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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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럽'은 1764년 화가인 조슈아 레이놀즈가 위대한 작가 새뮤얼 존슨의 우울함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작은 모임을 만든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클럽의 회원은 지식인, 예술가, 정치인, 역사가, 경제학자를 망라한다. 그들은 선술집인 터크즈 헤드 태번(Turk's Head Tavern)에 매주 금요일 저녁에 모여 먹고 마시고 웃고 떠들며 논쟁을 벌인다. 신입회원은 투표로 선출하고, 만장일치로 찬성하여야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 회원으로는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 연기자 데이비드 개릭, 식물학자 조셉 뱅크스, <로마제국쇠망사>를 쓴 에드워드 기번과,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 등이다. 1764년~1784년까지 약 20년간 '더 클럽'을 거쳐간 사람들의 삶, 관심사, 우정, 경쟁의식과 업적이 보즈웰의 기록에 잘 드러난다. 이 클럽은 오늘날 '런던문예학회'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책은 총 21개의 챕터로 되어있다. 챕터 1,2는 새뮤얼 존슨의 이야기를, 챕터 3-6은 제임스 보즈웰에 대한 이야기를, 챕터 7은 더 클럽의 탄생을, 챕터 8부터는 더 클럽 멤버들에 대한 이야기가 19까지 이어지고, 챕터 20과 21은 말년의 존슨과 보즈웰에 대한 이야기로 막을 내린다.

이 책의 주인공은 <영어사전>을 완성한 새뮤얼 존슨(1709-1784)과 그를 아버지처럼 따르고 <존슨전> 을 남긴 변호사이자 전기작가인 제임스 보즈웰(1740-1795)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존슨은 50대 초반이고, 보즈웰은 20대 초반이었는데, 존슨은 우울증과 강박증으로, 보즈웰은 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들의 삶이 이 책에 자세히 소개가 되고 있다.

새뮤얼 존슨은 아버지가 서점을 하는 집에 태어났다. 어머니의 난산으로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머리를 갖게 되었다. 옥스포드 대에 다니다가 돈이 없어 그만두게 되고 우울증에 걸린다. 발작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흠칫 놀라기를 잘 했던 그는 20살 연상의 엘리자베스와 결혼했고, 라틴어학교를 설립했으나 망해버려, 런던에서 작가로 먹고 산다. '존슨체'는 복잡하고 과장된 산문체인데, 그는 라틴어에 뿌리를 둔 긴 단어를 좋아했다. 그의 도미문(문장 끝에 이르러 비로소 글의 뜻이 완성됨)은 난해하여 독자는 긴 문장을 읽어내려가며 결론에 이르게 된다. 1746-1755년까지 10년에 걸쳐 <영어사전> 편찬을 완료했다. 존슨 사망 200주년에 <더 타임즈> 논설위원은 '이 지구 상에서 천재적인 작가가 사전을 편찬한 유일한 언어가 영어다"라고 극찬했다. 4만개의 단어와 12만개의 인용문이 실려있다. 애덤 스미스도 "다른 사전과 비교하면 그의 사전에선 작가의 매우 훌륭한 가치가 드러난다"고 후기를 썼다. 그의 예문은 주로 셰익스피어의 글에서 뽑았는데 셰익스피어가 다양한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궁핍한 생활을 하던 존슨은 이 공로로 1762년부터 영국정부로부터 연금을 받으며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다. 말년에 52명의 영국 시인들의 전기와 작품론을 정리한 <영국 시인전>을 발표하였다.

제임스 보즈웰은 판사의 아들로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새뮤얼 존슨이 유약한 아버지와 지배적인 어머니 아래에서 자랐다면, 보즈웰은 지배적인 아버지와 유약한 어머니 아래서 자랐다.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애덤 스미스의 철학과 수사학 수업을 잠시 들었다. 보즈웰은 아들을 무시하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민법시험에 합격하지만, 즐겁게 사는 것에 집중한다. 그는 결혼 전이나 후에도 난잡한 성생활을 하다가 결국 성병에 시달려 사망하게 된다. 사촌 페기와 결혼해 5명의 자녀를 두었다. 당대에 존슨에 관한 책이 몇 권 나왔으나, 보즈웰의 <존슨전>이 '새뮤얼 존슨의 재연'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 두사람은 30살 차이에도 불구하고 존슨이 죽을 때까지 깊은 우정을 나눈다. 보즈웰은 존슨에게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했고, 존슨은 보즈웰에게서 아들의 모습을 발견했다. 보즈웰의 성격은 즉흥적이고 반항적이고 유머감각이 뛰어나고 사교적이지만, 존슨은 심각하고 도덕적이었다. 존슨은 보즈웰을 부모처럼 꾸짖으면서도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했다.

