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자본론 - 자본은 인간을 해방할 수 있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이재유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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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대중화를 위해 모인 철학사상연구회의 책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이해하기 쉽게 썼을 것 같아 선택했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자본론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이해해야할 사상이나 개념 정의를 주로 설명하면서 칼 마르크스의 생애에 출고한 저서에 대해 설명한다. 유물론적 세계관에 영향을 준 것이 프랑스의 사회주의(생시몽, 푸리에)와 영국의 정치 경제학(애덤 스미스)과 독일의 관념론(유물론과 관념론을 종합한 헤겔의 변증법)이라고 하는데 벌써부터 심상치 않아 보인다. 2장은 <자본론>을 인용하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사실 쉽지 않다. 따옴표로 표시한 원문과 저자의 설명이 섞여 있는데 복잡하다. 차라리 원문을 싣고, 쉬운 설명을 이어 나갔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3장은 마르크스가 영향을 받은 스미스의 <국부론>, 포이어바흐의 <기독교의 본질>, 헤겔의 <정신현상학>과, 엥겔스와 함께 쓴 <독일 이데올로기>, 후에 영향을 끼친 엥겔스의 <자연변증법>, 레닌의 <철학 노트>를 소개한다. 매우 짧은 소개라 따로 공부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마르크스는 처음에 자본, 토지재산, 임금노동, 국가, 대외정책, 세계시장의 6권을 계획했다고 한다. 앞 세 권만 <자본론>으로 엮여 나왔고 나머지는 쓰여지지 않았다. 미완성의 저서인 셈이다. 그리고 1권만 마르크스가 직접 저술한 것이고, 나머지 두 권은 엥겔스가 마르크스 사후 정리한 것이다.

봉건제의 영주가 책임져주던 사회에서 근대로 넘어오며 개인이 자신을 책임지는 사회로 탈바꿈하였다. 계약에 의해 관계를 맺는데, 장원의 한정된 곳이 아니라 넓은 시장에서 계약이 가능해졌다. 시장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 교환장소로서 인간의 노동생산물이 상품으로 변하고 이 상품이 팔릴 때 생존가능한 곳이다.

노동에 의해 생산된 상품은 서로 교환될 때만 가치를 갖는다. 같은 가치여야 교환이 일어나고, 이러한 등가물 금속으로 금이 화폐의 기능을 한다. 상품이 화폐로 유통되는데 교환과정 중에 잉여가치가 발생해 자본이 축적된다. 자본가는 기계나 토지를 이용해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늘려 잉여가치를 얻어 자본을 축적하는데,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자본가와 필요노동시간을 유지하려는 노동자간의 갈등이 시작된다. 나아가 자본가는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계화를 가속화하고, 적은 수의 인원으로 일의 강도를 높인다. 자본가는 잉여가치 일부는 개인이 소비하고 나머지를 다시 자본으로 만들고자 한다. 과잉생산되고 시장이 이를 다 소비하지 못하면, 공황이 오는 것이 자본주의의 특징이다. 마르크스는 근대 3대 계급이 임금노동자, 자본가, 토지 소유자로 구분된다고 정의하고 맺는다.

자본은 인간을 해방할 수 있는가?라는 책 제목을 다시 생각해본다.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자본주의 구조 속에서 축적된 자본은 분배를 통해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마르크스 시대보다 훨씬 고도로 기계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생산성은 고도로 높아질 것이고, 필요한 노동자수는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지만, 노동하는 사람들은 고강도로 힘들어 질 것이다. 마르크스가 주장한 대로 혁명을 통한 자본주의의 구조적 변화를 이루기는 어려워보이고 분배의 과정이 재고된다면 자본이 인간을 해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려운 책이다. 관념론과 경험론자들의 철학을 비판하며 실천적 유물론을 확립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용어부터 내용이해가 쉽지 않다. 좀더 쉬울 수는 없는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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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향해 걷는 열 걸음 - 단 하나의 나로 살게 하는 인생의 문장들
최진석 지음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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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철학 박사인 최진석의 고전 읽기다. '책 읽고 건너가기 운동'의 일환으로 열 권의 책을 읽고 나눈 대화와 <광주일보>에 실었던 독후감을 모았다.

"대답은 건너가기를 멈춘 상태에서의 소극적 활동이고, 질문은 전에 알던 세계 너머로 건너가고자 하는 적극적 시도입니다. (중략) 세계는 대답하는 습관으로 닫히고 질문하는 도전으로 열립니다(서문)."

