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버드에서 배워야 할 모든 것을 나이키에서 배웠다
신인철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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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지식이 아닌 비즈니스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런 안목은 학교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도 배울 수 있고,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기업의 경영 전략 사례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하버드에 유학하려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국내에서 '나이키'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공부한다는 저자. 나이키에서 뭘 배울 수 있을까?

책은 20개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다. 나이키를 택한 이유, 나이키 히스토리, 현장 중시 제품전략, 협업 전략, 고객활용 마케팅 전략, 고객 동기화 전략, 고객 활용 전략, 브랜드 전략, 광고모델 전략, 조직관리, 스토리텔링 마케팅, 가치창출경영, 변화경영, 잠재고객확보전략, 공간을 활용한 경영전략, 디지털 활용전략, 미래준비전략, 지속가능 경영전략을 강의한다. 그리고 맨 뒤에 각 강의에 참고한 문헌 리스트를 실었다.

나이키는 필 나이트와 빌 보워만이 만든 회사다. 1964년 블루리본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창업해서 일본의 운동화 오니츠카타이거 판권을 취득하여 미국에서 판매하다가, 1971년 '나이키'라는 독립 브랜드로 직접 만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제프 존슨이 회사명을 '나이키(승리를 관장하는 여신; 니케의 영어 발음)'라 제안했고, 미술대학원생이었던 캐롤린 데이비슨에게 35불을 주고 로고 '스우시'가 정해졌다. 창립자인 필 나이트가 육상선수 출신이었기 때문에 신발의 불편함을 잘 알고 있어서 이를 개선하기위한 노력을 통해 사업이 번성하였다. 경쟁사 독일의 아디다스, 영국 리복들과 더불어 올림픽을 마케팅 삼아 브랜드 가치를 쌓아가기 시작한다.

나이키 하면, 슬램덩크의 주인공 마이클 조던을 떠올릴 텐데, 풋내기 조던에게 나이키 광고모델 제의후 1985년 에어조던1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에어조던시리즈는 28까지 계속 출시되고 있다. 당시 아디다스를 신던 조던에게 경기에 적합한 농구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나이키와 이에 적극 응한 조던과의 성공적인 협업이 명품을 만들었다. 현재 나이키 한정판 제품은 세계의 셀럽들도 소장하고자 하며,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에어조던시리즈를 사진으로라도 보여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좀 아쉽다.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보는 수 밖에 없다.

또한, 나이키의 'Just do it' 슬로건은 '시작합시다' '해버려', '꾸물대지 말고 해', '자 일단한번 시작해봐'의 뜻이다. 그 모티브는 연쇄 살인범 길모어가 1977년 처형장에 들어가며 집행관에게 마지막으로 한 "Let's do it."이라고 한 말에서 가져왔다. 당시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었지만 '고객이 도전에 망설일 때 그냥 해보세요'라고 조언하는 말의 의미로 수십 년을 지켜오고 있다.

나이키의 광고모델 전략은 독특하다. 선수 한 명과 평생 계약을 한다. 농구의 프리폰테인, 마이클 조던(80중반-90후반), 르브론 제임스, 축구의 호날두와 박지성, 골프의 타이거 우즈가 대표적이다. 스포츠 선수이자 모델로서 그들에게 부를 안겨 주며, 해당 스포츠에 기술적, 광고적 혁신을 가져온다. 예를 들어, 기술적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골프공과 드라이버를 개발하고, 타이거 우즈가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기다려주는 기업이다.

나이키는 스포츠 고객을 남성에만 포커스를 두지 않고, 여성, 어린이, 제3세계 사람들에게 까지 확대해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여성들이 스포츠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직장인을 러닝머신 위로 불러내고, 중고생들에게 농구를 즐기도록 유혹하며,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스포츠가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는 가치를 창출한다.