두 주인공의 일생 뿐 아니라 보즈웰이 기록한 '더 클럽' 멤버들의 이야기라 술술 잘 읽힌다. 중간중간 사진과 그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18세기 건물이나 사람들의 옷차림, 도시의 풍경, '더 클럽' 멤버들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또한, 18세기 영국의 익숙치 않은 지명, 인명, 작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또한, 존슨의 <영어사전>에 올라가 있는 단어를 언급하며, 그가 얼마나 박학다식했는지를 설명해준다.

18세기 영국 지식인들의 일생과 '더 클럽'에서의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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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한 유산 - 8명의 가족이 다 때려치우고 미국 횡단 여행을 떠난 이유
제준.제해득 지음 / 안타레스(책인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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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제준과 아빠 제해득이 쓴 이 책은 가족 미국 횡단 여행기다. 2019년 4월 8명의 가족이 40일간의 여행을 떠난다. 아빠, 엄마, 큰 매형, 큰 누나, 작은 매형, 작은 누나, 22개월 조카, 그리고 나다. 이들은 미국 서부에서 동부를 캠핑카로 횡단을 한 후, 캐나다에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고, 하와이로 가서 여행을 마친다.

책은 19세 아들의 관점에서 쓰다가 50대 중반 아버지 관점에서 번갈아 쓰기 때문에, 저자가 바뀌는 관점에 따라 이번은 누구 이야기일까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여행을 하며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의 관점은 젊은이의 패기와 비판적 사고가 느껴지는 반면, 아버지는 인생에 대한 통찰력과 약간의 엄격함과, 뒤에서 지지해주는 묵직한 리더십이 느껴진다. 화려한 사진과 여행지에 대한 세세한 정보 보다는 한 장소에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를 적었기 때문에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많지 않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시작하여 감동적인 요세미티 국립공원, 생각보다 금방 질리는 그랜드 캐년, 밤과 낮이 다른 라스 베가스, 일절의 서비스가 없는 뉴욕행 로컬 비행기를 타고, 우여곡절끝에 자유의 여신상을 만나는 크루즈는 노을과 더불어 아름답다. 특히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1시간 남짓 돌아보려는 시도는 무모해 보인다. 정말 그 앞에 숙소를 잡고 일주일 내내 봐도 성에 차지 않을 텐데 말이다. 많이 아쉬웠을 일정이다.

아들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중이었지만, 여행을 통해 약 없이 이 병과 함께 잘 지내기로 한다. 그가 설명하는 '공황장애'란 '옆에서 누가 놀래키면 긴장하고, 심장이 미친 듯 빨리 뛴다. 위험에서 나를 지키려는 몸의 자동반응 때문이다. 필요 이상으로 이 반응의 횟수가 많아지는 것이 공황장애다'. 사전적인 의미보다 조금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 병이다.

여행에서는 각자 업무를 분담해서 효율적으로 움직이다가도 일이 꼬이기도 한다. 이를 테면, 여유를 부리다가 비행기표를 사지 못해 일정이 하루 더 소비된 날도 있고, 지도를 보지 않고 움직여 만나기로 한 시간에 제대로 나타나지 않아 아버지가 화가 난 상황도 있다. 아버지는 사업을 오랫동안 해 와서 규율에 엄격한 듯 한데 일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화를 삭히며 스스로의 생각을 진정시킨다. 아버지의 생각을 들어보자.

'이번 여행을 통해서 선장은 동승한 선원들을 평가하고 징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평가하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대안을 찾아주며 포용하는 바다가 되어야한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165, 아버지의 글).'

