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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힘 생각의 격 - 교양인을 위한 70가지 시사이슈 찬반토론,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허원순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12월
평점 :
저자는 기자로서 12년을 사설과 칼럼을 쓰며 정부 일에도 참여했다. 토론 책을 쓰기에 최적화된 커리어가 아닐까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70개의 찬반이 확실히 갈리는 논쟁거리는 저자가 이미 사설에서 다뤘던 주제이고, <생글생글>이라는 논술탐구형 매체에 기고한 것을 모은 것이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각 논제 아래에 간단한 이슈 요약을 적고, [찬성], [반대], [생각하기]를 배치했다. 정반합 혹은 찬반과 대안의 논리구조다.
꽤 최근의 경제, 사회 이슈를 다루고 있어서 그 열기가 식지 않은 사안이 있는데, 카카오 먹통사고에 관한 가치충돌 논쟁이다. 논제는 '카카오 먹통사고에 대해 적극/소극보상해야하나?'이다. 나는 카카오가 먹통이 되고나서 뉴스에 정부가 나서서 사죄하고 개선하겠다고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 이상했다. 기업의 일이고 공짜 서비스인데 왜 정부가 나설까?했다. 저자가 제시하는 [찬성]의 주장은 독과점기업이 규제를 받지도 않고, 성장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남겼으므로, 피해보상을 해야하고, 재발방지와 경각심을 갖게 한다. [반대]측은 카카오는 유상서비스가 아니므로 보상할 필요가 없고, 혁신기업의 사고에 책임을 부여하면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원래의 생각이 반대측 의견과 같았기에 찬성측 의견을 읽을 때 불편했다. [생각하기]에서는 거대한 IT기업이 이렇게 허술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기는 하지만, 정부가 나서서 과잉행정과 입법을 한다면, 혁신기업이 일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정반합적인 사고를 제시하고 있어서 찬성측에 대한 생각에도 마음의 문이 조금 열리는 것 같다.
최저임금에 대한 제안에는 수긍이 가는 것과 아닌 것도 있다. '최저임금, 해마다 반드시 올려야할까?'에 대한 제안에서 지역에 따라 기본 생활비에 연계해서 차등을 준다는 제안은 합리적이다. 서울과 지방의 생활비 차이를 감안해서 최저임금을 책정하면 주고받는 쪽이 어느 정도 만족할 듯하다. 그러나, '일자리 감소 우려에도, 최저임금 1만원 인상해야할까?'에서 일본의 최저임금이 우리보다 낮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일본의 월급은 30년간 제자리 걸음 중이다. 비교 대상으로 적합한지 의문이다. 또한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최저임금 1만원도 지불하지 못할 정도의 업체라면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한다. 지역별 차등을 주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업종별 차등은 최저임금체제를 복잡하게 만들므로 처음 시작으로는 지역별 차등이 우선되어야하지 않을까한다.
이렇듯 '찬반'을 읽고 '생각하기'에 들어서면 왠만한 이슈는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설득이 잘 안되는 주제도 있다. '지하철 적자 심각한데 노인 무임승차 지속해야할까?'에서 저자는 서울교통공사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요금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하지만, 적절한 해결책인지 의문이다. 노인무임승차로 인한 적자 때문에 지하철요금을 올린다고 했을 때 유임승차 세대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할 것이다. 차라리 이 이슈는 복지차원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주최에 좀더 포커스를 맞추어야하지 않을까한다. 공사가 아닌 정부가 그 주최가 되겠다. 우리나라 전체 복지비용에서 지하철노인무임승차가 차지하는 비용이 얼마이며, 얼마의 재원을 확보해야하는지 고민해봐야할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빈곤률은 OECD 최하위이고, 사회복지지출도 OECD국 중 아래에서 3번째다. 노인무임승차는 가난한 노인들뿐 아니라 전체 노인을 위한 복지차원에서 다뤄져야할 것이다.
최근에 강준만의 <반지성주의>를 읽으며 우리 사회가 두 극으로 나누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주장만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매체만을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학생 시절부터 이 책과 같은 시사문제를 찬반 토론 형식을 빌어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는 조금 다른 사회를 이루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른들이 읽어도 아주 좋은 책이다. 한 쪽만을 고집하기 보다 반대의 생각을 굳이 고민해보면서 말랑말랑한 생각의 격을 높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