서문의 이 글귀부터 나를 깨운다. 늘 답을 찾는데 익숙한 우리의 교육과 논리를 따라 질문하는 프랑스 교육의 차이가 연상된다. 남의 문제에 나를 맞출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생각해서 문제에 도달하라는 말을 하려는 것일까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다.

선정한 열 권의 고전을 통해 호기심으로 용기를 내어 모험을 하고 그 끝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것을 강조한다. 돈키호테, 어린왕자, 페스트, 데미안, 노인과 바다, 동물농장, 걸리버여행기, 이솝우화를 통해 자기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행하는 사람들을, 아Q정전을 통해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이 없는 사람의 절망적인 결말을, 징비록은 아Q와 같이 생각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가 어찌되는지를 깨닫게 한다. 틀에 박힌 관념대로 살아가는 무리 속의 내가 아닌 진정한 나에 대해 생각하고 질문하고 바라는 것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각 작품을 분석하는 방식이 좋다.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그가 살던 시대의 상황은 어떠했는지, 고전 속 등장인물들은 무엇을 추구했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문장은 무엇인지를 질문과 대답식으로 쓴다. 본문을 인용해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방식이 힘이 있다.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고전을 여러 철학자의 사상과 연결시키고 현재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방식도 좋다. <어린왕자>를 이렇게 심오하게 읽다니. 두세 번 읽은 이 책을 전혀 다르게 보게 된다. 니체의 인간발달에 따르면, 인간은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낙타'에서 자기 뜻대로 하는 '사자'의 시기를 거쳐 호기심이 넘치는 '어린이'의 시기로 발달한다. 따라서 인간의 최종 발달단계는 어린이의 모습이다. 호기심 넘치고 끝까지 질문을 하는 어린왕자의 모습이 이상적인 어른의 모습인 것이다. 혼자 읽을 때도 철학자같은 여우의 역할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여우는 어린왕자가 어른이 되지 않도록 각성시켜주는 데미안과 같은 존재라는 관점이 매우 신선하다. 아무 생각없이 일을 열심히 하고 숫자를 세고 있는 어른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존재다. 어린왕자는 이런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뱀의 힘을 빌어 어린이의 상태로 남기를 결정한다. 내 인생을 내가 선택해야한다는 의미가 심장하다.

'맹목적 평화주의가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조선 건국 이후 200년간 평화가 이어졌다고 조선이 평화주의는 아니다. 조선은 여러 조짐이 있었음에도 전혀 대비하지 않아 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위태해진다. 왜가 침입해서가 아니라 조선 내부의 문제로 자초한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임진왜란에 임금이 의주까지 도망가고, 명에 의존하면서 우리 땅은 우리의 것이 아니라 명과 왜의 판단에 달리게 된다. 이는 한일 병합으로 이어지고, 2차대전 후 러시아와 미국의 판결에 따라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분단상태에 놓인다. 나라의 주도권이 우리에게 있지 못하면 어찌 되는지 다시 깨닫는다.

같은 책을 읽어도 알고 있는 배경지식의 많고 적음과 깊이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이해의 폭은 굉장히 크다. 읽고 생각해보고 정리하는데 이 책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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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영어공부
박소운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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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법 책을 찾아 읽지는 않는데, "통역사에게 배우는 영어의 추월차선!"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 통역에 단련된 전문가가 가지고 있는 '추월차선'의 비법을 알려줄 것 같아서다.

내용은 의외로 치열하지 않은 편이다. 통역업무나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어떤 자세로 영어공부를 해왔는지 이야기한다. 통역사가 되기 위해 학부와 대학원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했는지에 대한 과정을 기대했는데, 이미 통역사가 된 후의 영어 공부에 대해 더 비중을 둔 것 같다. 그래서 조금 아쉽다.

겉멋보다 기본에 충실한 영어공부를 강조한다. 빠르고 유창한 것보다 정확한 뜻을, 발음을 할 때도 모음을 잘 구분하고, 한 단어 안에서의 강세를 구분할 것을 당부한다. 독해는 문단을 읽고 요약한 다음 세 번 소리내어 읽는 연습을 제안한다. 최근에 읽은 영어교수법에서 다섯 번 읽고 녹음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유사한 내용이라 반갑다. 롬브 커토가 <언어 공부>에서 언급한 대로 낱말의 짝을 같이 외우는 방법도 효율적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시신-구-인양은 함께 쓰일 일이 많기 때문에 한번에 외운다.

