 이야기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현실감 넘친다.

책은 4부로 되어있다. 너무 늦은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마흔에게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마음가짐과 결혼과 인생에 관한 조언을 담았다.

마흔이면 안정을 찾을 때라고 말하지만 저자는 100세 시대의 마흔은 오히려 인생의 반도 지나지 않은 시기이므로, 도전과 성장을 해야하는 나이라고 조언한다. 이미 40대에 성공한 사람이 있다면, 긴 인생의 여정에서 점 하나를 찍었을 뿐이다. 우리나라 40대의 특징은 직장에서 임원과 일반 직원 중간에 끼인 매니저로 70년대생 꼰대와 90년대생 Z세대의 간극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학생이거나 사회초년생 때 IMF라는 엄청난 사회변화를 겪으며, 부지런히 자기계발을 해왔고 지금도 열심히 하는 세대다.

각 세대를 살면서 중요한 것은 남이 아니라 나 자신임을 강조한다. 30대는 결혼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로 남과 비교하고, 40대는 또래 아이들 엄마와 비교한다. 그러나 60대가 되어 만나면 비교가 부질없어지고 서로 측은한 마음이 든다. 상대가 나보다 잘 나가서 부러울 때는 그가 인생의 꼭대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내가 초라해보일 때는 밑바닥에 있음을 기억한다면 비교가 무의미해진다. 정신승리일 수도 있지만 괜한 부러움으로 내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필요는 없다. 내 자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자리잡으면, 누구라도 꼭대기에 올라가기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박수쳐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누군가 함부로 나를 비교할 때 내가 뭘하고 살았는지 적어보고 열심히 살아온 나 자신을 지키자.

40대 싱글이라면, 남편같은 집을 사고, 꼬박 꼬박 나오는 연금을 들어두는 것이 좋다. 집과 연금이있으면 여유있고 자신있게 남자를 고를 수 있다. 결혼이 서로의 미래를 보듬어줄 만남이고 약속이라면 언제해도 늦지 않다. 40대 기혼이라면, 이제 부부는 파트너다. 서로 깍아내리지 말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또한 지나친 자녀 교육비 투자는 부부의 만년을 힘들게한다. 자녀 교육비는 예산의 30%이하로 잡고, 자녀를 위해 좀더 넓고 긴 안목으로 미래에 어떠한 일을 하며 살 수 있는지 공부하는 것이 더 낫다.

어른들도 스스로에게 투자해야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어찌보면 효율이 더 높은 것은 어른에 대한 투자다. 3년만 열심히 교육을 받으면 취업할 수 있다. 남자들 또한 은퇴 전 40대에 미리미리 은퇴를 염두에 두고 두 번째 직업을 준비해야한다. 창업 준비를 하다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마음의 안정감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창업한 것이 잘 되어서 급여 이상을 벌어준다면 은퇴를 해도 된다. 갑자기 하면 어렵다. 미리 준비하자.

자기계발서를 그리 많이 읽지는 않지만, 먼저 살아본 경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늘 도움이 된다. 천천히 읽으며 내 삶을 뒤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마흔을 살고 있든, 그 이상의 나이를 살고 있든, 여성이라면 잠시 멈추어 서서 어디로 가야할지 생각해보는 지침서로 읽으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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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현대지성 클래식 48
알베르 카뮈 지음, 유기환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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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고전을 소개하는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중 '이방인'이다. 오래 전에 읽었는데 다시 받아 보니 이렇게 얇았나? 하는 느낌이다. 작가 연보까지 합해도 200여 쪽이다. 현대지성의 책은 고전을 쉽게 접하게 하기 위해 삽화를 넣어주기도 하는데, 이 책은 특히 칼라풀한 삽화가 이야기를 시각화한다.

알베르 카뮈는 프랑스인이지만 식민지인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포도농장 노동자였고 어머니가 스페인계의 하녀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와 가난하게 자랐다. 부조리를 대표하는 <이방인>과 반항의 <페스트>, 사랑의 미완성 소설 <최초의 인간>이 있다.

요양원에 계시던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뫼르소는 가는 길에 졸음이 오고 피곤하다. 마지막인데도 엄마의 시신을 보지 않겠다 하고, 엄마가 없었다면 즐겁게 산책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례식에서 돌아온 뫼르소는 마리와 잠자리를 하고, 이웃집 레몽과 친구집 바닷가에서 수영을 하며 즐긴다. 해변에서 레몽의 여자친구의 오빠가 포함된 패거리와 맞닥드려 레몽이 부상을 입는다. 뫼르소는 해변가를 걷다가 아까 그 패거리 중 한 명을 발견하고는 총으로 쏘아 죽인다.

마음과 행동이 서로 맞지 않는 부조리한 사례를 여러 군데에서 만날 수 있다. 먼저 뫼르소는 장례가 끝나고 돌아와 마리와 잠자리를 하고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한다. 마리가 결혼하자고 제안하자 사랑하지는 않지만 결혼하겠다고 대답한다. 사랑하지 않는데 왜 결혼에는 응하는 것일까? 부조리하다. 또한, 뫼르소의 주변인물로 개를 학대하는 살라마노 영감과 여자친구를 때리는 창고지기 레몽이 있다. 이들은 사랑하는 대상에게 나이스하지 않다. 언제라도 곁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일까? 결국 개가 사라지자 영감은 울고, 떠나버린 여자친구에 레몽은 속이 상한다. 부조리하다.

