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 마음의 위기를 다스리는 철학 수업 마흔에 읽는 서양 고전
강용수 지음 / 유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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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인생은 고통이다." 24

독일의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의 말이다. 언뜻 불교 사상인가 싶다. 태어나서 생로병사의 과정을 겪는 인간의 삶은 고통 그 자체다. 오직 해탈을 통해서만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고통스러운 인간의 인생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지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알아보자.

책은 5장으로 되어있다. 인생이 왜 괴로운가, 왜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가, 무엇으로 내면을 채워야 하는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가, 어디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가이다. 총 30개의 키워드를 제시하며 쇼펜하우어의 사상을 설명한다. 고통, 욕망, 고독과 같은 염세적인 것도 있지만, 행복, 만족, 자존감과 같은 긍정적인 것도 있고, 연애, 결혼, 독서, 글쓰기와 같은 현실적인 조언이 되는 주제도 있다.

왜 마흔인가? 마흔이 되면, 인생에 대해 진지해진다. 출세,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20-30대와는 달리 계속 그렇게 살아야하는 것인지,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숙고해야하는 시기다. 마흔 이후에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쇼펜하우어는 세상에 태어난 것이 고통이지만 죽을 때까지의 시간을 잘 견뎌야한다고 한다. 인간은 욕망이 충족되지 않아서 고통스러운데, 욕망은 채울 수 없는 갈증과 같아서 하나를 충족시키면 다른 것들이 또 기다리고 있다.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면 욕망의 크기를 줄여야한다. 욕망의 최대 만족은 권태이고 최대결핍은 고통이다. 욕망이 충족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결핍이 만족되는 순간이 행복이고, 만족 상태가 길어지면 권태이다. 따라서 결핍과 행복 그리고 권태가 무한히 반복되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쇼펜하우어는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줄이고, 남과의 비교로 인한 질투를 경계하고, 큰 희망을 걸지 말고, 세상에 거짓이 많다는 것을 알라고 조언한다. 단순하고 단조롭게 사는 것이 좋다. 그러기 위해 지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정신적인 소양을 갖춰야하는데, 고전을 숙독하며 사상가들과 대화하고, 자신의 사유를 글로 쓰고, 예술 중에서 특히 음악을 들으라고 권한다. 음악은 깊은 감동을 주는데, 그리스 비극 예술은 카타르시스를 가져온다. 음악과 그리스 비극에 관한 부분은 니체와 바그너가 영향을 받은 부분이기도 하다.

사랑에 관한 생각을 보면, 다윈이나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가 떠오른다. 인간은 죽음으로 끊어지는 생명의 의지를 자식을 낳아 연장한다. 사랑의 목적은 2세를 낳기 위함일 뿐 정신적인 교감이 바탕인 연애란 없다. 그저 환상일뿐이다. 사랑은 종족보존을 위한 자연의 기만이다. 자연에 속아 결혼하고 그것이 기만임을 알게 되고 고달픈 현실에 후회하게 된다. 출산이 목적인 성적인 사랑은 다음 세대를 만드는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쇼펜하우어는 한명의 친구도 없이 혼자 지냈다. 애완견 아트만만 곁을 지켰다. 자신의 삶을 합리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인간관계에서 고슴도치처럼 일정 거리를 지키라는데, 너무 가까우면 상처를 줄수도 입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처럼 혼자있는 법을 익혀라.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굳이 다른 사람과 만나 희생할 필요가 없다. 고독을 견딜 능력이 있는 사람은 혼자서도 충분하다. 관계를 줄이면 자신만의 자유와 욕구를 회복한다. 행복을 자기 안에서 찾아야한다고 역설한다.

19세기 철학자의 이야기가 현재의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지나친 경쟁 속에서 사회가 정해놓은 잣대에 맞추어 최선을 다해왔으니 이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즐기라고 한다. 머리 속에만 존재하는 과거와 미래가 아닌 현재를 즐겁게 살라고 하니 현실은 치열해도 마음을 편히 갖도록 도와준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설명하면서 서양 철학과 신화는 물론 불교와 공자의 말씀도 인용한다. 해박한 지식과 깨달음이 있는 글이다. 인생은 고통이라는 염세적인 사상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깊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려한 쇼펜하우어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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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떻게 고쳐 나갈까? 10대를 위한 세상 제대로 알기 1
구정은.이지선 지음 / 북카라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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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나라, 가난한 나라는 구분해 본 적이 있어도, 세계가 가난하다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 현재 부의 편중이 심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심해질 것이기 때문에 가난한 나라를 돌보고 함께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제목에 담겨 있어서 한참을 생각했다.

