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 영화부터 스포츠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세계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3월
평점 :
유체역학이면 달리는 자동차가 떠오른다. 공기의 저항을 뚫고 전진하는 자동차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 유체역학은 '기체와 액체 등 유체의 운동을 다루는 물리학의 한 분야'이다. 유체역학 공학박사인 저자는 이를 '흐름'으로 쉽게 정의한다. 시간도 흐르고, 공기도 흐르고, 물도 흐르고, 이 흐름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것이 유체역학이고, 물리학 속에만 가두어 두지 않고 흘러가는 생활 속에서 이 흐름을 보여준다.
책은 9장으로 나뉜다. 영화부터 요리에 이르기까지 유체역학의 원리를 소개한다. 영화의 컴퓨터 그래픽, 교통체증의 해결법, 동맥경화가 생기는 이유와 해결법 , 반 고흐 작품에 표현된 소용돌이에 대한 연구, 주식 시장에 뛰어든 수학자와 물리학자의 활약, 한옥의 난방과 냉방 시스템, 유체저항 줄이는 선수와 과학자가 한 팀을 이루어 기록을 갱신해 나가는 스포츠, 무기의 개발이 오히려 인류문명에 이바지하는 아이러니, 열의 조절로 맛있는 요리하는 법이 소개된다. 이 중 몇 가지를 알아 보자.
과학 영화 <인터스텔라>는 감독의 상상력에 웜홀과 블랙홀, 상대성 이론과 같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실현된 것이다. 또한, <겨울왕국>의 엘사 뒤로 내리는 자연스러운 눈의 움직임도 수학적, 공학적, 과학적 노력이 들어간다. 이러한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과학기술상을 과학분야 교수가 수상한다는 것도 처음 알게된 사실이다.
미국 금융권에 과학자들이 진출하게 된 역사적 배경도 신기하다. 미국 주식시장에 경제학자 외에 물리학자와 수학자가 뛰어든 것은 냉전 이후 NASA의 기능이 약화되자 이 곳에서 일하기를 꿈꾸던 학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포브스'지 100대 부호 중 하나인 수학자인 제임스 사이먼스는 메달리어 펀드로 연평균 30%의 수익률을 내며 2018년 기준 자산이 약 20조원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수학자가 되었다. 수학과 같은 순수학문의 반전이다.
건축 분야의 유체역학도 신기하다. 한옥의 온돌은 아래로 부터 위로 세 가지의 열 전달 방식의 난방시스템인데, 대류, 전도, 복사를 이용한다. '대류'는 아궁이에서 뜨거운 열기가 고래를 따라 구들장을 데우는 것이고, '전도'는 구들장이 방바닥을 데우는 원리이고, '복사'에 의해 방 전체 온도가 상승한다. 또한, 여름철 마당에는 뜨거운 열기는 위로, 그 공간은 한옥 뒤 산으로부터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채운다. 냉난방을 과학적으로 적극 활용한 조상의 지혜를 알 수 있어 뿌듯하다.
현대는 과학도 하나의 고립된 학문으로 깊이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연관 학문이나 산업과 손을 잡고, 인류에게 좀더 편안하고 나은 삶을 살도록 이끌어 주는 역할을 한다. '화학자가 요리를, 기계공학자가 스포츠를, 수학자가 컴퓨터 그래픽을, 물리학자가 주식시장을 연구하는 모습이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다(p257)'는 저자의 맺음말에 공감한다.
이 책은 과학도라면 중간중간 언급되는 수많은 공식들을 눈여겨 볼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는 그냥 내용만 파악해도 충분히 흥미롭다. 새로운 관점으로 현상을 이해하기를 즐겨하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