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으로 배우는 금리 - 금리는 모든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하는 필수 교양이다
다부치 나오야 지음, 박재영 옮김, 이성민 감수 / 새로운제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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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아는 것은 즉 금융과 경제를 아는 것과 같다. "7

코로나 시국에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대던 미국은 시중에 만연해있는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급속한 금리인상을 강행했다. 미국의 중소형 은행이 부도가 나고 위기가 오는 것인가 우려하였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피크에 이른 금리를 언제 인하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금리인상 시에는 성장주의 주가가 좋지 못하고, 금리인하를 시작할 즈음에는 채권을 사라는 조언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금리는 어떻게 움직이는 것인지 궁금하다.

책은 7개의 챕터로 되어있다. 금리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부분으로 챕터 1부터 4까지는 금리란 무엇인지, 금리의 계산방법과 종류, 채권가격과 금리의 관계를 설명하고, 응용부분으로 챕터 5부터 7까지는 금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금리를 알면 경제를 이해할 수 있는지, 제로 금리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설명한다.

금리, 물가, 인플레이션의 정의를 알아보자. 금리란 돈을 빌렸을 때 내는 사용료다. 원금에 이율을 곱한 것이 이자인데, 이때 이율을 좁은 의미의 금리라고도 한다. 금리는 이율, 수익률, 할인율처럼 여러 용어로도 불린다. 물가상승이란 물건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란 돈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게되었을 때 발생한다.

스페인이나 프랑스는 전쟁 등으로 왕이 은행에 빚을 져도 갚지 않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은행이 높은 금리를 부과하게 되었다. 반면 영국은 명예혁명 이후 국가가 빚을 책임지게 되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낮은 금리를 매기게 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40년간 지속된 저금리 상황을 깨고, 2022년 이후 코로나로 인플레이션이 심해지자 금리를 급상승시키고 있다.

일본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1995년부터 2021년까지 금융자산이 증가하고 있었지만 은행이나 보험회사에 묶어놓아 금리저하를 유발했다. 가계자산이 넘쳐나지만 기업은 돈을 빌리지 않아서 정부는 세금을 확보하기 어려워 국채를 발행한다. 국채는 나라 빚인데 일본은 정부의 채무가 GDP의 250%로 매우 높다. 이렇게 거대해지는 국가의 부채를 갚기 위해서는 금리가 높으면 부담이 커지므로 낮은 금리를 유지한다. 1999년 제로 금리정책이 도입되었다가 2016년부터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2022년 세계 각국은 금리를 올려 시장의 돈을 끌어모으려하지만 일본의 금리인상은 소극적이다.

채권은 나라나 기업이 돈을 빌리기 위해 발행하는 유가증권이다. 채권이율은 채권 구입 시 가격을 근거로한 투자가의 수익률이다. 이율과 채권가격은 역방향이다. 채권가격은 금리가 오르면 처음 채권 쿠폰 발행시 정해진 이율이 낮기때문에 채권가격이 떨어진다. 반대로 금리가 내려가면 처음 발행 이율이 높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 채권은 주식처럼 계속 상승하거나 하락하지 않는다. 만기가 다가오면 채권발행가격에 가까워진다.

금리는 경기, 물가, 금융정책의 영향을 받는다. 시장에 돈이 넘쳐나면 인플레이션이 오고 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은 금리를 인상한다. 그러나 금리가 너무 높으면 경기가 침체될 것을 염려해 조심스럽게 인하하기 시작하고 다시 시장에 돈이 넘쳐난다. 이 사이클이 반복되는데 각 나라의 중앙은행과 정부는 물가에 대한 목표를 세우기 때문에 시장이 과열하게되면 금융정책이나 재정정책을 통해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

