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 안개, 절벽, 그리고 내면의 불꽃
짐 콜린스 지음, 고영훈.윤영호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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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아무도 안 알아줘도, 그 책임을 기꺼이 짊어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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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코딩(타고난 성향)을 발견하고 활용했다.

2. 돈의 방향을 뒤집었다.

3. 내면의 불꽃에 집중했다.



인상 깊은 구절

단일 고슴도치든 연속 고슴도치든, 핵심은 같다. 인코딩을 발견하고 발휘하는 것, 돈의 방향을 뒤집는 것, 그리고 내면의 불꽃을 키우는 것이다. 이 연구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인생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모두 이 세가 가지 요소를 활성화해서 '하나의 큰일'로 모아 오랜 시간 강하게 밀고 나갔다. p69

​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든, 운명의 룰렛이 어디에 멈추든, 우리는 자신을 넘어서는 책임을 선택할 수 있다. 그 책임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닿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수많은 사람일 수도 있고, 단 한 사람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한 책임을 끝까지 살아내는 일 그 자체다. p419

총평

상사의 말 한마디가 주말을 갉아먹었다.

상사가 지나가듯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이 주말 내내 떨어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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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퇴근길부터 일요일 현재까지, 머릿속에서 같은 장면이 자꾸 되감기됐다. 별거 아닌 척 넘기려 해도 자꾸 마음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

그러다 로이킴의 노래(살아가는 거야) 한 소절이 불쑥 끼어들었다. 내게 의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더 많아서. 그 가사. 이상하게 그 한 줄에 다시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

그 순간 책장에서 다시 꺼낸 책이 짐 콜린스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1,453개 기업을 해부했던 그 사람이, 이번엔 메스를 사람 쪽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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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34명. 저자는 삶이 무너지는 순간 사람들이 무엇으로 다시 일어서는지를 추적했다. 500개 후보 중 34명을 추려낸 작업에, 10년 동안 28명의 연구팀이 붙었다. 2만 건 넘는 기사와 10만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훑었다고 하니, 취미로 쓴 책은 확실히 아니다. 55세에 기획을 시작해 67세에야 집필에 들어갔다는 대목을 읽으며, 요즘처럼 한 달 만에도 책 한 권이 뚝딱 나오는 시대에 이런 우직함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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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사람마다 지닌 '인코딩', 즉 타고난 성향을 먼저 발견하라고 말한다. 여우는 많은 걸 알지만 고슴도치는 단 하나의 큰 것을 안다는 그리스 시인의 말을 빌려, 저자는 그 '단 하나'를 찾아낸 사람들이 결국 오래 타오른다고 짚는다.

​

이 대목에서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인코딩을 발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축복이다. 대부분은 자기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도 모른 채 남들 속도에 맞춰 걷다가 지친다. 그걸 알아채고 내면의 불꽃에 오래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릿과 회복탄력성을 둘 다 가진, 말하자면 버티는 데 도가 튼 사람들이다. 재능보다 먼저 필요한 건 자기 자신을 읽어내는 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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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또 하나, 돈의 방향이 뒤집힌다고 말한다. 돈을 좇는 대신 자기 재능을 꽃피우는 일에 몰두하다 보면, 돈이 뒤따라오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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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 얼간이>의 란초가 떠올랐다. 경쟁이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그저 좇았던 란초는, 결국 부와 명성을 손에 쥔다. 애정하고 즐기다 보니 성과는 부산물처럼 따라왔다는 그 서사가, 이 책이 말하는 '돈의 방향이 뒤집힌다'는 문장의 가장 쉬운 번역본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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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과 안개라는 표현도 오래 남았다. 절벽은 삶을 뒤흔드는 위기의 순간이고, 안개는 그 뒤에 이어지는 불투명한 시간이다. 저자는 여기에 짐 콜린스 특유의 개념인 스톡데일 패러독스를 다시 꺼내 든다. 결국은 이겨낼 거라는 믿음은 놓지 않되, 지금 당장의 혹독한 현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것. 안개 속에서는 멀리 보려 할수록 불안해지니, 그저 눈앞의 한걸음에만 집중하라는 조언도 함께였다.

​

시련을 나를 태우는 렌즈로 바꾸는 과정. 이 사색이 유독 머릿속에 맴돈다. 상사의 말 한마디에 주말을 통째로 내주고 나서, 나는 그 말을 그냥 흘려보낼 수도, 혹은 나를 갈아 넣는 연료로 되돌려놓을 수도 있었다. 짐 콜린스의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 절벽을 마주하고, 안개를 헤쳐 나가며, 내면의 불을 다시 지피는 절대적인 법칙이, 다음 한 걸음을 내딛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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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쪽. 작은 벽돌 한 장 같은 두께.

