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리빙 웰≫을 통해 처음 리처드 템플러 작가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단순히 살고 싶은 게 아니라 '좋은 삶(WELL)'을 살길 원한다는 그의 시선이 오래 마음에 남았는데, ≪부모를 위한 원칙≫에서도 그 관점은 이어진다. 33개국에서 18년간 실천한 양육의 철학을 담은 이 책은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앞서, 부모인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
책은 인격 형성, 일상생활 지도, 훈육 원칙, 부모와 아이의 관계, 형제자매 관계, 학교생활, 위기 상황, 사춘기까지 총 8개의 챕터에 걸쳐 109가지 원칙을 소개한다. 탈무드를 이을 최고의 양육 철학서라는 홍보 문구가 과하지 않다는 것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된다. 각 원칙은 3~4페이지로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중 "쏘다니게 내버려 두어라"는 대목에서는 스스로의 모순을 발견하기도 했다. 어릴 적 나는 자유롭게 쏘다녔는데, 정작 내 자녀는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들보다 학습을 못 따라갈 때 부모는 걱정과 불안을 전염시키지 말라"는 말에는 조용히 다짐을 새기게 되고, "자녀는 결국 부모를 상대로 불평하고 비난하기 마련이니 자책하지 말라"는 문장에서는 뜻밖의 위로를 받기도 했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109가지 원칙 중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책을 읽으며 새삼 돌아보게 된다. 기다려 주는 것, 혼자만의 시간을 허락하는 것,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는 것, 조금 아파도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알게 하는 것, 실패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 이것들은 새로운 원칙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던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다.
자녀를 믿고 기다려 주라는 말은, 결국 나 자신도 믿고 성숙해지도록 기다려 주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완벽하지 않은 어른이 자녀를 완벽하게 키우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함께 균형 있게 성장하는 관점을 갖는 것이 책이 전하는 핵심은 그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는 자녀의 본보기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배우자를 아끼는 모습으로, 실수했을 때 화가 아닌 해결책을 보여주는 어른의 모습으로. 부모의 행동과 말은 자녀의 마음에 나이테를 만든다.
80대 부모가 50대 자녀를 여전히 돌보는 시대다.
오랫동안 자녀를 붙잡고 있는 부모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이 원칙들을 부단히 실천해야 한다. 보호보다는 모험을, 과도한 관심보다는 건강한 거리를, 그리고 갈등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스스로 해결해 가는 힘을 길러주는 부모로. 자녀가 20대가 되었을 때 독립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설 수 있도록.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
사랑과 의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반드시 어른이어야 한다.
≪부모를 위한 원칙≫은 자녀를 위한 책이기 전에, 부모로서의 나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주는 책이다. 부모의 기본 마음가짐을 되새기게 해준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그 값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