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언 하나가 삶을 충만하게 만드는 법
연 1,000권을 읽는 다독가 스즈키 유이(2001년생)는 "쓰든가 사라지든가"라는 문장에서 보여주듯, 책을 애정하고 많이 읽다 보면 결국 자신만의 언어로 글을 쓰게 된다고 말한다. 이동진 평론가가 꼽은 책이기도 한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의 유쾌한 지점 중 하나는 명언의 출처를 알 수 없거나 본인이 생각해낸 말일 때 '괴테가 말하기를'이라고 붙이는 부분이다. 뭔가 있어 보이지 않는가. 괴테를 사랑하는 일본 연구 일인자가 명언의 출처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삶에 집중하고 흡수하고 도전하며 본질을 찾으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쉽지 않았던 독서 여정
솔직히 말하자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책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명언의 출처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지만, 그 과정을 온전히 소화해 내지 못했다. 직관적으로 "~해라" 같은 조언에 익숙한 내게, 여정 속 주인공의 시각과 마음으로 사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대문장가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나 '잡탕' 술집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을 직접 듣고 싶어질 만큼, 책은 매력적이었다.
괴테가 말하는 회색이란? 혼연일체의 철학
괴테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메타포"라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색채론>에 대한 이야기였다. 뉴턴은 모든 빛을 섞으면 흰색이라고 주장했고(가산 혼합), 우리는 경험적으로 모든 물감을 섞으면 검정색이 된다고 알고 있다(감산 혼합). 하지만 괴테는 모든 색을 섞으면 '회색'이 된다고 말했다.
왜 회색일까? 괴테에게 회색은 빛과 어둠의 경계, 모든 색이 만들어지는 지점이다. 밝음과 어둠을 모두 가지고 있는 회색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중립적 상태를 의미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는 그의 말처럼, 모든 대비와 갈등이 해소된 평온한 상태를 뜻하는 것이다.
모든 빛을 흡수해서 검정색이 되는 것은 괴테가 말하는 혼연일체가 아니다.
빛과 어둠의 모든 대비가 완벽하게 중화된 상태, 그것이 바로 회색이다.
괴테는 우리에게 말한다. '조화'와 '평온한 본질'을 이루며 살아가라고.
단순한 혼합이 아닌, 본질을 향한 여정
뉴턴이 프리즘을 통해 빛의 스펙트럼으로 색채론을 설명했다면, 괴테는 밝음과 어둠, 그리고 인간의 시지각 상호작용에 주목했다. 다시 말해, 내가 색을 어떻게 경험하고 느끼는지에 대한 '경계'를 설명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하게 섞인 것이 아닌, 모든 색채를 아우르는 회색, 다른 말로 '본질'이 아닐까.
혼연일체의 출처를 찾아가는 여정은 흥미로웠지만 어렵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색채론> 부분에서 많은 사색을 하게 되었고,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를 만드는 철학적 시각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내게 오는 모든 것들을 어떻게 혼동시키지 않고 조화롭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회색은 무기력한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고 변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괴테는 이를 '사랑'으로 포장했지만, 결국 삶을 배제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책
이 세상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지만,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 한마디의 의미까지 들춰보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겠다. 대신 명언 하나로 삶을 더 충만하게 살아가는 과정에 집중해야겠다.
삶이 불안하고 무료할 때, 연구가가 고뇌하며 괴테 명언의 출처를 찾아가는 여정은 삶의 방향을 잃고 헤매는 나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색채론>을 시간 날 때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괴테가 말했듯이, 이 세상 모든 것은 메타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