절벽은 나이도, 성취도 가리지 않는다. 다만 그 안개를 어떻게 지나왔는지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삶은 살아지는 게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책이 던지는 질문

책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아도, 당신은 어떤 책임을 짊어질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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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 앞에서 나는 오래 멈춰 섰다. 짐 콜린스가 34명의 인생을 절벽과 안개로 나눠 들여다본 책,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를 읽으며 가장 오래 붙잡은 건 성공도 실패도 아니었다. 책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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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코딩과 가장 깊이 맞닿아 있는 책임은 무엇인가. ​제한된 시간 안에서 당신은 어떤 책임을 선택할 것인가. 문장 하나하나가 나를 거울 앞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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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은 화재 경보에 놀라 깨는 순간과 닮았고, 안개는 알람 없이 서서히 눈을 뜨는 과정과 닮았다고 책은 말한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전환도 늘 그런 식이었다. 언제 바뀌었는지는 나중에도 짚어내기 어려웠다.

​

책임 없는 삶에 안주하는 순간, 불꽃은 이미 사그라들기 시작한다는 문장도 오래 맴돌았다. 스스로 선택했다고 무게가 가벼워지는 건 아니다. 결국 책임은 책임이다.

​

성공은 화려하게 조명된다. 그 뒤에 남는 책임의 무게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참정권을 얻은 두 여성 운동가도, 결국 길을 갈랐던 건 재능도 운도 아닌 자기 안의 인코딩을 얼마나 책임지고 써냈느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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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심어두고 돌보지 못한 씨앗에 다시 물을 주는 회귀. 그게 다음 불꽃을 찾는 실마리라던 대목도 잊히지 않는다.

​

나 역시 지금 짊어진 책임들을 다시 세어본다. 무겁다고만 여겼던 그것들이, 어쩌면 내 불꽃을 꺼지지 않게 붙잡아온 손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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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 일보다 사람이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인간관계 리더십
길군(길상훈) 지음 / 밥북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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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고객은 상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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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 보스≫ 길군 작가를 2023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번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은 그 보완판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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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움직이는 힘, 곧 '권력'을 파헤치는 책이다.

상급자, 하급자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고, 그 전쟁터를 어떤 마음으로 버텨낼지까지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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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재미있어 위험한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인과응보를 깨닫는 순간,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 특히 우리가 하는 일에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인과응보를 깨닫지 못할 때 일은 대부분 '밥벌이', 즉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그친다. 하지만 인과응보를 깨닫고 경험할 때 일에서 진정한 기쁨과 보람,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타인에게 행한 선행이 그 이상의 보상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매 순간 경험하기 때문이다.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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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피스 빌런을 분별할 수 있는 강력한 기준을 제시했다. 상급자들의 기준은 '책임', 하급자들의 기준은 변화, 즉 '성장'이었다.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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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히어로는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한 사람이다. 오피스 히어로는 고난과 시련으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이며, 그 사실을 타인을 존중하는 말과 행동으로 증명하는 사람이다. p226

총평

나는 왜 빌런 옆에서 20년을 버텼을까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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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스톤이 뭔지 다시 읽다가, 손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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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충이. 불사조. 거북이. 삽질맨. 폭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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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얼굴들이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이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법을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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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같은 저자 길군 작가의 『앵그리 보스』를 읽었다. 권위는 부리는 게 아니라 책임지는 자리라는 말에, 웃다가 밑줄 긋다가를 반복했던 책이다. 그 저자가 이번엔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이라는 보완판을 냈다. 죽이고 싶은 상급자를 향한 관찰이었던 전작이, 이번엔 조직 전체의 인간 유형표로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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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상급자를 네 단계 빌런으로 쪼갠다. Lv.1 식충이는 멍청하고 게으르다. 책임을 손에 쥐어본 적이 없어서, 그저 자리를 지킬뿐이다. Lv.2 불사조는 멍청한데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그가 지나간 자리엔 성과만 남고 사람은 타 없어진다. Lv.3 거북이는 똑똑하고 부지런하지만 방향이 틀렸고, Lv.4 삽질맨은 똑똑한데 게으름을 전략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히든빌런 폭스맨, 실력보다 포장이 앞서는 부류가 마지막에 슬쩍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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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났다면 그냥 재미있는 유형 분류집이었을 것이다. 책이 진짜로 무서워지는 지점은 따로 있다. 성장하는 척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기준이다. 고난을 줬을 때 순순히 시도하고 노력하면 성장하는 사람이고, 불평만 하거나 시키는 것과 다르게 해오면 위장하는 사람이라는 문장. 위장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조직은 겉으로는 멀쩡한 채 속부터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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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유형 비유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안정형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큰다. 불안형은 존중해 줘도 스스로를 못 믿어 자꾸 흔들린다. 회피형은 자신만 사랑해서, 본인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에야 겨우 자란다. 두려움형은 자신도 남도 믿지 못하는, 가장 어려운 경우다. MBTI로 치면 경계에 걸친 사람을 억지로 E나 I로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식충이도 환경이 바뀌면 불사조가 된다. 유형은 고정된 딱지가 아니라 지금 더 가까운 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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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다. 회사를 그만큼 다니는 동안 멘토라 부를 만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책에서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으며 알게 된 건 멘토의 부재가 아니었다. 빌런과 거리를 못 둔 내 쪽의 습관이었다. 불사조가 태우고 간 자리엔 반드시 일명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상급자)가 온다는 문장에서 뜨끔했다. 똑게는 적어도 들을 줄은 안다. 상대를 존중하는 만큼 자신도 존중받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 앞에서는 마음을 놓고, 불사조 앞에서는 이상하게 계속 곁을 지켰다. 어떻게든 도우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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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둬야 할 사람과 조금 곁을 내줘도 될 사람. 그 구분을 안 하고 살았다는 게 이번 책의 진짜 충격이었다.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제삼자, 이를테면 식당 아르바이트생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드러난다는 문장도 그래서 유독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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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되지 못해도 된다.

