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사도들 - 최재천이 만난 다윈주의자들 드디어 다윈 6
최재천 지음, 다윈 포럼 기획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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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이론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엄청난 물의를 일으켰지만 동시에 많은 학자의 체화와 재생산이 뒤따랐다."14

2009년이 다윈 탄생 200주년이자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었다니 이렇게 오랫동안 그를 추종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재천 교수가 다윈포럼을 만들어 다윈의 학술서를 번역하고, 다윈의 사도를 인터뷰하여 책을 내는 등 다윈 알리기에 열심이다.

원래는 다섯 명의 다윈주의자인 로즈메리와 피터 그랜트 부부, 스티븐 핑커, 대니얼 데닛, 리처드 도킨스, 윌슨 교수를 인터뷰하기로 하였는데, 다른 사람들까지 더해지고 빠져서 예수의 12사도처럼 다윈의 12사도로 결정지었다.

다윈이라는 거인의 성취 아래 현재까지 그 이론을 연구하는 사도들은 여러 분야에 포진해있다. 최재천 교수처럼 진화생물학은 물론 진화심리학, 동물행동학, 철학, 인지과학자, 식물학, 영장류학, 유전학, 과학사를 아울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진화 학자들을 인터뷰해서 책 한 권에 모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다. 인터뷰를 통해 현재 진화 생물학이 어떤 성취를 이루었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인터뷰한 사진을 보니 대부분 연로한 학자들인데 여전히 흥미로운 연구를 지속 중이거나 저서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열정이 느껴진다. 50년이 넘게 갈라파고스 섬의 핀치를 연구하고 있는 그랜트 부부에게 은퇴란 없다는 말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동시에 진화생물학이란 것이 오랜 시간이 걸리는 학문임을 알겠다.

<개미와 공작>은 최교수님이 추천하는 책 중 하나여서 저자인 헬레나 크로닌이 궁금했었다. 인상적인 것이 과학과 정치적 올바름(PC)간의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다. 크로닌은 평등보다 다름을 인정하자고 말한다. 능력에는 성차이가 있다. 수학과 자연분야에 남성이, 예술과 인문학 분야에 여성이 우월하다. 문제는 남성은 최악과 최고의 차이가 커서 멍청이도 많지만 노벨상 수상자도 많은 반면, 여성은 평균에 분포해있다. 하버드 수학과에 남성이 많은 것은 남녀가 평등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남성과 여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수학적 능력이 높다는 것이다. 상당한 논쟁거리다. 크로닌의 저서를 읽어봐야겠다.

저자의 인생을 바꾼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를 만나는 것은 얼마나 가슴 떨리고 기대될까? 아무리 메일을 보내고 연락을 해도 답도 주지 않았는데, 인맥을 통해 간신히 인터뷰 허락을 받았고, 밋밋하게 시작된 인터뷰에서 도킨스의 표정을 읽고는 바로 도발적인 질문을 던져 장장 4시간의 인터뷰를 이끌어냈다는데 멋지다. 도킨스와는 정말 많은 질문을 주고 받았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동기는 집단 선택을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자연선택은 집단의 이익보다 스스로 자신을 돌보는 단위, 즉 이기적 단위를 선호한다. 개체의 생존은 오직 번식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선택은 이기적 유전자의 수준에서만 가능하다. 대화 중 언급한 도킨스의 저서들 <이기적 유전자>는 이미 읽었고, <만들어진 신><지상최대의 쇼><악마의 사도>와 도킨스와 저자가 애착을 갖고 있다는 <확장된 표현형>과 독창적이라는 <무지개를 풀며>를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윈 평전을 저술한 재닛 브라운(영국, 과학사)의 인터뷰를 통해 다윈의 인간적인 배경을 알게 된 것도 좋다. 다윈의 시대에는 신이 모든 것을 창조했다는 생각이 만연하였는데 <종의 기원>을 발표하기 위해 다윈이 오랜 기간 충분한 증거를 모았고, 발표할 타이밍을 기다렸다. 다윈은 부유한 집안에 태어나 자유로이 연구할 수 있었고, 의외로 인맥이 넓은 사람이었는데, 정중하고 겸손하며 진지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말에 귀기울이게 했다. 병이 있어서 굳이 필요하지 않은 약속은 병 핑계를 댔다는 것도 흥미롭다. 일평생을 다윈연구에 바친 브라운도 대단하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최재천 교수의 친근한 구어체 문장으로 쓰여진 책이다. 인터뷰 형식이다보니 부드럽게 시작하지만 꽤나 학문적으로 깊이있는 내용과 논쟁이 포함된다. 좋은 답변을 이끌어내기 위해 좋은 질문을 던져야한다. 인터뷰할 사람에 관해 많이 조사하였고 그들이 쓴 책을 거의 다 읽은 것 같은 저자의 성실함이 감동적이다. 가장 훌륭한 사도이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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