금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책이다. 중간중간 설명이나 공식이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실생활을 예로 들어 설명해주기도 하므로 대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금리로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채권과 주식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재의 금리로 한 나라의 경제가 건전한지 위험한지 침체상태인지 활발한 상황인지도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일본 저자의 설명에 한국시장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져 있어서 우리의 상황과 바로 비교하며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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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겠습니다 - ‘일탈 강사’ 김연준이 들려주는 솔직담백 글쓰기 라이프
김연준 지음 / 서교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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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선생님은 인생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다. 글은 사람의 인생을 다루기 때문이다."(49)

저자는 작가이자 글쓰기 강사다. 이 책은 2개의 파트로 나누어,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깨달은 생각과 원데이 쓰기 클래스로 소설과 에세이 쓰는법을 설명하고 있다.

수업을 하면서 만난 학생들의 이야기가 다양하다. 학생들은 나이도, 직업도, 글을 쓰려는 이유도 다양하다. 20대부터 60대까지 학생들은 자기를 표현하려고, 취미로, 치유를 받고자 글을 쓰고 싶어한다. 글을 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공모전을 알아봐 주고 투고로 연결해서 당선되기도 한다. 혼자서만 쓰던 글이 당선되면 글쓰기 동기가 더욱 강화되는 것은 당연하다. 칭찬을 많이 하면서 학생들의 글쓰기를 독려하는 저자의 수업이 궁금하다.

저자가 주로 가르치는 장르는 소설과 에세이지만, 학생이 원하거나 학생에게 맞는다면 시, 희곡, 시나리오, 동화는 물론 19금 성애물까지도 포함한다. 장르를 넘나들며 글을 쓰다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를 가르친다고 하는데 흥미롭다.

수업으로 만난 학생과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저자의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잘 드러난다. 굴곡진 삶을 산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소설로 쓰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객관화가 어려워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현실 경험이 전혀 없는 모태솔로가 연애소설을 쓸 때에는 역시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어서 직접 경험할 수 없다면 다양한 간접경험을 통해서 현실감있는 글을 쓰도록 해야한다. 소설이 허구이지만 현실에 기반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작업임이 분명해진다.

처음 글을 쓸 때 저자는 소설보다 에세이를 먼저 써보라고 권한다. 소설은 인물을 구축하고, 플롯을 짜고, 스토리텔링을 해나가는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반면, 에세이는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되기 때문이다. 나만의 감정과 경험이나 생각은 독창적이어서 남과 같을 수가 없으므로 가치가 있다. 소재를 내 안에서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에세이를 쓰기 어려운 점은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야하는데 망설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솔직한 글이 생명력이 있고 공감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간결하고 부드러운 글로 잘 읽힌다. 저자의 수업도 편하게 진행될 것 같다. 글쓰기 수업을 한 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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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처럼 읽는 법
에린 M. 푸시먼 지음, 김경애 옮김 / 더난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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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이 다른 작가의 작품을 평하면서 줄거리를 요약할 때 보면 상당히 섬세하지만 의외로 간결하다.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고 정곡을 찌르지만 할 말은 다 한다. 작가들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 어떤 것에 신경을 쓰며 읽을까 궁금했는데, 이 책이 그 답을 줄 것 같다.

책은 8장으로 되어있다. 작가가 글을 읽을 때 어떻게 분석적으로 읽는지 장르, 서사와 비서사, 구조, 인물구축, 시점, 설정, 장면, 언어와 같이 글쓰기의 기술로 구분해서 설명한다. 부록에는 본문에서 인용하고 있는 작품들을 실었는데, 에세이, 소설, 시, 포토에세이, 그래픽노블처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고, 시점과 시공간적 설정도 다양하다. 각 장의 설명이 끝나면 '토론질문과 쓰기 길잡이'코너를 통해 저자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직접 글을 써보라고 유도한다. 마치 수업을 듣고 그날 배운 것을 바로 작품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한 것 같아서 독서법과 글쓰기법이 연결되어 있다.