빌런의 얼굴을 알아보고, 그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것. 이 책이 나에게 준 건 그 한 걸음이었다.

책이 던지는 질문

버티라, 그 고난의 중심, 싸움의 한복판, 뜨겁게 불타는 그 지옥을 떠나지 말라. 그것으로 충분하다. 버텨라. p97

사직서를 쓰다가, 울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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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사회복지 3년차였다. 활동보조인 채용 공고 하나 올렸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청탁이 쏟아졌다. 그중 은행 지점장 출신이라는 지원자가 있었는데, 면접 내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했다. 활동보조라는 일에 대한 마음보다 사업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먼저 보였다. 나는 채점표에 점수를 매겼을 뿐,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할 권한조차 없는 실무자였다.

​

그런데 떨어지고 나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

서울에 있다는 높은 사람,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까지 동원해서 전화가 왔다. 담당자를 자르라고. 고소장이 날아왔고, 기관 최고관리자에게도 여기저기서 압박 전화가 걸려왔다. 인사권도 없는 3년차 실무자 하나를 두고 벌어진 일치고는, 너무 컸다.

​

당신이라면 두 달을 버틸 수 있었을까.

​

민원과 고소에 지친 기관장이 주말에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 사직서를 쓰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조건 세 가지를 들이밀며 나를 악인 취급했다. 나를 믿어주지 않는 곳에서 더 버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울면서 사직서를 써 내려가던 그 순간, 사무국장이 오늘은 그냥 가라며 나를 내보냈다. 기관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그냥 가지만 사직서 쓰라고 이야기할 테니 기다리라고.

​

그 한 달 사이, 대상포진이 왔다. 스물일곱 몸에.

6개월을 앓았다.

​

그만두려고 마음을 굳히고 준비하던 어느 날, 억울함이 올라왔다. 인사권도 없는 실무자를,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이 주변 힘을 빌려 협박한다는 게 참을 수 없었다. 뿌리내린 곳에서 꽃을 피우겠다던 다짐이 떠올랐다. 이대로 물러나면 평생 억울할 것 같았다. 버티기로 했다. 진실은 밝혀질 거라 믿었다.

​

정직하게 일한 대가가 이거라면, 계속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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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텼다. 끝내 고소는 취하됐고 민원도 정리됐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낙방한 자존심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과도 받았다. 전해 들은 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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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달, 대상포진과 함께 보낸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

이기는 싸움보다 지지 않는 싸움이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더 필요한 덕목이라는걸. 오피스 빌런은 어디에나 있다. 업무 능력보다 잦은 만남과 매끄러운 소통으로 승진 기회를 얻는 상급자를 보며, 정직하게만 일하면 된다던 믿음을 접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려면 버티는 끈기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

인생에서 재능보다 중요한 건 끈기다. 낯을 많이 가린다는 장도연이 스스로에게 건다는 주문, "다 X 밥이다."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고 자기 속도로 살아가려면 저마다의 주문 하나쯤 필요하다.

​

진짜 나를 위해 애쓰는 사람은 악플 달 시간도, 남 욕할 시간도 없다. 노하우 연마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니까.