가는 곳곳마다의 사진과 감상 위주의 일반 여행기와는 다르게 여행 내내 느끼는 감상과 소소한 행복, 가족 간의 다툼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옳은지에 대한 마음 속 이야기를 쓰고 있다. 8명이 작은 캠핑카에서 한 달 넘게 지내는 것은 쉽지 않았을 텐데, 일상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아버지는 앞으로 또 다시 이번 여행 같은 시도를 계속하며 유산으로 남겨줄 것이라고 다짐한다. 멋진 유산이다.

구성원이 독특했고, 캠핑카로 움직이는 것이 신기해서 읽게 된 책이다. 구성원 중에서 22개월짜리 손녀가 가장 걱정이 되었으나, 의외로 가장 건강하게 그리고 모든 어른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다니 반전이다. 아이는 이 여행을 온전히 기억하지는 못해도 자기 안 어딘가에 이 여행의 경험을 쌓았을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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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당 투자로 한 달에 두 번 월급 받는다 - 하루 30분 투자로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수익을 얻는 법
곽병열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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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과 같은 저금리 시대에 예적금을 통해 자산을 늘리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면 위험자산 가운데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배당투자는 어떨까? 제대로 고른다면, 주가가 오르면 그 차액을 누리는 것은 물론, 꾸준히 배당금도 받을 수 있어서 1석2조다. 특히 미국 배당주는 배당금을 분기별로 나누어 주는 종목이 많아서 잘 배치하면 매달 한 번씩 배당금을 받을 수 있으니 내 월급과 배당금, 두 번의 월급을 받는 셈이다. 그러나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고, 배당을 주다가 말 수도 있기 때문에 종목 선정이 중요하다. 배당투자에 대해 알아보자.

저자는 14년간 '주식전략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2016년부터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하고 현재는 해외펀드 소싱 및 국내외 시장분석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6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1장. 왜 배당 투자인가?, 2장. 이것만은 꼭 알고하자: 배당투자의 주인공들, 3장. 배당투자, 어떻게 옥석을 가리나?, 4장. 배당진단키트로 알짜 배당주 고르기, 5장. 알짜 국내 배당주 깊이 파기, 6장. 미국 배당주로 영토를 확장하자.

기업은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연구개발비와 같은 재투자 비용을 뺀 금액을 주주들과 나눈다. 이를 배당금이라고 한다. 모든 기업이 다 배당금을 주는 것은 아니다. 성장주의 경우 성장 비용에 다 쓰기 때문에, 배당을 주지 않거나, 준다해도 그 포션이 작은 편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성숙기에 있는 기업은 축적된 이익(이익잉여금)과 당기 순이익을 주주들과 나눌 여유가 있다. 투자자로서 그 배당률이 시중금리보다 높다면 투자해 볼 만하다. 인플레든 디플레든 배당은 지속되므로 일본과 같이 잃어버린 20년 동안(1991-2011)에 주가 지수는 -55%로 떨어졌어도, 배당주 지수는 20%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한다.

그러면, 어떠한 배당주를 골라야하는가? 저자는 기업을 평가할 수 있는 '배당진단키트'를 제시한다. 5개의 핵심요소인 연속배당, 배당성장률, 배당수익률, 이익잉여금, 당기순이익을 각 3점 만점으로 총 15점을 만점으로 기업을 평가한다.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연속배당 기간이 길수록, 배당성장률, 배당수익률, 기업수명주기(이익잉여금/자본총계), ROA가 높을수록 알짜 배당주다.

이 키트로 진단해서 뽑은 기업을 다시 애널리스트 분석 리포트와 기업 공시를 통해 좀더 정성적으로 분석한다. 그래서 최종 선택된 기업들은 고려아연, LG생활건강, 현대글로비스, SK머티리얼즈, 오뚜기, KT&G 등을 포함한 한국기업 10개와 시스코(SYY), 코카콜라, 존슨앤존슨 같은 미국기업 7개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지속적으로 우량하다고는 할 수 없고, 주기적으로 키트를 업데이트해서 가장 우수한 배당주를 골라내야한다.