책은 4장으로 되어있다. 1장 부자나라, 가난한 나라, 2장 세계가 도와야한다는 생각, 3장 원조의 사례와 흐름, 4장 좋은 원조, 나쁜 원조?다.

이 책은 10대를 위한 책이다. 시야를 우리나라에서 세계로 넓혀준다.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의 위치는 물론, 가난한 나라가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OECD회원국을 포함한 부자나라들의 원조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나라의 자립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분석하고, 국제사회의 원조가 가난한 나라의 실질적인 자립을 위한 것인지 짚어본다.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정치, 전쟁, 기후문제가 있다. 오랜 식민통치하에서 수탈당한 국토와 국민들은 제대로 된 지도자를 내지 못하고 독립한 후에도 부패한 독재자가 국가의 부를 차지한다. 또한 외부의 침략이나 현 정부에 불만을 품는 반군의 등장으로 인해 내전에 휩싸이게 되고, 국민들은 난민이 된다. 원조 없이는 살아가기가 어렵다. 게다가 기후문제는 농업중심의 가난한 나라의 식량문제로 이어져 굶어죽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유민이 된다. 소말리아와 아프가니스탄이 그렇다. 식민지배를 받았고, 독립 후에도 내전이 끊이지 않는데다가 건조하고 황량한 지대로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

과연 원조국들은 선량한 마음으로 가난한 나라를 돕는가? 선진국은 원조에 대한 댓가로 자신들의 물건을 팔 시장으로 여기거나 댓가를 기대하기도 한다. 중국의 아프리카 원조는 노골적이다. 현지 경제를 살리기보다 중국기업이 중국자본으로 중국노동자를 대거 투입하여 인프라사업을 진행하고, 혹여 빌려준 차관을 갚지 못하면 점령해버린다. 이렇게 해서는 원조를 받는 나라가 자립하기 어렵다. 오히려 중국의 원조는 새로운 제국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원조는 받는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 자립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어야한다. 디딤돌을 딛고 가난의 강을 건너 벗어나도록 해야한다. 원조로 산업을 일으키고 학교를 짓고 병원을 지을 수 있는 힘을 키우게 해야한다. 그러나 실제로 원조받는 나라의 의견은 무시된 채 원조국이 일방적으로 무엇이 필요할 것이라 추측하고 지원하는 것은 효과도 없고,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불쌍함을 강조한 아이들의 모습을 광고로 이용하여 기부금을 모으는 것은 인종주의와 결합하여 특정 인종의 이미지를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 감정에만 호소하기보다 좀더 이성에 호소하고 희망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

기후문제에 있어서 국제적인 행동이 약해 보인다. 가난한 나라는 농업에 의지하는데, 기후위기에 닥쳐 식량난에 시달린다. 탄소배출량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 유럽이 전세계의 50%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국가들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려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부국을 위해 쓰는 기술을 환경을 위한 기술에 얼마나 이용하여야한다. 무엇보다 국제기구에서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미국의 태도가 불안정하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경보호에 우호적이었다가 적대적이었다가를 반복하는데, 국가의 실리를 떠나 세계를 생각해야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는 나라 명단에서 빠진 것이 2000년이었고, 2010년부터 원조를 하는 나라가 되었다. 생각보다 최근이다. 원조 찬반론에 대해, 가난한 나라가 자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서 함께 잘 살 수 있어야한다는 의견에 찬성한다. 우리나라가 가난에서 빠져 나왔듯 다른 나라도 빠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는 긴급구호든 잘살 수 있게해주는 개발원조든 도움이 필요하다면 손을 잡아줘야한다.

다행히 다양한 국제기구들이 존재한다. 구호활동을 하는 유엔 산하조직은 유엔난민기구, 세계식량계획, 유니세프 등 비정부기구로 세계 4만개가 넘는 국제구호기구들이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인종, 종교, 정치성향을 떠나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쟁터에서 아이들을 지원한다. 월드비전은 한국전쟁 때 종군기자인 밥 피어스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시작되었는데 현재 국제민간구호단체가 되어 활발히 활동중이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간결하고 명확하게 설명한다. 용어의 개념 설명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고 있어서 설명조로 들리지 않는 것도 좋은 점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어서 글씨도 크고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과 사진으로 이해를 돕는 것도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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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전쟁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5
정토웅 지음 / 가람기획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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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전쟁을 중심으로 알아보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전쟁으로 인해 왕조가 바뀌거나 세계의 거대한 파워가 옮겨가는 큰 변화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육군사관학교 전사학과와 군사사학과 교수로 전쟁사를 가르쳤고,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 30년이 넘게 전쟁사를 가르쳤으니 이 분야의 진정한 전문가다. 트로이 전쟁에서 걸프전까지 세계사의 주요 전쟁 100장면을 뽑아 평가한다.