작문에 대해서는 필사보다는 내 머리에서 나오는 글을 직접 써보고 피드백을 받는 방법을 추천한다. 남이 써놓은 글을 베껴 쓴다고 내 것이 되진 않는다고 하는데 사람마다 다르니 참고할 일이다. 또한 다독보다 책 1-2권을 천천히 내 것으로 만드는 편을 선호한다.

통역을 할 일은 없지만 외국인에게 우리문화를 소개할 때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This is Korea>와 같은 책이 담고 있다니 한 권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우리말로는 상황에 맞는 단어의 차이를 구별해주는 <영어단어의 결정적 뉘앙스들>이라는 책도 단어의 뉘앙스 구분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때마다 주제와 관련된 명언을 하나씩 제시하는데 이를 읽는 재미가 있다. 볼프강 리베의 Nobody's perfect, that's why pencils have erasers(33)!"라는 말이 위트가 넘쳐 기억에 남는다.

영어공부법에 관한 이야기지만 어떤 언어를 배우더라도 참고할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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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 민주주의 윤리의 미완성
윤화영 지음 / 성안당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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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유민주주의는 위기일까?

저자는 우리나라가 서구가 개발한 계약론을 충분히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서구처럼 민주주의가 정착하지 못했다고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17세기 영국의 홉스와 로크의 계약론에서 시작한다. 국가나 정부가 개인의 자유, 평등, 인권을 보장해주는 계약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 이론은 각 나라마다 처한 환경과 역사적 배경이 다른 상태에서 발전되기 마련이다. 저자가 언급한 '선진 자유민주주의 사회'와 다르다고 해서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라는 주장은 의아하다.

저자가 지적하는 우리나라의 자유민주주의는 유교적 전통윤리와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아 위기라고 비판한다. 왕이 알아서 백성을 보살펴 주는 '민본주의'와 혼돈해서 우리는 정부나 국가가 알아서 국민을 보살펴야한다고 믿는 오류를 범한다고 한다. 또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따랐던 소련의 붕괴가 공산주의의 문제점 때문인데 우리가 이러한 사상에 영향을 받아 재분배 문제를 사회주의식으로 풀어가려고 한다고 비판한다. 소련의 붕괴가 공산주의 문제점 때문도 있었겠지만, 미국이 환율을 무기로 일본을 2인자 자리에서 몰아냈듯이, 소련도 유가 하락을 무기로 붕괴시킨 것이라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공산주의 문제점만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저자는 경제적 불평등과 재분배에 있어서 개인의 능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4차혁명이 도래하면서 점차 평등한 기회를 박탈당하며 글로벌 빅5가 전세계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일자리도 줄어가고 있다. 획기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한 소수의 집단에게 부가 집중되고, 점차 이러한 경향은 더 심해질 것이므로 부의 재분배에 대해 논의하고자하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한다. 존 로크시대의 정신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자유민주주의의 자본주의의 변화에 따른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특정계층에만 적용하는 인권이 아주 많다며 '인권과잉국(98)'이라고 주장한다. 저자의 언급대로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등 특정계층이 특혜를 받는 것의 문제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소외계층은 엄연히 존재한다. 노동자, 학생, 여성인권을 언급했는데 여성인권을 예로 들자면,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체제 속에서 여성인권을 부르짖는 단체가 늘어남에 따라 점차 변화하고 있다고 믿는다. 약자와 강자의 구분이 마르크스에서 왔고, 자유민주주의에서는 모든 인간은 능력이 있어 평등하다고 주장하지만, 엄연히 현실에서 약자가 존재하고 이에 대한 차별 역시 엄연히 존재한다. '여성인권'을 주장할 필요가 없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자유민주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17세기의 홉스와 로크의 계약론을 정리하고, 유교중심의 전통 윤리와 사고에 대한 비판은 김태길 교수의 <변혁시대의 사회철학>에 저자의 논의를 발전시키고, 사회주의 이론은 19세기 마르크스의 과학적 사회주의와 레닌의 혁명전술을 들어 설명한다. 저자는 홉스와 로크 편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비판하는 스탠스를 취한다. 그런데 논리적 흐름이 좋아 잘 이해되다가 간혹 공산당을 '악마(168)'로 공산주의자를 '괴물(169)로 표현하여서 흐름이 끊긴다.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으로 기술했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 자유민주주의는 위기일까? 민본주의와 민주주의를 혼동한다고해서 위기인가? 마르크스의 공평분배를 바탕으로한 복지사회를 추구한다고 해서 위기일까? 의문이다.

