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 일보다 사람이 어려운 직장인을 위한 인간관계 리더십
길군(길상훈) 지음 / 밥북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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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북'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평소 관심 있는 분야의 도서만 신청하여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한 줄 요약

고객은 상급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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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 보스≫ 길군 작가를 2023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번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은 그 보완판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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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움직이는 힘, 곧 '권력'을 파헤치는 책이다.

상급자, 하급자를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고, 그 전쟁터를 어떤 마음으로 버텨낼지까지 짚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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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재미있어 위험한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인과응보를 깨닫는 순간, 우리가 하는 모든 말과 행동, 특히 우리가 하는 일에 비로소 '의미'가 생긴다. 인과응보를 깨닫지 못할 때 일은 대부분 '밥벌이', 즉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그친다. 하지만 인과응보를 깨닫고 경험할 때 일에서 진정한 기쁨과 보람,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타인에게 행한 선행이 그 이상의 보상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매 순간 경험하기 때문이다.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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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오피스 빌런을 분별할 수 있는 강력한 기준을 제시했다. 상급자들의 기준은 '책임', 하급자들의 기준은 변화, 즉 '성장'이었다.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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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 히어로는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한 사람이다. 오피스 히어로는 고난과 시련으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사람이며, 그 사실을 타인을 존중하는 말과 행동으로 증명하는 사람이다. p226

총평

나는 왜 빌런 옆에서 20년을 버텼을까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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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스톤이 뭔지 다시 읽다가, 손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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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충이. 불사조. 거북이. 삽질맨. 폭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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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얼굴들이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이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법을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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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같은 저자 길군 작가의 『앵그리 보스』를 읽었다. 권위는 부리는 게 아니라 책임지는 자리라는 말에, 웃다가 밑줄 긋다가를 반복했던 책이다. 그 저자가 이번엔 『오피스 히어로 vs 오피스 빌런』이라는 보완판을 냈다. 죽이고 싶은 상급자를 향한 관찰이었던 전작이, 이번엔 조직 전체의 인간 유형표로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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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상급자를 네 단계 빌런으로 쪼갠다. Lv.1 식충이는 멍청하고 게으르다. 책임을 손에 쥐어본 적이 없어서, 그저 자리를 지킬뿐이다. Lv.2 불사조는 멍청한데 부지런하기까지 하다. 그가 지나간 자리엔 성과만 남고 사람은 타 없어진다. Lv.3 거북이는 똑똑하고 부지런하지만 방향이 틀렸고, Lv.4 삽질맨은 똑똑한데 게으름을 전략으로 착각한다. 그리고 히든빌런 폭스맨, 실력보다 포장이 앞서는 부류가 마지막에 슬쩍 끼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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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났다면 그냥 재미있는 유형 분류집이었을 것이다. 책이 진짜로 무서워지는 지점은 따로 있다. 성장하는 척하는 사람을 가려내는 기준이다. 고난을 줬을 때 순순히 시도하고 노력하면 성장하는 사람이고, 불평만 하거나 시키는 것과 다르게 해오면 위장하는 사람이라는 문장. 위장한 사람이 많아질수록 조직은 겉으로는 멀쩡한 채 속부터 썩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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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 유형 비유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안정형은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큰다. 불안형은 존중해 줘도 스스로를 못 믿어 자꾸 흔들린다. 회피형은 자신만 사랑해서, 본인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에야 겨우 자란다. 두려움형은 자신도 남도 믿지 못하는, 가장 어려운 경우다. MBTI로 치면 경계에 걸친 사람을 억지로 E나 I로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식충이도 환경이 바뀌면 불사조가 된다. 유형은 고정된 딱지가 아니라 지금 더 가까운 쪽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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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다. 회사를 그만큼 다니는 동안 멘토라 부를 만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그래서 책에서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읽으며 알게 된 건 멘토의 부재가 아니었다. 빌런과 거리를 못 둔 내 쪽의 습관이었다. 불사조가 태우고 간 자리엔 반드시 일명 똑게(똑똑하고 게으른 상급자)가 온다는 문장에서 뜨끔했다. 똑게는 적어도 들을 줄은 안다. 상대를 존중하는 만큼 자신도 존중받는다는 걸 아는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 앞에서는 마음을 놓고, 불사조 앞에서는 이상하게 계속 곁을 지켰다. 어떻게든 도우면 상황이 나아질 거라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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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둬야 할 사람과 조금 곁을 내줘도 될 사람. 그 구분을 안 하고 살았다는 게 이번 책의 진짜 충격이었다.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제삼자, 이를테면 식당 아르바이트생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인지 드러난다는 문장도 그래서 유독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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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이 되지 못해도 된다.