책은 시대순으로 100개의 전쟁사를 소개하는데 각 전쟁은 비교적 빽빽한 글씨로 두 세장 내외의 분량이다. 각 전쟁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과 그림이 적절하게 배치되어있어 전쟁의 분위기를 파악하기에 매우 도움이 된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전쟁사에는 익히 잘 알고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엄청난 시대를 한 권에 담아 내는 역량이 대단하다. 약 200년간 지속된 십자군 원정을 단 2장으로 요약하지만, 1918년부터 4년간의 1차대전과 1939년부터 약 5년간의 2차 세계대전에 대해서는 많은 양을 할애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구려의 살수대첩과 안시성 전투, 이순신 장군의 해전과 한국전쟁을 포함시키고 있어서 세계사 속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쯤 되는지 파악할 수 있어 좋다.

이 책을 포함한 세계전쟁사가 서양사 위주인 이유가 자료문제라는 지적에 의문이 풀린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동양의 전쟁사는 자료가 빈약하고 간단히 기록되어 있는데다 실증이 받쳐주지 않아서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 중국은 긴 역사만큼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전쟁을 통해 왕조가 바뀌기도 많이 바뀌었다. 현대에도 인용되고 있는 중국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이 나올 정도로 전쟁을 겪었지만 사료로서는 부족한 듯하다.

서양전쟁사의 흐름 속에서 이순신 장군의 한산도해전(1592)의 위치를 보니 대항해시대에 속한다. 15세기부터 유럽은 신대륙을 찾아 나서는 대항해시대가 열리는데, 세력의 중심이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다시 영국과 네덜란드, 프랑스로 옮겨간다. 임진왜란 즈음에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스페인의 필리페 2세의 무적함대 아르마다의 해전에서 영국이 승리하면서 힘의 중심이 점차 영국으로 이동한다. 백병전을 준비한 스페인 전술에 비해 영국은 장거리 대포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 유효했고, 바람 역시 영국을 도왔다. 임진왜란을 보면, 육지에서 조총과 활의 대결로 일본이 파죽지세로 조선을 점령하지만, 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은 연전연승한다. 방향전환이 용이하고 대포를 보유한 거북선과 학익진 전술이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거북선은 판옥선을 개조한 철갑선으로 서양보다 250년이나 앞선 것이라니 대단하다.

1, 2차 세계대전을 독일군의 관점에서 이어 읽으니 매우 흥미롭다. 1차 대전 후 연합군이 패전국 독일에게 굴욕적이고도 가혹한 배상책임을 물었던 베르사이유 조약은 독일 국민을 분노하게 했고, 히틀러가 1939년 폴란드를 침략하며 2차대전을 시작하게 된다. 신속한 기동력과 타격력을 보여주는 '전격전'과 1차대전 때보다 개선된 무기를 사용하며 1차대전 수준에서 방어에 집중하는 연합군을 속수무책으로 만든다. 프랑스가 공을 들여 만든 마지노선은 의미가 없었다. 독일이 18일만에 폴란드를 점령하고, 소련군이 동쪽에서 들어와 동서분할 점령하였다. 이후 독일은 파죽지세로 덴마크, 네덜란드까지 점령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와 대서양에서의 패전과 미국의 본격적인 참여로 연합군에게 밀린다. 미영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대해 독일은 우왕좌왕하였고, 히틀러의 암살시도까지 겹쳐 힘을 쓰지 못하고 결국 파리가 해방되고 독일은 항복한다. 양 세계대전을 연결해서 보니 1차대전 후 와신상담한 독일이 여러면에서 우세했으나 결국 충분한 무기를 공급하는 미국의 힘에는 밀리고 말았음을 알게되었다. 큰 그림으로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서 좋다.

