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하루 일본문학 컬렉션 4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외 지음, 안영신 외 옮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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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컬렉션> 시리즈의 네 번째 기획 일본 근대 작가들의 수필 모음집이다. 다양한 작가들의 단편 수필을 주제별로 담았다.

하기와라 사쿠타로(1886-1942)의 단편이 많이 실려있다. 서양의 철학과 문학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 "나는 에드거 앨런 포를 통해 시를 배웠고, 니체로 부터 철학을, 도스토옙스키로부터 '심리학'을 배웠다(24)"고 말한다. 유럽의 철학과 문학뿐 아니라 미국 문학도 유행한 시대였던 것 같다. 이 작가의 특이한 점은 우울증과 고독에 빠져있는데도, 쾌적한 가을이면 글을 쓰기보다 혼자 밖을 배회한다. 번화한 거리의 정류장에서 사람들과 여행객들을 구경하느라 세 시간이나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하고, 낯선 동네의 뒷골목을 찾아 걷고, 전차를 타고 선로를 따라 있는 신도시를 보러가는 재미가 있다는데 외로운 시인의 눈에 뭐가 그리 즐거웠을지 궁금하다. 한가로운 풍경 속에 혼자 즐기는 병약한 시인의 모습이 그려진다.

데라다 도라히코(1878-1935)라는 물리학자이자 수필가의 커피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어릴 때 우유를 마시기 힘들어하는 자신에게 어른들이 커피를 약하게 타서 마시게했다는데 그게 좋았나보다. 지금으로서는 아이들에게 커피를 주지 않지만 유독 아이들이 커피우유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해된다. 1878년생인데 당시 베를린 유학생활을 하며 유럽의 여러곳을 여행하였다니 일본은 일찌감치 유학생을 내보내기 시작했나보다. "스칸디나비아의 시골에서는 아주 두껍고 튼튼해서 내던져도 안 깨질 것 같은 커피잔을 자주 봤다. 그리고 컵의 가장자리 두께가 커피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56)." 그러고보니 커피를 어디에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커피잔의 입닿는 부분이 어떤지도 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섬세한 관찰이다.

에도가와 란포(1894-1965)의 단편도 하나 있는데, 수필도 추리소설처럼 써내려간다. 스무살의 어린 나이에 병으로 죽은 동생의 유품에서 일기를 보며 동생이 유키에 씨와 수줍은 사랑를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다. 유키에 씨 역시 비스듬히 붙인 우표를 통해 자신이 동생을 사랑한다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음도 알게 된다. 그러나 유키에씨는 동생이 죽기 두달 전 형인 자신과 약혼을 한 것이었다. 사랑하는 동생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앞으로 형은 어떻게 했을지 참으로 궁금해진다. 짧지만 임팩트 있고 몰입감 넘친다.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이 시대의 작가들은 유럽 중에서도 프랑스에 대한 동경이 있어 보인다.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를 자주 언급하고, 파리에 대한 로망을 자주 언급한다. 근대화가 진행 중인 일본의 모습은 오히려 지금의 일본보다 화려한 느낌이다. 기모노를 입고 공원에 놀러 가는 전통적인 일본 모습도 있지만, 생각은 이미 서양 철학과 문학에 많이 영향을 받고 있어서 깊은 이해를 하고 있어 보인다.

책의 구성에 대해 아쉬운 점은 주제별로 모으기보다 작가별로 모아 두었으면 어땠을까한다. 읽다보면 아까 나온 작가의 작품이 여러군데 흩어져 있어서 작품을 통해 작가를 이해하기에 좀 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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