​

그 두 달, 나는 히어로 스톤 하나를 몸에 새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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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훈 2026-07-1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잌후 안녕하세요, 길군입니다!
이렇게 다시 뵈니 너무 반갑습니다!
개정판이라 재미가 덜하셨을 텐데 죄송해요ㅜ예스24에서 먼저 보고 냉큼 불펌해갔습니다.
리뷰를 보며 순간 할 말을 잃었었습니다. (정말 잘 버텨내셨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그래도 결국 이겨내시고 꽃을 피워내셨네요)
맞습니다, 진실은 항상 이깁니다.
˝그 두 달, 나는 히어로 스톤 하나를 몸에 새긴 셈이다˝
라는 문장은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진심 고맙습니다 (꾸벅)
 
1로 서기 - 어떤 순간에도 나를 책임지는 '1인분의 삶'을 위하여
임홍택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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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인생에 경력직이 있다면, 그건 무너지지 않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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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홍택 저자가 대학 강단에서 3년간 가르친 과목 이야기다. 경영학과에는 원래 없던 과목, '자기혁신경영'. 청소년 시절의 자신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모아 강의로 풀어냈고, 반응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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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하나다. 인생의 경력직이란 좌절을 겪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좌절이 커지지 않게 막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것. 풍파에 안 넘어지는 게 아니라, 넘어져도 그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 단단함을 갖춘 사람.

1로 서기는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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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회피가 아니라, 지지 않는 싸움이다.



인상 깊은 구절

수상자가 아니라고 해서 인생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인생의 성패는 달리는 속도보다 결승점을 통과하고 나서도 계속 땅을 딛고 서 있을 수 있느냐에 가름이 나는 것이 아닐까? p29

​

배우 차승원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능력이 없으면 열정이라도 있어야 하고, 열정도 없으면 겸손하기라도 해야 하고, 겸손하지도 못하면 최소한 눈치는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p95

​

AI를 스승이 아니라 사고 확장 도구로 사용했다. 그는 도제식 강화법이 스승의 기보를 반복하는 방식이었다면, 그는 AI의 판단 근거를 해부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p124

​

80년 넘는 시간 동안 2,000여 명의 삶을 평생 추적 관찰해 온 정신분석학자 로버트 월딩어가 궁극적으로 밝혀낸 행복한 삶의 비밀은 지능이나 계급, 돈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에 있었다.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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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은 나눠서, 손해는 한 번에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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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문제는 잠을 제때 자고 일어나면 해결돼 p337

총평

1로 서기, 그리고 나는 몇 번이나 넘어졌는가

​

학교는 절대 가르쳐 주지 않는다. 미운 사람을 어떻게 거리를 둬야 하는지, 번 돈을 어떻게 지키는지, 저 사람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눈 뜨고 코 베인다는 말, 살아보니 과장이 아니었다.

​

임홍택의 《1로 서기》를 읽으며 자꾸 옛날 생각이 났다.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부끄러운 이야기다.

​

몇 년 전, 친한 친구가 사정이 급하다며 돈을 좀 빌려달라고 했다. 거절하면 우정이 깨질까 봐 결국 빌려줬다. 갚겠다던 날짜는 몇 번이나 미뤄졌고, 어느 순간부터 연락 자체가 끊겼다. 차용증 한 장 안 써둔 게 뼈아팠다. 책에서 말하는 "계약서 제대로 보는 법", "경찰서나 병원과의 인연을 최소화하는 것이 내 삶을 지키는 법"이라는 문장을 그때 알았더라면. 그 뒤로 나는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돈이 오가면 반드시 글로 남긴다. 인간관계와 돈은 별개라는걸, 돈을 잃고 나서야 배웠다.

​

투자도 마찬가지였다. 동료가 귀띔해 준 종목에 목돈을 넣었다. 추월차선을 타보고 싶었다. 정속 차선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답답해 보였던 시절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반 토막이 났고, 그제야 깨달았다. 남의 급행열차를 부러워하다 내 정속 차선마저 놓칠 뻔했다는걸.

​

임홍택 저자는 말한다. 인생의 핵심은 이기는 싸움이 아니라 지지 않는 싸움에 있다고. 20년 넘게 사회복지 현장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느낀 것도 결국 같았다. 화려하게 이기는 사람보다 조용히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오래갔다.

​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대목도 마음에 걸렸다. 내가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돈이 되는 것. 이 네 가지가 겹치는 지점을 찾으라는데, 현장에서 20년을 버틴 지금도 그 교집합이 명확하지 않다. 다만 확실한 건 있다. 눈앞의 일을 내 것처럼 해낼 때, 그 안에서 의미가 생긴다는 것. 거절할 수 있을 때는 악착같이 거절하고, 맡게 됐다면 주인의식으로 붙잡는 것. 그 균형을 못 잡아서 몇 번이나 번아웃 직전까지 갔었다.