하나의 전쟁을 따로 떼어 놓고 읽어도 간결하면서 핵심을 잘 설명하고 있어서 흥미롭고, 시대순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연결지어 읽어도 인과를 알 수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이 1977년간된 것을 개정한 것이어서 참고문헌과 자료가 최신의 것이 많지 않다. 이 분야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최신의 자료를 더해 향후 업데이트한 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전쟁사 책으로 곁에 두고 꺼내보기에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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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경제학 -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37가지 비밀
히라노 아쓰시 칼 지음, 임해성 옮김 / 서울경제신문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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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란 팔꿈치로 쿡 찔러 상대가 가야할 방향을 넌지시 알려주는 행동이다. 강요하지 않고 선택을 유도해서 자연스럽게 결정하도록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전통경제학에서 인간은 합리적이고, 자제심이 강하며 이기적인 존재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간은 자제심도 약하고 이타적이며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기도한다. 왜 그런 것일까? 합리적이어야하는 인간이 왜 비합리적으로 결정하는지 심리적으로 분석한다.

책은 5장으로 되어있다. 행동경제학의 개념을 전통 경제학과 비교해서 설명하고, 넛지경제학이 비즈니스, 인간관계, 금융생활, 일상생활에 있어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한다.

인간의 사고는 시스테매틱 모드와 휴리스틱 모드로 구분된다. 시스테매틱 사고는 의식적이고,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모드로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든다. 반면, 휴리스틱 사고는 무의식적이고, 주관적이고, 직관적이서 경험에 의거해 순간적으로 판단한다. 빠른 결정이 장점이지만 비합리적이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휴리스틱 사고로 결정하면서 경제활동에서 손해를 보는 것이다.

생활하면서 여러 번 경험하고 후회하면서도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할인을 하면, 필요하지 않았던 물건도 사는데, 특히 할인폭이 크면 싸다고 느낀다. 이러한 심리는 '앵커링 효과'라하는데, 닻이 닿는 처음 닿듯이 인간은 처음 접한 정보를 기준으로 삼는다. 할인코너에 원래의 가격을 제시하고 할인가격을 써넣으며 몇%할인이라고 표시한 것은 인간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상품과 가격만 놓고 객관적으로 판단해야한다. 휴리스틱 모드에서 빠져나와 재빨리 시스메틱 사고로 전환시켜야한다.

넛지의 활용법으로 EAST(Easy, Attractive, Social, Timely)를 기억하면 된다. 제시하는 것이 간단하고, 매력있고, 사회적이고, 적시성이 있어야 상대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줄서는 자리에 표시를 하면 이용자들이 쉽게 줄을 선다(E).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쿠폰을 모아 이벤트를 하면 재미있기 때문에 다른 카페보다 손님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A). SNS에 자신의 운동목표를 공유하면 남들을 의식하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열심히 한다(S). 상대에게 일을 번거로운 일을 부탁할 때에 상대의 상태를 보고 오후 2시쯤 점심 먹고 여유있을 때 부탁한다(T). 상대는 눈치채지 못해도 쿡 찌르는 당사자는 세심한 계획이 필요하다.

넛지의 사례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프로젝트를 진행함에 있어서 2인 체제보다 3인체제가 더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두 명이면 한쪽이 우월해서 다른 한 쪽을 아래에 두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러면 각자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또한 둘이 지나치게 경쟁하거나 합심해서 부정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그러나 3인은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어 목표에 집중하려고 하는데, 이를 '내시균형'이라고 한다.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내시의 게임이론이다. 직장 내에서뿐만 아니라 작은 모임에서도 3인체제가 잘 유지되는 이유이다.

일상생활에서 어떤 물건을 몇 년째 사용하지 않았고 일상에 지장이 없는데도 남이 달라면 갑자기 아까운 경우가 있다. 팔라고 하면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을 부르는데 이런 심리를 '보유효과'라한다. 내 것은 가치가 높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집안이 물건으로 가득찬다. 해결법은 물건을 두고 그 물건을 돈을 들여 사고 싶은지를 생각한다. 그렇다면 보관하고 아니면 버린다. 혹은 창고 서비스를 이용해 물건과 거리를 둔 후 생활해 보고 무리가 없다면 버리는 것도 해결법이다.

설명과 예시가 적절한 책이다. 개념을 차분히 설명하고 37개의 질문을 통해 독자가 답을 생각하도록 한다. 넛지 경제학이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알고 나니 놀랍기도 하고 흥미롭다. 넛지가 반드시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닐 수 있으므로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어서 가르침이 있다.