각 장은 나이키의 마케팅 전략만을 설명하지 않는다. 같은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나 반대의 사례로 실패한 사례를 먼저 몇 개씩 소개해 주고, 나이키는 과연 어떻게 전략을 펼쳐나갔을지 궁금하게 만들어 준다. 이를 테면, 아베크롬비앤피치의 최고경영자는 "젊고 매력적인 백인들을 위한 옷이니 못생긴 사람은 안 입었으면 좋겠다"는 인종, 연령, 외모 차별 발언으로 성장세가 정체되었다가 그의 퇴임후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그러나 나이키는 2016년 리우 올림픽 광고에 "unlimited(한계는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37세의 남성 트랜스젠더 3종 철인경기 선수를 내세워 모든 사람을 끌어 안을 수 있는 멋진 광고를 냈다. 약자이지만 그것을 극복한 선수가 시사하는 바는 감동과 더불어 누구나 나이키를 신고 싶어하게 하는 것이다.

책 전체에 흐르는 여유와 유머가 마음에 드는 책이다. 기업의 다양한 성공과 실패 사례를 적재적소에 소개하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이해도도 높아진다. 나이키와 관련해서 워낙 유명해서 아는 이야기도 많지만,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도 많다. 이를테면 1996년 <라이프>지에 나이키의 아동 노동착취에 관한 사진으로 떠들썩해지자 이를 바로 시정하고, 그 후 협력업체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노동인권, 안전보건, 환경보호 및 보전 여부를 평가해 낮은 등급을 받은 기업과는 거래가 중단된다. 우리나라 D모 인터내셔널이 우주베키스탄에서 아동노동착취 혐의에 휘말렸고 이에 따라 거래가 중단되었다. 그 베이스인 부산공장이 문을 닫으며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나이키를 좋아하는 사람이 나이키 비즈니스 전략을 분석한 책이다. 다양한 기업의 케이스 스터디도 만날 수 있으므로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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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옛길 사용설명서 - 서울 옛길, 600년 문화도시를 만나다
한국청소년역사문화홍보단 지음 / 창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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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9년 서울자유시민대학의 프로그램 중의 하나로 조선시대 한양의 옛 길을 찾아 그 역사, 문화, 정보를 한데 모은 문화답사 안내서다. 참석자들은 문화유산 해설사, 문화관광 해설사, 역사문화체험지도사, 역사문화 전문해설사, 한국사지도강사, 박물관 전문해설사 등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따라 600년 문화도시 서울 한양의 옛길 12경을 찾아 가보자.

책은 14장으로 나눠져있다. 한양도성과 내사산을 설명하고, 내사산에서 흘러나온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살게 된 10개의 길인 옥류동천길, 삼청동천길, 안국동천길, 재생동천길, 북영천길, 흥덕동천길, 정릉동천길, 남산동천길, 필동천길, 묵사동천길을 소개하고, 동서로 이루어진 진고개길, 구리개길을 소개한다. 고서에 실린 지도와 각 팀이 직접 손으로 그린 답사 지도를 각 장 앞에 배치하여 이동코스를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했다.

한양은 내사산과 외사산으로 둘러싸여있는 분지 지형이다. 한양도성은 내사산의 능선을 이어 도성을 쌓고 수도방어와 경계로 삼았다. 내사산에서 흘러내리는 물길을 따라 사람들이 몰려 살았고, 그 시대의 흔적을 따라 답사가 진행된다.

10개의 물길은 인왕산(서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옥류동천길과, 북악산(백악산; 북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삼천동천길, 안국동천길, 제생동천길, 북영천길과, 낙산(동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흥덕동천길과, 정릉동을 흐르는 정릉동천길(정동), 그리고, 남산(남쪽)에서 흘러내린 물길을 따라 만들어진 남산동천길, 필동천길, 묵사동천길이 있다. 한양을 동서로 가로 지르는 두 길은 진고개길과 구리개길이다.

