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다시, 일본 정독 - 국뽕과 친일, 혐오를 뺀 냉정한 일본 읽기
이창민 지음 / 더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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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일본 정부의 대한국수출규제조치 후 '노 재팬'이란 이름으로 자발적 불매운동을 벌이며 우리는 은근히 우리의 불매운동이 일본에 타격을 주기를 원했다. 그리고 소부장 자급노력과 불매의 성공 뉴스를 보면서 은근한 자부심을 느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의 불매운동이 일본의 무역적자에 크게 영향을 주지 못했고, 원래부터 일본은 무역수지 적자를 이어오고 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지나치게 과장된 국뽕이나 일뽕에 대해 비판적이다. 사실을 바탕으로 일본을 바라보고 우리의 상황을 확인한다.

저자는 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일본학과 교수다. 경제학을 전공하였고 일본에서 10년을, 귀국해서 8년을 생활하며 양국의 문제를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상해본다.

무엇보다 초반에 일본 근현대 경제 흐름을 간략히 설명해줘서 이해에 도움이 된다. 20세기 초 개도국 수준의 경제력이었던 일본이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며 중진국에 오르고, 1920년 반동 공황, 1923년 관동대지진, 1927년 금융공황, 1930-1931년 쇼와 공황 후 장기공황을 겪고, 1980년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며 'Japan as number one'으로 미국도 견제할 정도의 버블경제를 누리다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로 지금까지 장기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잃어버린 30년의 원인은 다양하다. 건전한 기업뿐 아니라 부도가 날만한 기업도 살려준 정부의 실책과, 4차 산업혁명을 위해 기존의 시스템을 교체하고 디지털화하지 못한 과오, 자국 시장에만 안주해서 국제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황,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고 제품화하기보다 장인정신에 집착하여 생산자 위주의 개발에 매달리는 성향 등이다. 무엇보다 인구감소와 노령화는 생산성 저하를 가져오는데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 역시 젊은이들의 취업박탈을 가져와 악순환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잃어버린 30년 세월 동안 일본경제가 퇴보하고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세계3위의 경제규모를 유지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통찰력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는 속담과 우아한 백조의 발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는 비유로 적절히 설명하는 방식도 명쾌하다.

'백조의 발'은 일본의 강력한 소부장 중소기업이다. 대기업과 갑을 관계가 아니라 독자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일 기업 시총 순위 30개에 우리는 1위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6개 기업이 들어가 있지만 24개의 업체는 일본기업이고 이들의 시총은 우리보다 3배 크다. 부자는' 망해도 3대 간다'는 속담에 대해 60대 이상 노령자의 자금력이 크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일본 금융자산이 1억엔 이상 되는 부유층의 경우 60대 이상 세대 비율이 76%나 되지만, 세대주가 20대인 경우 100만엔도 채 되지 않는 세대가 51%, 30대는 30%에 육박한다.

처음 알게 된 것 중에서 일본 회사의 '사내 실업자'라는 것이 독특하다. 사내 실업자는 빠른 변화 속에서 기업의 인재상에 부합하지 못하는 나이든 인재로, 업무를 받지 못하고 창문을 지키다 퇴근한다고 한다. 해외 생산 비율이 증가하고 IT기술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 인재들을 자르지 않고 유지하는 것은 지금까지 일해온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인 것일까? 아니면 새로운 인재고용에 차질을 일으키는 암적인 존재인 것일까?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입장에서 너그러운 방침이라는 생각이다.

생소한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관련 영화, 드라마, 교육프로그램을 들어 설명한다. 영화 <마이웨이>의 배경인 노몬한 전투에서 일본의 무모한 정신승리와 <콰이강의 다리>의 비아전선의 렌야 사령관의 무대포 정신을, 메인 뱅크가 기업을 좌지우지 할 수 있었던 기업금융 시스템을 알 수 있는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를 찾아봐야겠다. 책에서 언급한 <EBS 비즈니스 리뷰>의 위정현 교수편도 찾아봐야겠다.

일본의 과거, 현재, 미래를 경제적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쓴 책이다. 글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워 강추한다. 다양한 경제용어와 일본만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일본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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