넛지경제학과 관련한 책을 몇 권 읽어봤는데, 처음 접한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간결하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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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의 증언 - 미제 사건부터 의문사까지, 참사부터 사형까지 세계적 법의인류학자가 밝혀낸 뼈가 말하는 죽음들
수 블랙 지음, 조진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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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는 한 사람의 인생이 새겨져 있다(8)"

저자는 해부학자이자 법의인류학자다. 뼈를 통해 죽은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고, 사망원인과 방법을 밝혀내는 일을 한다. 억울하게 죽은 살인사건의 피해자나 대규모 자연재해나 화재로 신원미상인 사람들의 신원을 밝히는 일을 한다. 인체의 뼈가 증언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책은 3부로 머리, 몸통, 사지로 되어있다. '머리'에는 뇌상자와 얼굴이, '몸통'에는 척추와 가슴, 목이, '사지'에는 팔이음뼈, 다리이음뼈, 긴뼈, 손, 발이 포함된다. 각 뼈는 엄마의 뱃속에서 언제 어떻게 생겨나는지부터, 어떤 모양을 하고 있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의학적으로 설명한 후에 해당 뼈와 관련된 살인사건의 해결을 이야기한다.

뼈를 만나려면 죽은 후에 가능하다. 법의인류학자(forensic anthropologist)는 의료법적 목적을 위해 유골을 연구한다. 먼저 유골이 인간의 것인가, 법의학적 관련성이 있는가(사망한지 70년이 넘는다면 법의학적 의미가 없고 고고학적 유물로 간주된다), 유골이 인간의 것이고, 최근에 사망하였다면 그가 누구인지, 사망의 원인과 방식을 뒷받침할 수 있어야한다. 법의학이 도움이 될 수 없을 때 법의인류학이 최후의 수단이 된다.

하나의 뼈에 딸려오는 뼈 주인의 인생과 비극적인 죽음에 관한 이야기가 소설보다 더 소설같다. 뼈과학자가 억울한 죽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하게 인간을 죽이는지 소름끼친다. 놀랍게도 한국인 진효정 사건이 언급된다. 영국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여행가방에서 발견된 거의 벌거벗은 여성은 질식사한 것으로 밝혀진다. 저자에게 피해자의 나이와 민족적 태생에 대한 확인을 의뢰받았고, 사실과 매우 가까이 밝혀낸다. 아동학대로 숨진 5살 아이의 뼈에 남겨진 골절과 과거 부러지고 회복된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다. 욕실벽에 머리카락과 혈흔이 발견된 것으로보아 두개골 골절부터 팔다리와 손가락 골절 왼쪽 발뼈의 골절, 두 번의 갈비뼈 골절은 아버지의 폭력성을 드러낸다.

다리뼈에 나타나는 해리스선은 아이들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비스듬한 선으로 남는다. 방학에 와서 아들을 돌보았던 친할아버지의 성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아이의 다리뼈에눈 해리슨선이 몇 줄 보인다. 저자는 자신의 과거도 솔직히 고백하며 자신의 다리에도 해리스선이 있을 것이라고해서 안타깝다.

저자의 일과 관련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테라초의 괴물'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부패가 진행중인 두개골을 가지고 스코틀랜드로 가야했다. 이탈리아에서 영국을 거쳐 스코틀랜드로 가는 모든 검색에서 편지를 내밀면 어느 누구도 짐을 스캔하거나 검사하자고 하지 않았고, 기내에서는 격리되어 전염병환자 취급을 받았다고 하소연한다. 또한 카타르 정부가 비밀리에 진행한 시리아 대량학살에 고문이 있었음을 증명하는 사진이 진짜임을 확인하는 일을 맡았다. 사건의 비참함과는 다르게 일등석을 타고 고급호텔에 머물며 일한 이야기도 스릴이 있다.

흥미로운 해부학적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제1목뼈는 머리를 받혀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하고, 제 2 목뻬는 목을 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한다. 흉부는 약해서 두개골과 함께 폭행이 가장 집중적으로 가해지는 부위이다. 사람과 돼지의 갈비뼈는 매우 흡사하다. 죽기 전 골절은 치유의 흔적이 보이고 사망 당시 또는 사망 후 골절에는 그 흔적이 없다. 성인의 200개 이상의 뼈 중 1/4이 넘는 최소 54개의 뼈가 양손에 있다. 발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인간의 특징이다.

저자는 뼈에 관한 의학적 설명을 하지만, 살인해결에 그 뼈가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다. 지루할 틈이 없는 책이다. 또한 개인적인 이야기도 사이사이 있어서 다 읽고 나면 저자를 잘 아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후기에 쓴 글이다. 죽으면 자신의 몸은 해부용으로 쓰고, 해부 수업이 다 끝난 후에는 자신의 뼈를 교수용 해골로 만들어 달라고 적는다. 죽어서도 가르치고 싶다는 소망이 감동적이다.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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