너무나 많이 가서 머릿 속으로 그 길을 그릴 수 있는 '흥덕동천길'을 살펴보자. 대학로를 흘렀던 흥덕동천은 태조 이성계가 창건한 흥덕사에서 유래한다. 흥덕동은 현재 혜화동과 명륜동이다. 흥덕동천은 서울과학고 부근에서 시작하여 대학로와 동대문을 지나 청계천으로 흐른다. 15개의 다리가 있었다고 하는데 1977년 이후 모두 복개되었고, 2009년 대학로위에 인공수로를 내었지만 옛 물길과는 다르다. 성균관대에서 시작해보자. 명륜당 앞에는 2019년 현재 오백살이 된 은행나무가 아직도 살아있다. 은행나무는 유학의 상징으로 서원과 향교에도 있다. 성균관대 정문 왼쪽에 영조 때 세운 탕평비가 있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혜화동로터리를 향하다보면 동양서림(1953)이 건재하고, 혜화초등학교가 나온다. 이 학교는 성균관서 일하는 노비인 '반인'들이 갑오개혁 이후 자식들의 신분상승을 위해 세운 학교다. 학림다방은 1956년 문을 열었는데, 서울대 문리대 축제명에서 따왔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안에 의외로 역사적인 건물이 많다. 대한의원 건물은 1907년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다. 병원안에 사도세자의 사당이 있던 경모궁 터가 있다는 건 몰랐다. 길을 건너 공업전습소 본관은 전혀 기억에 없는데, 방통대 안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 돌아온 인평대군이 살았던 석양루 표식도 낯설다. 흥인지문과 동대문시장과 청계천이야 워낙유명하다. 그런데 청계천 6가에 있던 오간수문은 임꺽정이 전옥서를 부수고 도망갈 때 달아났던 다리라니 모르는 게 너무 많다. 꼼꼼하고 세세하게 지도를 따라 서술을 해두어서 이 책 하나면 서울 옛길 12경은 완벽하게 마스터할 것 같다.

참석자들이 둘씩 짝지어 답사를 완성했는데, 각 팀별로 지도를 그리는 법도 독특하고, 사진의 배치도 다르고, 문체도 달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모습과 과거의 이야기를 엮어 이야기해 주고, 꼼꼼하게 살펴서 설명하고 있어서 하나도 놓치지 않고 둘러 볼 수 있겠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며 여기저기 다녀본 곳들이 물줄기를 따라 각각 연결된다. 가본 곳도 많고, 가봤는데 무심코 지나친 곳도 있고, 아주 잘 아는 곳도 있고,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지조차 전혀 모르는 곳도 있다. 서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 책 하나로 아름다운 서울의 옛길을 찾아 걸어볼 수 있겠다. 아이가 있다면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걸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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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 인류는 전쟁 없는 세상을 꿈꿀 권리가 있다
아르노 그륀 지음, 조봉애 옮김 / 창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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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유태인인 저자는 나치를 피해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한다. 미국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아동병원 정신과에서 근무하다가 대학 교수를 하고, 1979년 스위스로 옮겨 심리치료를 위한 개인병원을 운영하며 집필활동 중이다. 그가 계속해서 몰두하는 문제는 '집단적 망상이 어떻게 맹목적인 복종과 무자비, 그리고 증오를 일으킬 수 있는가?'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2012년에 번역 발간되었지만, 원서는 2006년, 저자 나이 89세에 쓰여졌다.

저자는 서문에서 전쟁은 합리화 될 수 없는 폭력이다. 전쟁을 없애고 평화를 이루고자하는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는 어른들에게 바친다고 밝히고 있다. 80이 넘은 노학자가 여전히 전쟁과 평화에 대한 주제에 천착하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그리고 그 원인을 어린시절에서 찾고 있다.

책은 4부로 되어있다. 1부 평화가 불안하다, 2부 폭력이 과도하다, 3부 공감이 절실하다, 4부 연대가 답이다.

이 책에 중심으로 흐르는 주제는 '평화는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다. 평화는 사랑, 공감, 연대에 의해 자라나는 것이다'이다. 발달 심리학을 기반으로 정신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히틀러와 조지 부시와 같은 전쟁광과 그들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한다.

어린시절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독립된 자아' 대신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거짓된 자아'를 연기하며 성인이 되어도 타인과 진실한 관계를 맺지 못한다.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극도의 불안감을 겪고 폭력적인 부모를 이상화 혹은 동일시하며 권력을 추구하는 자로 성장한다. 자기에게 고통을 준 자의 행동을 답습하는 것이다. 히틀러가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이유다. 내면의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사람을은 부와 명예와 같은 외면적 성취를 추구한다. 이러한 상처가 있는 성인을 치유하기 위해 어릴 적 고통스러운 기억과 맞서 내가 약해서 당한 것이 아님을 이해하고 나 자신과 화해하고 나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폭력적인 사회를 치유하는 길이다.

