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를 움직인 돌 ㅣ 윤성원의 보석 & 주얼리 문화사 1
윤성원 지음 / 모요사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주얼리 문화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담아낸 책입니다. 주얼리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라서 그런데 책 표지부터 상당히 화려합니다. 두텁한 하드커버에 멋진 금관 사진이 담긴 표지를 넘기면 주얼리 화보집처럼 칼라풀한 유명 주얼리 사진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출간해서 번역한 책도 아니고 국내 주얼리 전문가가 펴낸 책이라니 대단한 작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사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잇 주얼리”와 “보석, 세상을 유혹하다” 그리고 칼럼, 강연, 전시기획 등으로 주얼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온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경영학 박사로 2014년부터는 한양대학교 공학대학원 신소재공정공학과 보석학 전공(구 보석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업계에서는 ‘보석 전도사’, ‘주얼리 스토리텔러’라고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우연히 저자가 2년 여 전에 출간한 “나만의 주얼리 쇼핑법”을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얼굴형에 맞는 귀고리 착용법이나 의상과 어울리는 디자인의 목걸이부터 지금 유행하는 주얼리 트렌드, 콜렉팅과 투자 제안까지 하고 있는 한 마디로 ‘주얼리 쇼핑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책이었습다. 저자는 이 책들을 통해서 무엇보다 주얼리란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가치품’이라는 사실을 알리려 했다고 합니다. 즉 주얼리에 담을 수 있는 이야기는 거의 무한에 가까우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각자의 개성이 한층 더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책에는 저자의 이전 책들의 주얼리에 역사를 더해서, 역사에 등장하는 흥미로운 보석 이야기 20편이 이야기 속의 보석들의 사진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나폴레옹 3세의 부인 외제니 황후의 진주 귀걸이, 록펠러 가문의 에메랄드 반지, 러시아의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의 부인 알렉산드라 황후의 파베르제 브로치 등 저자가 직접 만져보고 착용해본 세기의 주얼리들이 그 주인공 들입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이 책 표지에 실린 이미지인 전통방식으로 두껍게 세공한 황금에 총 443개의 에메랄드가 박힌 '안데스의 왕관'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1593년에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왕관을 제작하기 위해 포파얀에 거주하는 스페인 세공사 24명이 투입되어 왕관의 꼭대기에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십자가부터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왕관의 한가운데에 박힌 가장 큰 사각형의 에메랄드는 바로 1532년 프란시스코 피사로가 잉카 제국 최후의 황제 아타우알파에게서 강탈한 24캐럿의 ‘아타우알파 에메랄드’로 안데스의 왕관의 중심을 잡았습니다. 한마디로 스페인의 영광을 표현했지만 잉카의 비극이 담긴 왕관이라 하겠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이 책에는 고대 이집트의 끝자락부터 러시아 혁명까지 약 2000년간 역사의 전환점에서 인간과 보석이 거쳐 간 행보가 시간 순으로 정리돼 있어서 주얼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두고두고 읽기에 정말 좋을 책입니다. 그것도 우리나라 주얼리 스페셜리스트이자 보석학 전공자가 쓴 책이라 더욱 흥미롭습니다. 저도 평소 주얼리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데요. 특히 그 배경이 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함께 주얼리의 선명한 사진들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귀하면서 소장가치도 높은 책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