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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금융, 트랜스포메이션(DX) 프런티어 ㅣ KBI 디지털금융시리즈
김수진 지음 / 한국금융연수원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금융, 항공주를 매도했다는 뉴스를 들으며 더이상 금융주가 매력이 없어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또한, 미국 시총 1위에서 5위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을 가진 기술주가 차지하는 것을 보면 산업구조의 변화도 느껴진다.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선전이 돋보이고 있다. 이러한 강력한 힘을 가진 플랫폼 기업들이 금융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소비자로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좀더 간편하고, 편리한데, 수수료까지 무료인 이 플랫폼의 결제 및 송금 시스템을 이용하다보면, 대출, 보험과 같은 금융상품도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은 한국금융연수원에서 발행한 금융기관 사람들을 위한 교육자료 같아 보인다. 제목부터 현재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대안으로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하는 최전선이 되자'고 외치는 듯한 의미부터 비장하다.
책은 3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1 새로운 가치 창조와 비즈니스의 미래는 1장. 디지털로 향하는 세계금융기관, 2장. 디지털화가 초래하는 금융서비스의 미래, 3장. 디지털뱅킹의 기회와 위협. 파트2 차세대 금융 비즈니스 모델의 개화는 1장. 디지털 혁신이 금융의 비즈니스 모델에 초래하는 변화와 의의, 2장. 플랫폼화하는 금융의 비즈니스 모델, 파트3 DX로 변모하는 뱅크 4.0 시대의 금융서비스는 1장. Banking as a life style, 2장. 2025년 차세대 금융 시나리오로 구성되어 있다.
골드만 삭스가 자신의 회사를 technonolgy company라 재정의한 것은 디지털 금융 기술이 금융기관의 생존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금융기관끼리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챌린저뱅크나 네오뱅크와 같은 '디지털뱅크', 심지어 고젝, 그랩과 같은 '차량호출 플랫폼'과 경쟁해야하는 시대다. 이를테면, 기존 은행이 급여통장이나 공과금 자동이체 통장에 집착하는 동안, 영국의 챌린저뱅크인 몬조(Monzo)는 지하철 요금이나 스타벅스, 식당결제와 같은 라이프 스타일 밀착 핀테크 서비스도 제공한다.
은행의 역사를 정리한 부분이 흥미롭다. 뱅크1.0은 은행 탄생부터 1970년대까지의 수백년간의 전통뱅킹시대다. 뱅크 2.0은 1980년대 ATM보급과 셀프뱅킹과 1990년 인터넷 뱅킹확대의 시대고, 뱅크 3.0은 2007년 이래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손바닥 은행의 시대다. 뱅크 4.0은 2017년 이래 생활 속 침투, 온오프라인, 모바일 연계를 통해 옴니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인공지능기반의 로보어드바이저를 제공하는 시대다. 뱅크4.0은 전혀 다른 세계다. 이미 유럽, 미국, 싱가포르 금융기관은 이러한 모습을 갖춰 가고 있다.
'은행은 빠르게 발전하는 핀테크 기술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장과 관련성이 멀어질 수 있다" -안토니 젠킨스, 전 바클리 CEO
디지털뱅크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등에 업고 전통은행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긍정적인 반면 Z세대는 현실적이다. 밀레니얼은 자산분석을 앱에 의존,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상품선호, 로빈후드 가입 80%, 자금관리앱, 편리하고 편익성이 높고 스타일리시한 금융서비스를 원한다. 반면, Z세대는 수수료 등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려는 성향, 저축중시, 안정성과 실용성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이 두 세대의 공통점은 대면 상담을 선호한다는 점인데, 미국의 캐피털원처럼 은행을 카페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이 두세대를 타겟으로 성공한 사례는 소파이(학자금 대출의 혁신), 로빈후드 (약자를 위한 부의 재분배 사업), 머니라이온(개인 대출)이다.
전통은행과 다르게 디지털 금융의 문제점은 개인정보 보호에 약하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누출로 물의를 일으킨 후 각국은 자국의 개인정보 국외이전에 대한 강력한 조처를 취했는데, 우리나라는 개정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중 개인정보의 국외이전에 대한 조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신용정보법의 한계는 세계 다른 나라들처럼 비금융정보를 활용하여 신용평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금융으로 가는 걸림돌이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중 하나는 전통은행은 여신심사를 통해 신용을 평가하는데, 핀테크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담당한다. 알고리즘 구성과 사용데이터가 같다면 한 곳에서 대출심사에서 떨어진 사람은 다른 곳에서도 거부될 가능성이 높다. 두려운 일이다.
디지털 금융은 디지털 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통화)까지 발행하고자 한다. 페이스 북이 리브라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기축통화인 달러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런민은행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 것으로 패권전쟁이 시작된 듯하다. 우리나라도 부정적이었다가, 2021년에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 테스트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한다. 각국이 CBDC를 연결하면, 환율변동 리스크 줄이고, 비싼 환헤지를 하거나 달러화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다양한 국가의 디지털 뱅킹 시스템의 현재와 미래를 잘 알 수 있는 책이다. 현재의 금융권이 무엇을 고민하는지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에 관한 고민을 읽을 수있어서 유익하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기술개혁보다 더 어려운 조직과 문화의 전환이 성공하는 개혁이기를 기대한다. 금융권 관련 책을 이렇게 재미있게 읽기는 처음인 듯하다. 은행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이 책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