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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청으로 보는 세계사 - 자르지 않으면 죽는다!
진노 마사후미 지음, 김선숙 옮김 / 성안당 / 2020년 2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의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찾아 보았습니다. 저자인 진노 마사후미는 일본의 입시학원에서 세계사 강사로 활동하며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는 ‘역사 전도사’로서 방송, 강연, 집필, 게임감수 등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저자가 운영하는 세계사 전문 온라인학교 ‘세계사닷컴(HTTP://SEKAISI.COM)’은 수강생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는 인기 강좌 사이트라고 하네요. 그리고 저자가 쓴 ‘역사로 읽는 세계’과 ‘세계사 수업’책은 우리나라에도 이미 번역되어 출판되어 있습니다.
즉 저자는 학자라기보다는 역사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입시나 교양 강사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번역된 저자의 책들도 300여 페이지 남짓으로 역사에 대해서 스토리 중심으로 쉽게 설명하는 책들입니다. 이 책도 작은 판형에 250여 페이지 남짓으로 이야기 식으로 재미나게 서술되어 있어서 역사를 깊이 있게 알지 못하는 저도 순식간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이 독특한 것은 ‘숙청’을 중심으로 유럽과 중국 등의 역사를 풀어내려간다는 점입니다. 저자는 험난한 국제 외교의 장에서는 상대의 ‘민족성’을 아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제합니다. 그리고 타국의 민족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역사·정치·경제·제도·법률·풍습·전통·언어·문화·풍속·습관·학문·종교 등을 총체적이고 구조적이며 유기적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을 논하려면 방대한 양이 될 것이므로 그 중 ‘숙청’을 주제로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예로부터 세계사의 운명을 좌우해 온 중국와 유럽으로 초점을 좁혀서 그들의 민족성에 대해 논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역사를 세밀하게 분석하려면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는 ‘숙청’이란 무엇일까요? 국어사전에는 ‘어지러운 상태를 바로잡음’이라는 긍정적인 뜻과 ‘정치 단체나 비밀 결사의 내부 또는 독재 국가 등에서 정책이나 조직의 일체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반대파를 처단하거나 제거함’이라는 부정적인 뜻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숙청은 불합리하고 잔인하며 처참한 세계일 뿐,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라고 하며 부정적인 의미의 숙청을 논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의 역사는 ‘숙청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며, 중국인에게 ‘숙청’은 공기처럼 당연한 것이라서 숙청에 대한 죄책감이 없다고 단정합니다. 그 예로 한평생 나라를 돌며 ‘인덕’을 펼쳤던 공자의 경우, ‘성인군자의 대표’로 꼽히는 인물인 그가 노나라 대사구가 되어 가장 먼저 한 일은 당대 대학자로 이름을 날리던 소정묘를 별다른 이유 없이 죽이고, 그 칼로 중신들마저 죽이는 ‘숙청’이었다고 지적합니다. 심지어 제나라와 노나라 연맹에서 무례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고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배우와 광대까지 죽이라고 명했다고 합니다.
또 저자는 3장 ‘숙청 괴물의 탄생’에서는 처참한 숙청을 주저 없이 수행할 수 있는 인물에게는 어린 시절 부모(또는 부모 역할을 한 사람)에게 전혀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 사례로 마오쩌둥이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해서 대규모 숙청을 저질렀다고 분석합니다. 반대로 부모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인물이 냉철한 대숙청을 하는 독재자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렇게 한 번 확립되면 평생 좀처럼 변하지 않는 개인의 ‘개성’과 한 번 확립되면 수천 년의 시간이 흘러도 어떤 전란이나 사건을 경험해도 거의 변하지 않는 ‘민족성’이 결합해서 엄청난 ‘숙청’이라는 비극이 탄생한다는 결론입니다.
적에 대한 숙청은 물론 토사구팽으로 대변되는 아군공신들에 대한 숙청은 과거는 물론 현재에도 진행되는 정치의 기본 속성이 아닐까합니다. 솔직히 저자의 개성과 민족성에 대한 논리는 소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숙청을 중심으로 세계사를 살펴본다는 발상 자체가 참신해 보이며 세계사의 흥미로운 내용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cafe.naver.com/booheong/190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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