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 먹는 자가 일류 - 식욕 먼슬리에세이 5
손기은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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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슬리 에세이 #5 식욕

매달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출판을 하는 모양인데, 시즌 1의 주제는 욕망이다. 이미 물욕, 출세욕, 음주욕, 공간욕에 대한 책이 나왔고 이번 책 '식욕'은 시즌1의 마지막이다.

뭐라고 해야할까? 이 독특한 에세이집을.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주이다. 저자는 <GQ Korea>에서 11년간 음식과 술을 담당하는 피처 에디터로 일했고, 현재는 프리랜서이자 동업자 두 사람과 바(Bar)를 운영하고 있다. 저자는 번아웃으로 무기력할 때는 먹는 것이 치료제가 되고, 경영하는 바(Bar)의 매출이 안 나와 힘든 날에도 삼겹살을 굽고, 회계사도 놀랄만큼의 회식비를 쓰며 즐겁게 먹고 마시는 어찌보면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행복한 사람이다.

책은 손바닥만하고, 글도 성글고, 쪽수도 173장밖에 되지 않는다. 작은 책이어서 금방 읽을 수는 있지만 표현은 꼼꼼하고 내용은 유머러스해서 다듬어서 쓴 표가 난다. 오랜 잡지사 경력이 엿보이는 표현이 좋은 문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아래처럼 소주에 대한 정의가 꽉차다.

"소주는 달콤한 감미료를 더한 알코올일 뿐이다. 귀한 오크통에서 향을 입힌 술도 아니고, 십수 년을 숙성시켜 시간의 가치를 입힌 술도 아니다. 360밀리라는 애매한 용량에, 17도라는 미적지근한 도수에, 손가락 두 개로 잡히는 요상한 크기의 술잔에 마시는 꽤 단순한 술이다(62-63)."

집에서 대충 차려 먹는 밥, 차 안에서 이동 중에 먹는 밥, 엄마가 보내주는 음식에 대한 추억, 다이어트를 해도 술은 끊을 수 없고, 야식으로 딸려온 반찬을 다음 끼니에 이용하는 센스와 같은 이야기는 모두 먹방을 책으로 보듯 읽을 수 있다. 음식에 대한 인터뷰와 글쓰기를 더 잘 하기 위해 2년간 다닌 '르 꼬르동 블루'로 오히려 요리가 더 어려워진 느낌이라는 이야기는 공감이 가기도 한다.

덤으로 저자가 이리저리 언급한 맛집 리스트도 적어 두었다. 성수동의 '소문난 성수 감자탕'은 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 원래 감자탕을 한 번 먹어보고 그리 즐겨하지 않았는데, 저자가 맛있다고 하니 믿을 만 해보인다. 어느 TV 프로에서 보니 미국사람들도 좋아하는 우리 음식 중 하나가 감자탕이라 하는데, 추운 겨울에 어울릴 메뉴이겠다.

힘들 때 무엇을 하는 것이 최고인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먹는 것이 최고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일독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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