어떠한 참고문헌도 없다는 것이 설득력을 약하게한다. 예민하고 논쟁거리가 될 만한 인권, 재분배, 평등에 관한 이슈를 근거를 가지고 설득했어야하지 않나싶다. 비판적으로 읽기를 조언한다.

반대의 의견을 표하는 책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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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일주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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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1828-1905)은 프랑스 페이도 섬에서 태어났는데, 바다와 다른 나라에 대한 동경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알렉상드르 뒤마와 사귀며 문학에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아동도서 출판업자와 일을 시작하게 되어서 베른의 작품이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 치부된다. 그래서 이렇게 어른 책으로는 처음 만나는 것 같다.

세계여행을 하게 된 동기가 카드게임을 하면서 우연히 하게된 내기다. 포그씨가 80일 내에 세계일주를 마치지 못할 경 전 재산의 반인 2만 파운드를 내기로 한다. 이제 막 고용한 프랑스인 하인 파스파투르와 함께 그날 밤으로 바로 여행을 시작한다. 그러나 며칠 전 일어난 5만5천 파운드 은행권 도난 사건의 범인의 인상착의가 포그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그를 체포하기 위해 형사 픽스가 따라 붙는다.

세계일주는 런던을 출발하여 수에즈 운하를 지나 인도의 봄베이에서 캘커타로 철도횡단을 한다. 인도에서 죽은 남편을 따라 화형당하려는 아우다 부인을 구출하고 홍콩의 친척에게 데려다 주려는데, 친척이 유럽으로 가버린 바람에 유럽까지 동행한다. 홍콩에서 사라진 하인때문에 간신히 배를 구해 상해에서 요코하마로 간다. 요코하마에서 곡예단에 들어가있는 하인이 포그를 발견하고 함께 샌프란시스코행 정기선을 탄다. 뉴욕까지 미국횡단열차를 타고 가며 인디언의 습격을 받고, 다시 어렵게 상선을 탈취하다시피 해서 런던으로 돌아온다. 내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5분 늦어서 내기에 졌다고 생각했지만, 동쪽으로만 이동했기에 계산보다 24시간 일찍 들어온 것을 알아채고 결국 내기에서 이긴다.

"영국인이란 관광조차 하인을 통해 대리체험하는 족속(61)"이기 때문에 포그 씨는 사증을 받기 위해 배에서 내릴 뿐 전혀 여행다운 여행을 하지 않는다. 반면 하인 파스파르투는 "새로운 것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한테는 여행만큼 유익한 것도 없다고 했는데, 이제야 깨달았어(76)." 하며 여행을 만끽한다. 거리의 풍경이나 여러 사건사고에 연루되어 아슬아슬한 모험을 하는 사람은 포그가 아닌 하인 파스파르투다. 인도의 서티(남편이 죽으면 아내를 화장시키는 풍습), 홍콩의 아편굴, 이를 검게 물들인 일본 여인들, 열차를 습격하는 미국의 인디언들을 만나며 여행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세계여행을 떠나는 준비가 돈과 안내책 한 권과 달랑 입을 옷과 담요 정도라는 점이 놀랍다. 하인을 동반하는 시대풍습도 특이하다. 석탄을 때며 움직이는 배와 열차도 1870년대의 시대모습이다.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자 80일만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삽화가 인상적이다. 판화같은 느낌의 흑백 그림인데 매우 사실적이다.

"그가 여행에서 얻은 이익은 무엇인가? 그는 이 여행에서 무엇을 가지고 돌아왔는가?" 라고 마지막에 묻는다. 2만 파운드 내기에서 여행경비로 1만9천파운드를 쓰고 남은 1천 파운드도 하인과 형사에게 나눠주었다. "한 아리따운 여성 말고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었다. 그러나 좀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 여성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로 만들었다(366)." 외로운 포그씨가 남은 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얻었고, 충직한 하인을 얻었고, 함께 이야기나눌 추억을 얻었으니 많은 것을 얻은 것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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