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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되고 나는 안 되는 동성애 - 소시민의 기독교 고발 에세이
김학민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제목의 '동성애'와 부제의 '기독교'를 보면 서로 상극인데 무슨 내용일까 무척 궁금해지는 책이다. 이 책은 기독교인이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고발하는 에세이다. 저자는 매우 조심스럽게 기독교의 변화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고 했다. 물론 타종교도 나름의 문제점이 있겠지만, 그 것은 그 종교를 믿는 신도가 할 일이라고 선을 긋는다.
책은 200쪽이 좀 안 되는 비교적 작고 얇은 책이다.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흥미로운 주제를 논의하고 있어서 한 숨에 읽을 수 있다. 1장 '기독교 기업이 일으킨 대형참사'에서는 기독교 기업 '이랜드 사태'에 대한 이야기다. 2장 '너는 되고 나는 안 되는 동성애'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데, '차별금지법' 제정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가 조항 중 '성적지향' 즉 동성애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에 기독교가 반대를 행사하고 있기 때문임을 설명한다. 3장 '좌파를 위한 우파의 기도'는 가장 흥미롭다. 구한말 기독교가 들어와서 현재까지의 변화를 알 수 있다. 4장 '기억 너머로 날아간 작은 배'는 세월호에 대해 망언을 내뱉은 보수 정치권과 보수 기독교 목사들의 망언과 그 배경을 밝힌다. 5장 '네 이웃의 종교를 제 종교처럼 사랑하라'는 배타적인 개신교의 타 종교에 대한 태도와 기독교 이단에 대해 설명한다. 각 장 뒤에 실은 '뒤풀이'는 본문에 언급한 내용 중에 짚고 넘어가야할 논쟁이나 개념을 좀더 자세히 설명한다.
각 장은 기독교인이 읽는다면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다.
십일조를 내는 것으로 유명한 기독교 기업 이랜드가 700명의 노동자를 해고한 것에 대해, 나눔과 사랑이 노동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는 기독교 성경에서는 단호히 죄로 규정한다. 동성애자는 구원받지 못한다. 그런데, 동성애자도 예수 믿고 회개하면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은가? 보수 정치계가 보수 기독교계의 '표'를 무시할 수 없어서 '차별금지법' 법안은 국회 통과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적지향(동성애)'에 대한 차별 금지가 이 법조항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은 동성애에 대한 차별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 언론, 보수정치계, 극우세력, 극우 기독교단체들에 의해 조작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 아프다. 목사들은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와 상관없이 아이들의 죽음 앞에 애도를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유가족 보상금에 대한 보수 정치권과 보수 언론의 거짓말은 죽은 자에 대한 모독이다.
기독교의 타종교 배척도 도가 지나치다. '봉은사 땅밟기'라는 사건은 기독교 모임의 한 무리 청년이 서울 봉은사 대웅전 앞에서 예배를 하고 기도하였다. '땅밟기 기도'란 기도하는 사람이 발 디고 선 그 곳을 달라고 하나님에게 간구하는 기도란다. 땅밟기 기도는 다른 종교를 적대시하는 마음에 바탕을 둔다. 사랑과 나눔의 정신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행동이다.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읽으면서 교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많이 놀랐다. 그러나, 저자와 같이 자성하고 바꾸려고 노력하는 기독교인이 많다면 조금의 변화라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경직된 조직이 바뀌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에도 진보와 보수가 있듯이 기독교 내에도 진보와 보수가 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최근 뉴스에 자주 나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목사의 저질스러운 발언과 기존에 알고 있던 목사의 이미지가 상충했는데 이 책을 통해 분별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랜만에 간결하면서도 논리적이고, 힘이 있는 글을 만나게 되었다. 주제가 무겁고 논란의 여지가 있을 법하지만 진지하게 읽을 수 있었다. 기독교와 연관이 없어도 사회현상 저변에 흐르는 힘에 대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