공감은 부모의 요구보다 아이의 요구가 우선되는 관계에서 더욱 활발해진다. 그러나 아이의 요구에 부모가 반응하지 않을 경우 감정이입 능력은 억압당하고 아이는 무력감, 분노, 긴장을 느낀다. 어릴 때의 경험으로 평화적으로 나아가느냐 파괴적으로 나아가느냐가 결정된다. 폭력과 테러는 공감의 결핍에서 비롯된다. 히틀러와 그의 측근 알베르트 슈페어가 타인에 공감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렇게 고통을 주는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과 공감뿐 아니라 감성적인 연대와 협력이 인류를 살아남게 한다. 원시조상인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을 보면 부상을 치료한 흔적이 보이는데, 이는 동족의 보호와 부양을 받았음을 증명한다. 전쟁을 막을 수 있으려면 서로 밀접한 연대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모두가 서로 결합되어 있고, 상호의존적이라는 것을 인식하면 폭력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발달심리학에 기초하여, 어릴 때 아이와 부모와의 상관관계가 아이가 커서 평화를 추구할 수도, 전쟁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나치의 피해자로서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저자의 치밀함 속에서 피해자의 아픔이 느껴진다. 나아가 현대사회는 경쟁에서 승리하고, 부의 축적이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는 전쟁같은 시대다. 사랑, 공감, 연대가 더욱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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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기술, 일본 소부장의 비밀 - 왜 지금 기술을 중시하는 일본 기업에 주목하는가?
정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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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압축성장을 해온 우리 경제의 약점은 부품,소재,장비(소부장)에 대한 해외 의존도가 높다. 외국에서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가공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9년 일본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감광제),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3개 품목의 대 한국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우리 스스로 자립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러면 독일과 더불어 세계의 소부장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일본 소부장 기업의 비밀은 무엇인가? 어떻게 현재의 기업을 이루게 되었는가? 코트라 해외조사부에서 35년의 재직기간 중 17년을 일본에서 근무하여 이 분야에 정통한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책은 2부로 구성된다. 1부는 일본 소부장 기업의 세 가지 비밀, 2부는 일본 소부장 기업의 혁신사례 12기업을 소개한다. 12개의 기업은 돗판과 다이닛폰, 니혼덴산, 마부치모터, 시마노,도레이, 닛토덴코, JSR, 신에츠화학공업, 화낙, 키엔스, 토요타, 소니다.

일본 소부장 기업의 비밀 3가지는 '장인정신과 장수기업', '선진문물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일본', '과학기술과 노벨상'을 꼽는다. 먼저, 어떤 분야든 천하제일이 되면 부와 명예를 쥐는 시스템으로 장인정신이 발달한 일본은 중국이나 우리나라와는 달리 기술자들을 우대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 기술이 가업으로 이어져 장수기업이 많다. 또한, 개항시기에 일본은 '데지마'라는 인공섬에 서구인을 머물게 하며 그들로 부터 서구문물을 습득하며, 나아가 미국과 유럽의 여러 나라를 순방하며 근대화의 기반이 될 문물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특히 산업혁명 후발국인 독일이 눈높이에 맞는 수준이어서 많이 모방한 것은 독일의 비스마르크의 부국강병과 식산흥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독일식 헌법을 모델로 제국헌법을 제정한다. 가장 부러운 것이 과학분야에서 2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여 미,독,영,프에 이어 세계5위 노벨과학상 수상국이라는 것이다. 연구테마는 상업화될 수 있어서 일본 부품소재분야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준다. 그 배후에 존재하는 '이화학연구소'는 1917년 설립된 '코펜하겐 정신'의 자유스러운 토론이 이루어지는 연구분위기를 자랑한다. 장기연구를 위한 연구비 지원은 물론, 일본 유일의 자연과학 종합 연구기관이며, 다수의 노벨상수상자를 배출한 세계적 권위의 연구기관이다. 연구성과로 기업을 만들어 80%의 연구비용을 이들 기업으로 부터 충당하는 것도 현명한 경영이다. 연구비용이 받침이 되므로 113번째 원소(Nihonum)를 만들어 내기까지 9년간 400조 번을 실험할 수 있었다.