무엇보다 사건의 내막을 아는 독자로서는 뫼르소가 고의로 살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데도 검사는 살인이 계획적이었다고 꾸며내고 뫼르소가 냉혈한이자 부도덕한 인물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배심원을 설득해 사형판정을 받게하는 것이 가장 부조리하다. 뫼르소도 말하지만, "살인죄로 기소당한 채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형당한다"는 것은 법정의 부조리를 보여준다. 사건에만 집중해서 판결을 내야 앞뒤가 맞는데 범죄보다 용의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의해 형이 정해진다. 마지막으로, 부속사제는 자신의 설득이 먹히지 않는 뫼르소에게 화를 내는데, 이또한 부조리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모든 죄인들은 신에게 용서를 빌고 귀화'한다고 믿는 사제를 위해 신을 부정하는 뫼르소가 신념을 바꿔야 옳은 것인지 의문이다.

뫼르소라는 인물은 어찌보면 천하의 불효자이자 살인에도 눈깜작하지 않는 냉혈한으로 보이겠지만, 어찌보면 해탈한 철학자같기도 하다. 사회화가 된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들을 보이고 그에 대한 변명조차 하지 않는 뫼르소를 보며 조리가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남을 위해 나를 바꾸지 않는 뫼르소의 일관성을 통해 일반적인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생각과 다른 행동을 보이며 사는지 그 부조리가 이해되기도 한다.

사회화라는 것이 부조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으로는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하고, 하고 싶지만 반대되는 행동을 해야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적절히 사회화되지 못한 사람들은 그 부조리를 참지못하고, 법망에 걸리는 죄를 지었을 때는 사회에서 쫓겨나는 일밖에 없겠다. 어려웠던 부조리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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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통찰 - 국제질서에서 시대의 해답을 찾다
정세현 지음 / 푸른숲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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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통일에 관한 전문가를 모실 때 등장하는 분이다. 낮은 목소리로 직선적으로 말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통일부 장차관을 역임하였는데, 대학에서 외교학을 전공하고, 중국 외교관련 정치학 박사다. 이 책은 우리 나라의 국익에 맞는 외교를 강조하는 정세현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다.

책은 5부로 되어있다. 국제정치의 세계, 팍스 시니카 이후 서구 세력의 등장과 팽창하는 일본, 미소 냉전시기의 국제정치, 미국 일방주의 시대, G2로 올라선 중국과 선진국이 된 한국, 21세기 G2시대, 다시 격동하는 국제질서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서 보자면 미국이 최상부에 있고 넘버2로 동쪽에는 일본, 서쪽에는 영국이 있다. 그 밑에 넘버3, 4쯤으로 동쪽에는 한국, 서쪽에는 프랑스, 독일이 있다. 세계는 60년 이상 이런 피라미드 모양을 이루고 있었다."117

국제관계에서 우리의 위치는 미국 아래 일본, 그 아래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는 변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힘이 빠지고 있고, 중국은 무서운 속도로 미국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일본도 중국에 세계 2위 자리를 빼앗긴 후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추격 중이다.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에 인사를 하러가고, 미국의 눈치를 보는 '사대자소(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면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보살핀다)'의 태도를 접고 좀더 당당하게 주고받는 외교로 바뀌어야한다.

"때때로 정책가의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국가이익보다는 여론에 휘둘리거나 자기 머릿속에 들어있는 잣대에 따라 일하려는 경우를 보는게 그러면 실패한다. 내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자국 중심성이고 실용 외교다."133

저자가 강조하는 자국 중심의 실리외교는 매우 중요하다.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의 우산 속으로 들어갔지만, 러시아는 핵이 없는 우크라이나를 얕잡아 침략했고, 미국은 제대로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북한이 미국의 경제적 봉쇄와 외교적 고립 정책에서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통일에 관해서라면,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났던 때에 통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장미빛 희망이 있었는데,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가 뒤집으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핵포기가 먼저냐 평화협정이 먼저냐로 미국과 북한은 타협하지 못했고, 한반도의 불안은 미국에게 무기를 팔 기회이기에 쉽게 남북한의 의지와 상관없이 통일의 길은 그리 쉬워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의존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당장의 통일보다 현실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방법이지 않을까한다.

놀라운 사실은 아직도 이승만이 6.25때 미국에게 넘긴 전시작전통제권을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 댓가로 찾아오기로 했는데, 아직 받아오지 못하고 있다. 휴전인 상태인 우리에게 전시작전 통제권은 자주국방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통제권이 미군사령관에 있는 현재는 미군 2만8천명이 65만 한국군을 부하처럼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에 미국에게 한국은 북한 때문이 아니라 중국 때문에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이 짜놓은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중국이 팍스 시니카의 부활을 꿈꾸며, 2049년에는 미국을 누르고 G1이 되겠다고 한다. 일본 역시 미국이 힘이 빠지면 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일본몽을 꾼다.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할지? 국제관계에서 우리편은 없다. 미국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자주적으로 결정하고 행동해야한다. 미국에 '노(No)'할 수 있고, 우리의 국익을 우선시할 수 있고, 눈치만 보지 말고 하나 주고 하나 받을 줄 아는 전략을 가진 정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며 노선이 달라지는 통일문제에 관해 일관성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해보인다.

통일뿐 아니라 국제관계의 속성에 관한 통찰로 가득찬 책이다.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를 이해하고, 어떻게 처신해나가야하는지 알기 위해 꼭 일독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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