​

가장 뜨끔했던 문장은 이거였다. 인생의 복은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게 아니라 빌런을 적게 만나는 데 있다는 것. 되돌아보니 내 20~30대의 실패들은 전부 좋은 사람을 못 만나서가 아니라 나쁜 사람을 걸러내지 못해서 생긴 것들이었다.

​

AI 시대, 오래 버틴 사람보다 바르게 진화한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말도 낯설지 않다. 자본이 자본을 벌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 머리로는 안다. 여전히 몸이 안 따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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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로 서기》 책이 준 가장 큰 교훈은 하나다. 착하게 사는 것과 만만하게 사는 것은 다르다는 것. 거절하지 못해서, 정 때문에, 우정 때문에 치른 대가들이 결국 나를 성장시켰다는 것도 이제는 안다. 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는 걸 책 한 권이 대신 가르쳐 준 셈이다. 이번 생이 1회차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아쉽다고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다음번엔, 적어도 돈 문제만큼은 정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책이 던지는 질문

우리가 삶에서 깨달은 진실은,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지만, 그 노력이 세상에 닿기 위해서는 운이 필요하다는 것 p31

버티며 운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입을 다물고 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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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이 유독 오래 머물렀다. 노력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그 노력이 세상에 닿으려면, 운이라는 다리 하나가 더 필요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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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의 "그까이것 대충 하면 되지 뭐"가 떠올랐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태도. 그건 운을 기다리는 자세가 아니다. 니체가 말한 초인은 주어진 걸 그냥 견디는 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극복하는 자였다. 운을 기다린다는 건 결국 상황을 매일 조금씩 갈아엎는 일이었다.

​

말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말로 사고를 친 적이 셀 수 없이 많다. 그래서 매일 아침 출근하면 이렇게 적어놓고 일을 시작한다. 말은 재앙의 근원이고, 입은 행운이 빠져나가는 출구라고. 적어놓고도 매번 실패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입이 지퍼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결국 답은 하나다. 말은 줄이고, 듣는 시간을 늘리는 것.

​

《손자병법》에도 있었다.

지지 않을 자리에서 이길 때를 기다린다는 말. 1로 서기, 그 자체가 이미 지지 않는 싸움이다.

​

승진도 인정도, 나를 갉아먹으면서까지 얻을 건 아니다. 삶은 원래 고단하고, 그 고단함 속에서 나를 아끼는 법을 배우는 게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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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 하기의 기술 - 꼭 해야 할 일만 하는 과학적 업무 습관
나카무라 가즈야 지음, 김수빈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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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신문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빨리, 많이, 완벽하게" 하려던 습관을 내려놓는 게, 일에서도 리더십에서도 결국 같은 답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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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줄여야 여유가 생기고, 불안을 퍼뜨리지 않아야 팀이 자란다.



인상 깊은 구절

반복 확인만으로는 예방할 수 없는 의사소통 오류도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반복 확인과 함께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그 방법은 바로 '확인 질문'이다. p208

총평

일을 잘한다는 착각, 나도 속았다.​

빨리하면 유능한 거라 믿었다.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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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안 하기의 기술≫을 읽으면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카무라 가즈야는 일 처리 속도를 높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다. 일 자체를 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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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나는 늘 반대로 살아왔다. 사회복지사 20년 차. 빈 시간이 보이면 못 참고 뭔가로 채웠다. 어느 날은 화장실 갈 타이밍마저 아까워하면서 9시간을 꼬박 앉아 이 일 저 일 처리하다 퇴근했다.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 오늘 뭘 한 거지? 성과는 딱히 없었다. 그냥 앉아만 있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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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걸 정확히 짚는다. 아무 성과도 못 내는 사람이 오히려 일을 더 많이 한다. 반박하고 싶었는데 못 했다. 내 얘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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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이렇게 바쁠까

한국은 근로시간이 해마다 줄고 있다. OECD 다른 나라보다 특별히 길지도 않다. 그런데도 다들 바쁘다고 아우성이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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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너무 많아서다. 투자(주식, 금테크, 환율), 자기계발, 육아, 운동, 독서, 부업, SNS, 유튜브. 선택지가 넘쳐나니 그중 뭘 고를지 정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친다. 결정피로다. 빈틈만 보이면 뭐라도 밀어 넣는 습관, 그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는 걸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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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을 높인다고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이 문장 앞에서 한참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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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냐 시간이냐

저자는 묻는다. 돈과 시간, 뭘 택할 거냐고. 가난한 사람은 돈을, 부자는 시간을 고른다고 한다.