예상했듯이 작가는 다른 작가의 작품을 자세히 그리고 비판적으로 읽는다. 장르, 플롯, 구조, 중심갈등이나 이미지 또는 주제, 등장인물 구축, 시점, 설정, 언어와 목소리를 해석하며 읽는다. 빨리 읽기보다 곰곰히 생각하며 해부하듯 읽는다. 다 읽고 나서 반복해 읽으며 작가의 입장에서 왜 그렇게 썼는지 생각해보고 좋은 점이라면 내 작품을 구성할 때 모방해본다. 결국 글쓰는 기술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읽는데, 한 번만 읽어서는 다 이해할 수 없으므로 여러번 읽어서 작가를 이해한다.

저자는 이론을 설명하는데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인용한다. 이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재의 작품에서 작가가 어느 부분을 어떻게 만든 것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줘서 유익하다. 예를 들면, <캄보디아대사관>의 파투와 앤드루라는 인물을 구축할 때 외모뿐 아니라 성격, 정신적인 부분, 습관과 상호작용, 대화를 통해서 어떻게 통합적인 인물이 완성되는지 알려준다. 평소 작품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이론적으로 설명해주니 명확해진다.

서사아크를 이용한 독서법이 마음에 든다. 이야기의 흐름을 반원형 선에 두고 해설-상승부-클라이맥스-하강부-해결의 과정을 간단히 적어 넣는다. 작가에 따라 그 배치를 다르게 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역동적일 수도 있다. 클라이 맥스를 가운데 두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에 두면 충격의 여운을 오래 가져갈 수 있다.

미국소설을 보면 장면을 길게 묘사하는 부분이 많다. 사건이 시작되기 전이나 한참 진행 중인데 거기서 벗어나 풍경이나 인물의 행동을 상세하게 묘사한다.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러한 장면의 묘사는 중요한 부분으로 작품의 속도를 늦추고 좁혀들어갈 때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시간이 느려지며 세부사항이 등장하는 것이다.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선호하는 독자로서 조금 답답한 느낌이었는데, 작가의 의도된 연출이라니 이해가 된다.

가장 흡입력있게 읽은 작품은 이창래의 <성게>이다. 저자가 부록에 실린 작품 중 어느 것이 가장 인상깊었는지, 왜 그런지 묻고 있는데 그에 대한 답이다. 1980년대의 데모가 한창인 서울의 포장마차에서 오랜만에 방문한 재미교포 가족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아버지는 예전 생각에 회를 먹고 싶어하고, 엄마는 위생상태가 나쁜 곳이므로 익힌 것을 먹기 바라고, 사춘기 아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성게에 관심이 간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을 지 모르지만 외국인에게 낯선 곳의 낯선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엄청난 시간여행이자 매력일 것이다. 간결한 문체에도 불구하고 모든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 책은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지 이해할 수 있게하는 책이다. 작가가 고려한 것들을 파악하며 분석적으로 읽는다면 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흥미롭게 기억할 수 있겠다. 독서법뿐 아니라 작법에 관심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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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독해 - 독해가 2배 빨라지는 챗GPT
김지애 외 지음 / 생능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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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고등학교 영어선생님들과 AI기술 공학자가 함께한 영문 독해연습책이다.

영어 독해는 잘하지만 정답을 찾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 지문이해를 높이고 정답을 찾을 수 있을까 모색한 결과 핵심문장 줄 긋기 방식을 실험했다. 표본은 54명 밖에 안되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통해 이 책을 내게 되었다. 지문의 핵심문장을 찾아주는 챗GPT는 왜 주제문장인지도 친절히 설명해준다. EBS에서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점도 유익하다.

책은 6개의 파트인 내용파악, 의미이해, 내용일치, 논리적 추론, 장문 독해, 어휘및 어법의 문제유형에 따라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먼저 수능 및 모의고사 기출문제에 밑줄을 친 지문이 제시된다. 문제를 풀고 선생님이 표시해 놓은 접속사와 핵심 단어 표시와 해설을 읽고, 문제풀이 전략을 통해 왜 정답인지에 대한 설명을 이해한다. 그 다음 학습자는 똑같은 지문이지만 밑줄이 없는 수능과 내신대비 변형문제를 스스로 풀어보면서 반복 연습한다.