빌런의 얼굴을 알아보고, 그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설 줄 아는 것. 이 책이 나에게 준 건 그 한 걸음이었다.

책이 던지는 질문

버티라, 그 고난의 중심, 싸움의 한복판, 뜨겁게 불타는 그 지옥을 떠나지 말라. 그것으로 충분하다. 버텨라. p97

사직서를 쓰다가, 울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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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사회복지 3년차였다. 활동보조인 채용 공고 하나 올렸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청탁이 쏟아졌다. 그중 은행 지점장 출신이라는 지원자가 있었는데, 면접 내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말했다. 활동보조라는 일에 대한 마음보다 사업적으로 접근하는 태도가 먼저 보였다. 나는 채점표에 점수를 매겼을 뿐,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할 권한조차 없는 실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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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떨어지고 나니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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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있다는 높은 사람, 종교 지도자라는 사람까지 동원해서 전화가 왔다. 담당자를 자르라고. 고소장이 날아왔고, 기관 최고관리자에게도 여기저기서 압박 전화가 걸려왔다. 인사권도 없는 3년차 실무자 하나를 두고 벌어진 일치고는, 너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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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두 달을 버틸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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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과 고소에 지친 기관장이 주말에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했다. 그리고 사직서를 쓰라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조건 세 가지를 들이밀며 나를 악인 취급했다. 나를 믿어주지 않는 곳에서 더 버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며 울면서 사직서를 써 내려가던 그 순간, 사무국장이 오늘은 그냥 가라며 나를 내보냈다. 기관장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그냥 가지만 사직서 쓰라고 이야기할 테니 기다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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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 달 사이, 대상포진이 왔다. 스물일곱 몸에.

6개월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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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려고 마음을 굳히고 준비하던 어느 날, 억울함이 올라왔다. 인사권도 없는 실무자를, 면접에서 떨어진 사람이 주변 힘을 빌려 협박한다는 게 참을 수 없었다. 뿌리내린 곳에서 꽃을 피우겠다던 다짐이 떠올랐다. 이대로 물러나면 평생 억울할 것 같았다. 버티기로 했다. 진실은 밝혀질 거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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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일한 대가가 이거라면, 계속할 이유가 있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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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텼다. 끝내 고소는 취하됐고 민원도 정리됐다. 문제는 내가 아니라 낙방한 자존심이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사과도 받았다. 전해 들은 말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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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달, 대상포진과 함께 보낸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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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싸움보다 지지 않는 싸움이 회사라는 전쟁터에서 더 필요한 덕목이라는걸. 오피스 빌런은 어디에나 있다. 업무 능력보다 잦은 만남과 매끄러운 소통으로 승진 기회를 얻는 상급자를 보며, 정직하게만 일하면 된다던 믿음을 접었던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려면 버티는 끈기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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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재능보다 중요한 건 끈기다. 낯을 많이 가린다는 장도연이 스스로에게 건다는 주문, "다 X 밥이다." 남의 시선을 덜 의식하고 자기 속도로 살아가려면 저마다의 주문 하나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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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를 위해 애쓰는 사람은 악플 달 시간도, 남 욕할 시간도 없다. 노하우 연마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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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달, 나는 히어로 스톤 하나를 몸에 새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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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훈 2026-07-15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잌후 안녕하세요, 길군입니다!
이렇게 다시 뵈니 너무 반갑습니다!
개정판이라 재미가 덜하셨을 텐데 죄송해요ㅜ예스24에서 먼저 보고 냉큼 불펌해갔습니다.
리뷰를 보며 순간 할 말을 잃었었습니다. (정말 잘 버텨내셨습니다. 박수를 보냅니다! 그래도 결국 이겨내시고 꽃을 피워내셨네요)
맞습니다, 진실은 항상 이깁니다.
˝그 두 달, 나는 히어로 스톤 하나를 몸에 새긴 셈이다˝
라는 문장은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진심 고맙습니다 (꾸벅)