나는 월급쟁이다. 시간을 녹여 돈을 버는 구조 안에 산다. 이 문장을 읽고 뜨끔했던 이유는, 정작 내가 시간보다 성과와 처리 속도를 자랑스러워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빨리 끝내는 게 능력이라 믿었는데, 저자는 그게 함정이라고 말한다. 빨리 끝내봤자 남는 시간에 또 다른 일이 채워질 뿐이다. 나만 몰랐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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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넘기지 못하는 병

이 책에서 가장 뜨끔했던 대목은 따로 있다. 공을 받으면 남에게 넘겨라. 스스로 공을 늘리지 말라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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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게 제일 안 된다. 회의에서 누가 새 업무 얘기를 꺼내면 손이 먼저 나간다. "제가 할게요." 습관처럼 나온다. 왜 그럴까 곱씹어 봤다. 신뢰의 문제인가, 아니면 내가 더 잘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인가. 어쩌면 맡기고 뒤처리하는 게 더 피곤할 것 같아서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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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거, 결국 내가 일을 만들어낸 거였다. 넘길 수 있는 일을 넘겨야 직원도 크고, 나도 숨 쉴 틈이 생긴다. 창의적인 일은 그 틈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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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는 일 리스트

저자가 인간관계까지 정리 대상으로 삼는 대목이 흥미로웠다. 인간관계로 고민하지 않기로 결심하니 오히려 고민이 풀렸다고 한다. '하지 않는 것'을 정해두면 잡생각이 줄어든다는 논리다.

책을 덮고 나만의 리스트를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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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 고민하기

일정 빽빽하게 채우기

멀티태스킹

질 나쁜 기름 먹기

밤 8시 이후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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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놓고 보니 별거 아닌데, 이걸 글로 써서 눈앞에 두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생각은 머릿속에만 두면 정리가 안 된다. 말로 뱉거나 글로 써야 비로소 형태를 갖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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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 리 방법, 그리고 바퀴를 다시 만들지 않기

저자는 매일 할 일을 세 가지로 압축하는 '픽 쓰리', 여섯 가지로 잡는 '아이비 리 방법'을 소개한다. 작업 전환 횟수가 적을수록 좋다는 원리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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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우리 사무실 얘기가 떠올랐다. 서류 간소화하겠다고 만든 양식이 오히려 더 챙길 게 많아진 경험, 다들 있지 않나. 큰 바퀴 하나 만들어놓고선 비슷비슷한 작은 바퀴를 계속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저자는 여기서 AI 얘기를 꺼낸다. 반복 작업은 AI에게 맡기고, 사람은 사고를 확장하는 데 써야 한다고.

결국 남는 건 숨 내쉬고, 깊이 들이쉬고, 다시 내쉰다. 3분에서 5분, 그거면 머릿속이 비워진다고 한다. 저자가 마음챙김을 소개하는 방식은 간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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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처리가 빠르다고 개인 시간이 늘어난 적은 없었다. 나도 그랬다. 결국 답은 하나다. 불필요한 생각, 번잡한 절차, 과한 연락, 안 해도 될 실수. 이 네 가지만 줄여도 할 일은 반토막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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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일하는 사람 다음엔 더 많은 일이 기다린다. 이건 이미 겪어봐서 안다. 그러니 답은 속도가 아니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넘길지 가려내는, 그 선택의 무게였다.

책이 던지는 질문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리더인가?

좋은 리더이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불안을 퍼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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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답을 냈다.

성공하는 팀의 1등 조건은 실력도 인맥도 아니었다.

심리적 안전감이었다.

리더 자리에 있으면서 이 단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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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면 쉬운데, 현장은 안 그렇다

구글이 꼽은 요소는 심리적 안전감, 상호 신뢰, 명확한 구조. 좋은 리더의 조건도 줄줄이 나온다. 편하게 말 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실패에서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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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업장도 실패해도 괜찮다, 배우면 된다 말한다. 근데 사고가 터지면 누가 놓쳤는지부터 찾는다. 나부터 그랬다. 세탁 공정에서 실수가 반복되면 입에서 먼저 "왜 또"가 나갔다. 배울 기회라 말해놓고 표정은 이미 짜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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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가 되려다 꼰대가 됐다

지시형 대신 코치형 리더가 되라는 문장을 어느 책에서 읽고 필사까지 하며 지켜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뜨끔했다. 경험 많다고 이것저것 알려줬는데 돌아오는 반응이 "또 잘난 척"이었다. 몇 번 겪고 나니 나도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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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가 틀렸던 거다. 나는 늘 조언부터 던졌다. 요약하고, 공감하고, 그다음에 물었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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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불안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 시간은 돈이라는 계산,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 나 혼자 갖고 있는 줄 알았다. 근데 이게 내 말투와 표정에 묻어 옆 사람한테 그대로 옮아갔다. 리더가 스트레스받으면 팀원도 똑같이 긴장한다. 이 순환을 이제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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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하늘에서 안 떨어진다

리더는 처음부터 다 잘하나?. 아니다. 리더는 만들고 키워지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리더를 경력 쌓이면 자연히 되는 자격증처럼 생각했다.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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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가 아니라 책임

리더는 권위 부리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지는 자리다. 밥벌이로만 보면 생계 수단이지만, 배움과 성장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팀이 감당 못 할 방향이면 멈춰 세우고, 맞는 방향이면 밥 먹듯이 안내하고 확인 질문하는 것. 그게 전부다.