영작을 할때나 영문을 읽을 때 주제문은 주로 문단의 앞이나 뒤에 온다고 배웠다. 이 책에서 제시한 설명문이나 실용문은 두괄식으로 문두에 주제문이 위치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제문이 문단 중간에 위치한 것이 많다. 이렇게 되면 지문을 다 읽는 수밖에 없다. 주제문을 찾으려면 빠르게 읽어내려가면서 주제문이 될 만한 것에 집중해야하는데 목적이 있는 독서를 통해 독해능력을 키울 수 있어보인다. 핵심문장을 찾았으면 이를 염두에 두고 질문에 대한 답이 주제문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찾으면 좀더 정답률이 올라갈 것이다.

지문마다 난이도를 표시하고 있다. 각 파트의 앞부분 문제는 워밍업을 위해 낮은 난이도부터 시작하지만, 어렵다고 느끼는 논리적 추론 문제들은 앞부분부터 난이도가 높다. 학습자마다 문제의 난이도를 다르게 체감할 수도 있지만, 내용일치나 어휘및 어법은 좀 쉬운 편이고, 논리적 추론문제는 좀 어렵고 시간이 걸린다. 다른 파트보다 논리적 추론파트에 더 많은 양을 할애해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마음에 든다.

저자들이 제안한 대로 주제문을 찾아 밑줄을 긋고 염두에 두면서 나머지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고 추론하고 요약하는 것은 효율적이고 정답을 내기에도 좋은 연습법으로 보인다. 그러나 어휘및 어법은 주제문을 찾기보다, 문장간 연결사나 단어의 문법적 활용에 대해 좀더 주의깊게 읽어야하므로 굳이 주제문을 찾아야하는지는 의문이다.

이 책은 다른 교재와 달리 단어 정리나 지문의 번역을 따로 싣고 있지 않다. 간단한 본문해설이 있지만, 내용요약이어서 직역이나 번역본이 필요해보인다. 물론 영어 지문을 여러 번 읽어서 주제문을 완전히 이해하고 지문을 완전히 이해하라는 의도일 수도 있지만, 초중급자에게는 조금 어려운 일일수 있고, 고급자에게도 해석은 필요하지 않을까한다. 문제를 풀다가 틀리면 해석을 통해 내가 오해한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한 의미해석은 무엇인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챗GPT가 제시하는 핵심문장을 포함한 지문으로 문제풀기 연습을 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현직 영어선생님들의 노력이 돋보이는 교재이다. 각 파트별로 연습해보고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더 집중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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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도시의 미래 - 인문학자가 직접 탐사한 대한민국 임장 보고서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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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야기>로 알게 저자의 이 책은 좀 의외다. 일본 역사학자로 알고 있었는데 '임장 보고서'나 '2024 부동산 대전환'이라는 표지의 말에 저자의 정체성이 바뀐 것인지 의아하다. "한국의 이곳 저곳을 답사하고 비교하는 도시문헌학자(6)"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일본 이야기>처럼 이 책 역시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이해한 우리나라 도시의 미래는 어떠할지 궁금하다.


책은 2부로 되어있다. 1부 한국도시의 미래를 예측하는 핵심으로 국제정세, 3대 메가시티와 소권역, 인구, 교통에 대해 설명하고, 2부 한국도시의 미래에서는 3대 메가시티와 소권역을 포함한 전국 9개 지역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핵심을 책 서두에 13개로 정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눈에 띄는 것은 지방소멸을 우려해서 신도시를 만들면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 생각하는 과거의 경험에서 벗어나 기존 도심을 압축도시화하자는 주장이다. 재개발지역 용적률을 높이는 방법이 있겠다. 또한 용산미군부지를 큰 공원으로 만들기보다 상업지구나 아파트를 지어 거기서 나오는 수익으로 다른 도시에 작은 공원들을 많이 만들자는 제안이 설득력있다. 과거 큰 공원을 지어 주변 집값만 올린 서울숲을 반면교사 삼아야한다는 조언이 일리있다.