저금리 시대에 왜 배당투자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이유부터, 배당투자할 기업을 찾는 방법과, 그 방법으로 선택한 기업에 대한 정성 분석까지 초보자도 따라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하는 책이다. 특히 미국의 배당주 선택을 한 후 바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외 주식투자 절차와 각 증권사별 수수료까지 꼼곰하게 정리해주고 있어서 실용적이다.

초보지만 배당주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바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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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30만부 돌파 기념 특별 합본판)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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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치열한 외교는 철저히 자국이익에 근거한다. 그 가운데 한국은 자신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열강들의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이러한 열강들에 맞서 북한은 핵폭탄에서 수소폭탄 개발의 성공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핵심세력은 누구이며 과연 북한이 그 공격 대상인 것일까?

이 책은 1부 풍계리 수소폭탄, 2부 백악관 워룸으로 구성된 합본이다.

세계은행 특별조사요원 김인철 변호사는 아프리카 몇 개국에 지원한 돈이 초단기 투기 자본으로 사용되는 것을 조사하기 위해 세계은행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 파견된다. 자신에게 정보를 주기로 한 요한슨이 자살하자 배후를 캐기 시작하는데, 거대한 손이 있음을 밝혀낸다. 그 거대한 손, 이브라힘을 만나려다가 습격을 당해 칼에 맞은 김이철을 최이지라는 여인이 도와 준다.

한편 북한 리홍섭은 지하 1,000m 에서 수소폭탄 시험을 성공시키고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이 수소폭탄을실어 미국을 공격할 태세를 갖추라는 명령을 받는다. 트럼프는 백악관 워룸에 모여 북한을 날려버릴 계획을 짜는데, 북한 공격에 방해가 되는 문재인 태통령의 스탠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브라힘을 쫓던 김인철은 케이맨 제도까지 가지만, 우연히 FBI요원 아이린과 함께 추적하게 되며, 그 검은 돈이 트럼프 선거자금에 쓰인 사실을 알게 된다. 러시아 철도회사 자금이 미 셰일석유로 옮겨가 큰 돈을 벌며, 트럼프가 무엇을 하든 러시아에게 이익이 되는 상황이라는 것을 파악한다. 미국과 러시아가 한 편이다.

시진핑은 7명의 상무위원 중 리커창과 자신 뺀 나머지 5명을 모두 물갈이 하면서 자신의 세력을 공고히 한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요구에 일단 순응하며, 남중국해 도발하려는 미국과 야오위다오를 둘러싼 일본과의 갈등을 도광양회하며 참을성있게 기다린다.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은 모든 열강들을 만족시킬만한 'Theory of everything'은 존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최이지는 독일에서 청와대로 옮겨와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킬 이 방정식을 풀기로 한다. 풀리지 않는 문제는 뛰어난 분석력을 가진 김인철의 도움을 받아 함께 풀어보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고 결정이 난다. 그러나, 그 주축에 대한민국을 두면 문제가 풀린다. 한국을 중심으로 핵심세력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과 북한을 설득시켜 나가는데....

국제관계는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국가 원수끼리 서로 웃으며 악수하고 좋은 외교관계를 이어나갈 듯 보이지만, 그 뒤에 숨은 의미를 파악하면 틀어지는 국제관계가 의아하거나 놀랍지 않을 것이다. 막대한 돈을 중심으로 거대한 정치가 엉켜있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적국과 손을 잡기도 하고, 놓기도 하는 국제정서를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러시아 스캔들, 중국의 일대일로, 미국 셰일 가스 이슈, 남중국해 갈등, 라스베가스의 비밀 저택에서 거행되는 8인의 성배 수호 기사들의 은밀한 권력 회의, 김정은의 은신처와 같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뉴스거리들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시진핑, 푸틴, 트럼프와 같은 현재 원수들이 대거 등장하여 소설인지 실제인지 잠시 헷갈리게 한다.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는 물론 영화를 보는 듯이 선명한 인물묘사와 사건묘사로 몰입도를 최고로 끌어올린다. 소설의 배경 또한 서울, 미국, 중국, 오스트리아, 조세 피난처 캐이맨 제도, 러시아, 북한까지 광대하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며 뒤통수를 치고, 자국의 이익을 챙긴다. 이러한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입장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국은 얼마나 순진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급 비밀들이 오가고 결정된다. 소설의 결말이 현실가능할 수도 있어서, 현실적으로도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어느 나라도 우리를 대신해 우리의 안보와 국익을 보호해줄 수 없다.