​

거창할 필요 없다. 그냥 매일, 조용히, 반복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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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냄새 지우기 - AI를 쓸수록 내 사유가 더 강해지는 법 ㅣ AI 헬스장
벤진 리드 지음 / 자이언톡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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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검색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젠 질문하는 시대다.

≪AI 냄새 지우기≫ 책은 기술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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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서 골라 쓰던 시대가 지났고, 올바른 질문을 던지면 답이 알아서 오는 시대가 왔다는 것.

과정 없이 결과만 0초 만에 튀어나오는 시대에, AI를 도구로 쓰면서도 사유는 오히려 더 깊어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장면만 있으면 글은 산만해진다.

구조만 있으면 글은 공허해진다.

패턴이 없으면 사례는 우연한 경험담에 머문다.

연결 문장이 있을 때, 설명은 이해를 넘어 통찰로 이동한다.

해상도 조절은 적절한 거리에서 현실과 구조를 함께 붙드는 능력이다.

이 거리를 조절할 줄 아는 사람만이 평균적인 설명을 넘어 자기 생각의 밀도를 만들 수 있다. p98

총평

AI가 잘 써줄수록, 나는 점점 못쓰게 되고 있었다

편했다. 빨랐다. 그런데 뭔가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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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냄새를 지우는 법》을 읽으며 내내 든 생각이다. 이 책은 AI를 잘 쓰는 법이 아니라, AI를 쓰면서도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법을 이야기한다. 검색하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하는 사람으로 남는 법.

​

AI는 그럴싸한 문장을 순식간에 만든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 문장이 맞는지, 내가 원한 게 정말 이건지 판단하는 몫은 여전히 사람에게 남아 있다. 판단은 0초짜리 답이 아니다. 마찰과 인내를 거쳐야 겨우 도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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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새로 맡은 업무에서 행정 시스템을 처음부터 다시 짠 적이 있다. 서식 하나, 절차 하나를 뜯어고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냥 서식 몇 개가 바뀐 것으로 보였을 거다. 그런데 직접 손으로 짜보니 이전엔 몰랐던 것들이 다 이해가 됐다. 어떤 서류가 왜 이렇게 생겨야 하는지, 어디서 막히면 현장이 무너지는지, 몸으로 부딪혀야만 보이는 감각이었다. AI라면 그 서식을 3초 만에 뽑아줬을 것이다. 그런데 그 3초짜리 결과물 안에는 내가 6개월간 부딪히며 익힌 흔적이 없다. 결과는 비슷해 보여도 안에 든 것은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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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진짜 격차는 사용량이 아니다. 사유 습관이다. AI는 환각과 편향을 타고난 도구라서, 내가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어도 구체적으로 짚어주지 않으면 순순히 맞장구를 쳐준다. 결국 AI 냄새를 지우는 첫걸음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다. 맥락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것, 그뿐이다. 목적과 독자, 상황과 금지 요소만 제대로 짚어줘도 AI는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생각하는 습관 자체를 바꾸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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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함과 사실 사이엔 반드시 멈춤이 필요하다. 내 언어로 다시 옮겨보는 순간, 그 멈춤이 온다. 답은 AI 속에 있지 않다. 현실의 마찰 속에 있다. 급하게, 내가 맡지 않았던 일을 대신 발표하게 된 적이 있다. 준비할 시간도 없이 즉석에서 말을 이어가야 했다. 그 자리에서 나온 말들은 어디서 베낀 문장이 아니었다. 오랜 현장 경험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AI는 절대 대신할 수 없는 순간이다. 익숙한 자리에서만 답을 찾으면 그 답은 금방 평평해진다. 다른 분야, 다른 시선을 끌어와야 입체감이 생긴다.