미래 한국 도시는 3대 메가시티와 몇 개의 소권역으로 집중될 것이다. 이는 현재의 행정구역을 넘나드는 지역구분이다. 3대 메가시티에는 대서울권, 중부권, 동남권이 있다. 이는 1977년 박정희 정권때 이미 결정지어졌다. 서울을 중심으로한 '대서울권'은 아파트, 호수, 백화점을 중심으로한 강남의 확장으로 1기 신도시 분당, 일산과 2기 신도시 광교, 동탄, 고덕, 아산으로 확대되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은 북한에서 가장 먼 지역으로 방위산업과 기간산업을 위치시켰다. 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중부권'은 현재 미완성 상태로 도시들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다. 소권역은 6개로 대구, 구미, 김천 소권과 동부내륙 소권, 전북서부소권, 전남 서부 소권, 동해안 소권, 제주 소권으로 나눈다.

부동산 관점에서 봤을 때 강남을 대체할 곳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쇼킹하다. 서울의 핵심지역인 강남은 미래에도 가치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이를 대체할 곳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일본 도쿄의 핵심지역이 버블 전과 다름없이 높은 집값을 유지하고 있고, 뉴욕의 집값 역시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강남이 이에 해당될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세종시 이전으로 정부기관이 차츰 이전하면 서울의 인구집중이 약화되며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저자는 대통령과 국회가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는 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며, 박정희 정권 때 계획한 수도이전 계획이 강력히 진행되었다면 서울은 지금같이 강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제정세는 한국 도시의 운명을 결정해왔다는 관점은 우리가 분단국가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국가 안보를 위해 수도를 세종으로 옮긴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서울 강북의 발전을 억제하고 강남을 개발하고, 방위산업과 기간산업을 동남권에 배치한 것이 구식 무기를 사용하던 시대에 북한에 맞선 대응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이제 신무기의 개발로 우리나라 전역이 표적이 되므로 큰 의미는 없어지고, 오히려 북한과 10km거리에 있는 파주에 첨단 공장이 들어서는 시대가 되었다.

소권 중에서 제주도권의 대중교통에 대한 설명에 공감한다. 제주도는 섬을 순환하는 철도도 없고, 버스체계도 불편하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여러번 시도가 있었고 무산 되었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에 세운 철도 계획이 무산되었고, 1977년 철도 계획도 무산되었고, 1982년 모노레일 부설 계획까지 모두 무산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제주도를 여행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나 늘어나는 중국관광객을 위해서뿐 아니라 제주도 내 지역간의 발전을 위해서 최근 성산읍에 제 2공항 건립에 대해 저자는 찬성한다. 내부 교통체계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공항 건설은 조심스러워보인다.

개발의 바람이 불면 전부 쓸어버리고 건물을 올리는 현 행정이 좀 안타깝다. 옛 것을 보존하는 것이 새 것을 짓는 것만큼 중요할 수도 있다. 저자가 사진으로 담아 놓은 철거될 지역의 사진이나 현대사에서 사라진 화전민 집터와 같은 사진은 역사자료로 남게될지도 모를 일이다.

도시의 역사와 미래를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끊임없이 바뀌는 지도 위의 풍경과 그 아래 숨어있는 국토개발 계획과 정치가나 행정가의 표를 의식한 주장들을 읽을 수 있다.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 시대의 자료부터 현재의 자료와 답사하며 찍은 사진까지 망라해서 보여주고 있는 것도 흥미를 유지시켜준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저자의 관점에 동의하지만, 앞으로 예기치 못한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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