일본의 소부장 기업은 기술력에서 세계적인 경쟁우위를 갖을 뿐 아니라 높은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배기 회사다. 표준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마부치모터'의 경영전략이나, 관리자의 수를 줄이고 제품의 생산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R&D와 생산직인원에 집중하는 '키엔스'의 경영 스타일이 인상적이다. 특히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한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 세계1위의 '신에츠화학공업'과 포토레지스트 세계 1위 'JSR'이나, 세계시장에서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창의적인 전략을 낸 자전거 부품의 강자 '시마노'가 큰 성공을 이룬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 소부장 기업들도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진취적인 도전을 해주었으면 한다.

일본 소부장 기업들이 모두 성공가도만을 달려온 것이 아니다. 위기를 혁신으로 극복하고, 시장의 흐름을 잘 따르기도 하고, 아주 오랫동안 연구개발한 것이 흑자로 돌아서기 까지 인내한 덕분이다. 토요타같은 경우 1950년 GHQ의 긴축정책으로 기업도산의 위기까지 갔다가 한국전쟁으로 V자 성장을 하였고, 동양의 듀폰이라는 '도레이'는 탄소섬유 세계1위가 되기까지 40년간 적자를 참고 기다렸고, CNC와 로봇 생산의 절대강자 '화낙'은 9년만에 흑자로 돌아서기까지 자신의 기술력을 믿고 기다렸다. 이러한 문화에 감탄할 뿐이다.

이 책은 일본 소부장 기업들이 성공하기까지, 설립에서 현재까지의 역사를 간결하지만 속속들이 서술한 책이다. 장인을 우대하는 기본 문화 위에, 근대화를 거쳐 급부상하는 모멘텀을 잘 잡은 것 뿐 아니라, 막대한 연구비용을 대줄 수 있는 연구소가 있는 것이 일본을 세계5위의 노벨과학상 수상국이자 기술 강국으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성공한 12기업의 사례를 통해 변곡점에서 고비를 잘 넘긴 결정권자의 의지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유심히 볼 수 있다. 노벨과학상 수상이 순수학문적 성취가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연결되는 것을 보며 우리 역시 장기간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회사차원, 학교차원, 정부차원의 지원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노벨상은 개인이 수상하는 것이지만, 그 개인 뒤에 막강한 조직의 힘이 받쳐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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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의 세계 - 세계 석학 7인에게 코로나 이후 인류의 미래를 묻다
안희경 지음, 제러미 리프킨 외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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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거대한 분기점>은 일본인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세계 석학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세계의 석학들이 일본에 관한 조언을 곁들일 때 한국에도 이러한 인터뷰 책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같은 형식으로 안희경 작가의 책이 나와 내심 반갑다.

이 책은 세계 석학 7인이 코로나 이후 변화될 인류의 미래를 묻는다.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닉 보스트롬, 반다나 시바와의 인터뷰는 코로나19가 확산된 상태여서 대면 인터뷰가 불가능한 까닭에 화상, 전화,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각국의 상황은 물론 석학들의 통찰력을 들을 수 있다. 여성 인터뷰이들도 있어서 좀 더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책은 7장으로 구성되었다. 1장 제러미 리프킨의 '화석연료없는 문명이 가능한가', 2장 원톄쥔의 '위기 이후 어떤 세계화가 도래할 것인가', 3장 장하준의 '왜 우리는 마이너스 성장을 두려워하는가', 4장 마사 누스바움의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5장 케이트 피킷의 '우리는 질병과 죽음 앞에 평등한가', 6장 닉 보스트롬의 '세계는 다음의 위기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7장 반다나 시바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왜 실패할 수 밖에 없는가'이다.

석학들은 바이러스의 위기가 경제위기로 이어지고, 나아가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의 '성장' 위주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이제는 '분배' 위주의 경제가 중심이 되어야한다. 특히 미래는 4차혁명으로 인해 부의 집중이 소수의 인원에게 집중되는 시기이므로 모든 국민이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소득을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염병과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 숲이 사라지고 동물이 인간의 생활에 들어오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아마존을 비롯한 밀림훼손을 멈추고, 전 세계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에 동참해야한다. 세계경제는 그린뉴딜과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경제로 발전해야할 것이다. 이미 유럽과 중국이 앞서고 있다.

한국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언한 제러미 리프킨과 장하준 교수의 의견을 간추려보자.

