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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 ㅣ 이철희의 정치 썰전 2
이철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2월
평점 :
이 책은 초선 의원으로서 불출마 선언을 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겪은 한국 민주정치의 현실을 자문자답으로 정리하는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 책은 <인물과 사상>에 1년간 연재했던 글을 모아서 펴낸 책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의문형으로 단 건 정치에 대한 회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썰전으로 유명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정치가 왜 중요한가'에서 출발해 대통령은 어떻게 성공하는가, 좋은 정치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국회는 잘 하고 있는가, 인사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누구의 책임인가 등 무수한 질문을 던지고 더 많은 사람,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대변하는 '포용적 정치제도'라는 나름의 대안도 제시합니다.
먼저 정치가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저자는 정치가 우리 삶의 규칙을 정하고 이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특히 민주주의 정치가 중요한 것은 이전의 어떤 정치로도 소화할 수 없는 약자나 보통사람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표하거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인데, 아무리 정책이 좋아도 정치가 그렇지 못하면 현실에서 구현되기 어려우므로, 보통사람들이 잘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의 차이는 결국 정치가 만든다는 논리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이 아끼는 진보 진영에 대해서도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진보진영은 보수와 대결해 이기는 데, 보수와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데 집착하지 말고 궁극 목표인 세상을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나아가 민주주의 정치는 근본적으로 수적 우위와 타협의 산물이며 "주고받는 게임, 서로 양보해서 절충하는 게임이 바로 정치"라고 강조합니다. 책 후반부에서는 논란이 여전히 끝나지 않은 소득주도 성장론이나 지난해 국회 혼돈 상태로 몰고 간 인사청문회와 패스트트랙 등 자기가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경험한 정치의 지난한 과정들을 되새기며 곱씹습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치의 다양한 문제들 중에서 저자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는 것은 바로 자신과 같은 정치인입니다. 결국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정치를 할 사람 다시 말해 정치인이 핵심인데, 이는 좋은 스펙과 됨됨이 그리고 대중적 인지도만으로는 부족하고, '누구를 대표할 것인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분명하게 아는 이가 유능한 정치인이 될 수 있고 좋은 정치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직장맘을 대표하는 정치인' '성적 소수자들을 대표하는 정치인' '취업난에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한 정치인' '실향민을 대표하는 정치인' '다문화 가정을 대표하는 정치인' 등 다중심의 중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마무리하면서 자신부터도 우리 정치가 언제쯤 바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고단한 삶에 근원적 문제는 정치라는 생각을 많은 시민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가 바뀌면 우리 삶도 바뀔 것이고 조만간 바뀔 수 있다고 마무리합니다. “바뀌면 바뀐다." 이것이 저자의 이 책에서 바라는 한국 정치에 대한 희망이자 우리의 희망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