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베트남 - 느리게 소박하게 소도시 탐독 여행을 생각하다 6
소율 지음 / 씽크스마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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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주인이 되고 현지인은 들러리가 되는 여행지를 만나면 나는 여지없이 불편했다. 외지인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현지인의 삶이 내쳐진 곳들을 발견할 때는 더없이 씁쓸했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그들의 진짜 삶에 아무 관심이 없다면 관광에 불과할 뿐, 여행은 아닐 것이다(289)."

혼자하는 여행, 그것도 베트남의 이름도 낯선 소도시 여행이다. 용감한 여행가인가하고 보니 저자는 주부였다가 나이 마흔에 첫 여행을 시작한 여행작가이자 강사다. 왠지 바로 친근감이 느껴진다. 현지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천천히 걸으며 들여다 보고 그들과 말걸어보고 살며시 빠져 나오는 소박한 여행이 저자가 추구하는 여행이다.

베트남은 남북으로 긴 모양이다. 북쪽으로 하이퐁과 깟바섬부터 호찌민과 다낭, 난빈과 빈, 동허이, 빈롱, 아빈섬, 껀터, 달랏을 여행한다. 이름만으로도 이국적인데, 들어본 곳은 단 두 곳, 호찌민과 다낭이다.

쌀국수와 커피로 유명한 베트남. 담백한 쌀국수와 진한 로부스타 커피에 연유를 탄 베트남 커피가 유혹적이다. 그런데 커피의 도시 달랏의 로컬 카페 손님들은 죄다 남자이다. 커피가 여자에게 해롭기 때문에 여자들은 카페에 오지 않는단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카페에 들어갔을 때 따가운 눈총이 느껴졌다고. 감히 여자가.. 하는 눈총이. 문화적 차이라 존중은 하지만 굳이 먹는 것 갖고 차별을 둘 필요가 있을까싶다.

더운 나라의 길거리 음식은 물론 허름한 식당도 삼가하는 나로서는 그런 곳만 찾아가는 저자가 참 신선하다. 오히려 세련된 인테리어의 유명 맛집은 당신 없어도 많은 손님 때문에 힘들다는 종업원의 태도와 양이 적어 여러개를 시켜야하고, 줄서있는 뒷사람을 위해서 빨리 먹어야하는 조급한 마음 때문에 좋지 않다고 한다. 반면 시장이나 소박한 식당에서는 음식도 싸고 양도 많고 편안하게 먹고 나올 수 있다고 말하니, 점점 소도시 여행에 매력이 느껴진다.

여러 곳 중에서 남부에 있는 커피의 도시 달랏과 안 빈 섬의 홈스테이가 궁금하다. 달랏에서는 여러 커피를 마셔보고 싶고, 빈롱과 안 빈 섬에서는 강변을 걸으며 몇일 동안 안빈낙도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

손바닥만한 책에 사진과 촘촘한 글씨가 정성스럽다. 나와 다른 여행스타일을 가진 사람의 여행기인데도 아주 재미있다. 나아가 내 스타일을 바꿔 그렇게 느리게 천천히 소도시를 여행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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