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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 - REASON OF STATE,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김용운 지음 / 맥스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먼저 최근에 돌아가신 저자 분에 대해서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저자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 전공분야에 매달리는 외곬의 지식인이 아니라 역사, 과학, 수학, 철학, 인류학, 심리학, 종교학 등에 대해서 공부하고 다양한 각도로 세상을 보는 시각을 담아낸 수많은 명저를 저술한 학자이셨습니다. 이 책에서도 저자의 역사와 정치 그리고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이 책은 400여 페이지가 조금 되지 않는 조금 두꺼운 책입니다. 크게 세 개의 파트로 세부적으로 모두 아홉 개의 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내용은 저자 특유의 과학과 정치 문화를 넘나드는 융합적인 전개로 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어렵게 서술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복합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오늘날에는 더 이상 한 분야의 지성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우리가 완전하다고 오해하는 이성도 마찬가지인데, 이성은 간단히 생각이라 할 수 있고 생각은 언어철학에서 제시하듯 언어가 주도하죠.
저자는 수학적 논리로 이러한 이성에 대한 해석을 시도합니다. 우리는 이성을 인문학적 사상만을 기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이성은 수학적 개념인 '증명'의 정신이라고 합니다. 즉 저자는 증명은 논리에 있고, 논리는 이성에서 나온다고 하면서, 이성과 증명의 연결 고리는 그리스 철학자 증명되지 않은 것을 끊임없이 의심했던 유명한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를 통해서 설명합니다.
저자는 나아가 서구 사회에 일찍이 자리 잡은 이성이 한국에서는 철학으로 여과돼 정립될 역사적 공간이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한국사에서 되풀이된 위기와 강대국에 둘러싸인 반도 국가로서 마주해온 정치·외교적 위기의 원인이 우리 민족의 원형에 대한 성찰과 이성적 사유 부족에 있다고 분석하죠. 결론적으로 우리 원형에 내재된 원리주의 즉, 헤게모니를 쟁취하기 위한 정치 참여와 분열주의에서 벗어나, 그 궤도를 수정하려면 이성의 의미를 바로 세우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정치나 이데올로기 그리고 진보나 보수 등의 파벌 아니라 오직 민족 차원의 이성 교육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즉 이성을 복구하기 위해서 수학과 철학 무엇보다 인문학이 융합된 교양 교육이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이성 교육이 철학, 과학, 수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서 융합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 개개인이 밝은 이성을 갖춘다면 이는 곧 강한 국가로 나아가는 힘이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이 책 전반을 통해서 저자가 마지막으로 이성에 대해서 연구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게다가 이 책이 저자의 유작이라고 하니 저자가 우리에게 마지막 남긴 유산이자 유언이라 생각되어서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