제러미 리프킨은 한국이 화석연료 사용이 세계적으로 높은 국가이며, 스탠퍼드대학교와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재생에너지 잠재력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한국은 전체 에너지 중 태양에너지로 85%, 바람으로 14%, 나머지1%는 바이오매스로 충분하다고 한다.

장하준은 선진국 대열에 선 한국이 왜 개도국 수준의 경제성장을 이루어야만 하는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다. 오히려 마이너스 성장을 통해 복지국가의 틀을 갖출 좋은 기회라고 조언한다. 복지는 공동구매라고 생각하고, 세금은 국가가 개인의 돈을 강탈하는게 아니라 개인들의 공동자금을 형성하는 방식이라고 생각의 전환을 해야한다. 대신 납세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요구하면 된다. 평등한 교육과 보건은 물론 일자리 보장과 최저임금제와 같은 사회안전망 확보 말이다.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은 북유럽 국가보다 낮고, 매년 정부재정도 흑자인데도, '자린고비 경제'로 복지에 대해 무조건 안쓴다. 복지를 잘한다고 재정이 부실해지는 게 아니다. 재정을 푸는 북유럽국들의 재정이 건전한 것을 보면 안다. 현재 누진세를 적용하여 복지를 두 배로 늘려도 미국 정도고, 유럽처럼 되려면 3배는 늘려야한다. 평소 장하준교수의 경제 이론에 동의하는 까닭에, 이러한 합리적인 정책결정이 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지 의문이다.

세계의 미래에 대해 석학들은 혜안을 내놓는다.

중국의 지식인 원톄쥔은 위기 이후 기존의 세계화는 무너지고, 지역적 통합이 삼각형구조로 나타나리라고 주장한다. '글로컬라이제이션(지역중심세계화)'은 북미지역, 유럽연합과 러시아, 아시아(한중일 선도국)가 축이다. 각 지역별로 선도하는 국가와 지원하는 국가의 협업으로 세계화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계적인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인이 코로나19에 걸리자 그가 어서 회복되기를 바라는 연민의 마음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하며, 인종과 민족간의 혐오를 벗어나 연민과 공감으로 연대하는 정치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역설한다.

영국 공공역학자 케이트 피킷은 미국처럼 '건강 불평등' 격차가 큰 곳은 사적 의료체제로 의료지출 비용은 높지만 국민의 건강상태는 다른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불평등과 불안을 없애려면, 불평등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여러 단체들을 지원하거나, 투표권을 행사해서 평등한 정책을 내는 정당에 표를 준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영국 인류미래연구소 소장인 닉 보스트롬은 자신의 저서 <취약한 세계 가설>에서 언급한대로, 미래 세상이 자동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발명이나 발견이 세계 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핵무기와 기후변화에 대한 소극적 대응이 그것이 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나라들이 있고 여기에 무임승차하려는 나라가 있어서 강력한 조약이 체결되지 않는다. 중대한 국제조정문제를 해결할 거버넌스 능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반다나 시바는 캐나다에서 석박사를 하고 고향 인도로 돌아가 유기농 농법확산을 위해 나브다냐를 설립해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서구세계가 주도해온 신자유주의와 디지털 시스템을 모두 거부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끼어들지 못하게 생산자와 먹는자가 가까이 있어야하는 순환경제를 추구하며, 우리몸이 원하는 유기농식품을 섭취하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겨울이 한창일 때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지금 여름이 한창인 때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집에서 나오지 못해 괴로움을 호소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맑아진 하늘이 우리를 반기고, 극심하던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져 창문을 시원하게 열어 놓고 하루를 지낼 수 있게 된 것은 고마운 일이다. 또한 쇼핑과 외식이 잦았던 일상에서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쇼핑도 줄어들면서 우리의 생활도 미니멀해지고 있다.

코로나 이후 미래는 생각보다 많이 바뀔 것 같다. 세계 석학들이 조언하는 대로 세계는 물론 한국도 성장위주의 사회에서 분배사회로 가기위해 조금씩 의견을 내고 있고, 화석에너지 사용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이 주가 되는 산업으로 이미 방향을 잡고 있다.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국에 대해 건설적인 조언을 하는 부분이 강점인 책이다. 위기에 처한 각국의 대처에 대한 반성과 미래에 대한 예측에 대해 근래 읽은 책 중 단연 최고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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