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딸에게 혼자 다이소에 다녀오라고 했습니다.
말은 쉬웠습니다.
딸이 나간 뒤부터 안절부절못한 건 제 쪽이었습니다.
책 한 권이 그 이유를 짚어 줬습니다.
다 해주고 싶은 마음, 저만 그런가요
우리 딸은 병 음료수 캔을 따 본 적이 없습니다.
1학년 때부터 혼자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는데, 지금도 아빠가 데려다주는 등굣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쁜 아이를 보고 있으면 다 해주고 싶습니다.
기다리는 일이 제일 어렵습니다.
그러다 『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를 만났습니다.
22년차 초등학교 교사 최현주 선생님이 쓴 책입니다.
부모에게 하는 말은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제발 기다려 주세요."
집에서 보는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해 봤습니다.
이 책이 짚는 3가지
책이 권하는 방식은 '여백 육아'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자랄 여백, 부모가 자기 삶을 살아갈 여백을 함께 두자는 이야기입니다.
첫째, 아이는 공감만으로 자라지 않습니다.
"그랬구나, 속상했구나." 공감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해 봐도 사이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감에도 함정이 있다는 대목을 읽고, 공감이 100%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둘째, 기다림은 아이가 마음을 마주할 시간입니다.
감정은 아이 안에서 잠시 피었다 지는 여러 현상 중 하나입니다.
화가 나더라도 머지않아 지나가는 바람입니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어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이는 자기만의 속도로 그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좌절한 날도 아이의 삶에서 불행한 날이 아닙니다.
부족함은 감출수록 무거워지고 꺼낼수록 가벼워집니다.
셋째, 부모가 자기 자존감을 먼저 돌봐야 합니다.
부모가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가 아이 마음에 닿아 아이의 자존감이 됩니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애쓰기 전에, 자기 삶에 정직한 좋은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책은 말합니다.
읽다가 강아지 훈련 프로그램이 떠올랐습니다
강형욱 님이 나오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보면,
강아지 교육보다 견주 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씁니다.
강아지의 문제는 보통 견주에게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 책을 읽으며 이 장면이 겹쳤습니다.
아이의 모습도 부모의 가르침과 태도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따뜻하고 정확한 말부터 챙기고 싶어졌습니다.
책에는 나무 이야기도 나옵니다.
어떤 나무는 꽃이 먼저 피고, 어떤 나무는 잎이 먼저 돋습니다.
순서와 계절이 달랐을 뿐, 잘못 자란 나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학교 선생님께 우리 아이가 잘 크고 있는지 묻고 싶을 때가 많았습니다.
아이 마음은 그토록 살피면서 애쓰는 제 마음은 돌볼 줄 몰랐다는 걸 이 책에서 알게 됐습니다.
오늘 해 볼 수 있는 작은 연습이 생각납니다.
아이가 해 볼 수 있는 일 하나를 정합니다. 캔 음료 따기나 짧은 심부름이면 충분합니다.
손이 먼저 나가려는 순간에 숨을 한 번 쉽니다.
달라진 점이 안 보여도 조급해하지 않기로 합니다.
잠들기 전에 오늘 애쓴 제 마음에도 한마디 건넵니다.
『요즘 아이를 위한 여백 육아』
책은 아이를 위한 책이기 전에, 그만 놓아도 될 것을 바라보게 하는 책입니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다 아이도 나 자신도 놓친 것 같은 분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읽고 나면 육아법을 하나 배운 느낌보다, 이미 충분히 좋은 부모라는 말을 들은 느낌이 남습니다.
다이소 심부름 하나에 떨렸던 마음이 부끄럽지 않게 느껴진 이유입니다.
아이가 혼자 해 보겠다고 했을 때, 끝까지 기다려 본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 참아 본 한 장면을 댓글로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