멋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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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스윙스윙 랄랄라 - 오늘도 나이스 샷을 꿈꾸는 보통 사람의 골프 이야기
이경 지음 / 뜻밖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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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유명한 프로 골퍼의 골프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초보 골퍼가 3개월간 실내 연습장에서 연습하고 처음 필드에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책이다.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3개월 후에 첫 라운딩을 하기로 한 저자는 미루고 미루던 골프 레슨을 받기로 한다. 아파트 입주민을 위한 스포츠 센터 내에 있는 실내 연습장인데 정말 가성비 좋은 연습비용과 레슨 비용으로 3개월을 목표로 연습에 돌입한다.

생각보다 빠른 전개에 놀랐다. 저자가 스스로 운동신경이 있다고 하긴해도 일주일에 4번, 15분 레슨에 자유 연습을 포함해 40일 만에 드라이버를 잡는다. 보통 7번 아이언으로 똑딱이, 하프스윙, 3/4 스윙, 풀스윙을 두어 달은 한 후에 드라이버로 옮겨가는데 빠르다. 그 후로는 우드와 웨지, 퍼팅을 순식간에 끝내고, 스크린 골프로 마지막 예행연습까지 시켜준다. 아무래도 코치를 잘 만났거나 저자가 정말 운동신경이 좋은 것 같다.

코치의 잦은 '나이스 샷'에 대한 우쭐함과 스크린 골프에서 보여준 7번 아이언의 비거리가 160m에 이르자 초보로서의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고, 미루기만 했던 라운딩을 어서 하고 싶은 의욕이 넘친다. 목표도 당당하게 탈꼴찌를 노리며 시작한 첫 라운딩의 9홀은 비참하다. 연습장과 다른 환경에 공이 내 맘대로 가주지 않는다. 남은 홀을 어떻게 끝내야할지 고민스러운 가운데 잠시 그늘집에서 쉬며 동반자들과의 대화에서 위로를 받는다. 남은 9홀은 풍경도 눈에 들어오고, 노을 지는 저녁을 아버지와 함께 걷는 추억을 만든다.

초보 때의 연습하며 갈등하는 모습 그대로가 유쾌하게 그려진다.

"코치님은 한 번 스윙할 때마다 나를 돌아보며 '이렇게'를 붙여 말했다. ...(중략)... 코치님이 스윙하며 '이렇게'를 외칠 때마다 나는 속으로 '어떻게'를 읊조렸다.

탕! 슉! 퍽! "이렇게", '어떻게.....'

탕! 슉! 퍽! "이렇게", '아니,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이 부분을 읽으며 나를 가르친 코치만 그렇게 가르친 게 아니었음을 알게 되니 위로가 된다. 무언가 열심히 보여주시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을 잘 못하시며 안타까워 하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저자는 탕슉퍽을 부러워하며 따라하고 싶지만, 맘대로 되지 않는다. 탕슉퍽은 잘 된 스윙 시에 나는 소리다. 백 스윙을 하고, 임팩트 순간에 공이 스윗 스팟에 잘 맞으면 '탕'하고 경쾌한 소리가 난다. 그리고 나서 마치 회초리를 휘두르는 소리가 '슉'나며 실내 골프 연습장에 있는 천막에 '퍽'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이다. 기가 막힌 표현이다.

초보로서 핸드폰에 몇 가지 사항을 메모하는 것도 비슷하다. '아이언은 내려 찍듯이, 드라이버는 원반 던지듯, 고개를 숙이자!'처럼 말이다. 실제로 프로선수들 중에도 매번 드라이버를 칠 때 자기만의 노트를 읽고 시작하는 선수도 보았다. 수많은 연습을 해도 집중력과 몸을 깨우기 위해선 이 방법이 유효하다.

읽으면서 엄청 웃었던 책이다. 순발력있는 재치와 유머가 그득하다. 처음 골프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전반적인 레슨 과정과 첫 라운딩에 대한 경험을 미리 알 수 있어 좋을 것이고, 이미 골프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초보시절에 대한 추억에 잠겨 여유롭게 웃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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