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을 말한다
유광종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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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백선엽 예비역 대장에 대한 기사가 종종 올라와서 관심있게 읽곤 합니다. 요즘 올라오는 기사의 핵심은 1920년 생으로 이미 백 세인 백 장군의 사후에 현충원 안장 문제입니다. 여권에서는 백 장군이 과거 친일 행적이 있다며 현충원 안장을 반대하고 있고, 반면 야권은 전쟁 영웅인 백 장군을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백선엽 본인도 현충원에 안장해 달라고 말하고 있죠. 이 책은 중국인문경영연구소 소장이자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인 저자가 살아있으면서도 현충원 안장 논란 중인 백선엽 대장의 삶을 긍정적 측면에서 다룬 평전입니다.

 

백선엽의 가장 큰 치적은 무엇보다도 낙동강 전선 다부동 전투라고 하겠습니다. 수십 번 주인이 바뀌고 수천 명이 넘게 사망했다는 낙동강 전선 최대 격전지인 다부동 고지의 사수로 대구를 지켜냈고 인천상륙작전으로 이어지는 반격의 기반을 놓았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후의 전공도 화려해서 북진 뒤 평양 최초 입성과 중공군과 성공적인 조우전, 중공군 치하 서울 탈환 그리고 기동전 방식 중공군 막바지 공세를 꺾고, 휴전회담 한국군 첫 대표를 역임한 뒤 지리산 일대에 준동하며 유엔군 보급선을 위협하던 빨치산을 근절했습니다. 이러한 군공으로 곧 육군참모총장에 올랐고, 최초 대장 진급이라는 기록도 수립했습니다.

 

요즘 논란되는 친일 행적의 핵심에는 만주군관학교 입학과 간도특설대에서의 활동을 들 수 있습니다. 본인도 1993년 일본에서 출간된 회고록 ‘간도특설대의 비밀’에서 우리가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고, 주의, 주장이 다르다고 해도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며 그는 자신이 조선인을 토벌하는 임무를 수행했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간도특설대가 공격했던 '동북항일연군'은 엄격하게 말하면 중국 공산당의 지휘를 받는 부대로 엄밀한 의미의 '독립군'이라고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나마 만주에 주둔하던 일본 관동군의 강력한 토벌에 밀려 이들은 1940년 이후 소련 영토로 넘어간 경우가 많아서 백선엽이 간도 특설대에서 활동하던 1943년에는 이들이 벌써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으며 본인 스스로도 특설대에 있을 당시 특별한 작전 대상이 없어 부대 전체가 베이징 인근까지 진출했으며 대개 공산당 계통의 홍군을 추적했고, 그나마 교전하는 경우도 드물어 정보 수집 등에 종사했다고 회고한다고 합니다. 그럼 왜 만주군관학교에 입학해서 일본군 장교가 되었을까요? 백선엽은 한반도 강점 이후 세계 극강으로 향하던 일본의 힘이 어떤 지를 제대로 알고자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최근 논란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 어느 쪽 입장을 가지더라도 백선엽이 한국사에, 특히 한국군과 6.25에 미친 영향은 부인할 수 없을 듯합니다. 이 책이 백선엽을 옹호하려는 입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백선엽에 대해서 이만큼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이 없다는 점에서 비판적 시각으로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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