​

AI에게 전부를 맡기면 결과물은 화려한데 정작 실무에는 못 쓴다. 초안으로 여기고 다듬는 연습이 꼭 필요

하다. 자치활동 회의록 초안을 AI에 통째로 맡긴 적이 있다. 문장은 매끈했다. 그런데 현장 냄새가 없었다. 근로자 대표가 회의를 진행하는 특유의 리듬, 참여자들이 실제로 쓰는 표현, 그 결을 AI는 몰랐다. 결국 처음부터 다시 손으로 썼다. 한 문장으로 못 줄이면 중심이 약한 거고, 길게 풀수록 산만해지면 구조가 약한 거다. 그날 그렇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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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는 일과, 그 구조를 내 언어로 다시 세우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 왜 틀렸는지를 스스로 분석하는 사람만이 사고의 구조가 자란다. 학습에서 진짜 중요한 건 빠른 정답이 아니다. 내가 정확히 어디서 이해를 놓쳤는지, 그 막힌 지점을 내 손으로 끄집어내는 일이다. 빠른 답을 주는 시대일수록 우리는 속도만 강조하고, 그럴싸한 답으로 서둘러 마무리 지으려 한다. 비교하고 연결하는 몫까지 AI에 넘기면, 그건 학습도 아니고 정답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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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가 왔다. 그런데 글쓰기의 중심은 오히려 생성에서 판단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럴수록 손으로 글을 쓰는 연습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됐다. 내 생각을 글로 적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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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냄새를 지운다는 건 기계의 흔적을 감추는 기술이 아니다. 인간이 통과한 고통과 판단의 흔적을 다시 새겨 넣는 용기다. 내 언어로 다시 쓰고, 끝까지 혼자 퇴고해야 한다.

​

이제 AI와 함께라면 초안까지 순식간이다. 그럴수록 이 과정을 반복하며 자기중심과 긴장을 스스로 세워야 한다. 글을 맡기는 게 아니다. 틀과 방향, 생각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받는 것이다. AI를 쓰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자기 사유를 끝내 놓지 않으려는 태도, 질문을 바꾸고 답을 의심하고 끝까지 다시 생각해 보는 습관,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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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냄새는 문체가 아니라 판단의 빈자리에서 새어 나온다. 의존형이 아니라 증폭형 사유. 맥락을 세우고, 검증하고, 문제를 다시 정의하고, 관점을 바꾸고, 해상도를 조절하고, 형식을 바꿔가며 진짜 멀티턴을 나누는 것. 그렇게 꾸준히 학습하고 스스로 기획하며 글을 써야겠다.

​

AI는 갈수록 생각하는 기계가 되어가는데, 인간은 갈수록 생각을 놓아버리는 것 같다. 니체가 말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선의, 익숙지 않은 것에 호의를 가져라." 우리는 AI로 빠른 답을 얻는 좋은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그만큼 요구되는 능력도 함께 변한다는 사실은 자꾸 잊는다. 사고와 정보의 패러독스. 정보량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생각을 멈추게 된다는 것. 생각하는 힘을 되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AI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쓰고 고민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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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대필자로 쓰는 사람과, 사유를 확장하는 협업 상대로 쓰는 사람은 다르다. 누구나 AI를 쓰는 시대지만, 어떤 사람의 답변에만 깊이가 있는 건 그 사람이 가진 생각의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걸 놓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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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고 안전한 길은 좀처럼 변화를 만들지 못한다. AI가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답을 너무 쉽게 주다 보니,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 없이는 변화도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아날로그적이고 번거롭고 몸과 머리가 다 힘들었던 시간, 그 뒤에야 생각하는 힘이 세졌다. 가끔은 AI가 주는 편리함보다 머리가 주는 아픔을 일부러라도 느껴야겠다.

책이 던지는 질문

중요한 작업은 한 번의 질문으로 끝나지 않고, 좋은 생각은 단번에 나오지 않는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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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서 답까지, 시간이 0에 가까워진다"

중요한 작업은 한 번의 질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좋은 생각도 단번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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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가닿아야 한다. 공감이 되든, 새롭게 보이든, 의심을 심어주든, 어떤 판단 기준 하나라도 남기든. 그러려면 왜 이 글을 쓰는지 거듭 되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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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쓸수록 AI 없이는 글이 안 써진다면, 자기 생각이 점점 흐려지는 게 느껴진다면, 일단 멈추자. 반대여야 한다. 쓸수록 판단이 더 또렷해지는 사람, 그게 맞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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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보완하고, 다시 설계하는 과정. 그 반복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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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에서 답까지 걸리는 시간이 거의 0으로 수렴하는 시대다. 예전엔 좋은 자료를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가 실력이었다. 검색의 시대였다. 지금은 다르다. 내가 뭘 묻는가, 그 자체가 실력이 됐다.

​

데이터는 똑같이 주어져도 질문이 다르면 결론은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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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렇게 해오던 건데요." 이 한마디를 뱉는 순간, 나는 AI보다 못한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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